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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코코아의꿈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가입 : 17-09-06
    방문 : 12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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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코아의꿈님의 댓글입니다.
    번호 제목 댓글날짜 추천/비공감 삭제
    61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놓치면 평생 후회할 거란 예감이 들었다.' [새창] 2017-10-14 19:14:22 0 삭제
    제가 생각한 애교는 판매원들이 물건을 팔 때의 그런 말투가 아니라 약간 어리광이 섞여있는 말투랍니다!어린 아가들이 뭔가 사달라고 할 때 잉잉 거리는 그런걸 생각했어요ㅎㅎㅎㅎ 그리고 평균수명이 길어져서 수확되는 영혼들이 줄어드니까 염라대왕이 그 부분을 걱정하고 안 그래도 점점 부패해가던 저승의 고위 관리직들이 염라에게 잘 보여서 나중에 환생이나 여러 공덕들을 받아보려다 자신들이 관할하는 구역에서 일하는 저승사자(차사)들에게 ‘일정량 이상 영혼을 못 데려오면 너를 저승사자(차사)직에서 자를거고 그 다음에는 네 후손(살아있는 가족들)에게 나쁜 일이 생길지도 몰라!’하는 협박을 했다는 설정입니다...결국 저승사자(차사)도 공무원일 뿐...ㅠㅠ
    60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놓치면 평생 후회할 거란 예감이 들었다.' [새창] 2017-10-14 17:44:29 0 삭제
    한동안 과제다 뭐다 하면서 못왔네요...꼬박꼬박 오려고 했는데....ㅠㅠ
    59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놓치면 평생 후회할 거란 예감이 들었다.' [새창] 2017-10-14 17:44:02 0 삭제
    한가한 오후의 평화를 깨트린 것은 어느 통판원의 목소리와 초인종 소리였다.

    "계세요오?"

    밀린 돈을 받으러 온 빚쟁이 마냥 딩동거리는 소리를 연달아 내고 있으니 안 나가고는 못 배길 정도였다. 대체 교육을 어떻게 받았길래 이렇게 요란법석하게 사람을 불러대는 건지. 짜증이 훅 올라오는 기분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거칠게 현관문을 열었다. 꽤나 거칠게 열린 철제문 너머에는 상조회사에서나 볼 법한 검은 여성용 정장을 차려입고 눈을 동그랗게 뜬 여자가 서있었다. 나이도 많아야 스물 너댓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는 엉성하게 틀어묶은 머리에 서툴게 칠해진 입술이 사회 초년생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그것과 별개로 상품을 팔아 줄 생각은 없었지만.

    "보험 안 사니까 돌아가요."
    "아아, 보험 아니에요!"
    "종교 안 믿어요."
    "아앙, 종교도 아니에요오오!"

    세상 어느 판매원이 소비자에게 애교를 떠는 목소리를 내지?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여자를 바라보자 여자는 급히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작은 명함 하나를 꺼냈다.

    "저는 이런 사람이에요!사기꾼도 아니고, 저도 종교 없어요!"

    싸구려 종이 재질의 촉감이 느껴지는 명함을 받아 든 뒤 조그마한 글씨로 적힌 소개를 읽어보았다.

    '당신의 살인, 자살로 위장해드립니다. / 자살위장도우미센터 서울 지부/ 차사 김 라 라'

    "제가 이렇게 유능한 사람이라구요오!이게 아무나 해드리는건 아닌데에, 고객님도 고객님이지만 고객님 조상님이 이따시만큼 공덕을 쌓으셔서 VIP 고객님이 되셨어요오! 왠만하면 오지 않는 절호의 찬스! 놓치면 평생 후회하는,"
    "안 사요."
    "아아,고객님!!저 이거 못 팔면 회사 짤려오오!이거 말고도 다른 서비스도 많으니까 제발 듣기만이라도 해주세요오오!저 여기서 이거 팔아서 공덕 쌓아야 부모님께 뭐라도 내릴 수 있다고요오!!고객님!!"

    어째, 앞으로 꽤나 골치아픈 상황이 벌어질 것 이라는 예감이 기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58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죠.' [새창] 2017-10-09 19:27:12 1 삭제
    "고경태씨, 당신은 현재...암에 걸렸습니다."

    "네...?"

    "조금만 더 일찍 오시지 그러셨어요. 그랬다면 수술로 제거가 가능했을 지도 모르는데."

    "서,선생님. 정말인가요? 그러면, 지금이라도 항암치료를 받으면 살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날까요?"

    "뭐, 그럴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죠."

    "....무슨 소리시죠?"

