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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코아의꿈님의 댓글입니다.
    번호 제목 댓글날짜 추천/비공감 삭제
    46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한가할 때 뭐해?' [새창] 2017-10-03 18:39:38 1 삭제
    “오빠는 한가할 때 뭐해요?”

    진혁은 예진의 물음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대학 동기의 소개로 만난지 2개월, 사귄지 갓 한달이 넘은 여자친구는 여러 부분에서 자신을 배려하려는 모습이 많았다. 말 수가 적고 친구를 자주 만나지 않는 진혁과는 반대로 외향적이고 밝은 성격의 예진은 정적이 흐를 법한 상황이면 언제나 자신이 주도해서 대화를 이끌곤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순간마다 진혁은 예진이 자신에게 아까운 사람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진혁이 자신 앞에 놓여있던 아메리카노를 한모금 마신 뒤 조용히 입을 열었다.

    “...글,조금 써요.”
    “글?대박,나 마침 글 읽는거 좋아하는데. 어떤 장르 주로 써요?”
    “...그냥, 이것 저것.”
    “와, 오빠 진짜 멋있어 보이는거 알아요? 저 진짜 글 쓰는 작가들 되게 대단하다고 생각 했거든요!”
    “...아.”
    “오빠,혹시 글 쓴거 보여줄 수 있어요?”
    “...”
    “저 사실 가리는거 없이 다 읽거든요. 국내 작가도 좋고 해외 작가도 좋아요. 아, ‘Serendipity’ 알아요? 제가 진짜 좋아하는 소설이었는데 영화화 되서 얼마나 기뻤는데요!”
    “아...네.”

    아주 잠시 진혁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본래대로 돌아왔다. 찰나의 변화였던 탓에 예진은 보지 못한 듯 했다.

    “오빠가 쓴 소설, 엄청 재밌을 거 같아요!혹시 공모전 같은 것도 나가고 그래요?”
    “...딱히 그러진 않아요.”

    괜히 머리만 긁적이며 잔 속의 아메리카노 만 마시던 진혁이 어색하게 시선을 피했다. 두 귀 끝이 발개져 있었지만 예진은 그것을 보지 못한 듯 그저 웃고있을 뿐이었다. 여전히 자신 앞에서 눈을 빛내는 예진은 진혁에게 조금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그렇다 해서 피하고 싶은 마음이 있냐 물으면, 그것은 아니었다. 예진이 싫지는 않기에 최대한 대화에 동참하려 노력하는 것이었다.

    “아, 맞다. ‘Serendipity’ 작가님, 그 동안 얼굴 보인 적 없는거 알아요? 출판사에도 이메일로 원고 보내서 출판사 사람들도 얼굴 모르고 가족들도 무슨 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대요! 그나마 필명만 조금 알려져 있고...”
    “저...다른 얘기 하면 안될까요.”

    신이 나서 종알거리던 예진이 헙 하고 입을 틀어막았다. 동작이 조금 과장된 터라 마치 만화 속 등장인물을 보는 듯한 착각까지 일어날 정도였다. 진혁이 잔 속에 남아있던 커피를 마저 마신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먼저 일어날게요.”
    “아,네!약속 있으시면 말씀 해주시지... 다음주에 영화 보러가요!”

    예진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진혁이 자리를 벗어나 카페 바깥으로 걸음을 옮겼다.

    ***

    “다녀왔습니다.”
    “왔냐? 과자 사왔지?”

    진혁이 한심하다는 듯 과자 봉지를 재혁의 얼굴로 던졌다. 턱 하는 소리와 함께 얼굴에 정통으로 과자 봉지를 맞은 재혁이 진혁을 노려보다 이내 과자 봉지를 열었다.

    “과자 사와서 봐주는 줄 알아.”
    “닥쳐.”
    “이렇게 마음씨 좋은 형도 없다,동생아. 넌 복 받은 줄 알아. 아,맞다. 너 여친 생겼다며?”

    진혁이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쿠션을 들어 재혁에게 던졌다. 재혁이 가볍게 쿠션을 잡고서 입꼬리를 올려 씨익 웃었다. 타인이 보기에는 사람 좋은 미소 였지만 진혁에게는 그저 자신을 놀리기 좋아하는 성격 나쁜 형의 모습이었다.

    “표 두장 정도 줄까? 작가 특권으로 받은 표 있는데?”
    “...필요없어.”
    “이거 어디서도 못 구하는 푠데?시사회 전석 매진인데 내가 가진 표가 시사회 VIP 표야. 탐나지 않아?”
    “...”
    “동생아, 나는 너의 연애사업을 응원해. 그러니까 표를 주는거겠지.”
    “...배재혁 진짜 싫다,진짜.”
    “대신 한달간 꼬붕 노릇 좀 해. 내가 요새 Serendipity 후속편 작업 중이라 너무 힘들다,야.”
    “...2주. 그 이상은 안돼.”

