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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미님의 댓글입니다.
    번호 제목 댓글날짜 추천/비공감 삭제
    84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너무 길어.' [새창] 2017-12-02 16:22:25 1 삭제
    빨간 목도리 하나가 눈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일단 집어들어서 한바퀴 목에 둘러 감아본다.
    너무 길다. 균형을 맞춰 늘어트린 양쪽 끝이 바닥에 쓸릴 지경이다.
    한바퀴 더 감아본다.
    넉넉하게 어깨를 덮을만큼 감아보았지만, 목도리는 어림도 없다는 듯 발목 위에서 너울거린다.
    양 끄트머리를 걷어 올려 목 뒤로 리본을 만들어본다. 이러면 좀 더 따듯할까.
    거울에 비추어본다. 날아오르려다 실패한 선녀 옷 날개마냥 축 늘어져 있다. 바로 풀어버렸다.
    리본을 앞으로 묶어본다. 이번엔 조금 신경을 써서 늘어지지 않도록 풍성하게 묶는다.
    다시 거울을 비추어본다.
    ...바보같다. 이건 마치 내가 선물이야, 라는 듯이 포장한 것만 같다. 목도리로 만든 리본 모양과 빨간 색이 딱 포장용 리본이다.
    다르게 묶어볼까.
    어디부터 손을 대면 좋을까.
    가만히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린다.

    " 역시, 너무 길잖아 이거..."

    바보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나 혼자 하려던 목도리가 아니었는데.

    --------------------END--------------------

    커플 목도리는 대체 누가 만든 걸까요...적군의 민간인? (부들부들)
    [시미 + 맥주 두 컵]
    83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도전' [새창] 2017-11-28 19:31:07 0 삭제
    " 도전인가?? "

    " 도전입니다. 하극상이에요. 차가운 맛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급격하게 머리가 아파온다. 아무 말도 못한 채 머리를 감싸쥔다.
    대체 이 두 사람...아니, 한 사람과 한 정령은 어찌하여 이리도 사이가 좋지 못한걸까.
    사실 딱히 짐작가는 구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귀여운 것에는 사족을 못쓰는 데다가 장난치기 좋아하는 포니테일 마녀가 또 무언가 묘한 발동이 걸린 것이 확실하다.
    다만 늘 장난에 휘말리는 하얀 정령이 그저 안쓰러울 뿐이다.

    " 좋아, 어디서 할까? "

    " 멀리 갈 필요 없습니다. 순식간에 끝날테니 지금 여기서도 충분해요."

    둘 사이의 기세 싸움이 점점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다.
    마력이 눈에 보일 만큼 모양을 갖추며 피어오르고, 냉기가 피어나와 바닥에 깔리며 주변이 얼어붙기 시작한다.
    아무리 그래도 휴게실에서 싸움은 좀 참아주면 좋겠다.

    " 나가서 해!! "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

    그렇게 휴게실을 나와 도착한 곳은 야외실험장이었다.
    가로 세로 약 200M. 주로 대규모 전투 실험이나 넓은 공간이 필요한 소환수 연구에 쓰이는 곳이다.
    휴게실에서 쉬고 싶었던 내 소망은 마녀가 내민 손길에 처참히 무산되어 같이 끌려나오고 말았다.

    " 후배는 심판. 잘 부탁해? "

    심판이고 뭐고 다 때려치고 싶다.
    의욕없는 눈길로 마녀와 공주님을 바라보니,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 마녀와는 반대로 공주님이 쏘아내는 눈빛은 진지 그 자체.
    서로 적당히 거리를 두고 마주서자 선배가 입을 연다.

    " 자, 그럼 지금부터 시...작?! "

    꾸앙!!!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마녀가 서 있던 장소, 정확히는 머리 근처에 수박만한 얼음이 순식간에 얼어붙으며 나타났다.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쳐다만 보고 있으려니 얼음이 바닥으로 떨어져내린다.
    자세히 보면 얼음이 떨어져내리는 장소가 마녀가 처음에 서 있던 장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얼음이 만들어지는 것과 동시에 뒤로 물러서 피한 것일까. 얼음 뒤로 마녀의 얼굴이 나타난다.

    " 좋아, 순간적으로 마력을 움직이는 느낌은 나쁘지 않은걸."

    저런 상황에서도 말을 할 수 있을 만큼 여유롭다는 걸까.
    말을 하는 순간에도 얼음덩어리들이 양 팔과 다리, 몸통이 있는 위치에 연달아 나타난다.
    보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심장에 무리가 가는 광경이건만 마녀는 아슬아슬하게 몸을 움직여 얼음덩어리를 피해낸다.
    그 모습을 보는 정령의 눈빛이 한층 더 차가워진다.
    정령의 몸 주면에 투명하게 빛나는 화살이 나타나 날아가고, 마녀는 가볍게 몸을 움직여 화살이 날아오는 궤도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다음 순간 마녀 옆으로 지나간 화살이 궤도를 바꿔 등 뒤를 공격한다.
    화살이 몸에 맞으려는 순간 작은 빛덩어리가 나타나 화살을 부수고 사라진다.

    " 막혔어요?? "

    정령은 점점 쏘아내는 화살 수를 늘려가며 마녀를 공격하지만 몸에 맞는 화살은 생기지 않는다.
    화살은 마녀가 보이는 몸놀림에 빗나가고 때로는 빛덩어리에 막혀 부숴지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마녀가 보이는 미소는 처음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아직 여유롭다는 느낌일까.

    " 음, 조금 놀랬어. 쏘아낸 마력을 유지하는 법이 전보다 괜찮아졌는데?."

    " 그런 칭찬은 원하지 않았습니다."

