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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1583991
    작성자 : 대양거황
    추천 : 30
    조회수 : 12065
    IP : 1.230.***.224
    댓글 : 8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9/02/05 08:23:35
    원글작성시간 : 2019/02/04 16:11:25
    http://todayhumor.com/?humorbest_1583991 모바일
    당나라를 공포에 떨게 한 거란족의 영웅, 이진충
    옵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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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거란족이란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지금은 완전히 사라져 버린 민족이니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동북아 역사에서 거란족은 800여 년 동안이나 존속하면서, 중원의 왕조들이 두려워했던 강력한 전사들의 집단이었습니다.


    거란족이 역사에서 큰 활약을 한 시점은 서기 695년부터였습니다. 그 전까지 거란족은 수나라와 당나라 같은 중원 왕조들에게 봉사하는 충실한 용병 집단이었으나, 695년 거란족 추장인 이진충(李盡忠 ?~696년)이 당나라 관리인 조홰를 죽이고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이는 거란족들 사이에서 “더 이상 우리가 언제까지 당나라의 노예 노릇이나 하고 살 수만은 없다. 우리도 이제 힘을 어느 정도 길렀으니, 당나라와 동등한 위치의 강대국이 되어야 한다!”라는 의식이 퍼져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진충은 스스로를 ‘더 높은 곳이 없는 최고의 왕’이라는 뜻인 무상가한(無上可汗)이라 부르면서 거란의 왕으로 등극했습니다. 그리고 당나라에 맞서 싸워 거란의 독립을 쟁취하겠다고 선언하며 수많은 거란족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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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란족 전사들의 모습을 묘사한 그림들. 몽골 계통의 유목민인 거란족들은 약 800년 동안 동북아를 공포에 떨게 했던 사납고 용맹한 기마 전사들이었습니다.)



    이진충에게는 처남인 손만영(孫萬榮 ?~697년)과 부하인 이해고(李楷固) 같은 뛰어난 장수들이 보좌하고 있었고, 이들 거란족 전사들은 20일 동안 수만의 병력으로 거란과 가까운 당나라의 영토를 습격하여 약탈과 살육을 저질렀고, 그 와중에 이진충은 현재 중국 섬서성의 숭주를 공격하여 당나라 관리 허흠적을 사로잡아 기세를 떨쳤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당나라의 실권자인 측천무후(則天武后 624~705년)는 분노하여 이진충의 이름을 이진멸(李盡滅), 즉 ‘멸망시키겠다.’는 뜻으로 바꿔 부르고는 마인절(麻仁節)과 장현우(張玄遇) 같은 28명의 장군들에게 대군을 주어 거란족의 반란을 진압하도록 명령했습니다.


    한편 당나라의 대군이 온다는 소식을 들은 이진충은 거란족보다 수적으로 훨씬 많은 당나라 군대와 정면으로 싸워서 이기는 것은 무리라고 여겨서 속임수를 쓰기로 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포로로 붙잡은 당나라 군사들한테 이런 말을 들려주었습니다.


    “지금 우리 거란족들은 춥고 배고픈 상태라서 더 이상 싸우기가 어렵다. 그리고 너희에게 줄 식량도 모자라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희들을 모조리 죽이자니, 그건 너무 잔인해서 도저히 못하겠구나. 그러니 나는 너희들을 모두 풀어주겠다. 그리고 우리는 당나라 대군이 도착하면, 곧바로 항복할 테니 그때 우리를 해치지 말라.”


    그렇게 해서 당나라 포로들은 모두 풀려나 마인절이 이끄는 당나라 군대에게 달아났습니다. 그리고 이진충한테 들은 말을 마인절에게 들려주었고, 마인절은 크게 기뻐하며 말했습니다.


    “거란족 오랑캐들은 지금 지치고 굶주렸으니, 우리가 손쉽게 이길 수 있겠구나! 승리가 머지않았다.”


    이진충의 말을 그대로 믿은 마인절은 자신감에 부풀어 행군을 서둘렀습니다. 총사령관의 이런 행동에 당나라 군사들도 거란족을 깔보고 업신여기면서 군기와 태도가 느슨해졌습니다.


    마인절이 이끄는 당나라 대군이 황장곡(黃麞峪)이라는 골짜기에 도착하자, 이진충은 또 다시 계략을 썼습니다. 거란족 전사들 중에서 늙은이들만 모아서 당나라 군대에 거짓으로 항복하게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거란족이 가진 소와 말들 중에서 늙고 말라빠진 허약한 종류들만 모아서 일부러 당군이 보도록 했습니다. 이는 이진충이 당군으로 하여금 “거란족들의 사람과 가축은 모두 늙고 쇠약하니, 걱정할 필요가 없구나!”라고 방심하도록 유도한 속임수였습니다.


    이진충의 계략은 정확히 맞아 떨어져서, 마인절은 거란족을 약하다고 깔보며 말을 탄 기병 부대로 하여금 먼저 거란족이 기다리는 골짜기 안으로 들어가 그들을 공격하도록 지시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그런 명령은 당군 기병들을 거란족의 먹이로 던져주는 짓이었습니다. 미리 황장곡 안에 매복하고 있던 거란족의 포위망에 걸려 당군의 기병들은 전멸당했습니다. 그리고 기병들을 뒤를 이어 골짜기 안으로 들어간 당군의 나머지 부대도 역시 거란족의 매복과 포위망에 걸려 모조리 전멸당하고 말았습니다.


    당시의 정황을 기록한 문헌인 조야첨재(朝野僉載)에 따르면, 이 황장곡 전투에서 마인절과 장현우는 모두 이해고가 던진 올가미에 묶여 붙잡혔고, 그 외 나머지 당나라 군사들은 모조리 거란족들에게 죽임을 당했는데, 그들의 시체가 산골짜기를 가득 메우고 단 한 명도 살아서 빠져나가지 못했다고 전해집니다.


    이 패전소식을 들은 측천무후는 당나라 각지의 노비들을 돈을 주고 사들여 병사로 삼게 할 만큼 크나큰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비록 황장곡 전투 이후, 이진충은 병으로 죽었고 그의 처남인 손만영이 이끄는 거란군은 돌궐족과 해족의 공격으로 패배했지만, 당시 세계 최강대국인 당나라를 공포에 떨게 한 거란족의 용맹은 결코 얕잡아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출처 중국의 판타지 백과사전: 83~85쪽/ 도현신 지음/ 생각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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