    재혁이 노트북 옆에 놓여있던 표 두장을 집어 흔들어 보였다. 진혁이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표를 낚아챘다. 예진과 데이트를 할 때 쓸 표가 생겼다는 기쁨보다 앞으로 2주간 재혁이 자신을 개처럼 부려먹을 것이라는 짜증과 걱정에 벌써부터 두통이 오는 기분이었다.
    45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귀향.' [새창] 2017-10-02 23:03:29 0 삭제
    라식 수술도 불가능할 정도로 시력이 바닥을 기어서 두꺼운 안경을 달고 산다.
    굳은 살이라 생각하고 무심코 뜯어버린 살점이 제거제로도 없어지지 않는 네개의 딱딱한 사마귀로 번졌다.
    지금 당장 교정에 들어가도 최소 반년의 기간과 수천만원의 교정비가 예상되는 척추측만증과 거북목을 가졌다.

    무엇 하나 나은 것 없이 숨 쉬고 있는게 유일한 장점인 잉여인간. 그것이 바로 나, '한예정'의 현 주소였다. 평범한 지방 소규모 회사에 근무하는 부부의 막내딸로 태어나 남들이 '지잡'이라 부르는 대학에서 책 대신 술병을, 도서관 대신 호프집을 가까이 했다. 그 결과로 어지간하면 다 준다는 학자금 대출도 무려 '학점이 일정 기준치 미달' 이라는 이유 때문에 못 받았고 당연히 장학금은 꿈도 못 꾼 채 간신히 졸업증만 따낼 수 있었다.

    그래도 그 순간까지 나는 놀라울 정도로 낙천적이었다. 내 자매들이 모두 서울로 대학을 가서 잘 나가는 회사에 입사한 것을 보고 나 역시 서울로 가면 모든게 다 풀릴 것이라 생각했다. 내게 어떠한 추천서도 써주지 않은 교수들이 원망스러웠지만 '내 나름대로 창업을 해보자'는 목표를 가진 채 짐을 싸 그대로 상경했다. 부모님을 졸라 자취방 가격이 가장 비싸다는 강남 인근으로 향해 내 원대한 포부를 언젠간 펼쳐보이겠다는 다짐을 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그 결심이 일주일도 못 가고 흐지부지 되기 전 까진.

    ***

    띠링-띠링-

    귓가를 울리는 알림음에 뻑뻑한 눈을 비볐다.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았음에도 절로 앓는 소리가 터져나오는 동시에 건조한 입 안에서 텁텁한 맛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오늘 새벽 잠들기 전 양치를 하지 않은 것이 큰 원인인 것 같았다. 최근의 일과는 느즈막히 일어나 쇼핑과 게임을 번갈아 하다 눈이 뻑뻑할 때 잠이 드는 것이 전부였다. 음식은 배달 시켜 먹는 것이 전부였고 딱히 바깥에 나가는 활동도 하지 않아서 자연스레 한정적인 공간만 오가는게 전부였다. 그렇다 해서 딱히 생산적인 활동을 하냐 묻는다면... 그나마 숨쉬는 것이 내가 하는 유일한 생산 활동 이었다. 무려 '이산화탄소 생산 활동'. 솔직하게 말하자면, 딱히 바깥이 고프지 않았다. 창문을 열면 보이는 직사각형의 건물들이 이제는 익숙했다. 이미 잉여가 된 인생, 이렇게 산다 해서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휴대폰 알림을 끄고 자연스럽게 컴퓨터 앞에 앉았다. 문득 배를 벅벅 긁다 잡히는 살들이 예전 같지 않았다. 빼빼 마른 체형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이 정도로 살이 오르지는 않았던 몸매였는데. 일단 인터넷을 켜서 메일함을 확인했다. 마구잡이로 가입한 쇼핑몰들이 보낸 스팸 메일들을 주기적으로 비워주는 것이 묘한 생활의 낙 이었다. 자주 오가서 VIP 회원이 된 곳 부터 언제 가입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곳 까지. 이 모든 곳이 내 잉여 인생에 한 몫 했다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에이씨, 이거 분명히 해지 했는데."

    메일 사이에 달갑지 않은 수신자명이 있었다. '창업지원센터'. 야심차게 서울로 올라와 가장 먼저 한 것이 창업을 지원해주고 도와주는 센터에 신청한 것이었다. 하지만 일주일 뒤 가기 귀찮아 안 간 것을 시작으로 결국 3개월 과정 중 단 5일만 출석하고 모든 것이 끝났다. 그 이후로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지내고 있었다. 이미 끝나버린 일이고 더 이상 귀찮게 연연하기 싫었기에 망설임없이 해지했는데, 제대로 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어차피 스팸 메일 중 하나일 뿐이라 큰 미련없이 메일을 지웠다.

    "아침부터 별 거 다 봤네."

    발 끝으로 반대 다리를 벅벅 긁으며 운동기구 쇼핑몰에 들어갔다. 살이 불어난 것 때문에 운동이 필요할 것 같았다. 예전에는 피트니스 클럽에서 개인 PT를 따로 신청했지만 천천히 진도를 나갈 것이라는 내 생각과 완전히 어긋난 트레이너의 행동에 이 역시 사흘 정도 나가고 끝났다. 차라리 집에서 하는게 편했다.

    "어디, 뭘 해볼까...아령은 팔 다칠 수도 있고. 사이클은 무릎 관절에 안 좋아. 런닝머신? 아냐, 이거 들여놓을 곳 없어. 그렇다고 맨 몸으로 운동하는건 영 효과가 없을 거 같은데..."