    정령 역시 여전한 무표정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목소리에 더욱 싸늘한 한기가 더해지는 듯 하다.
    가만히 마녀를 바라보던 정령은 이내 오른손을 위로 들어올렸다.

    " 제가 할수 있는 최대급 공격입니다. 피하지 말아주세요."

    피해도 피하지 않아도 죽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녀의 오른손은 하늘을 향해 쭉 뻗어있다. 시선을 하늘로 돌리자 무언가 반짝, 하고 빛나는 것이 보인다.

    " 인간은 참 재미있습니다. [신의 창]이란 개념은 정말로 신선했어요."

    마력에 민감하지 못한 눈이라 직접 보지는 못하건만 숨이 막힐 정도로 진한 마력을 온 몸 가득히 '느낀다'.
    정령으로부터 시작된 차가운 마력은 하늘 위에서 모여 물리적인 질량을 가지고, 길고 커다란 창과 같은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더 이상 모이지 못할만큼 밀집된 마력은 공포를 주기에 앞서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정령은 이 정도의 마력을 초장거리에서도 제어 할 수 있는건가.
    문득 정령에게로 시선을 돌려보니 그녀로서는 드물게도 미간을 잔뜩 찌푸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령이 높게 들었던 오른손을 천천히 내려간다.
    동시에, 얼음 창이 낙하하기 시작했다.

    " 오오, 이건 꽤나...! "

    " 지금 여유 부릴 상황 아닙니다, 선배!! "

    신의 창이라는 계획이 있었다. 우주궤도에서 단단한 금속 창을 자유낙하시켜 방사능 없는 핵폭탄 급의 파괴력을 낸다는 이론으로 만들어진 무기였다.
    목표지점에 정확히 맞출만한 기술력과 금속 창을 장착한 위성을 띄우고 유지 및 보수하는 비용, 그리고 다른 나라의 반대로 무산되어 사라진 계획이라 했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 그 이론 일부가 섞인 공격이 떨어진다.
    정령은 거대한 마력으로 얼음 창을 직접 조종하여 자유낙하보다 더 빠른 속도와 정확성을 유지한다.
    직접 정령을 제압 - 무리. 나로서는 정령이 뿜어내는 마력만으로도 제압하기 전에 얼어버린다.
    이 와중에도 얼음 창은 더더욱 낙하를 가속하고 있다. 거리가 워낙 멀어서 작아보이는 얼음 창이지만 다가오는 것은 순식간일 터.
    저건 어느 정도나 되는 위력이 나오는 걸까. 오늘이 내가 죽는 날인가.

    [바라건데. 소망은 여기에 모여 검이 되기를.]

    처음 듣는 목소리라고 생각했다,
    이번엔 반대쪽에서 마력이 휘몰아쳤다. 마녀가 옆으로 손을 뻗으며 내뱉은 것은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이었으나 그 의미만은 흘러들어온다.
    내뻗은 손에는 어느새 푸른 빛무리가 모여들고 있었다. 얇고 긴 모양의 그것은 확실히 검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바라건데. 바람은 여기에 모여 폭풍이 되기를.]

    빛무리는 다시 한번 그 크기를 키워간다. 휘감기듯, 소용돌이치듯 빛무리를 중심으로 모인 마력은 점점 단단하게 뭉치고 있다.

    [그리하여, 마지막으로 바라건데-]

    마녀는 빛무리를 든 손을 뒤로 당긴다. 모인 마력은 마침내 빛나기를 멈추고 그 모습을 드러냈다.
    잘 벼려낸 듯한 한 자루 은빛 검이 그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모든 것은 있어야 할 모습으로 돌아가기를.]

    그 손이 다시금 휘둘러지고, 검은 반짝이는 은빛을 꼬리처럼 남기며 하늘을 향해 솟구친다.
    검은 곧은 일직선을 그리며 하늘을 날아 마침내 얼음 창에 닿는다. 눈이 멀 듯한 빛이 하늘로 번졌으나 폭발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 날, 연구소에는 유래 없는 폭설이 내렸다.

    ----------

    "...연구소를 괴멸 위기에서 구해냈는데 시말서라니,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후배?"

    " 괴멸 위기를 만들어낸 장본인이 무슨 소리를 하는겁니까, 선배."

    마녀는 보기 드물게 이맛살을 찌뿌린 표정으로 시말서를 적어내려가고 있다.

    시말서 옆에는 정리 도중인 보고서 하나가 그 속을 보이며 널브러져 있었다.

    [...상기한 내용과 같이, 소환 및 유지 성공사례 1호 - 얼음공주의 마력 조작능력은 더할나위 없이 훌륭하다 판단됩니다.
    향후 일정은 활성화된 마력이 주변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여 지성체로서 생활이 가능하도록...]

    "...뭐, 이정도는 되야 윗대가리들한테 도전해볼 만 하지 않겠는가."

    --------------------END--------------------

    전투씬은 포기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좌절)
    82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시계.' [새창] 2017-11-27 21:20:34 1 삭제
    혼자서 내키는대로 적어내려가다보니 부족한 부분을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아니, 거의 전부입니다.
    제게 부족한 부분이나 아쉬운 점을 항상 잘 짚어주고 계신걸요. 언제나 감사하고 있습니다.