    "말 그대로 입니다."

    "아,아...아니, 그건 때려치고, 혹시 암이 체력에도 당장 영향을 미칠까요? 얼마 뒤에 제가 아들놈 운동회에 가서 같이 달리기를 해주기로 했는데, 벌써부터 들켜서 괜한 걱정 시켜주기는 싫습니다."

    "아아...그것 역시 영향을 받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제대로 진료하신거 맞습니까?"

    "물론이죠."

    "그,그럼 뭐 하나만 더 묻겠습니다. 제가 사망하면 이런 경우에는 보험금이 제대로 지급되나요? 어차피 말기 암일 바에야 이 한몸 희생해서 보험금이라도 가족들에게 쥐어주고 싶은데..."

    "그것도 역시 지급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뭐야, 당신 왜 대답이 그것 밖에 없어?! 당신 제대로 한거 맞아? 오진 내린거 아냐?"

    "설마요."

    "안되겠어. 일단 다른 병원 가서 다시 진료 해봐야겠어. 만약 거기서 암이 아니라고 진단 내리면, 내가 당신 가만 안 둘 거야."

    "마음대로 하시죠. 대신 제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답니다."

    "에이 씨!!"
    57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정답이 없는 질문이니 부담가지지 마세요' [새창] 2017-10-08 19:07:13 0 삭제
    윤구가 한 그 말은 오만석 작가가 한 말을 옮긴게 맞아요! 그리고 제가 여기서 글을 쓰다보면 저도 모르게 조금씩 다른 글들과 연결되게 쓰면서 세계관을 확장시키고 있더라고요ㅎㅎㅎㅎ 오만석 작가도 ‘선물이 사라졌다’에 나온 치매 걸린 천재 작가가 맞아요 약간 설정 충돌이 있는것 같긴 하지만...아 저는 ㅎ 들어간 이름 좋아해요!제 이름에 ㅎ 이 없어서 약간 로망 비슷한 거기도 하고 입에서 굴릴때 어감이 좋거든요ㅎㅎㅎ
    56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정답이 없는 질문이니 부담가지지 마세요' [새창] 2017-10-08 15:38:07 1 삭제
    헉,헉...유나가 달렸다. 엄청난 속도였다. 정말 빛만큼 빠른 속도였다. 옆에서 지켜보던 제논은 놀랐다. 두 눈을 엄청나게 크게 뜨고 입을 벌렸다.

    "세상에,이건 인간의 속도가 아냐!"
    "하하하하,놀랐냐?"

    유나가 팔을 휘둘렀다. 나무 100그루가 넘어갔다. 제논이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아아아아악!!!!!!!!"
    "너도 이렇게 만들어주마!!!!"

    유나가 칼을 빼들었다. 무려 100년간 칼을 갈아온 장인이 한땀한땀 만든 고급 수제 칼이었다. 제논이 엉엉 울었다. 유나가 칼을 들고 얍 하는 기합을 넣으며 휘둘렀다.

    ***

    "선생님, 제 글 어떻습니까?"

    제호는 출판사 입사 이래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정을 다스리려 입술을 깨물었다. 전화나 메일 한 통 없이 다짜고짜 찾아온 한 남자는 자신이 얼마 전 타계한 전설적인 소설가, '오만석'의 제자라 자칭하며 자신있게 글을 내밀었다. 100 페이지 가량 되는 글을 당장 읽어보라며 내미는 버르장머리에 얼마나 잘 썼나 싶어 들춰봤건만, 5페이지가 넘어가기도 전에 감탄 보다 한숨이 절로 튀어나왔다. 스토리는 둘째 치고 대사부터 문장 구성력까지, 전부 초등학생이 쓴다 해도 이보다 잘 쓸 것 같은 필력이었다. 제호는 잠시 눈을 감으며 생각했다.

    이 새끼를 어떻게 하면 잘 조질 수 있을까.

    "선생님. 제 글이 말이죠, 이 오만석 선생님의 가르침을 듣고 쓴 훌륭한 글이란 말입니다. 비록 오만석 선생님은 순수문학만을 추구하셨지만 저는 장르문학 계의 오만석을 꿈꾸고 있죠. 스승님의 뜻을 장르문학에도 널리 퍼트리는 게 제 목표입니다!"
    "...저기요. 오만석 작가님이 제자를 몇 두긴 하셨는데 당신은 정말 듣도보도 못한 사람이거든요? 정말 제자 맞아요?"
    "그럼요!당당하게 자부할 수 있습니다!"
    "그럼 오만석 선생님께 어떤 가르침을 받았습니까?"
    "어...이딴걸 글이라고 가져온거냐, 쓰레기라고 가져온거냐?"