    그러다 문득 통장 잔고 생각이 났다. 얼마 전까지 신용카드를 사용하다 과소비를 이유로 아버지가 압수 해가셨다. 덕분에 남은 돈으로 생활해야 하는 터라 자주 시켜먹던 중국집도 최근에는 시키지 못했는데, 그런 내게 운동기구를 살 돈이 있을 리 만무했다. 습관처럼 쇼핑몰에 들어가는 버릇 덕에 잠시 잊고 있었다. 급히 휴대폰을 들어 통장 잔고를 확인하는 앱을 켰다. 그리고 곧 절망했다.

    "...이 돈으로 앞으로 어떻게 버텨?"

    운동기구를 사거나 밥을 사먹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카드를 돌려받지 않는 이상 앞으로의 생활도 어려울 듯 싶었다. 예상보다 꽤나 귀찮은 일이었다. 가뜩이나 떡진 머리를 벅벅 긁으며 굴러가지 않는 머리를 긁다 결국 내가 선택한 일은 부모님께 전화를 거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꽤나 크게 화를 내긴 하셨지만 그래도, 막내딸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하면 무어라 하시지 않을 것 같았다. 익숙하게 연락처에서 '엄마'를 찾아 통화 버튼을 눌렀다. 잠시 휴대폰을 보고 계셨던건지 연결음은 그리 길지 않았다.

    [여보세요?]
    "엄마!나 예정이!"
    [...이놈의 지지배, 왜 전화했어! 또 돈 달라고 할거면 당장 끊어!]

    이건 예상 밖의 반응이었다.

    "아, 엄마!끝까지 좀 들어봐. 딸이 지금 돈이 없어서 굶고 있다니까?"
    [굶기는 개뿔이나. 너 서울에 집 지금 사는 것도 다 엄마 아빠가 내주고 카드도 주고 그랬는데 굶긴 뭐가 굶어! 맨날 오냐오냐 하니까 아주 눈에 뵈는 거 없이 엄마 아빠가 돈줄로만 보이지!]
    "아,아냐!"
    [아니긴 뭐가 아냐! 예쁘고 정직하게 자라라고 이름 지어 놨더니 왠 식충이가 자랐어! 니 언니 예지랑 예린일 좀 봐봐. 니가 클럽인지 뭔지 가서 놀때 공부하고 장학금 타오고 그러더니 지금 서울에서 내노라하는 기업 들어갔잖아!]
    "아, 언니들이랑 비교하지 말라고!언니들은 나랑 연락도 안하려고 하는데!"
    [내가 하지 말라고 했다,왜!하여튼, 돈 줄거 없으니까 끊어! 그리고 올해까지 알바라도 하나 못 구하면 집 월세도 끊을거야!]

    더 이상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전화는 허망하게 끊겼다. 어머니가 이렇게 나올 정도면 아버지는 볼 것도 없고 언니들은 죽어라 내 연락을 피하니, 결국 남은 돈으로 먹고 살아야 했다. 이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알바든 뭐든 구하기 전에 돈이 더 필요했다. 당장 필요한 것들도 못 사는데 생활이 제대로 될 리 없고, 그러면 일을 구하는 것에도 지장이 있을게 뻔했다. 게임 전략을 짤 때나 돌아가던 머리가 갑자기 팽팽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탁, 하고 어떤 지점에 이르렀다.

    "...그래. 직접 가서 달라 하자."

    직접 가서 달라 하면 나의 간절함이 보여서라도 줄 것이 뻔했다. 게다가 이번 주 추석 연휴가 끼어있어 추석날에 잘 맞춰 간다면 친척들을 볼 수 있을테고 운이 좋다면 용돈도 탈 수 있을 것이 보였다. 갑자기 신이 나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연락도 않던 언니들과 적어도 나보다는 잘난 친척들 보는 것이 영 불편했지만 돈만 받을 수 있다면 뭐든 상관없었다. 머릿속으로 서서히 사고 싶은 물건들 리스트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정말, 오랜만의 고향집 방문이었다.

    ===

    지난번에도 말씀 드렸지만 소재에 떠오르는 줄거리를 정리해서 옮겨적는 편인데 혹시 (평소 다른 문장쓰기도 그렇고) 주제와 조금 어긋난 편인가요? 문득 궁금해지네요...
    44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불이 났어.' [새창] 2017-10-01 21:03:42 0 삭제
    아직 연습하는 단계인데 이렇게 피드백을 받으면서 점차 나아가는거죠ㅎㅎ갈길이 머니 열심히 올려보려 노력한답니다ㅎㅎㅎ 사실 이렇게 짧은 글을 쓰면서 소재 생각 해보는게 재밌답니다!! 그리고 애기 이름을 진아로 할까 주아로 할까 고민했었는데 저도 모르게 둘 다 써버렸네요^^;;;
    43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불이 났어.' [새창] 2017-10-01 19:34:54 2 삭제
    [올해 추석 연휴는 유례없는 10일간의 장기휴가로 벌써부터 여행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해외여행은 물론 국내여행까지 벌써부터 모든 여행지에 예약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데요. 오늘 '생생 6시 정보'에서는 연휴 기간에 가면 좋을 장소 BEST 10을 선별해...]

