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고민이 있어서 글을 남깁니다.
저는 3년차 간호사인데요
몇달 전에도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다가 태움때문에 많이 상처받고 그만뒀다고 글을 남겼는데
지금은 지방에서 일하는 남자친구랑 결혼을 생각하고 있어서 간호공무원 준비와 함께 요양병원에서 야간전담으로 일을 하고있어요
(저번에 심하게 상처받은것도 있고 임상에서 오래 일하고싶은 마음이 사라져서요.)
대략적인 상황은 이렇습니다.
요양병원 특성상 연세가 좀 있으신 선생님들이 많으신데요
(거의 40~50대 선생님들, 30대 선생님 1분 계시고 20대 중반인 저만 20대고 막내입니다)
그중에 헤드급은 아니시지만 연세가 50남짓 저희 어머니뻘 되시는 선생님이 계세요.
대외적으로는 일은 굉장히 체계적이고 딱 부러지게 잘하시지만 성격이나, 업무태도 같은 부분에서 말이 많으시긴 하시고요
제가 입사하기 전에도 많은 분들이 자존심 상하신다며 울고 그만두고 그러셨대요.
여기 입사한지 5개월을 넘어드는 저에게는 처음에는 데면데면 대하셨지만 제가 본격적으로 야간전담 업무를 하면서
1대 1로 인수인계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다 보니 마찰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참고로 저희 병원은 차팅이나 인수인계, 침습적 처치, 투약은 제가 하고 활력징후 측정이나 간병 보조업무는 간호조무사 선생님이 하세요)
간혹 환자의 배뇨량이나 배변량을 잘못 말했다가 '아 아닙니다 XXX이세요' 하면
사람 헷갈리게 틀리게 말한다고 어깨나 팔을 내려치시는 적도 몇번 있으시고
반대로 제가 계속 설명하고 있는 부분인데 아무 말 안하시더니 이미 환자 인계는 3~4명 넘어갔는데
갑자기 '근데 왜 XXX환자 이 얘긴 말 안하냐' 며 소리지르시고 제가 말씀드렸는데요 하면 그러니? 하고 넘어가시고
원래 제가 한가하면 오전에 해야되는 차팅업무를 미리 작성해놓는데요..
한 번 할때 20~30분 정도 걸리고, 필수는 아니지만 오전에 근무하시는 선생님 힘들까봐 그냥 제가 해놔요.
그런데 아주 바쁜날에는 시간이 없어 못할 때가 있는데 그거 가지고 '뭐 했다고 이거 안해놓냐 아침에 바빠 죽겠는데' 이런 식으로 핀잔주시고;;
근데 웃긴건 본인은 절대 안해주십니다 특히 제가 근무할때는요.
아무튼 지금껏 근무하는동안 이런 경우는 비일비재 했었고
저는 그때마다 자존심도 상하고 내가 왜 이런소리 들어야 하나 싶었지만
저희 부모님과 비슷한 나이시기도 하고 그래, 난 아직 미숙하니까. 나이가 어리니까 사회생활이 이런거지 뭐 하고 꾹 참았어요.
오히려 생글생글 웃으면서 '죄송합니다 다음부턴 그렇게 하겠습니다' 라는 말이 고정이었고 실제로 그렇게 원하시는대로 고쳤습니다
(덕분에 아침 차팅 업무는 자연스럽게 야간전담인 제 일이 되어버렸네요 힘든 일은 아니지만 지금 생각하니 찝찝하네요)
그런데 오늘 일이 터졌습니다.
새벽에 83세 되시는 남자 환자분께서 7시에 수면제를 드셨는데도 잠을 안주무시고 소란이셔서
제가 당직 의사의 처방을 받아 진정제(할로페리돌이라는 주사약)를 투약했고 수시로 활력징후 재면서 환자 상태를 관찰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볼때는 마치 수면하는 표정에 동공도 약간 풀려있고, 큰 소리는 내지 않으면서 환각을 보는 듯이 허공에 손을 휘저으시면서
침대 난간을 넘어오려고 하는 등, 행동양상이 몽유병과 같았습니다.
밤동안 간간히 일어나 이와 같은 이상행동으로 같은 병실 환자분들이 잠을 못자고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상황을 보고 환자분을 흔들거나 자극을 주면 금세 언제 그랬냐는 듯 누워 주무셨어요.
그러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평화로워져 당직의사에게 보고할 상황이 사라져 버려서 저도 그냥 보고하지 않고 주무시도록 두었습니다.