    제호가 결국 골이 울리는 느낌에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선생님, 그래서 제 글은 어떻습니까? 요샛말로 '답정너' 같은건 아니니 부담가지지 마시고 솔직하게 대답해주십시오."
    "...이윤구 씨, 솔직하게 말하라니까 말할게요. 우리 출판사에는 하루에서 수십개의 원고가 들어와요. 다 당신처럼 작가 희망하는 사람들 이고요. 근데 말이죠, 이 글은 제가 지금까지 출판사 들어와서 본 투고본 중에 가장 형편없어요. 그렇게 오타 많고 번역체가 난무한다는 3류 라이트노벨 에서도 이런 스토리 안 써먹은지 오래에요. 장르문학? 그래요, 우리 출판사가 장르문학 많이 내긴 했어요. 근데 이런거 내면 나무한테 미안해지는 수준이에요. 그러니까, 당장, 나가요. 이딴 원고 들고 올 생각 말고."

    남자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제호를 쳐다봤다. 제호가 한숨을 푹 내쉬다 문득 드는 궁금함에 입을 열었다.

    "아, 그러고보니까 진짜 오만석 작가님 제자 맞아요? 어지간하면 '오만석 라인'타서 다 밀어주긴 하던데."
    "무,물론이죠!제가 오만석 작가님 대학 특강 오셨을 때 얼마나 열심히 들었는데요!물론 중간에 제 글 전해드리고 평을 듣다가 도강인걸 걸려서 쫓겨났지만,"
    "나가."
    "아니, 원래 이렇게 강의를 듣고 깨달음을 얻으면 깨달음을 준 사람이 스승이고 얻은 사람이 제자 아니겠어요?그러니까,"
    "나가!!"

    제호는 결국 테이블 위의 원고뭉치를 그대로 남자에게 던져버렸다.
    55 (본삭금)안녕하세요 동생을 위한 추리소설 추천받고싶어요 [새창] 2017-10-07 16:23:50 2 삭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건 히가시노 게이고 의 '가가형사 시리즈' 인데 카가 교이치로 라는 형사가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를 다룬 추리소설 입니다. 워낙 유명한 거라 아예 박스 세트로도 팔더라고요. 이 시리즈 외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 추리소설도 대체로 구하기 쉽고 재밌는데...워낙 유명해서 이미 읽었을 것 같긴 하네요^^;;; 아가사 크리스티는 고전 추리 소설 좋아한다면 (이미 읽었을 수도 있지만) 재밌게 읽으실거고 도선우 작가님의 '저스티스 맨' 이나 라그나르 요나손 작가의 '밤의 살인자', 약간 공포가 가미된걸 좋아하면 요코미조 세이지 작가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그 중 '옥문도'를 추천합니다.실제 일드로도 여러번 제작되었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글입니다.)도 괜찮습니다. 제가 읽어본 것들 중에서 추천해서 제 취향이 잔뜩 묻어있네요^^;;;
    -20살 대학생 씀
    54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힘껏 던졌다.' [새창] 2017-10-07 13:30:06 0 삭제
    사담 이지만 여기서 나온 예진,그리고 예진과 진호의 입에서 언급된 '진혁' 과 그의 형은 '한가할때 뭐해?'에서 제가 썼던 짧은 조각에 나온 그 예진,진혁, 그리고 재혁 이 맞습니다... 글을 쓰다 이어지는 걸 써보고 싶어서 언급 해봤어요ㅎㅎㅎ
    53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힘껏 던졌다.' [새창] 2017-10-07 13:27:44 1 삭제
    "내가 던진 한마디의 말이 너의 가슴에...꽃을 피웠다? 아냐, 너무 진부해. 사랑을 싹틔었다? 이것도 뻔한 표현이고. 그럼..."
    "비수를 꽂았겠지."

    진호는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홱 돌렸다. 그곳에는 팔짱을 끼고 화가 가득 찬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예진이 서있었다. 상황 파악을 위해 예진을 훑어보던 진호는 문득 예진이 평소보다 더 예쁜 옷차림을 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눈치챘다. 보통의 경우에는 깔끔한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다니던 사람이 스커트와 블라우스를 걸치고 있던 탓에 알아차리는 것은 쉬웠다.

    "뭐야, 여긴 또 왜 왔어?"
    "오늘 우리 부모님이랑 상견례 하기로 한 거 잊고 있었지?"