    진아가 듣기 싫다는 표정으로 전원을 껐다. 부모가 바로 돌아올 것이라며 평소에는 하루 30분만 허락하는 TV 시청을 '집에 엄마나 아빠가 오기 전까지' 시청 가능하도록 허락한 것 부터 불안함을 느껴야 했다. 정오 직전에 나간 두 사람은 점심을 먹고 저녁 식사 시간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분명 엄마는 '회사에서 급히 엄마를 찾기 때문에', 아빠는 '파트너 업체에 문제가 생겨서' 나간 것 이었다. 진아가 어리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설명은 해주지 않았지만 눈치가 빠른 딸은 부모의 말들을 외워버렸다. 그리고 아마 남은 연휴 기간 내내 비슷한 레퍼토리를 연발하며 계속 자리를 비울 것이 너무 뻔했다. 같은 대기업 다른 부서에 근무하는 부모의 변명은 너무나 구차하고 뻔했다. 진아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자신의 옆에 있던 스마트폰을 집어들었다. 엄마가 학원 끝난 후 연락하라는 용도에서 사준 것이었다.

    [민주야 내일같이애버렌드가자]

    민주는 진아에게 그나마 친절한 친구였다. 돈이 많다는 이유로 '물주', 혹은 '호구'라 부르는 다른 친구들에 비하면 나름대로 호의적 태도를 보이는 인물이었다. 긴 연휴 내내 자신과 같이 놀아줄 수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래도, 하루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던 덕에 보낸 문자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알림음이 울렸다. 생각보다 답장이 금세 도착했다.

    [나 내일 이미 애들이랑 에버랜드 가기로 했어]

    완곡한 거절의 의미였다. 같이 가면 안되냐는 물음을 다시 보내려다 이내 포기한 주아가 이번에는 연락처 목록에 들어가 익숙한 11자리 번호를 찾았다. 통화 버튼을 꾹 누르자 곧 연결음이 울리더니 익숙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XX기업 1팀 팀장 전미영 입니다.]
    "엄마, 나 주안데..."
    [어어, 주아야. 엄마랑 아빠 오늘 늦으니까 밥 데워먹어. 엄마가 주아 좋아하는 김치찌개 마트에서 사왔으니까 전자렌지 돌려서 먹고. 가스렌지는 불 날 수도 있으니까 쓰지 마. 알겠지? 엄마 끊을게. 자기 전에 양치 하고, 숙제 다 해놔. 우리 딸 사랑해.]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에 전화는 끊겨버렸다. 모녀간의 대화라 하기에는 심각할 정도로 건조해서 듣는 사람이 더 어색해질 정도였다. 주아가 화면이 꺼져 까맣게 변한 액정화면을 괜히 손가락으로 두들기다 이내 소파 위에 툭 하고 스마트폰을 던졌다. 다시 전화를 걸면 '왜 자꾸 전화하냐'는 타박을 들을 것이 눈에 훤한 탓이었다. 아무도 없는 집안에 시계 초침 소리 만이 유독 크게 울려퍼졌다. 울상을 짓던 주아의 뱃속에서 때마침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주아가 주린 배를 고사리 같은 손으로 꼭 부여잡고서 털레털레 주방으로 걸어갔다.

    냉장고 문을 열어 이리저리 살펴보니 여러 반찬들이 정갈하게 칸을 채우고 있었다. 고추멸치볶음, 파김치, 그리고 무말랭이. 주아가 좋아하는 반찬은 어디에도 없었다. 입술을 쭉 내밀고 실망한 표정을 지은 채 냉장고 문을 닫으려던 주아가 문득 멈춰서서 무언가를 빤히 바라봤다. 곧 까치발을 들고 낑낑거리다 손을 뻗어 집은 봉지에는 '간편하게 조리하는 함박 스테이크'라 대문짝만하게 적혀있었다.

    "해동 후...프라이팬에...약불로...4분간...구워주세요..."

    설명을 열심히 읽은 주아가 순간 엄마의 말이 떠올라 다시 한번 울상을 지었다. 불을 써본 적이 사실상 없는 데다 사용하지 말라던 말 한마디가 손을 멈추게 했다. 엄마나 아빠가 있었다면 억지로 싫어하는 반찬과 밥을 먹어야 했지만 굳이 혼자 있는 순간까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부모님이 늦는다 말한 이상 꽤 늦게 들어오리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그렇다 해서 배를 곪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어찌할까 진지한 고민에 빠지던 주아가 이내 쫄쫄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손에는 함박 스테이크 봉지가 쥐어진 채였다.

    ***

    미영은 나름대로 성공한 커리어우먼 이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으로 불리는 XX기업에 꽤 젊은 나이로 입사해서 20대 중반부터 30대 초반의 모든 시간을 회사에게 바쳤다. 우연히 옆 부서의 사원을 만나 짧은 기간의 사내연애를 마친 뒤 승진도 빠른 속도로 이뤄냈으며 결혼,출산 후에도 놀라울 정도로 성공적인 복귀를 한 이후 신입사원들의 모범 이라 불리는 자리로 올라갔다. 비록 집에 홀로 남아 시간을 보내는 어린 딸이 가끔씩 걱정되곤 했지만 그것은 미영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돈은 행복을 살 수 없지만 행복하기 위해선 결국 돈이 필요하다'. 그것이 미영의 모토였다. 섭섭해하는 딸에게 더 좋은 선물을 주려면 결국 일해야 되고 그것을 딸도 이해해줄 것이라는 생각이 미영의 중론이었다.

