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그러시겠지만 저도 한때(정확히는 저번 총선까지)는 진보 지지자를 표명했었습니다. <div><br></div> <div>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부조리. 그로 인해 고통받고 불행해지는 사람들이 보다 행복해졌으면 했고</div> <div><br></div> <div>정의당이나 시민운동세력을 포함한 '진보진영'이 나와 같은 목표를 지니고 있다 생각했습니다.</div> <div><br></div> <div>대학 시절에는 그들이 주최하는 강의도 듣고, 덜 여문 생각들을 의견이랍시고 학우들에게 제시하기도 했지요.</div> <div><br></div> <div><br></div> <div>2015년의 메갈리아 사태 이후로 그간 보지 못했던 진보의 어두운 모습들이 치사량 수준으로 덮쳐왔습니다.</div> <div><br></div> <div>처음에는 불의를 타도하자 외치던 이들이 같은 진영 내의 불의에 침묵하는 모습을 보고 배신감을 느꼈습니다.</div> <div><br></div> <div>그들의 이중잣대가 '저 개새x는 우리 개x끼'라는 식의, 일종의 제식구 감싸기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해</div> <div><br></div> <div>내가 믿었던 진보의 '타락'에 절망하기도 했습니다.</div> <div><br></div> <div>허나 시간이 조금 지나고, 그들의 행동을 일정 기간 관찰한 결과 현재는 조금 다른 결론에 도달했습니다.</div> <div><br></div> <div>그들이 타락한 것이 아니라, 제가 그들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메갈이니, 민주노총이니 하는 안건 이전에 한번 근본으로 돌아가 되짚어봅시다.</div> <div><br></div> <div>우리는 왜 열정페이나 임금착취, 성범죄 등의 부조리에 안타까움(혹은 사람에 따라서는 분노)을 느낄까요?</div> <div><br></div> <div>저는 그것이 부조리로 인해 마땅히 행복할 권리가 있는 사람들이 불행해지는 모습에 대한 공감으로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div> <div><br></div> <div>인간 사회에 있어 가장 소중한 가치이자 사회 그 자체인 '사람'들이 고통받는 모습에 나 또한 아픔을 느끼는거죠.</div> <div><br></div> <div>언젠가 그러한 아픔이, 부조리에 희생되는 사람이 없어지는 세상을 꿈꾸면서.</div> <div><br></div> <div><br></div> <div>헌데 소위 '진보진영'의 관점은, 적어도 그들이 일종의 사상적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이것과 크게 다릅니다.</div> <div><br></div> <div>박진성 시인이나 고 서정범 교수와 같은, 소위 '좌적폐'로 인해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들에 대한 그들의 시선은 지극히 차갑습니다.</div> <div><br></div> <div>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잠시 불의에 눈을 감는 것과는 다릅니다. 그 철저한 외면과 무시에는 일종의 악의마저 느껴질 정도죠.</div> <div><br></div> <div>어떤 비극에는 과도할 정도로 불타오르면서 또 어떤 비극에는 얼음장보다도 싸늘한 진보의 두 얼굴.</div> <div><br></div> <div>허나 이게 정말로 양면성일까요?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div> <div><br></div> <div>'그들은 처음부터 사람에게는 관심이 없었다'라고.</div> <div><br></div> <div><br></div> <div>페미니즘의 이름 하에 사람이 희생될때마다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여성인권의 진보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div> <div><br></div> <div>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단체들이 행패를 부릴때마다 '노동자의 목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주석이 어김없이 붙지요.</div> <div><br></div> <div>그렇다면 진보가 구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이 아닌, '여성', '노동자', '성소수자'를 비롯한 분류 혹은 개념이 아닐까.</div> <div><br></div> <div>이렇게 생각해보니 모든 사안의 아귀가 들어맞았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우리가 억울하게 고통받고 희생되는 사람들의 비극을 위해 목소리를 낸다면</div> <div><br></div> <div>그들은 '여성'이나 '노동자'와 같은 카테고리의 영광과 승리를 위해 싸웁니다.</div> <div><br></div> <div>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은 저런 카테고리를 하나의 인격체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div> <div><br></div> <div>그것도 개별 '인간'보다 훨씬 존귀하고, 훨씬 중요한 권리를 지닌 초월적인 인격체.</div> <div><br></div> <div>그렇기에 실체도 없는 추상적인 범주의 권리를 위해 개인의 삶과 행복을 거리낌없이 짓이길 수 있는 것이겠지요.</div> <div><br></div> <div><br></div> <div>이건 비단 국내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닙니다.</div> <div><br></div> <div>당장에 영미권의 페미니스트들도 '여성권익 신장을 위해 몇몇 남성들이 희생되는 것은 당연하다', 심하면 '바람직하다'고 주장합니다.</div> <div><br></div> <div>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그렇게 경계하고 성토하는 '비인간화'를 스스로 저지르고 있는 셈이지요.</div> <div><br></div> <div>우리가 박진성 시인의 자살기도 소식을 들었을 때 한명의 무고한 사람이 겪었을 부당한 고통에 아픔을 느낀다면</div> <div><br></div> <div>그들은 '여성'이 '남성'을 상대로 날리는 복수의 일격에 의해 터진 '남성'이라는 거인의 입술, 아니 세포 한 조각 정도로 여깁니다.</div> <div><br></div> <div>그렇기에 체면이라도 차리는 자들은 철저한 무관심, 그 밑에 있는 자들은 오히려 잔인한 쾌락을 표출하는거죠.</div> <div><br></div> <div>심지어 기사까지 나간 이 시점에서도 트위터에는 그를 조롱하는 트윗들이 넘쳐납니다.</div> <div><br></div> <div>그야말로 비인간화의 절정. 사람을 사람으로, 아픔을 아픔으로 느끼지 못하는 자들입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처음 정의당 사태가 터졌을 당시 언젠가 고름이 빠져나가고 아물면 나아지리라 생각했습니다.</div> <div><br></div> <div>그러나 1년 반이 지난 지금, 그런 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라고 거의 확신할 수 있습니다.</div> <div><br></div> <div>애초에 우리는 같은 방향을 바라봤던 적이 없는 겁니다. 그들이 계급과 관념의 영광을 위해 보이는 분노를 공감이라 착각했을 뿐.</div> <div><br></div> <div>그들은 '사람'을 보지 않기에 필요에 따라서 얼마든지 사람을 유린합니다.</div> <div><br></div> <div>무고한 누군가의 고통과 불행은 우리에게 있어 비극일수밖에 없지만</div> <div><br></div> <div>그들에게는 그 누군가가 어떤 카테고리에 속해있느냐에 따라 환희와 카타르시스가 되기도 합니다.</div> <div><br></div> <div>단적으로 도식화자면 한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살해당하면 우리에게는 두 개의 비극이지만</div> <div><br></div> <div>그들의 입장에서는 '남성'과 '여성'이 한 대씩 주고받은 +1-1=0의 균형 상태가 되는 셈입니다.</div> <div><br></div> <div>어찌 이런 괴물들과 함께 미래를 논할 수 있겠습니까?</div> <div><br></div> <div><br></div> <div>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했던 것은 '사람이 먼저다'라는 구호의 울림 때문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5년 후 대통령이 된 그는 당 안팎으로 사람 따위 안중에도 없는 자들에게 둘러싸여있습니다.</div> <div><br></div> <div>부디 '좌적폐'의 끔찍한 이념에 휩쓸리지 않고 언제나 사람을 우선시하는 정부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