    진호가 바보같은 탄식을 내뱉었다. 그제서야 예진이 잊지 말고 제 시간에 나오라 몇번이나 당부하던 것이 떠올랐다.

    "미안,미안. 내가 또 시 쓰느라 바빴다. 점심 약속 이었지? 시간 되시면 오늘 저녁에라도,"
    "저녁은 무슨 저녁! 우리 다 끝났어. 오빠 오기까지 1시간 기다렸는데 안 와서 부모님 두분 다 화내고 돌아가셨어. 그것 뿐만이 아니라 아까 전화 했을 때 오빠 뭐라고 한지는 기억이나 나? 바빠 죽겠는데 영감 줄거 아니면 끊으라고 했어! 한뼘 통화라 부모님 다 듣고 계셨는데!"
    "...그게 너였어?"
    "그래,나였다!...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쭉 진혁이 오빠랑 사겼지. 부모님도 그 오빠 좋다고 했는데 뭐가 좋다고 내가 진혁이 오빠를 차서...그 오빠는 그래도 유명한 형이라도 있지!"

    예진의 말에 순간 발끈한 진호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야!배진혁 걔는 지 형이 유명한거지, 정작 지는 무명이야!나를 봐, 나는 떠오르는 루키 소리 듣는 사람이라고! 이제 곧 스타덤 올라서 TV 나오고 유명해지는건 시간 문제야!"
    "그 소리만 몇번째야!진혁이 오빠는 그래도 뒷빽이랑 글 쓰는 재능이라도 있었지 너는 그런 것도 없잖아!"
    "야,우예진!"
    "이럴 줄 알았으면 쭉 가식 떨면서 진혁이 오빠한테 붙어있을걸...아이고, 무슨 코가 꿰어서 이딴 놈이랑 바람이 났나..."
    "나가, 그딴 소리 할거면 나가!"
    "안 그래도 나갈거야!평생 보지 말자!"

    예진이 문을 쾅하고 닫고 나갔다. 곧 문 너머에서 분에 차 쿵쿵 거리는 발소리가 들리다 이내 쾅 하고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진호가 화를 애써 참아보려 호흡을 거칠게 내쉬었다. 그러다 문득, 진호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과거 예진이 막 자신과 사귀게 됐을 무렵 찍었던 사진이 든 탁상형 액자였다.

    "...에이,씨!"

    결국 분노를 이기지 못한 진호가 액자를 집어들어 힘껏 던졌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액자는 벽에 홈을 만들고서 그대로 바닥으로 곤두박질 쳐 산산조각 나고야 말았다.
    52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삭제 하시겠습니까?' [새창] 2017-10-06 19:40:51 0 삭제
    정화가 캔커피를 건넨 이유는 일종의 조롱이자 과시입니다. 전단지를 보고 자신이 처리한 아이임을 어렵지 않게 알게 된 정화가 아이의 엄마(여인)에게 '내가 네 아들이 실종되도록 만든 장본인인데 이제 내가 증거도 전부 없앨거라 날 못 잡을거야' 하는 속내가 있는거죠. 그런 속내를 눈치채지 못한 아이의 엄마는 그저 정화가 자신을 응원해주는 것으로만 알고 감사를 표하고 그것은 곧 정화가 의도한 반응이기도 합니다....라는 부분입니다!
    51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삭제 하시겠습니까?' [새창] 2017-10-06 19:13:00 1 삭제
    "아."
    "우리 아들을 찾고 있습니다, 혹시 보신 분은 연락주세요. 아들을 찾고 있습니다, 사례는 원하는 대로 드릴테니 보신 분은 연락주세요..."

    바닥에 떨어트린 USB를 주워든 정화의 앞에 한 여인이 나타나 전단지를 건네주었다. 정화가 여인에게서 받아 든 전단지를 천천히 훑어봤다. 맨 위에 빨간 색으로 적힌 '아이를 찾습니다' 라는 글씨 아래로 앳된 남자아이의 사진과 기타 특이사항 등이 적혀있었다. 이름은 이성연, 나이는 10살. 실종일은 일주일 전.사진 속의 아이는 아무것도 모른 다는 듯이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손으로 브이자를 그리고 있었다. 정화가 조용히 한숨을 내쉬면서 전단지를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어깨에 매고 있던 크로스백이 살짝 흔들리면서 달려있던 장식품들이 맞부딫혀 딸랑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는 귓전을 울리는 여인의 애타는 목소리에 묻혀 아무도 듣지 못했다.