    추석 연휴에도 미영은 바빴다. 회사에서 예상치 못한 호출로 인해 남편과 같이 복귀해 업무를 처리해야 했다. 복잡한 그래프들과 숫자들은 적어도 미영에게 달가운 존재는 아니었다. 아무리 돈을 벌기 위해 회사를 다니는 미영이었지만 적어도 휴일 만큼은 푹 쉬고 싶은 것이 숨겨진 속내였다. 게다가 오늘따라 자신의 딸, 주아가 영 걸렸다. 평소에도 주아를 혼자 두고 일을 나온 적은 잦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영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방금 전 통화에서 자신의 말만 한 것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깜박하고 주아가 좋아할 반찬을 사두지 않은 것 때문이었을까.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초조했다.

    "후우..."

    미영이 한숨을 내쉬었다. 때마침 휴대폰으로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화면을 보니 '딸' 이라는 글자가 떠있었다. 주아의 전화였다.

    "XX기업 1팀 팀장 전미영 입니다."
    [...엄마.]
    "주아야, 이렇게 자주 전화하면 어떻게 해. 엄마 바쁘다고 했잖아."
    [...엄마. 집에...빨리 와줘...]
    "뭐?주아야, 장난 치지마. 엄마 지금 바쁜데 이렇게 장난 칠래?"
    [아냐...장난 아냐아...내가 스테이크 먹으려고, 불 켰는데,불이,]
    "전 팀장님, 지난번에 결제 부탁드린 서류 혹시 조금 더 있어야 되나요?"
    "아아, 잠시만. 주아야, 엄마 바쁘니까 이따 통화하자. 우리 딸 사랑해."

    주아의 말을 더 듣지 않은 채 끊은 미영이 사원에게 서류를 넘기고 시선을 모니터로 돌렸다. 아직 작업이 마무리 되지 않은 부분이 너무나 많았다. 오늘 밤을 새고나서 잘 하면 내일도 나와야 할지 몰랐다. 피곤함이 가득 섞인 숨을 내쉬던 미영은 뻑뻑해진 눈을 꿈뻑이며 인공눈물을 집어들다 문득 주아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평소와는 다르게 조금은 울망이던 목소리.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던 딸이 울먹일 정도면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섰다. 잠시 입술을 깨물던 미영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당신, 혹시 지금 주아한테 가볼 수 있어? 아니, 별 일은 없고 혼자 둔게 좀 걸려서. 응?나 아직 서류 작업 남았어. 잘하면 내일 또 나와야 될거 같은데. ...아, 당신도 지금 작업 중이야? 나보다 더 오래 걸릴거 같다고? ...알겠어. 그럼 이따 주아 좋아하는 거 사서 들어가지 뭐. 주아 인형 좋아하지 않을까? ...됐어, 주아도 다 컸어. 설마 별 일 있겠어?"

    결국 아무 의미없는 대화로 끝을 맺은 미영이 눈에 인공눈물을 넣었다. 화한 느낌이 눈 전체를 파고들었다. 불안한 느낌은 가볍게 지나가는 착각일 뿐이라고, 미영이 스스로를 위로했다.
    42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신발을 샀다.' [새창] 2017-09-30 23:13:26 0 삭제
    감사합니다!이렇게 짧은 글을 하면서 소재 생각하는 재미도 있고 피드백 받을 수도 있어서 언제나 재밌게 하고 있어요. 즐거운 추석연휴 되세요!
    41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신발을 샀다.' [새창] 2017-09-30 22:08:24 1 삭제
    어머니가 신발을 사오신 것은 추석을 사흘 앞둔 어느 오후 무렵이었다.

    “엄마,왠 신발이야?”
    “어어,그거 명절날인데 선물 사둔 것 하나 없어서 괜찮은거 싸게 사왔어.가게 직원이 요새 잘 나간다 말해주는걸로 했는데,어떤지 한번 봐봐.”
    “나 지난주에 이미 신발 샀다고 했잖아.뭘 이런걸 또...”
    “니꺼 아니니까 한번 봐봐.”

    평생동안 자신의 것 대신 자식들의 것만 사주느라 세월을 보내신 분이셨다. 작은 청과물 가게를 하며 하루에도 몇십번씩 상자를 들고 내리시느라 허리가 굽으시고 먼지가 묻는다며 새 옷 대신 헤지고 헌 옷만 입고 다니셨던 분이셨다. 그렇게 고생이란 고생을 해오셨으면서 언제나 자식들만 생각하시는 모습은 짠하기까지 했다. 이제는 자신을 위해서 사셔도 될 것 같은데.

    파란색 신발상자의 포장을 풀자 얇은 종이에 쌓여진 신발 한켤레가 정갈하게 놓여있었다.직원의 추천을 받았다는 것이 농담은 아니었던 듯 유명 아이돌 가수가 홍보하던 종류의 운동화였다. 신발 한짝을 들어 이리저리 훑어보니 밑창에 ‘270’ 이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지금은 독립한 언니나 내 발사이즈 보다는 컸고 출장을 간 오빠의 사이즈 보다는 작았다.그렇다고 다른 사촌들이 이걸 신기에는 너무 어린 아이들이었고.

