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곳은 가을이 봄처럼 되어라!
~하늘에서 내리쬐는 열기는 1천도!~
강철은 한반도에서 전국적으로 등장한 꽤나 유명한 요괴이다. 마을에서 이 요괴를 쫓아내는 행사를 할 정도로 유명한 이 요괴는 굉장히 독특한 요괴이기도 하다. 강철이는이무기과의 요괴로, 다른 이무기과의 요괴와 달리 불을 내뿜는 화신적 성향의 요괴이다. 다른 이름으로 강처리, 깡처리, 깡철이, 꽝철이 등이 있다. 독특하게도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과의 요괴임에도 불구하고 하늘을 날 수 있으며, 온몸에서 열기를 내뿜어 하늘의 구름을 마르게하고 비를 내리지 못하게 함으로써 가뭄을 일으킨다고 한다. 농사에서 물이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인데, 강철이는 이를 부족하게 만들어 작물을 바짝 마르게 하므로 강철이가 지나가면 흉년이 든다.
이러한 강철의 피해로 인해 "강철이 지나가는 곳에는 가을철이 봄처럼 된다.", 또는 "강철이 있는 곳에는 가을이라도 봄과 같다"는 관용표현이 생길 정도였으니, 그 피해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말에 보릿고개라는 말이 있듯이 봄은 비축한 양식이 떨어져 굶주리게 될 수밖에 없는 계절인데, 이들 괴물이 농사철에 날뛰면 수확물로 풍요로워야 할 가을이 봄이나 다름없이 황량해지게 되기 때문이다.
강철이는 다른 이무기과 요괴와 비교하면 대단히 독특한 괴물이다. 심지어는 서양의 드래곤과 유사해보이는 이 요괴와 이무기의 관계는 불여우와 백여우와 비슷한 관계이다. 용이 되기위해 수련을 하지만, 계속된 실패로 인해 용이 되기를 포기하고 결국은 꽝철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통의 이무기과 요괴들이 수신적 성향을 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는 일반적으론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자 구전과정에서 스리슬쩍 등장하는 장치가 있다. 하늘이나 다른 용이 된 요괴에 대한 원망으로 인해 불을 내뿜게 되었다는 것이다. 감정이 격해지고 가슴이 타는 듯한 감정 때문에 본디 수신적인 성향의 이무기가 불을 내뿜게 되었다는 것이다.
~가뭄을 일어나도 폭풍이 일어나도 강철 때문~
신기하게도, 기록물로 자리를 옮기면 강철은 마치 [누에]처럼 제 모습을 바꾼다. 고전에서 강철을 찾으면 망아지와 유사한 형태와 소와 닮은 형태로 기록되어있다. 망아지와 닮은 형태의 강철은 전체적인 모습은 말이지만 두상이 사자나 용을 닮았다고 하며, 늪 속에 등지를 튼다고 한다. 소와 닮은 형태의 강철은 연못이나 강 속에 살면서 두상과 피부는 용은 닮았다고 한다.
우습게도 같은 이름을 가진 이들 두 괴물은 사뭇 다른 방식으로 흉년이 되도록 만든다. 말과 닮은 형태의 강철은 용에 대해 불만이 많은 괴물로 묘사되며, 용의 뇌를 빨아먹는다고 알려져 있다.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 따위가 변해 된 요괴라는 설이 있다. 늪 속에서 둥지를 틀고 조용히 살다가 늪 밖으로 나와 활동을 개시하면 열풍과 한증막의 뜨거운 증기 같은 연기를 뿌리고 다닌다고 하는데, 그 피해수준이 엄청나 강철이 사는 늪은 사람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후끈후끈하게 달아오르고, 날뛰며 온 강산을 헤집기 시작하면 그 일대가 가뭄이 들어 흉년이 난다고 한다.
소와 같이 생긴 강철 역시 이상한 연기와 바람을 일으킨다. 근데 이 연기와 바람의 효과는 말처럼 생긴 괴물과는 다른데, 이 것의 연기와 바람은 폭풍과 번개, 그리고 우박을 일으킨다. 번개와 우박을 동반한 폭풍이 농지를 한번 휩쓸고 가버리면 그 일대는 황량해져 그 해의 농사는 망친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한다. 번개와 폭풍이 위험하긴 하지만, 강철이 떨어뜨리는 우박 역시 피해를 크게 준다. 이 우박은 정상적인 우박이 아니라서 떨어진 땅은 초목이 자라지 못할 정도로 황량해지고, 우박이 빠진 강이나 연못은 아주 오랫동안 심하게 흐려져 맑아지지 않는다고 한다.
~강철은 가뭄의 대명사~
강철이라는 이름 아래 이처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대단히 신기한 현상이다. 같은 요괴임에도 이처럼 상반된 묘사를 가진 이유는 강철이라는 요괴의 특수성에 있다. 강철이라는 요괴는 강처리, 깡처리, 꽝처리 같은 이름 등으로도 알려져 있을 만큼 전국적으로 유명한 요괴이다. 그러니 이들이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는 동안 모습과 피해에 대한 묘사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흉년이 들게 한다는 묘사만큼은 살아남아 가뭄이 어떻게 일어났느냐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지는 것이다. 가뭄으로 흉년이 들면 열기를 내뿜는 모습으로, 폭풍우로 흉년이 들면 폭풍을 일으키는 모습으로 정착하는 것이다.
흔히 꽝철이라고 부르는 모습이 유명해진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용과 비슷하다는 점이 한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하늘을 날아다닌다는 점은 실제적인 가뭄의 원인이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과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을 뿐더러, 비를 내려 가뭄을 해소해주는 용과 비슷한 모습으로 인해 대립 구도가 쉽게 생겨날 수 있어 "수신인 용이 가뭄을 일으키는 나쁜 이무기를 몰아내고 비를 내려줬다"따위의 이야기가 전래되기가 더욱 쉽다는 점 역시 구전에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즉, 적의 모습을 베껴 유명해진 얌체인 것이다.
출처 : 은여우 공작소
- 강철이(强鐵-). 직역하면 [강한 철]이 된다. 국어사전에는 [지나가기만 하면 초목이나 곡식이 다 말라 죽는다고 하는 전설상의 악독한 용(龍).]으로 소개하고 있다.
- 과거 치수(治水)에 국력을 동원한 이유이다.
- 실학서 등에도 자주 등장하며, 비슷한 속담으로 "강철이 간 데는 가을도 봄이라", "나 가는데 강철이 가는 데" 등이 있고, 북한말로 심한 가뭄을 들어 '강철이 가을'이라는 관용어가 있다.
- 비축해둔 가을걷이 양식이 동날 때부터 보리가 익어 먹을 수 있을 때까지의 기간으로,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어 이 시기를 높고 험준한 고개에 빗대어 말한 것이다.
- 솔직히 말하자면 거의 똑같다.
- 불여우 : 백여우 = 강철이 : 이무기
- 일본 헤이안 시대에 등장한 요괴. 두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있다.
- 이덕무의【양엽기】에 등장하며, 김포에서 발견되어 주민들이 힘을 합쳐 바다로 몰아냈다고 한다.
- 이익의【성호사설】에 기록되어있다. 서해안에서 낙동강 일대까지 나타나 사람들을 괴롭혔다고 한다.
- 원숭이 골요리처럼 점잖게 먹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다른 이야기다.
- 대단히 속편한 방법이다.
- 용과 닮은 모습을 지칭합니다.
- 말과 닮은 강철은 꽝철이라고 부르는 강철과 그 모습만 다를 뿐이지만,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을 상기해보자.
- 비슷한 부분이 많을 수록 대립구도가 두드러지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