    시에서 짚어주신 부분은...솔직하게 말하자면, 일부러 그렇게 적어보았습니다.
    '후회[하듯]'이라는 감정을 적는 느낌보다 '후회를 [담아]' 라는 물리적인 무게감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다음 구절에 [멈춰버린]이 사용된 부분에 의미가 잘 통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만...결과적으론 애매한 문장이 되어버렸습니다.
    줄어든 쉼표만큼 문장력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두 여성의 대립 부분은 처음부터 [실력행사로 갈 리가 없는게 당연]이라는 걸 염두에 두고 적었습니다.
    마지막 문단에 두 사람의 대화를 집어넣어서 [사실 마녀는 시계를 선물할 생각은 없었다]는 걸 강조하고
    그렇다면 [사실 마녀는 실력행사 같은건 할 생각이 없었던 것 아닐까]라고 연상하는 구조를 만들어보았습니다...만.
    정말 처절할 정도로 설명 부족에 문장력 부족입니다. OTL

    재멋대로 써내린 글에 진심이 담긴 감상평이 부끄럽기도 하고, 진지하게 응원해주시는 것 같아 큰 힘이 됩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덧. 마녀님이 저기서 실력행사로 들어가면 큰일납니다. 휴게실이 터져나가요! ( 늑대 : ...?!! )
    81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시계.' [새창] 2017-11-27 18:36:59 1 삭제
    틱, 톡.
    한바퀴 빙글 돌아보아요.
    시계는 빙글 돌아 언제나 그 자리.
    시간은 돌아보지 않고 어느새 저 멀리.

    틱, 톡.
    초침은 재촉하듯 빠르게 한 바퀴.
    분침은 산책하듯 슬그머니 한 바퀴.
    시침은 느릿하게 후회를 담아, 한 바퀴.

    틱, 톡.
    시계는 돌고, 시간은 흘러가네요.
    초침은 언제나처럼 재촉하며 돌아가건만
    시간은 언제나처럼 유유자적 흘러가건만
    후회가 쌓여 멈춰버린 시계가 여기, 한 개.
    후회가 쌓여 멈춰버린 시간이 여기, 한 사람.

    틱, 톡.
    틱, 톡.
    틱, 틱, 틱.

    ----------

    " 그런 의미에서 후배에게 이 시계를 하사하겠네."

    어디에서 [그런 의미]를 찾아야 할지 힌트부터 주면 좋겠다.
    한참을 연구실에서 시달리다 찾은 휴게실에는 선객이 자리잡고 있었다.

    " 거절하세요, 늑대. 제가 준비한 것이 더 좋습니다."

    다짜고짜 검고 길쭉한 상자를 내미는 선배를 밀쳐내고 등장한 것은 하얀 정령 소녀, 얼음공주다.
    소녀의 하얀 손에도 비슷한 크기로 보이는 하얗고 길쭉한 상자가 하나 들려있다.
    두 사람은 잠시 시선을 마주치다가 동시에 상자를 앞으로 내민다.
    ...나한테 내밀어서 어찌 하라는 걸까.

    " 어서 받으라니까? "
    " 어서 받으세요."

    뚜껑을 열어 내용물을 확인한다.
    검은 상자 안에 든 것은 일정한 리듬으로 바늘이 돌고 있는 검은 손목시계.
    바늘의 모양이나 시계가 가진 매끄러운 형태가 제법 고급스러워 보인다.
    하얀 상자 안에 든 것은 일정한 리듬으로 LED 패널이 움직이는 손목시계였다.
    어떤 재료를 사용한건지는 모르겠지만 매끈하게 빛나는 하얀 금속이 단단한 느낌을 준다.

    " 기계식 시계야말로 최고 아닌가!! 건전지도 필요 없는데다가 엔틱한 멋이 있다고? 이 특유의 유려한 곡선을 봐!! "

    " 전자식 시계야말로 최고에요. 급격한 온도차와 충격에도 쉽게 망가지지 않는데다가 시간을 알아보기도 쉽습니다.
    거기에다가 이 날카롭게 각진 자태가 또..."

    두 사람은 어느샌가 말싸움을 시작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능글맞게 웃는 얼굴로, 한 정령은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얼음공주와 선배가 만들어내는 흑백 대비가 나름 재미있다.

    "...저 시계는 필요하면 분해해서 초소형 태엽 골렘을 만들수도 있고...!"
    "...저 시계야말로 영하 100℃에서 문제없이 작동하는데다가..."

    ...아니, 그거 슬슬 시계에서 벗어나고 있지 않아요?
    표정 변화는 적지만 왠지 주변 온도가 내려가는 느낌이다.
    설마하는 마음에 벽면에 붙은 온도 패널을 확인한다. 느낌이 아니라 진짜로 내려가고 있다!!
    더 이상 놔두었다간 실력행사로 넘어갈 기세다. 정말로 쉬고 싶다.
    두 사람을 말리기 위해 입을 열였다.

    "...아니, 저 시계는 안 차고 다니는데요."

    ...아아, 따갑다. 선배가 보내는 시선은 그야말로 뜨거워서 타오를 것 같다.
    반대로 정령이 보내는 시선은 무엇이든 얼려버릴듯이 차가웠다. 아니, 물리적으로 얼어붙고 있다. 위험하다.
    말없이 왼 소매를 걷어 팔꿈치까지 피부를 드러낸다.
    그리고 조심조심 내부에 묶어둔 마력을 풀어내자 드러낸 팔이 두 배 가까이 부풀어오르고 잿빛 털이 자라나기 시작한다.
    얼음공주에게는 처음 보여주는 장면이다.

    "...놀랐습니다. [늑대]라는 건 바람둥이라는 뜻인 줄 알았는데 말 그대로 늑대였군요."

    놀라게 하려고 변신을 보여준 건 아니다. 조심조심 마력을 다시 내부로 묶어가며 입을 열었다.

    " 이런 몸이라서 말이지. 손목시계 같은 걸 차고 있다가 까딱 해서 변신이라도 하는 날엔 다 부서져 버릴걸."