    “엄마,이거 교환해야 될거 같은데? 집에 이 사이즈 신는 사람 없어.”
    “얘는 무슨 그런 소리를 해? 그거 사이즈 딱 맞게 산거야.”
    “응?오빠나 형부는 280 정도 신으실걸? 맨날 발 크다고 언니랑 내가 놀리잖아.”
    “이 기지배가 농담은.니 동생 사주는거야.”
    “...응?”
    “니 동생,우찬이!”

    순간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당황스러운 마음이 단전 끝에서부터 치고 올라와 머릿속을 꽉 쥐었다. 난 어떻게 대답해야 하지? 사실 답할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갑자기 목이 콱 막히는 기분이었다.

    “우리 아들 오랜만에 오는데 이 정도 선물은 사야되지 않겠니.우리 우찬이,그 동안 문자만 하고 전화는 받지도 않고...해외출장 갔다고 하는데 너무 연락이 없으니 섭섭했는데 이번에 온다고 하니까...”
    “아...아.”
    “벌써 이년이나 못 봤으니 너무 보고싶네,우리 아들.”

    일단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때마침 손에 쥐고 있던 휴대폰이 진동했다.발신자는 ‘언니’.

    “...나 잠깐만 전화 좀 받고 올게.”

    ***

    [찬미야,우리 추석 때 조금 늦을거 같은데...]
    “언니,내가 절대 우찬이가 돌아오는 여지 남기지 말고 문자 보내라 했잖아.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지 알아?”
    [뭐?아냐,난 분명히 잘 보냈어!]
    “엄마가 우찬이 사준다고 신발 사왔어.올해 추석에 돌아온다고 가뜩이나 신나셨다고. 말이 돼?”
    [어?아냐,나 제대로 했는데?...아냐,찬미야. 그냥 이번 참에 밝혀버리자. 언제까지 속일 수도 없어.]
    “비밀로 할 수 있을 때 까지 하자고 한 건 언니였어!”
    [나도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지! 우찬이 죽고 엄마 충격 덜 받게 하려고 동참은 했는데!]
    “미치겠네...일단 다시 문자 보내. 일이 있어서 못 간다고 보내. 엄마가 우찬이 죽은거 알면,”
    “...그게 무슨 소리니,찬미야?”
    40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이번 한번만.' [새창] 2017-09-29 22:10:44 0 삭제
    감사합니다!글을 쓰면서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연습을 하면서 나중에 고쳐야지 하고 넘어가는 것 보단 바로 수정하는게(물론 개인차는 있겠지만 적어도)저한테는 낫더라고요ㅎㅎ 이제 곧 추석 연휴인데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39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이번 한번만.' [새창] 2017-09-29 21:51:00 0 삭제
    등장인물 이름을 '스칼렛 오하라'에서 따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라...ㅎㅎㅎ 그리고 이름이 '오하라' 가 아니라 성이 '이오',이름이 '하라' 가 맞습니다 사소한 거긴 한데 양성 쓰기로 성을 썼다는 설정이라...그리고 아쉬운 부분들에 대해 조금 수정을 해봤습니다. 첫번째 문단은 저도 쓰면서 조금 긴거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나 길었네요^^;;

    ===

    하라가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남자는 이미 반쯤 약에 절어 몸조차 가누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시궁창이라 해도 믿을 법한 악취가 코를 찌를 듯 풍겨왔다. 비위가 조금만 약해도 금세 속을 게워낼 냄새였다. 임시방편으로 손수건을 꺼내 코를 막은 하라는 주위를 둘러보다 그것이 한쪽에 몸을 대(大)자로 뻗은 채 잠든 남자에게서 나는 냄새임을 알고 자신도 모르게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하라는 오늘, 찾아서 나가야 할 무언가가 있었다.

    DP-360. 과거 한국에서 소비하는 약품의 70%를 담당할 정도로 시장을 꽉 잡고 있었지만 인체 사용 금지 성분을 약에 대량 투입했다는 이유로 문을 닫은 '한광제약'의 비밀 프로젝트 결과물이었다. 언론은 정부에서 압수수색을 할 당시 모든 제품을 회수했다며 떠들어댔지만 몇몇 사람들이 일부를 몰래 빼돌린 것은 암암리에 알려진 진실이었다.

    하라가 침을 줄줄 흘리며 무슨 언어인지도 모를 말을 내뱉는 남자를 지나쳐 냉장고로 향했다. 이미 전기가 끊기고 엉망이 된 집 안에서 유일하게 가동하고 있던 냉장고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냉장실의 문을 열자 곰팡이가 쓸어있는 각종 반찬들, 그 사이에 놓여있는 DP-360이 보였다. 이미 많은 양을 소비한 것인지 무침 주사기에 소분되어 있는 약물은 몇 남아있지 않았다. 하라가 두개를 주머니에 넣은 뒤 나머지를 손에 쥐었다. 최소한의 증거물, 그 이상의 것은 폐기하라는 상부 지침에 따른 행동이었다.

