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새 고게를 보니 가슴이 커서 고충이 많으신 분들 이야기가 있네요..다들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참 슬퍼요ㅠㅠ 이번에 신체적 컴플렉스에 관한 글들이 많이 올라오는 것 같아 저도
제 이야기를 써보려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슬프게도 제목 그대로 저는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정말 없는 여자입니다.
지금 정확하게 사이즈 기억이 안 나는데요, (늘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작게 측정되는 것 같아 습관적으로 수치 기억을 안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재본 적 있는데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나네요. AAA인지 AA인지 헷갈려요. 속옷 사이즈를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드리자면, 글자가 적을수록
사이즈가 더 큰 거예요. AAA-AA-A이고, A를 넘어가면 이제 B컵 이런 사이즈가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여튼 전 이십대 중반이고, 다른 곳은 전혀 문제 없는 여자인데도, 가슴만은 AAA인지 AA인지 여튼 둘 중의 하나의 사이즈를 가지고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초등학교 고학년 ~ 중학교 저학년 수준의 가슴 크기예요. 어렸을 때부터 마른 체형이었어서 가슴 또한 자라지 않는 것
같았는데, 그래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성장하면 가슴도 같이 자랄 줄 알았죠. 그런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이 사이즈인 겁니다.
결국 성인인 지금도 가끔 가슴이 큰 편인 중학생들보다도 작은 가슴을 가진 여자가 되었네요.
보통 우리나라 여성분들은 가슴이 작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제 경우에는 그게 정말로 심각한 수준입니다.
어떤 수준이었냐면요, 정말로 없는 가슴 때문에 결혼을 할 수 있을지가 고민되는 수준이예요. 물론 결혼할 때 숨길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솔직하게 사실대로 말할 거예요. 이런 사실은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면 절대 숨겨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사귄 남자친구들에게도 확실하게 사귀게 되기 전에 이 사실을 말했었습니다. 모두 괜찮다고, 상관없다고 해서 사귀게 되었었고
거기에서 아주 조금의 희망을 보았지만요. 그러기 전에는 이런 몸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이 사실을 듣고 경멸하는 반응을 보이
면 어쩌지? 이런 생각 때문에 혼자 몰래 운 적도 많았네요.
여자로 태어났지만, 보통 여성분들은 그래도 어쨌던 분명 '존재한다는 느낌이 드는' 가슴을 가지고 있는데 가슴이 없는 여자라니요.
스스로의 존재 가치에 대해 회의감을 느낀 적도 여러번이었습니다. 이것 외에 다른 부분은 천상 여자였지만, 스스로에게 회의감이 들었어요.
'나는 여자가 아니야'이런 생각도 많이 들었었죠.
가장 슬펐던 때는 여동생하고 싸웠을 때예요. 여동생은 평균 사이즈의 가슴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늘 져주는 터라 싸운 것도 아니예요. 별 거 아닌 걸로 작은 언쟁이 일어났죠. 그 때 자기 분을 못 이긴
그 애가 제게 말했어요. '가슴도 없는 게 지랄이야'라고요. 별 건 아니지만 그게 참 지금까지 마음에 깊게 남아있네요...ㅎㅎ
그만큼 여자로서 정말 작은 가슴은 제 가장 큰 컴플렉스이자 고민이었어요.
이십대 중반인 지금까지 사춘기, 성장하는 학생들을 위한 학생 속옷 브랜드에만 갑니다. 길거리에 흔한 속옷 브랜드나 심지어 흔한 브랜드 속옷조차
착용할 수가 없어요. 그런 디자인에 제 사이즈 속옷은 나오지 않으니까요...
학생들 속옷 브랜드는 성장 단계에 맞춰 1단계, 2단계 3단계 이런 식으로 나옵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2.5단계를 착용해요 ㅋㅋ
3단계부터는 와이어가 들어가 있는데요, 그것조차 사이즈가 맞지 않아서요. 결국은 뭔가 자라다 만 것 같은 상태인 거죠. 그래서 속옷 고르러
갈 때도 참 슬픕니다. 그 단계에서 디자인이 한정돼 있거든요. 소녀소녀한 디자인 뿐이예요. 거기에서 몇 개를 고르는 거죠.