    아니면 손목시계 대신 손목이 날아가 버릴 지도 모르지...라는 이야기는 굳이 하지 않는다.
    나름대로 고민해서 준비한 선물일텐데 사용할 수 없다는 건 역시 조금 아쉬운 기분이다.
    무슨 이유로 준비한 선물인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 일단 받아둬. 변신을 자유롭게 할수 있게 되면 사용하면 되는 거 아닌가."

    아쉬운 마음을 읽힌 걸까. 선배는 왼손을 잡아서는 시계상자 두 개를 쥐어주었다.
    얼음공주 쪽을 보니,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이지만 반대는 하지 않는 눈치다.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마력의 제어에 더 힘써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두 사람의 호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

    "...그런데, 선배는 내가 이런 체질인 거 알고 있으면서 왜 시계를 준비한거에요?"

    " 아니, 그게 말이지...공주님이 고민하는 모습에 왠지 모르게 불타올라서 그만?? "

    베시시 웃는 그 얼굴에 아무래도 상관없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마녀가 친 장난에 휘말려든 얼음공주 대신 소소하게 한마디 해주고 싶어졌다.

    " 용사님, 사악한 마녀가 여기 있어요!! "

    " 죽을래!? "

    --------------------END--------------------

    늑대 씨는 헐크가 입는 고무줄 바지가 필요합니다.
    글쓴이는 머릿속에 돌맹이가 굴러다닙니다.
    80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이제 상관 없어. [새창] 2017-11-26 18:49:25 1 삭제
    문법은 참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좌절)

    사실 이번 내용을 적어내리면서도 몇번이나 쉼표를 찍고 싶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쯤 되면 정말 쉼표 중독인듯.
    다음번에도 이런 느낌을 유지할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니면 폐활량을 늘려서 쉼표 없이 읽게 되던가...이게 아닌가.)

    마녀가 사라져 가는 장면은, 개인적으로는 많은 고민을 담은 문장이었어요.
    마녀 나름대로 이별에 많은 아쉬움을 느낀다는걸 표현해 천천히 사라진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어색한 문장이 되어버렸어요.
    지난번에 이에 절실하게 문장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느껴지네요.

    정말 많은 도움이 되는 감상평입니다. 앞으로도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79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이제 상관 없어. [새창] 2017-11-26 17:03:47 0 삭제
    "...기다려주세요, 마녀님."

    돌아서려던 발길이 붙잡힌 것은 목소리에 담긴 뜻이 이상해서일까, 아니면 그 목소리 어딘가에서 그리움을 느껴서일까.
    차마 발걸음을 때지 못하고 목소리의 주인공에게 시선을 옮긴다.

    " 기다려달란...말이야."

    목소리는 나무에 기댄 갑옷 안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틈이 보이지 않는 중장갑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 어딘가에 고용된 기사인걸까.
    적어도 마녀를 쫒기 위한 추적자가 할 법한 복장은 아니다. 지금처럼 어두운 밤에 숲속에서는 더더욱 곤란한 차림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그는 나를 쫒아왔다. 무기조차 뽑지 않고 덤벼들기에 조금 고생하며 마비 주문을 찔러넣었다. 다치지 않게 하느라 나름 애먹었다.

    이제 어쩌면 좋은 걸까.

    조심스레 기사에게 다가가본다.
    무기는 허리에 걸려있지만 뽑으려는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마비 주문이 확실하게 걸린걸 확인하고는 투구에 살짝 손을 대어본다.
    조금 시간이 흐른다. 갑옷에 아무런 함정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는 내심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조심스레 투구를 벗겨 본다.

    "...과연, 이래서였나."

    투구 밑에서 나타난 얼굴은 확실하게 기억 속에 있다.

    ----------

    " 안녕, 꼬마야? "

    이름조차 없는 작은 마을 근처 숲에 자리를 잡게 되면서 인사차 돌아다니다가 알게 된 소년이었다.
    처음 만났을 땐 부모 뒤에 숨어 나올 생각도 하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마을에서도 알아주는 개구쟁이였다.

    " 숲에 들어올 땐 조심하렴? "

    어른들 몰래 숲에 들어왔다가 맹수들에게 습격당하는 걸 구해준 적이 있다.
    상황이 급박해서 자연스레 제일 발동이 빠른 마술을 사용했었다.
    정말로 마술을 사용하는 마녀라는 걸 알고는 눈을 반짝이던 기억이 난다.

    " 싸우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

    이유는 말해주지 않았지만 강해지고 싶다고 했다.
    마술을 가르쳐 주는건 여러모로 위험한 시대였기에 대신 몸을 쓰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오히려 이쪽이 적성에 맞았는지 배우는 속도가 빨라서 인상깊었다.

    " 커서 훌륭한 기사님이 되는거야, 알았지? "

    가족이 큰 도시로 이사를 가게 되어서 해어져야 했다.
    좀처럼 울음을 멈추지 않아서 곤란했다.
    꼬마가 어른이 되면 꼭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었다.

    ----------

    "...그래놓고 이런 식으로 재회인가...신 님도 너무하신걸."

    대략 3일 정도일까. 희귀한 약초를 찾아서 깊은 숲 속을 해매다 돌아왔더니 마을이 불타고 있었다.
    바람소리에 섞여 간간히 마녀를 찾으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를 찾았던 걸까. 아니면 마녀사냥이라는 이름 아래 약탈이라도 있었던 걸까.
    어느쪽이든, 이젠 되돌릴 수 없는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살짝 마주친 눈빛이건만 슬픔이 가득 전해져온다.

    "...마녀님, 가면 안..."
    " 거기까지, 기사님. 더는 말하면 안되요."