    "으어어어..."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하라가 뒤를 돌아보았다. 방금 전 까지도 헤롱거리던 남자가 비틀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아마 약이 어느정도 깬 모양이었다. 눈을 느릿하게 돌리며 상황을 파악하던 남자는 이내 하라의 손에 들린 주사기들과 하라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경직이 일어난 듯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이게 누구야...이오하라 수사관이잖아...국민의 영웅...오태영의 딸..."
    "전(前) 한광제약 수석 연구원 안병기씨. 위험등급 A레벨 약물 DP-360을 빼돌린 혐의로 모든 약물을 압수,폐기 하겠습니다. 곧 또다른 수사관들이 당신을 체포하러 올겁니다. 빼돌리신 모든 약물들은 샘플 제외 모두 폐기하겠습니다."
    "이거,이거...수사관이 마음대로 폐기할 수 있나...?"
    "상부의 지시입니다. 적어도 당신들 같은 사람 손에 넘어가지 않게 할 수 있다면 어떠한 방법을 써서라도 폐기하라는 명령이죠."
    "오태영도...그렇게...고지식했지...우리는 그냥...새로운 시도를 하려고...새로운 성분을...넣은건데..."
    "페닐프로판올아민을 넣는건 금지된 사항인데 그것을 어긴 것이 잘못 아닙니까?"
    "한번만...이번 한번만 봐줘...사람이...실수할 수도 있잖아...우리도...먹고 살아야지....마약 하는 것도...아닌데..."
    "..."
    "우리가...다른 곳에...유통하는 것도...아니잖아...다...우리가...소비하는데..."

    하라가 남자를 매섭게 노려봤다. 남자는 이 상황이 웃긴 듯 킬킬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서서히 정신이 또렷해지는 것인지 비틀거리던 몸이 점차 바로 서기 시작했다. 남자의 웃음소리는 마치 쇠를 긁는 듯한 소리여서 귀가 아플 정도였다. 하라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조용히 자신의 옆에 있던 벽을 바라보더니 그대로 주사기들을 벽으로 던져버렸다.

    "안돼!!"

    남자가 순간 미친 것 마냥 비명을 질렀다. 쨍그랑 거리는 소리와 함께 주사기들이 부서지며 내부에 있던 약물들이 벽과 바닥을 적셨다. 남자가 급히 젖어가는 바닥으로 달려갔다. 다급하게 손으로 이미 스며들기 시작한 약물들을 주워 담으려 애를 쓰다 결국 안될 것을 알았는지 몸을 한껏 굽혀 혀로 바닥을 핥기 시작했다. 하라가 불쾌한 것을 봤다는 듯 미간을 구겼다. 유리 조각이 섞여 혀가 난도질 당하고 있음에도 남자는 조금이라도 더 약물을 마시겠다는 듯 바닥을 훔쳤다.

    "..."

    하라는 망설임없이 밖으로 나왔다. 약물도 폐기한 이상 동료들이 올 때까지 악취와 광인이 있는 공간에 머물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38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이번 한번만.' [새창] 2017-09-29 20:49:08 0 삭제
    어제 조언해주신 대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수정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갑자기 SF 가 보고 싶어서 비스무리하게 써봤습니다ㅎㅎㅎ
    37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이번 한번만.' [새창] 2017-09-29 20:47:36 1 삭제
    하라가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남자는 이미 반쯤 약에 절어 몸조차 가누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시궁창이라 해도 믿을 법한 악취가 코를 찌를 듯 풍겨왔다. 비위가 조금만 약해도 금세 속을 게워낼 냄새였다. 임시방편으로 손수건을 꺼내 코를 막은 하라는 주위를 둘러보다 마침내 근원을 찾아냈다. DP-360. 과거 한국에서 소비하는 약품의 70%를 담당할 정도로 시장을 꽉 잡고 있었지만 인체 사용 금지 성분을 약에 대량 투입했다는 이유로 문을 닫은 '한광제약'의 비밀 프로젝트 결과물이었다. 언론은 정부에서 압수수색을 할 당시 모든 제품을 회수했다며 떠들어댔지만 몇몇 사람들이 일부를 몰래 빼돌린 것은 암암리에 알려진 진실이었다. 하라가 침을 줄줄 흘리며 무슨 언어인지도 모를 말을 내뱉는 남자를 지나쳐 냉장고로 향했다. 이미 전기가 끊기고 엉망이 된 집 안에서 유일하게 가동하고 있던 냉장고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냉장실의 문을 열자 곰팡이가 쓸어있는 각종 반찬들, 그 사이에 놓여있는 DP-360이 보였다. 무침 주사기에 소분되어 놓여있는 약물들로 보아 예상보다 많이 빼돌린 듯 싶었다. 하라가 두개를 주머니에 넣은 뒤 나머지를 손에 쥐었다. 최소한의 증거물, 그 이상의 것은 폐기하라는 상부 지침에 따른 행동이었다.