    애닳는 목소리가 무색하게 전단지 대부분이 주변 바닥을 덮고 있었다. 착잡한 표정을 지은 정화가 급히 근처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곧, 손에 작은 캔커피 하나를 들고 바깥으로 나왔다.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은 덕에 여인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애끓는 목소리로 울면서 전단지를 돌리고 있었다. 정화가 조용히 다가가 여인의 손에 캔커피를 쥐어주었다.

    "이거 드시면서 하세요."
    "아,아...감사합니다.정말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세요."
    "정말 복 받으실 거에요, 이렇게나 착하신데..."
    "아, 감사합니다."

    정화가 주머니에 있던 USB를 크로스백 안에 넣었다. 다시금 장식물들이 맞부딫혀 딸랑거리는 소리가 났다.

    "아가씨도 그런 장식물 달고 다니는거 좋아하나봐요. 우리 성연이도 그런거 좋아했는데...아가씨 가방에 있는 그 파란 햄스터 모양, 그거랑 똑같은게 우리 성연이 가방에도 달려 있었어요. 처음 용돈 모아서 산 한정판이라고 그렇게 좋아했는데..."
    "아,네. 죄송한데 제가 지금 가봐야 되서요."
    "어머,어머. 내가 주책맞게 왜 이러는지...미안해요, 성연이 없어진 이후로 자꾸 성연이 생각이 나서...그럼 잘 가요. 아가씨는 꼭 복 받을거에요."

    정화는 대충 고개를 끄덕여주고서 자리를 떴다. 여인의 목소리가 점차 멀어졌다.

    ***

    집으로 돌아온 정화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노트북에 자신이 가져온 USB를 꽂는 일이었다. 꽤나 용량이 큰 것인지 잠시 렉이 걸리는 듯 하다 이내 파일창이 켜진 USB 내부에는 총 5개의 파일이 들어있었다. 모두 다 영상 파일이었다. 정화가 파일 하나를 클릭했다. 잠시 로딩이 이어지다 등장한 화면 안에는 몸을 격하게 버둥거리는 남자아이, 그리고 그 아이의 입을 틀어막고 어디론가 끌고 가는 정화의 모습이 선명하게 담겨있었다.

    "네 이름이 성연이었구나?"

    아무도 듣지 않을 혼잣말을 하며 정화가 다음 영상을 클릭했다. 이번에는 방 안으로 추정되는 공간의 모습이 배경이었다. 그 안에서 정화는 남자아이, 성연을 무자비하게 후려치고 있었다. 도망가려는 성연의 모습은 절박하기 그지 없는 모습이었다.

    "내가 이름도 안 물어봤었네. 사실 궁금하지도 않았지만. 너네 엄마가 너 열심히 찾고 계시더라."

    영상을 끈 정화가 무덤덤한 표정으로 턱을 괴면서 나머지 영상들의 아이콘을 바라봤다.

    "이미 저 멀리 넘어갔는데 찾을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거기까진 내 알 바 아니지. 내가 증거 없애려고 이 부근 돌아다니면서 너랑 내가 같이 찍힌 것들 다 영상 수거해왔거든. 경찰들 오기 전에 사본이랑 원본 다 지우느라 꽤나 애먹었지. 이 부근에 CCTV가 몇대 없어서 그나마 나은 편이었지만."

    정화가 5개의 영상을 모두 드래그 한 뒤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눌렀다.

    '이 영상을 영구삭제 하시겠습니까?'

    "잘 가."

    '예'
    50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네가 잠들기 전에' [새창] 2017-10-05 16:23:26 0 삭제
    개인적으로 reddit 을 좋아해서 이번에는 그런 풍으로 한번 써봤습니다! 천천히 하나하나 풀어가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간단하게 굵직한 사건들만 나열하는 것도 좋더라고요. 물론 글 쓸 때는 그런 것이 좋은게 아니겠지만요^^;;;
    49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네가 잠들기 전에' [새창] 2017-10-05 16:22:07 3 삭제
    남편이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 문제는 그 대상이 우리 집 고용인 앨리스라는 것이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묻는다면 내가 줄 수 있는 대답은 간단했다. 남편은 얼마 전 부터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늦어졌다. 야근을 하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우연히 집에 방문한 남편의 친구가 우연치않게 던진 말 한마디로 내 의심은 시작되었다.

    '조엘은 두달 전부터 조기퇴근을 하고 있어요. 얼마나 일찍 퇴근 하던지, 사람들 모두 부인이 그렇게 좋냐며 놀릴 정도라니까요?'