    무언가 말하려는 기사를 멈추고 살며시 그 뺨을 쓰다듬는다.
    자신이 나고 자란 마을이 불타오르는 걸 보면서 얼마나 괴로웠을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숲속을 해매다 나를 발견하고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위로해주고 싶지만 내가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뺨에서 손을 때고 허리를 편다. 기사는 무언가 말하려 하는 듯 하지만 더 이상 입이 움직이지 않는다. 마비 주문은 제대로 걸린 듯 하다.

    " 우리는 여기까지인 거에요."

    어딘가에서 감시하는 눈이 있을지도 모른다. 목숨을 빼앗지 않을 거라면 오랫동안 같이 있는 건 위험하다.

    " 우리는 이제 상관 없는 사이가 되는 거에요."

    마녀사냥이 한창인 시대이다. 어릴적이라곤 해도 마녀와 아는 사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여러모로 위험하다.
    기사의 눈빛이 심하게 떨리다가, 이내 무언가 이해한듯 나를 똑바로 바라본다.
    확실히 어릴 때부터 머리 회전이 빠른 아이였다.

    "...안녕히, 사랑스러운 작은 기사님."

    마녀는 숲의 그림자를 밟듯이 점점 사라져간다.
    기사는 달빛 아래에 앉아 마녀를 바라보다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

    " 밤은 깊어도 달은 밝건만
    밝은 빛에 인연은 희미해지고
    어두운 그림자에 연인은 사라져가요
    아아, 사랑하는 님이여
    우리가 엮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인가요
    아아, 이제는 상관 없는 사람
    주인 없는 추억만이 남아있네요."

    오랜만에 보는 보라색 달빛에 감성을 자극한 걸까. 그녀는 휴게실 창가에 기대어 서서는 처음 듣는 구절을 입에 담는다.
    살짝 노래하듯이 흘러나오는 시가 왠지 무척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펑퍼짐한 연구복도, 꼬리처럼 천천히 흔들리는 포니테일도 잘 그린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다만, 그저 한 가지-

    "...포도 주스 손에 들고 그렇게 폼 잡아 봐야..."

    " 죽을래?"

    --------------------END--------------------

    ...저는 대체 뭘 쓰고 싶었던 걸까요. 직접 쓰고도 모르겠네요...(혼란)
    78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얼음' [새창] 2017-11-25 20:31:20 0 삭제
    쉼표를 줄이는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다시금 느꼈습니다. OTL

    위에서 짚어주신 것처럼 이쯤에서 한번 멈추고 다시 읽어가야 할것 같다는 부분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쉼표를 찍는 편입니다.
    쓸대없는 쉼표가 많이 보인다는건, 역시 제 문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마구 드네요.

    선배가 해설해 주는 부분 역시 제 설명 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문에는 쓰지 않은 이야기지만 선배와 공주님은 서로 아는 사이입니다.
    이 [아는 사이]라는 부분을, 선배가 공주님의 행동을 똑같이 따라하는 부분에서 [이미 알고 있었다]라는 암시를 주고 싶었습니다만...
    부족한 문장력이 여기서 다시 한번 나타나네요.

    여러모로 부족한 글에 상세한 감상평 깊이 감사드립니다. 조금 더 노력하겠습니다.

    덧 : 지금 이 덧글에서도 쉼표가 몇번이나 들어갔다가 빠졌는지 모르겠습니다. 큰일이네요.
    77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얼음' [새창] 2017-11-25 18:02:57 0 삭제
    "...뭐야 이건. 왜 여기만 한겨울이야?? "

    복잡해진 머릿속을 정리하려고 찾은 휴게실에서는, 물을 뿌리면 눈이 되어 떨어질 듯한 냉기가 흘러 넘치고 있었다.
    아직 휴게실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 냉기가 느껴질 정도면, 내부는 어떤 상태일지 쉽게 상상이 되질 않는다.
    조심스레 문을 열어본다.

    " 하, 한겨울이 아니라 빙하기였나."

    세삼스럽게 휴게실의 방한-방열 성능을 실감한다.
    조심스럽게 들여다 본 내부에는 한 소녀가 소파에 앉아있다.
    새하얀 머리카락과 새하얀 원피스가 눈에 들어온다.
    다소곳하게 모은 하얀 팔과 다리, 곧게 뻗은 허리가 마치 조각상처렴 균형이 잡혀있다.
    새하얀 얼굴에 커다란 은빛 눈동자가 시선을 맞춰오고, 작고 조금 창백한 입술이 열린다.

    " 더워요. 문을 닫아주시길 바랍니다."

    " 온도 감각이 망가진 거 아냐?...라고 말하고 싶지만, 너라면 어쩔 수 없나."

    벽면에 달린 온도조절장치를 4℃에 맞춘다. 은빛 눈동자가 원망의 빛을 쏘아내는게 느껴지지만 모른 척 무시한다.
    평범한 사람에게는 4℃도 꽤 추울 거라 생각하지만, 이 아가씨라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인공구현환경 내 자연발생형 정령소환 및 안정유지 성공사례 1호].
    뭔가 길고 복잡하지만, 쉽게 말하자면 얼음에서 태어난 정령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별명은, 얼음공주.

    ----------

    차츰 휴게실 내부 온도가 올라가는 걸 느끼며 한숨 돌리고 있으니 그제서야 테이블이 눈에 들어온다.
    딸기맛, 포도맛, 녹차맛...일까? 대강 30개 정도, 온갖 색깔의 아이스크림이 컵에 담겨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늘어서 있다.

    "...빙하기에 먹는 아이스크림이라."

    "무슨 문제 있나요? "

    무심결에 튀어나온 혼잣말에, 소녀는 무표정한 얼굴 그대로 의문을 던져온다.

