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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가 86년 니카라과 반정부 게릴라들에게 군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내에서의 마약밀매를 방조했다는 사실이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미 언론들에 의해 폭로되었다.
마약밀매 시장이 미국 제2의 도시 로스앤젤레스였으며 이곳 흑인들을 대상으로 팔았다는 점에서 더욱 큰 파문을 일으켰다. 마약밀매 연루란 비도덕성에다 흑인을 상대로 했다는 것 때문에 인종갈등문제로까지 번져 CIA는 궁지에 몰렸다.
아무튼 마약밀매 연루사건은 수년간 쌓아온 CIA의 업적과 명예에 먹칠을 했고, CIA의 실체와 존재이유마저 논란의 대상이 됐다.
국가정보기관의 임무는 궁극적으로 자국의 이익증진에 있다. 그런 정보기관이 자국내에서 다른 나라 반정부 게릴라단체가 마약을 밀매해 군자금을 조달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조 내지 묵인했다면 그 존재이유가 무엇이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문제의 시점인 80년대 중반 로스앤젤레스 남부의 흑인 거주지는 크랙이라 불리는 정제 코카인의 천국이었다. 당시 로스앤젤레스뿐 아니라 캘리포니아의 남부 해안지역은 마약과 관련된 강력범죄가 극성을 부렸다. 바로 그 사회범죄의 배후에 CIA의 대외공작 활동이 개입돼 있었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맨처음 터트린 것은 캘리포니아의 작은 도시 산호세에서 발행되는 「머큐리 뉴스」라는 지방신문이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의 마약밀거래 조직이 지난 80년대에 코카인 수천t을 로스앤젤레스 갱단에게 팔았으며 여기서 남은 거액의 이익금을 CIA가 지원하는 니카라과 반군에게 주었다는 것.
이 신문은 로스앤젤레스에서 마약을 밀매한 니카라과인은 다닐로 블란돈과 노르윈 메네세스라고 구체적으로 이름까지 밝혔다. 이들은 CIA의 지원 아래 조직된 니카라과 반공특공대의 민간인 지휘자였다. 이렇게 마약밀매로 벌어들인 수익금이 10여년 동안 니카라과의 우익 콘트라반군에게 무기구입 군자금으로 제공됐다.
미국 서부지역에서 최대 발행부수를 가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도 96년 10월8일 이 문제를 심층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당시 FBI 및 마약단속국과 로스앤젤레스 경찰이 콘트라반군에게 돈을 대준 마약사범들의 거점 12곳을 급습했다.
이 수사로 콘트라반군이 남부 캘리포니아에 코카인을 대량 반입하고 있으며 주로 흑인들에게 팔고 있다는 증거가 잡혔다. 이 마약밀매 범들의 집에서 한 피의자는 『나는 CIA와 함께 일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언론의 폭로기사들이 흑인사회에 널리 전파됨에 따라 로스앤젤레스에서 2천여명의 흑인들이 격렬한 항의데모를 벌였다. 흑인지 도자들은 이번 사건을 흑인에 대한 CIA의 조직적인 대량학살 음모라고 규탄했다.
민권 운동가들은 『CIA의 마약음모설은 소수민족의 발전을 방해하기 위한 책략』이라고 비난했다. 워싱턴의 흑인 작가 겸 정신과 의사 인 프랜시스 웰싱박사는 『이 언론보도가 사실이라면 대량학살 기도로 나치에 대해 단죄했던 뉘른베르크 재판 같은 것이 필요할 것』 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www.donga.com/docs/magazine/new_donga/9702/nd_456.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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