    두달 전은 앨리스가 최근 건강이 안 좋아졌다며 일찍 퇴근하겠다 말한 시기와 일치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남편의 몸에서 낯선 향수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남편이 주로 쓰는 것은 아쿠아 향, 하지만 최근 풍기기 시작한 건 시트러스 향이었다. 취향의 변화라 넘길 수도 있었겠지만 앨리스의 가방 안에서 우연히 시트러스 향 향수를 발견하고 나서 생각이 다시 바뀌었다. 대체 내가 무엇이 부족해서 불륜을 저지르는 거지? 사랑 없이 한 결혼이었지만 나름대로 남편에게 충실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결과가 이 모양 이라니. 이 사실은 내 동생 빌리 에게만 말해뒀다. 부모님은 일찍 돌아가셨고 내가 이 상황에서 믿을만한 사람은 동생 외에 없다는 판단 하에서 였다. 비록 문물이 발달하게 되면서 최근 몇년간은 화상전화로만 안부를 전했지만 그래도 가장 가까운 사람임은 틀림없었다.

    그러다 나는 문득 뉴스를 봤다.

    'Alpha Industry, 냉동인간 해동 기술 개발 성공하나...냉동인간 상용화에 기여 기대중'

    생각을 해보니, 내가 이 곳에서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남편과 앨리스가 바람 피는 꼴을 보며 속을 썩이기 보다 차라리 냉동인간이 되서 먼 미래로 향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이미 재산은 충분하니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고 혹시나 하는 상황에 대비해 이혼서류는 미리 제출하면 그만이었다. 냉동인간이 되서 미래에 눈을 뜬 뒤 새 인생을 살면 되는 것이었다. 내 계획을 빌리에게 말하자 빌리는 좋은 생각이라 말해주는 동시에 후회 안 하겠냐 물어왔다. 내 선택에 후회는 없었다. 그 지긋지긋한 불륜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래에서 시작할 수 있는데, 무엇이 아까울까!

    결정을 내리자 진행은 속전속결 이었다. 우선 앨리스를 해고하고 남편에게 이혼서류를 보냈다. 남편은 당황한 듯 보였지만 생각보다 담담한 태도로 서류를 받아들였다. 내 재산은 빌리에게 위임하기로 결정했다. 빌리는 내가 깨어날 때 까지 내 재산을 보유하고 있겠다는 서류를 작성해서 메일로 보냈다. 내가 깨어나기 전까지 빌리가 마음껏 내 재산을 쓸 수 있다는 점이 있었지만 평소에도 과소비를 하지 않던 성격 이었고 그래도 내 동생인데 써봐야 얼마나 쓸까 싶었다. 이후 몇번의 법정다툼 끝에 나와 남편은 이혼했다. 남편은 집을 나갔고, 나는 혼자가 되었다. 아픈 사람 외에는 냉동인간 기술을 사용하지 않겠다던 회사는 내가 억대의 후원금을 건내자 단박에 날짜를 잡았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냉동인간이 되기로 한 날, 나는 전용 수조에 누워있었다. 산소 마스크와 손목에 약물을 주입할 호스가 꽂힌 채, 천천히 잠들며 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잠들면 수조의 입구가 완전히 닫히고 나는 급속 냉각액을 맞으며 내가 해동될 순간 전까지 잠들 것이라 했다. 이제 새 인생을 살 일만 남았다. 천천히 호스로 약물이 흘러들어와 내 혈관 속에 침투하는 것이 느껴졌다.

    "미스 엘리, 동생 이라는 분이 찾아오셨습니다. 잠들기 전에 한번 만나보시겠습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연구원이 잠시 자리를 비우더니 이내 빌리와 함께 돌아왔다. 오랜만에 보는 빌리의 얼굴은 생각보다 많이 나이가 들어있었다. 그리고 향수를 많이 뿌린 것인지 진하게 풍기는 시트러스 향...시트러스 향?

    "누나, 마지막 인사 하러 왔어. 이제 잠들면 앞으로 언제 볼 지 모를 거 같은데 누나가 잠들기 전에 말할 건 말해야 될거 같아서."

    몸에 점점 힘이 풀려갔다.

    "미안, 매형이랑 바람 핀거, 앨리스가 아니라 나야. 앨리스는 내가 돈 주고 좀만 도와달라 부탁한거 뿐인데 억울하게 해고 당했네. 괜찮아, 앞으로 우리 집에서 일할거니까."

    당장 약물 투입을 멈춰달라 외치고 싶었지만 입에서 나오는건 옅은 신음소리 뿐이었다.

    "돈 넘겨준건 고마워. 생각보다 누나가 재산을 많이 모아둬서 앞으로 풍족하게 살 수 있을 거 같아. 잘 쓸게."

