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리고, 저는 메르스 갤러리 자체보다 파생 페이지인 페북의 메갈리아를 더 많이 눈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소 맥락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거기는 그래도 정돈된 담론으로 올라오니까요. 여전히 좀 불편한 곳이긴 한데, 그래도 생각해 볼 논점들을 계속해서 생산하는 곳이라고 봅니다.
waves// 그 점은 확실히 배웠습니다. 사실 어느 정도는 답변이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하고는 있는데, 상대의 의견을 묻기 위한 용도 + 일정 수준의 답변을 달고 나면, 다시 수십 가지의 질문으로 돌아오니 웬만한 공력으로는 논란이 되는 주제로는 쓰면 안 될 것 같네요. 특히 완전히 기울어진 주제에 관해서는... ㅠㅠ
글을 쓰면서는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해 가면서 썼는데, 실시간으로 뜨는 댓글들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군요. 생각도 점점 짧아질 수밖에 없는 것 같고요. 한 분씩 이야기를 더 나눠보면 좋을텐데... 한 마디에 열 마디씩 새로운 안건이 확산되는 건 걷잡을 수가 없네요. 어떤 발언은 실언이기도 했고, 어떤 발언은 함축적이라서 설명이 필요한 것들도 있는데, 그것에 대해 다시 말씀드리기 전에 더 많은 수의 대응해야 할 질문들이 생기니 감당이 안 되네요... 좀 아쉽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흥미로운 논점들을 갖고 계신 분들이 있는데, 일일이 말씀드리기가 어려우니.. ㅠㅠ
미광// 저는 일베만 혐오에 동참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회 전반에 깔려 있다고 생각하고요. 이게 무서운 건, 별다른 투쟁의 도구를 선택할 수 없다는 전제가 된다는 점이라고 봐요. 여성운동사 한국에서 삼사십년 됐습니다. 잠시간의 진보를 보이기도 했지만, 퇴보하고 있죠. 저는 막다른 길에 몰린 운동, 권력구조의 소수자가 취하게 되는 파괴적 방법이 이 상황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이 맞다는 것이 아니고요. 이런 현상도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에 대해서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는 것이죠.
마스터피스// 말하신 그대로예요. 그들이 말하는 방식이 그겁니다. 그대로 보여줘요. 가만히 있던 많은 남자들이 기분이 나빠져요. 저는 남자들이 '김치녀'라는 말 자체에, 그리고 그 말 뒤에 붙는 여러 혐오단어들 때문에 싫어했다고 보는 것이지, 그것을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여서 기분 나빠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자신의 이야기인가, 아닌가의 차이는 매우 크다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메르스 갤러리의 상황이 터지고 나서야, '아 여성혐오라는 게 이만큼 무섭구나'라는 걸 그제서야 깨달았어요. 말로는, 이론으로는 공부하고 입으로 되뇌고 했던 내용들이 그냥 말뿐이었구나 했던 걸 알았어요. 한 번도 저는, 여성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없었던 거예요. 이들의 행동이 축제로서 끝난다면, 저는 분명히 긍정적인 파급력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르느와르페냥// '쩍벌남'은 저는 비하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된장남', '고추장남'의 경우는 대중적으로 쓰인 단어는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연서복'은 생각을 해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복학생에 대한 포괄적인 비하인 만큼요. 그러나 저 중 어떤 단어도, '된장녀', '김치녀' 이상의 파급력을 가졌던 것은 없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