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설’ 사건으로 몸살을 앓던 걸그룹 티아라 멤버 함은정씨가 SBS 드라마 제작발표회까지 나와 여주인공역을 다짐한지 일주일 만에 돌연 SBS 제작진에 의해 사실상 ‘퇴출’을 당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기에 소속사와 연기자노조가 어린 연기자의 자존심과 명예를 짓밟았다며 사과와 원상회복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사태의 불똥이 제작진과 SBS 쪽으로 향하고 있다.

특히 함씨와 드라마제작사(예인이엔엠)가 지난달 드라마 ‘다섯손가락’ 출연계약서에 서명한 이후 왕따 사건이 불거졌을 때도 함씨의 드라마 출연을 재검토하자고 한 적이 없던 제작사와 SBS가 한 달이 지나 다시 과거의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함씨측의 설명이다.

함씨의 소속사 코어콘텐츠미디어의 임원과 이아무개씨는 2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지난 주 초에 드라마제작사 대표를 만났더니 ‘작가와 감독을 설득하라’고 해서 지난 21일쯤 SBS에 가서 CP와 국장을 만났다. 이들은 ‘우리도 같이하고 싶은데, 다만 작가와 피디가 관건이니 잘 얘기해보라’고 하길래 그날 오후 4시 작가를 만나 얘기를 다하고, 잘 된 줄 알았다”며 “그러나 그날 촬영 끝나고 밤 11시에 최영훈 PD는 ‘하차를 해줬으면 한다, 아니면 강제하차를 시키겠다’고 사실상 통보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왜 그러느냐고 묻자 최 PD는 ‘우리도 좋게좋게 가려 했으나 (왕따 사건이 여전히) 일파만파 확산되니 자신이 없다, 드라마가 안정되게 가고 싶다’고 말했다”며 “아마도 드라마의 시청률에 신경도 써야 하니 그런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함은정씨는 아직 다섯손가락 촬영을 한 차례도 하지 못했다는 것. 지난 19일 촬영의 경우 제작진이 함씨의 머리 색깔을 이유로 들어 촬영에서 뺐다고 이씨는 전했다.

  
티아라 멤버 함은정씨.
ⓒ연합뉴스


SBS는 지난 22일 다섯손가락 제작진의 명의 입장을 내어 “제반사정에 대한 장시간 논의와 고심 끝에 홍다미역 함은정의 하차를 확정했다”며 “후임 연기자는 현재 논의중이며 빠른 시일내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제작진의 태도는 지난 16일 개최한 ‘다섯손가락’ 제작발표회 당시 함씨까지 함께 등장시키는 등 출연완주 의사를 과시했던 것과는 180도 달라졌다는 게 소속사의 의문이다.

이를 두고 이씨는 SBS에 의해 함씨가 하차 통보를 받기 전 드라마제작사에서 돌연 왕따 사건으로 인해 PPL(드라마의 간접광고)이 떨어지고 있다며 계약서 변경을 요구한 사실도 전했다.

그는 “드라마제작사 예인이앤엠 대표가 김광수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왕따 사건을 이유로) ‘서명을 한 PPL도 많이 날라가 손해봤다’고 하니 김 대표가 ‘문제 생기면 책임지겠다, 우리가 많이 도와드리겠다’는 가벼운 농담조의 대화를 나눴는데 드라마 제작사 프로듀서가 곧바로 그 다음날 계약서를 들고 왔다”며 “일종의 추가 변경 합의서였다”고 전했다.

그 합의서의 내용에는 △출연료의 반 이상을 반환하고 △드라마 제작 중 티아라 사건 때문에 PPL 계약이 취소되는 등의 손해가 발생할 경우 ‘코어콘텐츠미디어’가 책임을 지라는 등의 내용이었다고 이씨는 전했다. 그는 “우리는 시간을 두고 얘기를 천천히 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함씨 소속사 코어콘텐츠미디어의 구본건 이사는 24일 “계약까지 하고 우리는 이미 출연료까지 받았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교체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시청률-PPL-광고수입’이라는 철저한 상업적 시스템이 적용되는 국내 방송 드라마 제작환경에서 제작진의 뜻대로 끝까지 함씨를 데려갈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황정현씨는 “PPL 비롯한 자본의 욕망, 방송사 시청률에 대한 욕구, 외주사 단가욕심, 홍보효과 등 다양한 자본주의의 욕망이 뒤섞여 제작되는 국내 방송 드라마의 속성상 제작진도 불가피한 선택으로 내몰린 면이 있었을 것”이라며 “촬영을 앞두고 주연급 배우를 교체하는 것은 부담요인이 크다는 점에서 제작사와 제작진은 함씨와 그냥 가고 싶었겠느나 여러 욕망과 부딪히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황씨는 “티아라 사건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언론재판에 의한 것으로, 아무리 인기를 먹고사는 것이 연예인의 숙명이라 해도 사건의 실체가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드러내는 것 자체도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에서 다분히 감정적인 측면에서 ‘왕따 가해자’들을 ‘유죄’로 낙인찍은 것”이라며 “타당하지 않은 과정이지만 현실적으로 연예인이 그런 이미지를 극복하고 드라마에 나서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SBS 관계자는 “(추가) 캐스팅도 쉽지 않고,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캐릭터 고민을 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빨리 해결되기 바랐다. 그래서 제작발표회에도 함씨를 참석시켰던 것”이라며 “그런데 여던히 (왕따 사건에 대한) 여론이 뜨겁다 보니 그렇게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SBS 새 주말드라마 <다섯손가락>


이런 점을 감안한다 해도 SBS와 드라마제작사의 함씨 하차 과정은 비판의 여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구 이사는 왕따 사건 파장을 이유로 교체했다는 SBS와 드라마제작사 입장에 대해 “논란이 있었던 것이 한 달 전이며 계약은 그 전에 한 상태였다. 어느 정도 잠잠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더구나 문제가 발생한 당시엔 아무 얘기가 없다가 지금와서 그런 얘기를 하니 이해가 잘 안된다”고 지적했다.

소속사의 다른 임원인 이씨도 “함씨가 무슨 범법행위를 한 것도 아니다”라며 “원만하게 문제해결이 되기를 바랐는데 이렇게 됐다.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준모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사무총장은 SBS에 대해 “연기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벗어난 것”이라며 “이런 결론을 내렸다 해도 당사자에게 정중한 사과와 함께 경위설명한 뒤 함씨를 격려하는 것이 옳은 태도인데도 아무런 언급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 총장은 “다른 티아라 멤버들의 경우 MBC와 KBS에서 다 촬영하고 있다”며 “함씨도 사건의 진실 여부 떠나 성실한 모습으로 새로 시작하려 했을 뿐 아니라 연출자와 작가 모두 끝까지 함께 갈 것처럼 해놓고 PPL 등 금전적 문제가 생기니 이런 식으로 마무리하는 것은 부조리하다. 이런 일이 다시는 벌어져선 안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