    눈이 서서히 감겼다. 빌리의 목소리 역시 점차 희미해졌다.

    "아까 연구원이 그러더라. 해동 기술 상용화까지 최소 70년 정도 걸릴 거라고. 70년 뒤에 봐, 아니면 그 이후에 보자고. 물론 그때까지 나나 매형이 살아있다는 전제 하에."

    아아, 안돼.
    48 쿵 소리가 나서 밖을 내다봤더니... ㄷ ㄷ ㄷ [새창] 2017-10-05 15:08:52 42 삭제
    왠지 작품을 보는 느낌도 들고 한편으로는 저렇게 세게 창틀에 박을 정도로 무슨 일이 있었나 싶기도 하네요..
    47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누구세요?' [새창] 2017-10-04 20:14:59 2 삭제
    나의 하루는 2호선 첫차에 몸을 싣는 것으로 시작했다.

    가방 안에 전공 서적과 노트북을 챙겨 객실 칸 가장 안쪽 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있으면 지하철은 나를 데리고 신촌역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내려 근처 편의점에서 가볍게 과일주스를 사 마신 뒤 내가 재학중인 대학교, 그 안의 중앙도서관으로 걸어가 늘 앉던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하고나서 못 다한 과제나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으면 어느 새 1교시가 시작할 시간이 밝는데, 그러면 책을 다시 챙겨 이번에는 강의실로 향했다. 강의는 집중하되 정신이 흐트러지지 않게 식사는 언제나 간단한 김밥으로 때웠다. 그 이후 오후 수업이 없는 날에는 도서관에 다시 가서 마감 시간까지 공부에 열을 올렸다. 막차를 타고 집에 도착해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우면 그것으로 내 하루는 끝이 났다. 아주 이상적인 하루라고 자부할 수 있었다.

    그 날은 평소와 조금 달랐다. 분명 평소처럼 아침 일찍 잠에서 깼을 때 나를 맞은 것은 개운함이 아닌 묵직한 두통이었다. 후두부를 망치로 가격 당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을 정도로 머리 전체가 울리고 어지러웠다. 나도 모르게 저절로 앓는 소리가 나왔다. 간이 그닥 좋지 못해서 술도 안 마시는데 숙취가 있을 리 만무했고, 그렇다해서 먹는 약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왜지? 까마득한 어린 시절에 차 사고가 나서 이마가 깨진 적은 있었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어린 시절'의 일이었다. 10년도 더 된 일의 부작용이 지금에서야 나타나는 것이 말도 안됐다.

    "아,젠장..."

    몸이 힘이 쭉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급히 책상에 손을 받치고 서서 눈을 질끈 감았다. 머릿속에서 벌레 따위가 뛰논다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것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갑작스러운 통증이 발발할 리가. 천천히 눈을 뜨자 그나마 윙윙거리던 느낌은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깨질 듯한 통증은 남아있었다. 손을 뻗어 책상을 더듬거린 뒤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간단하게 설정된 잠금 패턴을 푼 뒤 스케쥴 어플로 들어가 오늘의 할 일을 확인했다.

    [15:00 pm - 이** 교수님 면담]

    ...이런. 이 교수님은 학교에서 가장 인맥이 넓기로 유명한 교수님이셨다. 학생들 사이에선 암암리에 '이 교수 라인' 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잘 보이면 다양한 기업 사정관들에게 눈도장을 찍을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분이기도 했다. 이 교수님의 전담 학생은 물론 전담이 아닌 학생들도 한번쯤은 면담을 받고 싶어하는데, 전담 학생이 아닌 나는 아는 선배들과 조교님들을 설득해 간신히 면담 기회를 얻어낼 수 있었다. 그런데 하필 오늘 몸 상태가 이꼴 이라니. 시작부터 영 불안했다.

    "..."

    그렇다해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간신히 얻어낸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일단 관자놀이를 손으로 꾹꾹 누르면서 걸음을 옮겼다. 평소처럼 첫차를 타고 도착해 도서관에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할 듯 싶었다.

    ***

    [지금 삼성역, 삼성역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편의점에서 급히 두통약을 사먹었지만 여전히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제는 단순히 현기증 수준을 넘어서서 누군가가 머리를 강한 악력으로 옥죄는 기분이 들었다. 크게 숨을 들이 마쉬었다 내쉬었다. 손에 자꾸만 힘이 빠져서 책을 놓칠 뻔 한 것을 간신히 쥐었다. 오늘 1교시 수업이 없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아무래도 도서관 대신 대학병원 부터 들러야 할 것 같았다. 이 몸 상태로는 잘못하면 오늘 하루를 모두 망칠 것 같았다.

