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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0 14: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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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귀네요. 연고를 처방해드릴태니 면봉으로 매일 발라주시면 일주일 안에 나을거에요.”
다행이었다. 어찌나 신경쓰이던지! 이 볼록하게 튀어나온 덩어리 때문에 신경쓰여서 일에 집중할 수 없었는데.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하면 어쩔줄 모르고 아무것도 못하다가 상황에서 도망쳐버리는 사람이니까. 다음에 병원에 가보라고 조언해준 친구에게 밥을 사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며 처방전을 들고 약국으로 들어가는데 들어가자마자 약국에 있던 유일한 사람, 그러니까 아마도 약사로 추정되는 사람이 핸드폰을 귀에 대고 빠져나갔다.
급한 전화를 받는걸까? 그런데 왜 약국을 비우고 나가서 받는걸까? 도둑이 들면 어쩌려고? 금방 돌아오려고 그러는 거겠지. 남에게 들려주기 싫은 대화를 하나보지. 앉아서 기다리기로 했다.
금방 돌아올줄 알았는데 안온다. 무슨 전화를 이렇게 오래 하는걸까? 심심해져서 주위를 둘러봤다. 키가 쑥쑥 큰다는 어린이용 영양제, 어렸을 때 많이 먹었는데 아직도 나오는구나. 홍삼 캔디, 나는 아직도 싫어. 철분제, 오메가-3 어쩌구, 비타민제, 하나 있으면 좋을것 같다. 썬크림, 집에 많이 있지. 눈 건강을 지키세요, 수험생을 위한 피로회복제 광고 종이들, 아니 근데 왜 안올까? 시계를 봤다. 들어온지 벌써 15분이나 지났다.
갑자기 전화벨이 날카롭게 울렸다. 약국 카운터 위에 놓인 전화다. 모든게 걱정되기 시작했다. 왜 안올까? 전화 끊어지겠어. 내가 대신 받아야 할까? 급한 전화가 아닐까? 아까 약사일지도 몰라.
일단 받아야겠다고 결심해서 일어난 순간 전화는 끊어졌다.
역시 받았어야 했어. 나랑 상관없는 일이라고 해도 ‘약사분이 잠시 전화받으러 나간것 같아요.’라는 말 정도는 해줄 수 있는거잖아. 그런데 왜 약사는 아직도 안와? 그냥 나갈까? 그러다 도둑이 들면? 돌아올 때까진 내가 이곳을 책임져야 하지 않을까? 손님이 오면? 내가 대신 처방해줘야 해? 아무것도 모르는데!
발을 동동 구르며 약국 안을 서성댔다. 점점 머리가 하얗게 변해갔다. 어쩌지 어쩌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친구라면 답을 알거야. 빨리 받아..
핸드폰을 귀에 댄 순간 입구 유리문으로 사마귀가 난 손으로 종이를 들고 들어오려는 사람이 보였다.
손님이다! 나를 약사라고 오해할거야!
손님이 들어온 순간 급한 전화를 받는 척 빠져나갔다. 휴. 그런데 약 처방은 못받았네. 이따가 약국에 전화해서 약사가 돌아왔는지 확인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