    " 아니. 네가 그러고 있으니까 나름대로 그림이 된다고 생각했어."

    새하얀 얼음공주를 호위하는 총천연색의 얼음과자 병사들 - 조금 동화같다.
    내 대답이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소녀는 빤히 나를 바라보고 있다.
    표정변화가 거의 없는 탓에 감정을 짐작하기가 어렵다.

    "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일단 앉아주시길 바랍니다."

    소녀의 권유에, 반대편 소파를 다가가 슬쩍 앉아본다.
    차갑다. 이건 엉덩이가 위험할 것 같다.

    "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요."

    소파를 슥슥 문질러 냉기를 조금 털어내고 있자니, 소녀는 조용하게 자신의 용건을 꺼낸다.
    손에는 하얀색 아이스크림이 담긴 컵이 들려있다. 바닐라 맛인 걸까?

    " 이 얼음은 맛있습니까? "

    뜬금없이 묘한 질문이 날아들었다.
    이 연구소에서 생활한지 꽤 오래 되었다고 들었는데, 아직 아이스크림을 먹어 본 적이 없었던 걸까.

    "음, 적어도 난 맛있다고 생각해. 공주님한테는 그다지 맛있지 않았던 걸까?"

    " 저는 얼음 정령이에요. 맛을 느끼는 감각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건드리면 안되는 부분을 건드린 건지, 무표정한 가운데 눈빛만이 날카롭게 쏘아져 온다.

    " 그리고 공주라고 부르지 말아주세요, 늑대. 이런 저라도 감정은 존재하는 터라 조금 부끄럽습니다."

    건드리면 안되는 부분은 별명 쪽이었나보다. 부끄럽다면 조금은 그런 표정을 지어주면 좋겠다.
    덤으로 내 별명을 슬쩍 끼워넣어서 부르는 것은 참아주었으면 한다.

    " 질문을 변경할게요. 이 얼음은 사람들이 좋아합니까? "

    날카로운 눈빛이 잦아들고 다른 질문이 날아든다. 이번에도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기 힘들다.
    스스로 맛을 느끼지 못하니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싶었던 걸까.
    소녀에게 실례가 될 듯한, 조심스러운 생각을 하며 질문에 답해본다.

    " 차가운 걸 못 먹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아한다고 생각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말이지."

    " 개인적인 의견인가요."

    소녀는 느린 동작으로 손에 들고 있던 하얀 아이스크림을 테이블에 내려놓고는 다른 아이스크림을 집어들었다.
    손에 들린 것은 연한 녹색 아이스크림. 색깔만으로는 맛을 짐작하기 힘들다. 역시 녹차맛인 걸까.

    " 드세요."

    소녀는 집어든 아이스크림을 그대로 나에게 내민다. 컵에는 작은 스푼도 하나 끼워져 있다.
    조심스레 컵을 받아든다. 살짝 닿은 손가락이 꽤 서늘하다는 감상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한입 떠넣는다.
    그리고 혓바닥을 강타당했다.

    " ...뭐야 이거, 와사비 맛?! "

    알싸한 매운맛에 혓바닥이 마비되는 기분이다. 질 나쁜 장난인가 싶었지만, 소녀의 무표정과는 달리 그 눈빛은 사뭇 진지하다.

    " 마지막으로 물어볼께요. 그 얼음은 사람들이 좋아합니까? "

    이쯤 되면 무엇을 물어보고 싶은건지 똑바로 말해 주었으면 한다. 한마디 쏘아주고 싶은 마음을 숨기고, 질문에 대한 답을 골라간다.
    아마도, 이 질문은 그녀 나름대로 중요한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운 맛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해."

    난 매운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말이지, 라는 속마음은 숨겨두기로 하자.

    " 그렇군요. 도움이 되었습니다."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아닌지는, 역시 표정만으로는 잘 모르겠다.
    소녀는 다시 하얀색 아이스크림을 집어들어 나에게 넘겨준다. 마침 얼얼한 혓바닥을 달래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아이스크림을 받아들고 나니, 소녀는 다소곳한 자세 그대로 무언가 생각에 잠긴 눈치다.
    별로 방해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아서, 넘겨준 하얀색 아이스크림을 한 입 떠넣는다.

    마늘 맛이었다.

    ----------

    하루가 지나고, 이번에는 선배가 휴게실을 점령하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주황색 아이스 림이 두 개. 하나는 이미 반쯤 없어져 있다.

    "...결국 공주님은 무슨 질문을 하고 싶었던 걸까요."

    어제 있었던 이야기를 전하니, 그녀는 방긋 웃으며 입을 연다.

    " [얼음]은 그녀, [맛]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만."

    아이스크림 좋아하냐는 질문이 이렇게 엉뚱하게 해석될 수 있는지는 처음 알았다.
    당황하고 있는 나와는 상관없다는 듯, 그녀는 이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 공주님...은 정령이지만, 사람들과 대화가 가능하고 평화적인 생활이 가능한 지성체야.
    그녀가 원한다면, 언제까지라도 사람들과 섞여 살아가는 게 가능하겠지."

    말하던 도중 목이 말랐는지, 반쯤 없어진 아이스크림을 들고 한 입 떠넣는다.
    잠시 혓바닥에 느껴지는 찬 기운을 만끽하던 그녀는, 이내 꿀꺽 삼켜버리고 말을 이어간다.

    " 하지만 사람은 상대방이 자신에게 맞추어 주는 걸 좋아하는 생물이라서 말이지.
    이대로 사람들이 가진 욕망에 물들어 버리는 것이 무서웠을 거야.
    그녀는 순수가 인격을 가진, [정령]이라는 생명체니까."