저도 길가에 있는 속옷 가게들 보면 들어가서 골라보고 싶은데...늘 비슷한 소녀소녀 디자인 ㅠㅠ 생각하니까 눈물나네요...
얼마 전엔 3단계를 샀어요. 나이를 더 먹었기도 하고 아무래도 3단계인 게 그나마 좀 더 있어 보이게 옷 태가 나서 그나마 나았거든요.
지금도 꽉 차진 않아요. 학생 속옷 브랜드 3단계도 부족해서 가슴과 속옷 사이에 공간이 남습니다.
그런데 탈의실에서 착용해보았을 때 그래도 겉으로 보기엔 2.5단계보다 더 자연스러워보여서 정말로 기뻤어요.
남들에겐 별 거 아닌 일일 수 있겠지만, 그게 정말로 기쁘더라구요...
제 작은 가슴 때문에 부모님께서도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부모님께서는 제가 원하면 가슴 수술을 시켜주겠다고 하셔서 저도 많이 고려해봤지만,
저는 수술은 하고 싶지 않았어요. 가슴 수술이 정말 아픈 수술이라는 이야기도 들었고, 혹시 수술을 하더라도 구축 현상이 오면
평생을 괴롭게 지내야 한다는 그런 이야기들을 많이 찾아보고 들었거든요.
제 체형 자체도 마른 편이라 어디서 끌어 올 살도 없었구요, 그렇기에 더 구축 현상 등 부작용이 우려됐기에 그냥 이 작은 가슴을 끌어안고 살아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정말 저도 할 이야기가 많은데, 다 쓸 수가 없네요. 글쓰면서 떠올리는 내내 마음이 너무 아파서요...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정말로 작은 가슴 때문에 저는 수많은 고통을 겪었고, 때로 그 고통은 그만큼의 눈물을 불러왔습니다.
이제는 다 포기하고 그냥 이것도 상관 없다, 그만큼 나를 좋아한다는 남성분이 나타난다면 결혼하겠지만 만약 이게 걸림돌이 된다면
그냥 혼자 살아야지, 이런 생각으로 그나마 마음 편하게 살고 있습니다.
저의 늘 소망은 정말 평균 사이즈만이라도 돼 보는 겁니다. 보통의 여성분들은 뛰면 가슴 때문에 괴로우시죠? 저는 그만큼의 크기와 무게도 되지
않아 뛰어도 가슴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없습니다...ㅠㅠ.. 옷을 입어도 태가 안 나는 건 물론이구요, 다른 분들은 보통 여름 옷 입거나 하실 때
가슴이 보일까봐 염려되셔서 나시 같은 거 입으시죠? 저는 혹여 제 속옷이 보이는데 그만큼 빈 컵 부분이 속옷에서 보일까봐 늘 속옷 쪽을
조심합니다...ㅠㅠ 가슴 보이는 게 고민이 아니라 너무 없는 게 티가 날까봐 조심하는 거죠...
이런 가슴 때문에 남들 시선이 신경쓰여 수영장, 목욕탕 이런 덴 못간 지 벌써 수년 째가 되었네요.
제가 목욕탕 같은 델 가면 너무 없는 게 이상하니 쳐다볼 분들의 시선+혹시 아는 사람을 만날까의 두려움이 함께 작용할 것 같아서
앞으로도 그런 장소는 가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오유에서 큰 가슴에 대해 고민이신 분들의 글을 보면서 제가 생각해보지 못했던 고충들이 정말 많은 것 같아 그분들도 정말 안타깝다고 생각
했습니다.
그런 글을 읽기 전에는 '아, 나도 가슴 한 번만 커봤으면 좋겠다. 큰 거 바라지 않으니까 평균이라도 됐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왔는데
가슴 크신 분들의 고충과 고민이 담긴 글을 보고 나니 뭐든 중간인 게 제일 좋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제는 슬픔도 미련도 없습니다. 만약에, 정말로 내생이 있다면 다음 생엔 평균 사이즈는 되고 싶어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아무에게도 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아왔던 이야기, 익명의 힘을 빌려 털어놓아봅니다 ㅠㅠ
가슴 문제로 고민이신 모든 분들 다 힘내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