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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529970
    작성자 : 뿡분
    추천 : 20
    조회수 : 2140
    IP : 112.146.***.64
    댓글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09/18 23:33:04
    원글작성시간 : 2012/09/18 17:04:24
    http://todayhumor.com/?humorbest_529970 모바일
    단편] 분납
    <P class=바탕글>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o:p></o:p></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사건은 2년 전 새벽, 장맛비가 쏟아지는 날에 일어났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그날은 유달리 어두웠었다. 가로등이 꺼질 시간이었지만 해는 뜨지 않아 사방은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SPAN></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비가 그쳐서 다행이야.”</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장마래요, 운전 조심해요.” </SPAN></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나는 큰일이 닥칠 것을 예감하기라도 한 것처럼, 중학생이 된 이후 처음으로 아버지의 출근길에 배웅을 나갔다. 어머니와 나의 인사를 받으며 아버지는 그렇게 안개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비가 쏟아진 데다가 또 비가 올 예정이라는데 저렇게 안개가 끼다니...</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어질러진 식탁을 치우기 위해 돌아서는 어머니를 대신해 내가 나가서 현관문을 닫았다. 그때 바람이 불어서 의도와 달리 문이 세게 닫히고 말았다. </SPAN></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쿵. </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쿵...</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쿵.....</SPAN></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쿵!!!!!</SPAN></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아버지의 차가 전복된 현장은 집에서 1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이었다는데, 나는 내 방에서 분명히 충돌하는 소리를 들었다. </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그때 나는 다시 침대에 누워서 얕은 선잠에 빠져 있었고 악몽에 시달리고 있었다. </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문이 계속해서 닫히는 소리가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쿵, 쿵....조심 좀 하지 그랬니, 하는 어머니의 잔소리도 함께 끊임없이 반복되며 평범한 꿈이 악몽으로 변질되어 가던 참이었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그러다가 갑자기 귀가 멍해질만큼의 커다란 충돌음이 잠을 번쩍 깨웠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꿈 속에서 깨어났는데도 귀가 멍할 지경이었다. </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그 순간 밖에서는 어머니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귀가 멍해서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절규하는 어머니의 표정으로 그녀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었다. </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어머니는 곧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가 놓친 수화기를 받아 귀를 가져가자, 갑자기 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SPAN></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병원으로와...빨리...!! 위독하셔!!!”</SPAN></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나는 악몽이 이어지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힘없이 늘어져선 온몸을 떨고 있는 어머니를 부축해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가면서도 그렇게 생각했다. 악몽을 꾸고 있는 거라고...</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병원에 갔을 때, 아버지는 이미 수술실에 들어가 계셨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먼저 연락이 닿아 달려온 큰아버지가 나를 보자마자 끌어안았다. 뜨거운 눈물이 내 위로 콸콸 쏟아졌다. </SPAN></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아들. 일어났니? 일어났으면 아버지 좀 잡아드려.” </SPAN></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어렸을 때부터 언제나 비밀스러운 공간이었던 안방은 그 사고가 일어난 다음부터 늘 활짝 열려 있었다. </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방 앞을 스쳐 지나갈 때면 으레 동상처럼 미동않고 앉아있는 아버지의 뒷모습이 보이곤 했다. </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나는 아버지에게 다가가 익숙하게 겨드랑이 밑에 팔을 두르고 의자로 옮겼다. </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겨우 몇발자국 떨어진데 의자가 있었지만 몇분만에 땀으로 흠뻑 젖어버린다.</SPAN></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몸. 아직 재활훈련이 필요한 팔다리...그나마 자유로운 손가락 한두개로 허공에 무언가를 써대는 것이 아버지의 일상이었다. 어머니는 별다른 말을 해주지 않았지만 아버지를 보면 머릿속에도 문제가 있는게 분명해보였다. </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나는 믿어지지 않는 시선으로 침대에 걸터앉아 변해버린 아버지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SPAN></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수술은 성공적이었다. </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아버지는 반년만에 집에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문제는 아무것도 없었다. 제대로된 보험조차 없는 우리집이 감당할 수 없었던 병원비만 빼면... </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중환자실에서부터 밀려나오기 시작한 어마어마한 병원비에 어머니는 아버질 퇴원시키고 차라리 다 함께 죽자고 하셨다. 아직 중학생인 나는 도울 수도 없이 눈물로 범벅된 병원비 고지서를 보고 있는 수밖에 없었다. </SPAN></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그때였다. </SPAN></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병원측에서 방법을 제시했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새로 시행된 획기적인 분납방법을... </SPAN></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카드로 물건을 할부로 사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SPAN></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아, 물론 아버님이 물건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어머님. 오해하지 마시구요.”</SPAN></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담당자는 능글맞게 웃으며 다음 이야기를 꺼냈다. </SPAN></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그렇다면 돈을 빌려드리는 거나 마찬가지인데...담보가 필요하겠죠?”</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담...보요?”</SPAN></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이미 살던 아파트도 처분한 상태였기 때문에 어머니는 얼굴을 굳혔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담당자는 사람 좋게 웃으며 생각하시는 그런 게 아니라고 안심하라고 했다. </SPAN></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그럼 도대체 뭘 담보로...?” </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단지.....천천히 돌려받으시면 됩니다.”</SPAN></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그렇게 아버지는 반년만에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대부분의 것들을 병원에 남겨두고서...</SPAN></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아버지가 집에 온 다음부터 어머니는 통장에 찍힌 금액을 보는 습관이 생겼다. </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원래는 아버지가 가지고 계셨던 적금 통장이었다. </SPAN></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적금 두 번만 더 부으면 하나 돌려받을 수 있겠어. 역시 눈이 제일 좋겠지?”</SPAN></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사고가 있던 날 내가 꾼 꿈은 악몽이 아니었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악몽을 예고하는 꿈이었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나를 잠에서 깨운 그 충돌음은 이 상황을 미리 알려주려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나는 아직도 생각한다. </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악몽을 꾸고 있는 걸까....</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그리고 상상한다. </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아버지의, 아직 돌려받지 못한 나머지 부분들에 대해서...</SPAN></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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