    저 멀리 철도 위를 덜컹거리며 달리는 소리가 들리다 이내 지하철이 조금씩 속도를 줄이며 멈춰서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늦은 시간 이었다. 1학년 초반에나 이렇게 등교해봤지 그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스크린도어와 문이 열리고, 때마침 시야에 빈 자리가 들어왔다. 출근 시간 직전이라 사람이 없는 것이 다행이었다. 만약 조금만 더 늦었다면 꼼짝없이 사람들 사이에 끼인 채 가야했겠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아아..."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자 이번에는 잠이 쏟아졌다. 갑작스러운 두통이 동반한 부작용 인건가? 아니면 자리를 잡고 앉아서 긴장이 풀린 걸까? 알 수 없었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적어도 이 순간에 책을 읽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었다. 결국 벽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특별히 음악 듣는 취미는 없기에 이어폰은 끼지 않았다. 대략 한시간 정도가 걸리니 그 정도 숙면을 취하고 나면 적어도 지금 보다 상태가 나아질 것 같았다. 천천히 숨을 골랐다.머릿속이 암전되기 시작했다.

    ***

    꿈을 꾸었다. 꿈 속에서 나는 어떤 여자와 함께였다. 처음 보는 사람들, 처음 보는 길거리. 그 곳에서 나는 멍하니 여자의 손을 잡고 걷고 있었다. 장면이 바뀌고, 이번에는 익숙한 사람이 나타났다. 내 앞에서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 교수님, 그리고 내 앞에 펼쳐져 있는 어떠한 서류. 다시 한번 장면이 바뀌고 이번에는 다시 낯선 공간이었다. 허름한 공장으로 보이는 곳에서 나는 작업복을 입은 남자와 악수를 하고 있었다. 남자의 작업복에 선명한 글자가 써져 있었다.

    '편광 케미칼'

    남자의 뒤로 환한 빛이 비추기 시작했다. 눈 앞이 시큰거릴 정도로 하얘지다 이내 암전되었다.

    ***

    "자기야, 이제 우리 내려야 돼."

    얼마나 잤는지 알 수 없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눈이 유독 뻑뻑했다. 이상했다. 전에는 아무리 자도 이런 이상한 기분이 아니었는데. 흐릿하게 보이는 주변 풍경은 여전히 내가 열차 안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몇번 눈을 깜박여 초점을 맞춘 뒤 어디쯤 도착했는지 보려 고개를 들었다.

    "...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 나는 분명 2호선 삼성역에서 지하철을 타서 한양대 입구에서 내릴 예정이었다. 그 곳에서 내려서 대학 병원에 가 두통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들은 뒤 오후에는 이 교수님을 만나 면담을 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대체 왜, 나는 여기 있는 거지?

    "자기야, 우리 이번 역에서 내려야 된다니까?"

    고개를 돌려 내 손을 가볍게 잡아당기는 목소리를 확인했다. 아, 꿈 속에서 봤던 그 여자였다. 여자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나 역시 당황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누구세요?"
    "응? 자기야, 왜 그래?"
    "누구시냐니까요?"
    "무슨 소리야. 나 지영 이잖아."
    "지영?"
    "그래, 오빠 여자친구 김지영!"

    때 마침 열차가 서서히 멈춰서기 시작했다. 다른 의미로 머릿속이 지끈거렸다.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비틀거리기를 두어번,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사람들을 밀치고 뛰쳐나갔다.

    "오빠!"

    내 여자친구라 자신을 소개한 여자 역시 내 뒤를 따라 내렸다.

    "오빠 갑자기 왜 그래? 무슨 꿈 꿨어?"
    "아니, 꿈 꾼게 아니라...여기 어디에요? 무슨 일이 있었죠?"
    "잠깐 잔다고 하더니 오빠 왜 그래? 여기 대구 잖아. 오빠 회사 있는 대구!"
    "...네?"
    "목에 걸린 사원증 확인해봐. 오빠, 진짜 어디 아파? 회사에 전화할 테니까 오늘 병원 갈까?"

    급히 목을 손으로 더듬거리니 정말로 무언가가 걸려있었다. 그러고보니 평소에 늘 들고 다니던 책과 어깨에 매여 있어야 할 가방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놓고 내린 것이 아닌, 처음부터 내게 없던 것 처럼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급히 사원증을 들어 새겨진 글씨를 확인했다.

    '편광케미칼 사원 이 정 수'

    ...대체 내가 잠든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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