    그래서 예시가 아이스크림이었나.
    사람들이 원하는 맛에 물들어 버린, 사람 취향의 [얼음].
    사람들의 욕망에 물들어 버린, 사람 취향의 [얼음 정령].
    조금 씁쓸한 생각을 하는 가운데, 선배는 나에게 멀쩡한 아이스크림을 내민다.

    " 다음에 공주님을 만나면 팥빙수라는 게 있다는 걸 말해줘야겠네요."

    선배는 말없이 미소를 지었고, 나는 선배가 내민 아이스크림을 받아들고 한 입 떠넣었다.

    ...아무리 그래도 당근 맛은 너무하다고 생각했다.

    --------------------END--------------------

    추운 겨울에 먹는 아이스크림은 역시 좋다고 생각합니다.
    76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귤' [새창] 2017-11-24 19:38:59 0 삭제
    감상평을 읽고 제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쉼표의 처음 의도는 조금 느리고 묘한 느낌을 주기 위해였습니다만, 읽다 보니 없어도 될 쉼표가 너무 많이 보이네요.
    등장인물들의 말투는...네, 제 공부 부족입니다. 특히 번역체 같은 경우에는 지적해 주시기 전까지는 생각도 못했네요.
    더욱 더 많이 읽고 공부해야겠어요.

    부족한 글에 친절한 감상평 감사합니다.

    덧 : 드래곤 라자는 저도 좋아합니다. 처음 읽은 판타지 소설이거든요. 특히 샌슨과 말이 후치에 타면 된다거나...(응??)
    75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귤' [새창] 2017-11-24 17:53:04 0 삭제
    " 여어, 후배. 무슨 일로 그렇게 죽을상이신가?"

    휴게실 소파에 앉아 머리를 감싸쥐고 있자니, 머리 위로 경쾌한 목소리가 떨어져내린다.

    "...이왕이면 이름으로 불러주시면 안될까요, 선배."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는다.
    먼저, 꼬리처럼 찰랑거리는 긴 포니테일에 시선을 빼앗기고,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펑퍼짐한 백의가 감추고 있는 작고 갸날픈 몸이 눈에 들어온다.
    손에는 복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검은 비닐봉지가 들려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키는 160센티미터에 몸무게는...

    " 죽을래?"

    " 히익? !"

    마음을 읽혔어? ! 라며 바들바들 떠는 내 모습에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반대편 소파에 앉는다.
    잠시 이쪽을 관찰하는 듯 하던 그녀가, 슬며시 미소를 지어간다.

    " 아무리 봐도 표정이 딱 '죽고 싶다'는 표정인데...도와줄까?"

    " 그거 도와줘도 범죄거든요? !"

    웃는 얼굴로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이 아가씨는! !

    " 농담이야, 농담. 긴장 풀고 웃는 얼굴이라도 지어 보라고."

    알아듣기 힘든 농담을 하는 아가씨다.
    그런 말을 하며,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비닐봉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뭔가 둥그스름한 물체가 가득 들어있는 모양을 하고 있는 비닐봉지. 그녀는 그 안에 손을 집어넣는다.

    " 그래서, 무슨 이유로 그렇게 죽을 상을 하고 계신가? 조언 정도라면 해 줄 수도 있는데."

    비닐봉지에서 꺼내진 물체는, 귤이다. 주황색이 진하고, 크기도 꽤 커서 맛있어보인다.
    지금은 딱히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아니, 뭐...고민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자아성찰인데요..."

    ----------

    " 아하, 그러니까 마음에 두고 있던 여자사람에게 고백도 전에 차인건가."

    주먹만한 귤을 하나하나 벗겨가며 이야기를 들어주던 그녀는 명쾌하게 결론을 지어버린다.

    "...그렇게까지 줄여버리니 오히려 상쾌할 지경이네요."

    내가 해준 이야기는 조금 달랐다고 생각한다.
    짧게 이야기하자면, 신경쓰이던 여자아이가 어느 날 말하기를

    [ 오라버니. 생각보다 냉정한 부분이 있으시네요. 조금 무서울지도.]

    라며 차츰차츰 만나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내가 그 정도로 무서운 사람이었나, 하며 고민하고 있을때, 이 아가씨가 귤을 들고 습격해 온 것이다.

    " 듣고 보니 별 일도 아니구만..."

    그녀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귤을 한 알 입 안으로 던져넣는다.
    이쯤 되니, 며칠 동안 머리를 부여잡고 고민했던 내 시간은 뭐였나 싶을 지경이다.
    복잡한 마음을 담아 그녀를 노려보고 있자니, 그녀가 무언가를 내 쪽으로 던져온다.
    반사적으로 잡고 보니, 겉껍질이 벗겨져 나간 귤 한 개다. 크기도 크거니와, 진한 향도 느껴진다.

    "질문이야, 후배. 그건 [귤]인가?"

    어느새 내 쪽으로 몸을 구부려 온 그녀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질문을 던져온다.
    그 미소 가운데에서, 눈동자만은 진지한 빛을 띄고 있는걸 눈치채고는, 손에 들려진 귤로 시선을 돌린다.
    겉껍질은 벗겨젔지만, 둥그스름한 모양을 유지하고 있는 덩어리 하나.

    " 예, 확실히...이건 아직 귤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대답을 돌려주자, 그녀의 미소가 조금 더 깊어진다.

    "그럼, 알맹이를 한 조각 때어보겠어?"

    말한대로 한 알을 때어내본다. 조금 즙이 나오고, 새콤달콤한 향이 퍼져나온다. 왠지 식욕을 자극당하는 느낌이다.

