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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1460851
    작성자 : yellow
    추천 : 72
    조회수 : 4103
    IP : 59.22.***.246
    댓글 : 1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7/06/29 09:41:56
    원글작성시간 : 2017/06/28 23:41:02
    http://todayhumor.com/?humorbest_1460851 모바일
    정현아 고마워
    옵션
    • 창작글
    <div><br></div> <div>"오빠.. 우리 이제 그만 만났으면 좋겠어..그동안 나 많이 좋아해줘서 고마워"</div> <div><br></div> <div>"정현아.. 나 너 없으면 안되는거 알잖아..이러지마 제발"</div> <div><br></div> <div>"오빠 미안 더 이상 연락 안했으면 좋겠어"</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벛꽃이 피기 시작한 2015년의 봄날, 나의 봄날은 그렇게 끝나버렸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너무나도 좋아했던 그녀였기에 이별 후 나의 하루하루는 악몽의 연속이었다</div> <div>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힘들었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날들이 한동안 이어졌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렇게 몇 개월이 지났다</div> <div>이별의 충격으로부터 어느정도는 벗어났지만 아직 가슴 속의 먹먹함이 완전히 지워지진 않았다</div> <div>길가를 어지럽히던 분홍 벛꽃은 사라진지 오래고, 그렇게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찾아왔다</div> <div>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았던 겨울이 오면서 영원히 치유받지 못할 것 같았던 내 마음에도 조금씩 용기가 생겼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요. 설탕 빼고 부탁드릴게요"</div> <div><br></div> <div>"감사합니다 금방 준비해드릴게요 ^^"</div> <div><br></div> <div>바리스타였던 나에게 새로운 직장이 생긴 것은 그무렵이었다</div> <div>새로 일하게 된 곳은 집에서 도보로 1시간, 버스로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작은 카페였다</div> <div>크지 않은 매장이었기에 사장님과 몇 안되는 직원들끼리 오손도손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냈다</div> <div>특별할 것 없는 일상들이 반복될수록 이별의 상처는 점점 희미해져가는것 같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출근할 때는 일부러 1시간 정도 일찍 나와서 걸어가는 것을 즐겼다</div> <div>원래 걸으며 생각하는 것을 좋아했기에 1시간 정도는 힘들지 않게 걸어갈 수 있었다</div> <div>하지만 일하고 나서 퇴근할때는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에 버스를 타고 귀가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일하는 매장에서 우리집까지 가는 버스는 42번, 92번 이렇게 2대 밖에 없었다</div> <div>배차 간격은 둘 다 10분 정도였는데, 나는 새로운 매장에 일한 뒤로 항상 집에갈때면 42번 버스만 이용했다</div> <div>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보면 종종 92번이 먼저 오곤 했지만 그냥 보내고 언제나 42번을 타고 집에 간 이유는 바로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헤어졌던 그녀와 언제나 함께 타고다녔던 버스가 92번이었기 때문이다</span></div> <div>가슴 속의 상처는 많이 아물었지만, 그 시절의 나는 그 버스를 타면 꾹꾹 눌러놓은 상처가 벌어져 그때의 좋았던 기억이 떠오를거 같아서, 그렇게 너무 슬퍼질거 같아서 피하고 싶었던거같다</div> <div>아직까지 그 친구와 했던 추억들과 마주할 용기는 없었다</div> <div>부끄럽지만 정말로 나는 그랬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새로운 매장에서 일한지도 어느덧 3개월 정도 되었을 때였다</div> <div>평소대로 마감을 하고 집에 가려고 매장을 나선 것은 10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었다</div> <div>나는 집에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버스도착시간을 알리는 어플을 실행했다</div> <div><br></div> <div>'42번 버스 도착 시간 5분 남음 / 92번 버스 도착 시간 10분 남음'</div> <div><br></div> <div>42번 버스가 먼저 온다고 되어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div> <div>시간으로 보아 정류장에 도착하면 곧 42번 버스가 올 것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정류장으로 향하는 도중 나는 평소와 다른 감정에 휩싸였다</div> <div>헤어진 그녀가 너무 보고싶었다</div> <div>아니 평소에도 보고 싶었지만 왠지 그날은 감정이 추스려지지 않을 정도로 그녀와의 추억이 너무 그리웠고 계속 떠올랐다</div> <div>정류장으로 향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머릿속으로 수많은 추억의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빠르게 흘러갔다</div> <div>당장이라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div> <div>평소와 다른 감정에 내가 왜이러지 하면서 적응이 되지 않던 와중에 어느덧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고, 1분 뒤에 42번 버스가 내 앞으로 와서 정차했다</div> <div>나는 버스를 타지 않았다</div> <div>그리고 나는 92번 버스가 오길 기다렸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날 느꼈던 감정은 솔직히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div> <div>하지만 그 날 밤의 나는 92번 버스를 타고 집에 가면서 그녀를 생각하고 싶었다</div> <div>창밖을 보면서 그녀와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그렇게 추억과 마주보며 마음껏 슬퍼하고 싶었다</div> <div>평소에 그렇게 피해가고 돌아가려 했었던 것들을 마주보고 싶어진 것이 어째서 그날이었던걸까</div> <div>추억으로부터 안전한 버스가 먼저 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슬픔을 각오하고 다음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런데 버스가 오지 않았다</div> <div>42번 버스를 그냥 보낸지 10분이 지나도 92번 버스는 오지않았다</div> <div>추운 날씨에 오들오들 떨면서 한 생각은 "그냥 탈걸..괜히 보냈다" 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92번 버스가 도착한 것은 15분이 지나서였다</div> <div>나는 버스에 탄 다음에 자주 그녀와 앉았던 자리에 앉아 창밖을 보았다</div> <div>창문 밖에는 그 시절의 나와 그녀가 웃으며 마주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div> <div><br></div> <div>"정현아.."</div> <div><br></div> <div>"삐뽀삐뽀삐뽀"</div> <div><br></div> <div>갑자기 요란스런 소리가 귀를 괴롭혔다</div> <div>그러고보니 좀 아까도 이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div> <div>그 때 창밖으로 보인 것은 갓길에 정차한 42번 버스, 그리고 구급차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앞서간 42번 버스는 큰 사고가 있었는지 앞 유리창이 모두 깨진채였고 버스 앞부분 역시 심하게 찌그러진 상태였다</div> <div>버스 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몇몇 승객은 들것에 실려 구급차로 이동되었다</div> <div>다친 사람 중에는 정류장에서 나와 함께 버스를 기다리던 아주머니도 보였다</div> <div>내가 탄 92번 버스는 순식간에 현장을 지나가버렸다</div> <div>나는 놀라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버스는 집 앞에 도착했고 나는 멍한채로 집에 돌아와 샤워를 했다</div> <div>몸을 물에 적시니 그때서야 정신이 조금 드는 것 같았다</div> <div>헤어진 여자친구의 얼굴이 떠올랐다</div> <div>갑작스런 감정변화에 평소에 그렇게 피해다녔던 버스를 일부러 타게 되었고, 결과적으로는 그로 인해서 사고를 피한 것이었다</div> <div>너무나도 우연스러운 이 사건은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div> <div>그냥 나는 옛 여자친구가 그래도 멀리서 내가 잘 되길 빌어주고 있어서 이렇게 위기를 피한 것이 아닐까하고 편한대로 생각해버리기로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ps. 이야기에서의 여자친구의 이름, 버스번호를 제외한 내용은 모두 실화입니다</div> <div><br></div>
    출처 나의 2015년 겨울 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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