원칙적으로는 바로 상황보고를 해야한다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활력징후는 모두 정상이었고 조금만 수면격려 해도
수긍하고 주무셨기에 그래 이번에는 주무시겠지 하고 따로 보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당직의사가 거의 200명 되는 환자를 보고있는데
주치의처럼 정확한 처방을 기대하기도 힘들거니와 제가 병실 방문해서 제대로 눕히기만 해도 아기처럼 주무셔서 그때마다 그냥 넘겼습니다.
그런데 제 오판으로 할아버지가 거진 한시간 반 간격으로 이상행동을 하셔서 환자분들이 잠을 주무시지 못했고
저는 환자분들에게 사과하며 환자분이 입원하신지 몇일 안되셔서 섣불리 약을 쓸 수가 없다, 담당 의사선생님이 주라고 한 약도 주었지만
할아버지가 곧 주무실거 같은데 안주무시네요 죄송합니다 하니 어쩌겠냐며 고생 많다고 해주시더라구요.
이렇게 어젯밤은 겨우 넘겼고, 오늘 아침에 문제의 그 샘한테 인계를 드리는데 오시자 마자
너 전에 이거 안되있더라 일좀 똑바로 해라 하시길래 죄송하다 말씀드리고 시작을 했고,
환자분께 있었던 이야기 하니 그러면 당직의사한테 계속 물어봐서 진정제를 더받았어야지 하고 소리지르시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환자분이 진정제를 맞아야되는 그런 상황이 아니라 눈도 풀리시고 본인은 수면상태신데 마치 몽유병처럼 행동하셨다 말을 하니
'네가 의사도 아니고 주라고 하는 약 받아서 그냥 주면되지 그렇게 생각을 하냐' 하시더라고요.
하면서 '치매라서 그러는거니까 당연히 진정제가 들어갔어야지!!' 하면서 면박주시길래 저도 제 생각을 말했어요
일시적 치매(섬망) 처럼 흥분하셔서 소리치고 그런게 아니라 뭐에 홀린 사람처럼 잠자는 표정으로 허우적거리셨다.
저는 그 상태에서 진정제 들어가면 안된다고 배웠고 당장 드릴 수 있는 오더는 진정제 뿐이었고, 이미 1번 들어간 상태였다 말했어요.
그리고 '당직한테 보고하기에는 제가 가서 눕혀드리면 또 그때는 주무시길래 이미 상황이 종료되서 보고할수가 없었다.' 했습니다.
제가 따박따박 설명하니 또 네가 의사도 아닌데 왜 그렇게 판단하나며 소리지르시는데 저는 이해가 안갔습니다.
환자의 상황 상황마다 실시간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확인해야하는게 간호사인데 제가 그렇게 판단하면 안되나요?
당직의한테 보고하지 못한 게 제 실수는 맞습니다. 하지만 섣불리 의사한테 말했다가 조금만 기다리면 주무실텐데 엉뚱한 약 들어갔다가
환자분께서 더 힘들어하느니 오늘은 주치의가 주라는 약만 주고 지켜보고, 아침이 되면 자세히 상황을 보고하자 생각했습니다.
* 진정제는 몽유병을 더 악화시키는 부작용이 있고, 이미 향정신성 약물이 졸피뎀, 할로페리돌 2가지가 들어간 상태였습니다....
(당직과장님은 말 그대로 환자의 주치의가 아니라 저처럼 야간당직 하시며 밤중에 응급상황, 사망선고 해주시는 업무를 주로 하십니다)
이제보니 주제넘은 생각이라는 생각도 들어서 답답하고 죄송하고 복합적인 감정이 들어요.
하지만 진짜 웃긴건 저보고 의사도 아닌데 뭘 판단하냐 하시면서, 저한테는 치매라서 그런거니까 약줬어야지 하시는건 똑같은 행동 아닌가 싶고
심지어 본인은 의사 서명도 위조해서 가짜 서류 만든거 걸려서 의사랑 대판 싸우셨던 선생님이신데 저보고 의사 말 들어라 하는게 웃기더라고요.
그러면서 다짜고짜 저보고 아침에 일 언제 시작하냐 하시더라구요
야간에 일을 하면 보통 특별한 일이 없는 경우에는 1-2시간씩 조무사님과 교대로 휴식을 합니다.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어제 1시부터 3시까지 조무사 선생님 쉬게 하고 할아버지가 3시 넘어서부터 주무셨기에 그때까지 상황 보고서 작성하고 5시까지 쉬었습니다.
