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P> <P>나는 아무렇지 않은데 </P> <P>왜 우리 엄마는 내 동생 옷을 사주면 어디서 얻어왔다 그럴까?</P> <P>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동생방 열린 문틈으로 쇼핑백을 옆에두고 새로 산듯한 옷을 입어보는 동생이 보였다</P> <P>"옷 새로 샀어?"</P> <P>당황한 엄마와 동생의 표정. </P> <P>"새로 사긴, 누가 주더라고"</P> <P>나는 아무렇지 않은데</P> <P>사실대로 말해도 아무렇지 않은데</P> <P>동생 옷 사줘도 나는 아무렇지 않은데</P> <P>나는 고등학교 때 부터 용돈모아 옷 사입었다고 해도 </P> <P>그렇다해도 나는 아무렇지 않은데 </P> <P>그냥 오늘도 속아 넘어간다 </P> <P> </P> <P>밥을 먹을 때 반찬을 동생 밥그릇에 덜어주며 </P> <P>많이 먹으라고 하면</P> <P>동생이 내 얼굴을 쳐다본다</P> <P>나는 아무렇지 않은데</P> <P>왜 너는 그런 표정으로 날 보는걸까</P> <P> </P> <P>공부하는데 스탠드가 너무 갖고싶었다. </P> <P>중학교 때 마트에서 경품으로 탄 스탠드 </P> <P>스탠드 빛이 너무 세서 눈이 이따금 시리기도 했다 </P> <P>몇년 동안이나 스탠드 얘기를 해왔었다</P> <P>이사오면서 그 스탠드 마저 버려졌다.</P> <P>솔직히 좋은 스탠드가 갖고 싶었다.</P> <P>얼마전에 스탠드를 사주셨다. 여전히 눈이 부셨다. </P> <P>그 스탠드 마저 동생이 쓴다고 가져갔다.</P> <P>새로 사달라고 했는데, 너 마음에 드는 것 사오라고했다.</P> <P>며칠전에 엄마가 동생 10만원대에서 옷 사라고 한 것이 기억났다.</P> <P>그럼 나도 어느정도 좋은 스탠드 사도 되겠지 </P> <P>기분이 좋아서 스탠드 사러 갔다. </P> <P>스탠드가 이렇게 비싼줄 몰랐다. </P> <P>집에 있는 눈부신 스탠드를 제외하고 다 7만원대였다.</P> <P>몇년 전부터 좋은 것 사달라고 얘기했으니 오늘만큼은 사도 되겠지. </P> <P>9만원짜리 스탠드를 사왔다. </P> <P>집에들어오자마자 엄마가 말했다 뭘 이렇게 비싼걸 샀냐구</P> <P>환불한다고 했다. </P> <P>동생의 그 경악스런 표정을 잊지 못하겠다. 철 좀 들으라는 그 표정. </P> <P>눈물이 나왔다. </P> <P>환불하고 원래 집에 있던 것과 똑같은 것을 사왔다.</P> <P> </P> <P>나는 용돈을 받지 않은지 오래됬다. 그래서 수중에 돈이 별로 없다. </P> <P>지금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더 서럽다. </P> <P>어쩌다 돈 만원이 생겼다. </P> <P>그 돈으로 동생이 배고프다고 해서 햄버거 사먹었다. </P> <P>엄마가 밥먹으라고 준 돈 만원하고 합쳐서 사왔다. </P> <P>만이천원이면 되겠지 하고 팔천원은 남겨올 줄 알았다. </P> <P>동생이 남겨온 돈은 사천 몇백원이었다. </P> <P>사천 몇백원을 아껴쓰다 오늘 천 육백원이 남았다. </P> <P>청소하려고 천원을 잠깐 책상위에 두었다. </P> <P> </P> <P>엄마랑 쇼핑을 갔다.</P> <P>쇼핑을 가면서 오다가 아이스크림 먹어야지 했다.</P> <P>아이스크림 뭐먹을거냐고 물어봐서 구구콘 천원짜리 먹는다고 했다. </P> <P>엄마가 마트에 들어가면서 빙수 먹을거냐고 물어봤다.</P> <P>그래라고 대답했더니 그럼 너 아이스크림 사먹을 돈 천원 달라고 했다. </P> <P>마음이 쓸쓸해졌다. </P> <P> </P> <P>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다 </P> <P>좋은 딸도 아니고</P> <P>좋은 누나도 못된다</P> <P> </P> <P>나는 왜 사는 걸까</P> <P>나는 왜 태어난 걸까</P> <P>나는 아무렇지 않았는데</P> <P>왜 오늘따라 유난히 눈물이 나는걸까</P> <P>서럽다</P> <P>서럽다</P> <P>많이 서럽다</P> <P> </P> <P>엄마는 부정하지만</P> <P>몇년전 안방에서 들리던 그 말이 생각난다</P> <P>날 낳은것을 후회한다고</P> <P>내 배에서 저런게 나왔다는게 믿기지 않는다고</P> <P>나도 궁금하다</P> <P>왜 날 낳았을까</P> <P>동생 먼저낳고 난 낳지 말지 </P> <P> </P> <P>내가 없어도 우리 가족은 행복하다</P> <P>아니 내가 없으면 더 행복하다 </P> <P> </P> <P>내가 이 세상에 발디딜곳은 없다</P> <P>아파트 몇층에서 떨어져야 죽을까 궁금해졌다.</P> <P>기사를 검색했다.</P> <P>아 우리 층에서 떨어져도 죽는구나</P> <P> </P> <P>문득 항상 잔디에 누워있던 고양이가 생각났다</P> <P>내가 떨어지면 고양이가 다칠까</P> <P>무서워졌다.</P> <P>나는 무서워서 죽지도 못하는 사람이다</P> <P>고통없이 죽고싶다</P> <P> </P> <P>밤에 자전거를 타러 나간다</P> <P>그러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 진다</P> <P>집에서 멀어질 수록 </P> <P>더 가벼워진다</P> <P>그러나 돌아가는 길에 나는 더 쓸쓸해진다</P> <P> </P> <P>날 찾아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P> <P>날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P> <P> </P> <P>아니 나는 아무렇지 않다 </P> <P>오늘도 아무렇지 않고, 내일도 아무렇지 않다. </P> <P> </P> <P>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