    "으어어어..."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하라가 뒤를 돌아보았다. 방금 전 까지도 헤롱거리던 남자가 비틀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아마 약이 어느정도 깬 모양이었다. 눈을 느릿하게 돌리며 상황을 파악하던 남자는 이내 하라의 손에 들린 주사기들과 하라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경직이 일어난 듯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이게 누구야...이오하라 수사관이잖아...국민의 영웅...오태영의 딸..."
    "전(前) 한광제약 수석 연구원 안병기씨. 위험등급 A레벨 약물 DP-360을 빼돌린 혐의로 모든 약물을 압수,폐기 하겠습니다.공식적인 범죄로 등록되지 않아 처벌은 받지 않겠지만 빼돌리신 모든 약물들은 샘플 제외 모두 폐기하겠습니다."
    "오태영도...그렇게...고지식했지...우리는 그냥...새로운 시도를 하려고...새로운 성분을...넣은건데..."
    "페닐프로판올아민을 넣는건 금지된 사항인데 그것을 어긴 것이 잘못 아닙니까?"
    "한번만...이번 한번만 봐줘...사람이...실수할 수도 있잖아...우리도...먹고 살아야지....마약 하는 것도...아닌데..."
    "..."
    "우리가...다른 곳에...유통하는 것도...아니잖아...다...우리가...소비하는데..."

    하라가 남자를 매섭게 노려봤다. 남자는 이제 완전히 정신을 놓은 것 마냥 킬킬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그 웃음소리가 마치 쇠를 긁는 듯한 소리여서 귀가 아플 정도였다. 하라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조용히 자신의 옆에 있던 벽을 바라보더니 그대로 주사기들을 벽으로 던져버렸다.

    "안돼!!"

    남자의 목소리가 갑자기 또렷해졌다. 쨍그랑 거리는 소리와 함께 주사기들이 부서지며 내부에 있던 약물들이 벽과 바닥을 적셨다. 남자가 급히 젖어가는 바닥으로 달려갔다. 다급하게 손으로 이미 스며들기 시작한 약물들을 주워 담으려 애를 쓰다 결국 안될 것을 알았는지 몸을 한껏 굽혀 혀로 바닥을 핥기 시작했다. 하라가 불쾌한 것을 봤다는 듯 미간을 구겼다. 유리 조각이 섞여 혀가 난도질 당하고 있음에도 남자는 조금이라도 더 약물을 마시겠다는 듯 바닥을 훔쳤다.

    "..."

    하라는 망설임없이 밖으로 나왔다. 약물도 폐기한 이상 악취와 광인이 있는 공간에 머물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36 형용사 놀이를 합시다. [새창] 2017-09-29 12:18:02 1 삭제

    간헐적인 죽음
    35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깜빡 했어.' [새창] 2017-09-28 19:59:34 1 삭제
    확실히 제가 볼때는 이렇게 거친 부분들을 많이 놓치는 거 같네요ㅠㅠ저는 글을 쓸때 ~~한 내용을 써야겠다! 하는 덩어리를 구상하고나서 그것을 (휴대폰이나 노트에)한번 써본 다음 수정할 부분이 있나 읽어보고 그 다음 올리는 과정을 거치고 있어요. 아무래도 퇴고하는 과정이 빈약하기도 하고 제 스스로 조금 더 살피는 버릇을 더 들여야 되는데...덩어리 그대로 올리는 셈이라 문체가 딱딱하고 경직되어 있네요ㅠ
    34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깜빡 했어.' [새창] 2017-09-28 19:03:51 0 삭제
    딸이랑 아들을 같이 보낸건 '설마 남동생을 잃어버리겠어?물건이 아니라 사람인데,친동생인데 설마...'하는 생각을 해서 라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답니다ㅎㅎ

    부드럽게 연결한다는게 어미만의 문제인가요?조금 이해가 안 가네요ㅠㅠㅠ
    33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깜빡 했어.' [새창] 2017-09-28 17:33:45 0 삭제
    다양한 소재,다양한 관점의 글들을 써보려 노력하는 편인데 잘 표현되는지 모르겠네요...최대한 문체를 부드럽게 써보려고는 하는데 그것도 잘 표현되는지 아리송하고...ㅠㅠㅠㅠ
    32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깜빡 했어.' [새창] 2017-09-28 17:32:24 1 삭제
    서울시 외곽에 사는 G씨는 언제나 자신의 딸을 걱정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최근 들어 흉흉해진 세상에 늦게까지 쏘다니는 것도 문제였지만 그것보다 더 큰 일은 바로 건망증이 심하다는 것이었다. 어렸을 때 집 열쇠를 잃어버린 것은 차라리 양반이었으며 나이가 들 수록 책가방,교과서,인감도장 등 잃어버리는 물건의 범위 역시 커졌다. 열여섯살 무렵에는 학원 등록비로 쥐어 준 오십만원을 분실해서 집안이 뒤집힌 적도 있었다. 다행히 선량한 행인이 신고를 해준 덕에 연락이 와 돈을 회수할 수 있었지만 그때를 기점으로 G씨는 딸에게 중요한 것을 맡기지 않으려 노력했다.

    다만 일주일 전의 참사를 계기로 G씨는 딸을 병원에 데리고 가 검사를 받게 하고 입원시킬 계획을 세웠다. 그동안 건망증이 심하다 생각했지만 그것을 극복할 방법이 있을거라 믿어 치료는 따로 받지 않게 했던 G씨였다. 그러나 일주일 전, 하나밖에 없던 어린 남동생과 놀이동산에 갔다 혼자 돌아온 딸의 모습은 더 이상 무어라 막아줄 말도 없을 정도로 태연했다. 딸은 여전히 깜박했다 말했다. G씨는 처음으로 손찌검을 하며 생각했다.

    언제나 깜박한다면서 집 오는 길은 귀신같이 기억하네.

    아직 아들은 돌아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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