5시부터 일어나 특별한 일이 없으면 6시까지 업무정리 하고 병동 라운딩 한번 하고 인수인계를 하는데요
제가 아침 6시에 라운딩 나갔다 하니까 잠좀 자지말고 일찍좀 일하라고 하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새벽 3시까지 뜬눈으로 할아버지 감시하다가 푹 잠드신거 확인하고 그제서야 눈 붙였고 조무사 선생님한테 소란 있으면 꼭 깨워달라 했고
아침이면 조무사선생님 액팅하시는거도 도와드리는데 진짜 진심 겁나 억울한겁니다
본인은 한달에 2~3번 야간근무 하면서 저보다 훨씬 많이 자면서 조무사보고 처치 다 하라고 이래라 저래라 하면서 저보고 일찍일어나 일하라고요?
한달에 16일을 밤근무 하고 있는데 2시간 잤다고 했더니 잠 자지말고 일하라는게 같은 평간호사끼리 명령할 수 있는거에요?
저 진짜 이 말이 제일 슬펐습니다.
제가 일이 귀찮고 자고싶었으면 저 환자분도 당연히 당직한테 전화해서 약달라 했을거고요, 보고서에 꼼꼼히 기록도 안했을거에요
진짜 제가 밤동안 고생한게 허무해지고 기분이 나쁘더라고요
지금까지 엄마같아서, 엄마 잔소리라 생각하자 하고 때리는거 무시하는거 다 이해했는데 저희 엄마 이러시진 않거든요
결정적으로 지가 잘하고 말하면 모를까 의사 서명 위조하고, 제 앞에서 헤드 선생님 성함 막 부르면서 XXX 얘는 왜 이런식으로 일하냐 하고
(근데 헤드 샘 앞에선 아무말도 못합니다 오히려 저한테 잘해주는척 해요)
밤동안 환자한테 한 번 가지를 않고 조무사한테 처치 떠넘기고 저보다 배는 많이 쉬면서 이딴식으로 말하는게 너무 화가 나요.
저는 갈등속에서 오래 있는걸 제가 못버티는 성격이라
저번에 종합병원 그만둘때도 더럽고 치사해서 내가 그만둬야겠다 하는 생각으로 그만두었는데
막상 그만두니 병원은 1도 안그립지만 동기들이 그립고 그래도 같이 힘내서 으쌰으쌰했었는데 싶기도 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잘못한게 뭐길래 저 사람들은 저기서 여전히 나한테 한거처럼 똑같이 내 동기들 괴롭히고 나는 사직을 했을까 싶더라구요
(제가 그만두고 나서 타겟을 바로 동기에게로 옮겼다고 합니다)
평소에도 쫌만 쿠크 깨져도 진짜 상처도 많이받고 도망치고 싶다(=사직)는 생각을 자주 하는데
정말 이렇게 혼자서 상처만 받고 그만두고... 이직하고 하는 게 맞나 생각이 들어서
이 독한 세상 제가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도움을 너무 구하고 싶어요....
일단 과장님한테 면담신청은 했어요. 지금 이 상황이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여기서 젤 중요한 문제는 과장님이 카리스마가 없어서 이 선생님이 과장님도 우습게 봅니다 그래서 제가 더 제 생각을 잘 표현해야 할거같아요
진짜 제가 바보라서 계속 아 내가 이상한걸까? 내가 나쁜건가 그냥 그만둔다고 할까 생각만 나요... 근데 정말 그만두고싶지 않아요
제 잘못을 짚어주시는 따끔한 말도, 그냥 참으라는 조언도 이유를 알려주시면 정말 달게 듣겠습니다.
사회생활이 너무 어렵고 힘드네요
그리고 간호 일을 하면 할수록 제가 생각하는 간호사의 일들이 과연 이런건가 싶네요.......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3줄요약
-글쓴이는 요양병원 야간전담 간호사이며 이곳에 내로남불, 상대방 자존감 스크래쳐인 간호사가 있고 거의 엄마뻘이심
-처음에는 엄마 잔소리라고 생각하자, 내가 부족하니까 이런소리 듣는거다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 어깨, 팔을 내리치는 정도의 가벼운 폭행이 있었고
밤에 잠 자려고 하지말고 일좀해라, 네가 의사도 아닌데 뭘 판단하냐, 아침에 힘든거 모르냐 아침 차팅 미리 해놔라 이정도까지 가니
도저히 우리 엄마 잔소리로 느껴지지 않고 자존심이 상함
-본인은 더 심각한 행동을 하면서 쓴이에게 계속 면박주는 이 샘이 이해 안가고, 드러워서 그만둘까 생각은 들지만 이렇게 갈등 피하며 살기 싫음.
과장님과 면담을 신청했지만 그 샘은 과장님도 우습게 봄.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