    " 다시 질문이야, 후배. 때어낸 그건 [귤]인가?"

    방심할 틈도 없이 다시 질문이 날아들었다.
    다시 손을 들여다본다. 틈이 생긴 귤 한덩이와, 때어져나온 귤 한 알.
    큰 덩어리 쪽은 어찌어찌 아직 귤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작은 쪽은...

    "이건 역시...귤이라기보단 [귤 한 알]이죠?"

    나름 고심해서 내놓은 답이 마음에 들었던 걸까, 그녀의 미소가 한층 밝아진 느낌이 든다.
    그녀는 천천히 작은 몸을 펴서 소파에 기대며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 그래, 그건 [귤 한 알]이지. 먹으면 귤 특유의 맛이 느껴지는, 평범한 귤 한 알이야."

    그녀는 소파에 기댄 듯한 모습으로 귤을 하나 집어들고서는, 천천히 껍질을 벗겨나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걸 [귤]이라 부를 순 없어. 귤도 한 알마다 그 맛이 조금씩 다른 법이거든."

    껍질은 순식간에 벗겨저버리고, 어느새 귤은 그녀의 손 안에서 알몸이 되어있었다.

    " 그녀가 맛본 것이 후배의 [냉정한 일면]이지, [후배]가 아닌 것처럼 말이지."

    알몸이 된 귤에서 한 알을 때어내어 눈 앞으로 가져간다. 조심스럽게, 관찰하듯이.

    " 그러니까...언젠가 귤 하나를 다 맛봐줄 사람을 기다려보자고, 후배? "

    그녀는 다시금 환하게 미소지으며, 관찰하던 귤 한 알을 입 안으로 던져넣는다.
    조용히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나 역시, 아직 손에 들고 있던 귤 한 알을 입으로 던져넣는다.
    새콤달콤하고 진한 맛이 혀를 자극해오고, 조금 마음이 편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

    " 그런데, 선배. 이건 왠 귤이에요? "

    " 내가 키운거야. 맛있지? "

    " ...억? "

    --------------------END--------------------

    ...쓰다보니 귤이 엄청 먹고싶어지네요.
    74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중력' [새창] 2017-11-10 22:35:11 0 삭제
    지구와 달에 관련된 이야기를 사람처럼 풀어보면 어떨까 생각하며 적어보았습니다.

    ....조금 판타지스러운 여지를 남겨두고 적어보았습니다만, 막상 적고보니 이거 연애 이야기잖아...OTL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73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중력' [새창] 2017-11-10 11:37:23 0 삭제
    첫 만남은, 기억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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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이웃집에 살고 있는, 흔히 말하는 소꿉친구다.
    같은 나이, 같은 동네. 필연적으로 같은 학교.
    사회 생활에 이르기까지, 그녀는 늘 내 곁을 맴돌고 있다.

    기억할 수 있는 최대한의 과거까지 내려가보면, 그녀는 늘 내 곁에 있었다.
    주변 사람들, 주로 부모님께 들은 이야기로는, 첫만남은 꽤 강렬했다고 한다.
    막 걸음마를 익힐 시절, 나에게 맹렬하게 걸어와서는 그대로 충돌사고를 일으켰다나.
    크게 다치진 않았다고 하지만, 그 나이 때에는 엄청난 충격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녀가 내 주위를 맴도는 것 역시 그때부터였다고 한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늘 함깨 뛰어 놀았다.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그녀도 좀 더 여자다운 놀이를 하고 싶지 않았을까 싶다.
    중학교 시절에는 조금씩 그녀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최대한 밖으로 표시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어린 마음에도, 귀엽고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늘 그녀가 보여 주던 미소 뒷면에 있는 이야기를 알았다. 혼란스러웠다.
    곁에 있는 그녀를 꼭 안아주고 싶어졌다.
    그럴 수 없었지만.

    ----------

    어른이 되었을까-- 라고 생각했을 즈음, 나와 그녀의 사이는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고 느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치채지 못할만큼 조금씩, 조금씩.
    기억나지 않는 충돌사고 직후부터, 그녀와 나는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한가지 확실한 건--

    그녀와 나는, 서로 이끌리고 있다.

    ------------------------------
    [부제 : 지구와 달의 이야기, 현재진행형]
    어쩌면 그녀의 비밀은 나이일지도 모릅니다.
    (부끄)(도주)
    72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한숨' [새창] 2017-11-07 11:45:16 0 삭제
    한 숨, 쉬어봅니다.

    하고 싶었던 말.
    하고 싶지 않았던 말.
    꼭 해야 할 말.
    끝까지 하지 못했던 말.

    마음 속에 담겨진 말은 수도 없건만
    나오는 것은 어찌하여 한숨 뿐인가요.

    손을 내밀어 보건만
    몸이 움직이지 않아요.

    조금 더 이 손으로 만지고 싶었건만
    조금 더 이 품으로 느끼고 싶었건만
    조금 더 그 온기를 나누고 싶었건만.
    이제 이 몸은 쉬기를 원하나 봅니다.

    한 숨, 쉬어봅니다.
    다시 한 숨, 쉬어봅니다.
    또, 다시, 한 숨.

    쉬어지지 않아요.

    --------------------------------------------------
    ...쓰고 나서 생각난 거지만, 이거 문장이 아니지 않아요...?
    부족한 머릿속에서 태어난 게 미안해서라도 등록할거지만!!
    (부끄)(도주)
    71 웹갤) 또봇 수위물 현황 [새창] 2016-08-01 23:16:25 2 삭제
    로봇들 말고 등장인물(초등학생)들을...(소근소근)
    70 따라 그릴 캐릭터좀 주세요... [새창] 2016-08-01 20:04:07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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