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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5 15:5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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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신다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대마가 기분을 좋게 만든단 사실입니다. 감정은 현실을 왜곡해서 보게 만들기도 하지만, 오히려 생존을 돕는 기전이기도 합니다.
우울증이 생긴 기본적인 원인은 바로 현실에 있습니다. 우울증에 걸린 상대가 그 병증 때문에 호전되지 않는다면, 충분한 시간과 함께 스스로가 뒤틀렸단 것을 느끼고 알게 만드는 것이 틀을 부수지 않는 관점에서는 훨씬 효과적일 것입니다. 삶의 낭비일까요? 우리 인류는 지금도 각종 영역을 개척해나가며 분명 생명연장 기술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뭘 하든 기분이 좋아진다면 "포기하는 것도 좋다. 다른 뭐든 좋다. 와서 부딪쳐라 세상아." 하고 한편으로는 정신줄을 놓친 것이나 다름없는 처지에 놓일수도 있단 말입니다. 이게 강요된 긍정과 뭐가 다릅니까? 외상이 안 남는다는 거요? 이게 맞다고 받아들여진다면 사회적 합의에 따라 기억을 조작하고 사람을 속이는 것조차 옳을 겁니다. 사람이 합리화하는 건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사람이 합리화하도록 유도하는 건 옳지 못합니다.
물론 똑같은 결과라면 기분이 좋은 것이 더 낫겠지만. 이게 특정 계층에게 핑계댈 수 있는 것처럼 여겨져서 개인이 받을 수 있는 최상의 대우를 받지 못하고 미루게 만들 수 있단 말입니다. 기분이 나아졌다며 그것을 일상보다 좋다고 생각하는 순간 중독된겁니다. 이것은 다른 매체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지만, 적어도 마약은 평소의 나와는 다른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하고, 잠깐이지만 지향을 왜곡하며 그것을 권장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나쁘다 봅니다. 이건 초인본 주의에서조차 독이 될 겁니다. 인간을 개선하겠다고 달려들었는데 비틀리는 셈이니까요.
자의적인 관문 가설은 개개인이 그 위험성을 잘 알며, 군중도 제자리에 머무르라고 부추긴단 점을 무시했기에 틀렸지만, 저는 사회적 원리에 의해서 알게 모르게 더 강하고 중독성 있는 약물에 중독되어 정신이 망가지고 주권을 못 챙기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고통과 분노는 혐오를, 기쁨과 슬픔은 학대를 견뎌내게 하면서도 폭력과 자학이란 형태로 다시 만들어냅니다.
특정 수단에 따라 공유되는 감정은 친근함과 함께 유대의식이라는 고리를 만들어 서로를 구속합니다. 박해라는 요소가 결집을 쉽게 만들기도 하겠지만요.
제가 경계하는 건 이런 약재가, 유흥용 약재가 경쟁력을 만들어 하나의 선택지가 되는 상황입니다. 사람이 자연스럽게 쉴 수 없는 경우가 생기는 것 자체가 저는 문제라고 봅니다. 많은 부류에겐 그렇지 않아도 예외를 더 만드는 것이니까요.
거두절미하고 개인이 개인의 기호에 따라 조종되는 게 과연 옳을까 하고 묻고 싶습니다만, 쓰는 사람 자체를 욕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냥 안정을 얻고 싶은 사람들일 뿐이니까요. 그 안정이 꼭 저항해야만 하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그냥 유순히 넘어가도록 만들거나, 스스로를 바꾸더라도 사회는 받아줄 테니까 말이에요.
차라리 모두가 대마를 강제적으로 핀다면 좋겠습니다. 기득권이든 뭐든, 다 중독되어서 뭔 일이든 빠르게 벌이려 들진 않을 테니까요. 모두가 세상이 안정하다고 믿고, 자기가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려 들지 않으며, 종교와 박애, 자가희생이 많으며, 죽는 것도 자연스러우니 괜찮다고 편안히 느끼고, 스스로를 믿어서 어리석게 행동해도 별 동요 없이 기분좋고 안정하게 이겨 나갈 수 있겠죠. 결국 아주 다르더라도, 감정의 교류는 일어나서 싸움이 아닌 이해가 있을 거에요. 아닌가? 몇몇 사람들은 안 피워도 동화되려나? 뭔가 틀렸다고, 잘못되었다고 화를 내는 사람은 이해받지 못하겠죠. 비협조적이고, 안정에 적극 참여하지 않으니까요.
아, 슬픔은 늘어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군중심리에 불을 붙여서 광기를 낳을 테니까요. 가령 사형제도 부활이나, 굳이 다른 예를 들자면 과다한 공감 등으로 인류 외의 다른 종을 우선 챙기는 것이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