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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5 16: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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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 설정집/서막
풀먹이들의 삶은 평화로웠다. 털 덮힌 네 다리 끝에 달린 발굽으로 땅을 딛고 선 이 거주자들은 여러 세기 동안 즐겁게 문화를 만들고, 사회를 이루었다. 내달릴 넓은 들판과, 풀에 덮힌 근사한 땅에서 뒹굴며 행복을 느끼고 자유롭게 살아갔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렇진 않았다. 먼 옛날, 풀먹이들의 하늘과 땅에선 자기네와 닮은꼴로 털에 덮히고, 네 발인데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을 지닌 자들이 함께했다. 흉성을 내며 남을 잡아먹는 맹수를 보고 겁에 질린 풀먹이는 사시나무 떨듯 발굽을 떨었다.
누구든 왜, 대체 언제부터 포악한 맹수들이 자취를 감췄는지는 몰라도 널리 퍼진 이야기에 따르면 쭉 뻗은 다리와 긴 뿔, 덥수룩한 수염을 가진 한 위대한 장로가 끝끝내 겁에 질려 살아가는 운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사막에서 온 수염달린 선지자께서는 해를 다스리는 큰 왕의 말을 받들어 금자탑이 지어낸 때, 그리고 마법이 살아숨쉬는 시기에 자라났다.
옛 군주이자 영광스러운 자들을 따르며, 전임자들이 죽은 뒤의 세상으로 가는 통로 삼았던 문을 찾았다. 다른 곳으로 이끄는 수많은 문이 달린 텅 빈 어둠과 닮은 쉼터에 데려다 주었다.
그 어둡고 텅 빈 곳에서 떠다니며, 풀먹이들이 사는 곳을 등지고, 눈 앞에는 넘기지 말아야만 바람직할 보루라고 부른 텅 빈 곳이 있댔다. 바로 그 곳에 맹수가 묶인 채 머물렀다.
뛰어난 지도자가 지시를 내리자 풀먹이들의 나라는 서로를 돕고 힘을 합쳐 흉폭한 맹수와 맞서 싸워 이겼다. 긴 싸움이었고 많은 희생을 낳았지만, 뾰족한 이빨이 달린 자들은 결국 텅 빈 보루 너머에 몰려 더는 남지 않았다. 그 곳에서 선지자는 자신의 아름다운 뿔을 하나 떼어내어 열쇠를 만들고 마법을 걸어 두며 적을 가두었다. 불청객이 없도록 누구도 그 것들을 만날 수 없도록 하고 풀먹이들의 평화를 아주 긴 시간동안 지키려, 지나쳐 왔던 문도 단단히 빗장을 걸어잠궜다.
평화는 충분히 길었지만, 쭉 이어지진 못했다. 자물쇠를 깨트린 옛 적들이 풀려나 돌아온다. 늑대, 사자, 하이에나, 악어, 곰, 재규어. 밝히지 않는 나머지들 역시. 큰 희생을 치루며 가둔 모든 적이!
어둡고 흐린, 흔적처럼 보이는 형체가 풀먹이들이 사는 곳 근처에서 아른거리다 종종 멀리 떨어진 집이나 떠도는 무리를 가깝게 따라다닌다. 불에 타오르는 듯이 사납고 매서운 눈이 우리가 옛날에 무슨 짓을 벌였는지 속삭여 주지만, 같이 달린 날카롭고 번들거리는 이빨만큼은 빠르지 않다.
마침내 한 명이 들판 끝자락에서 홀로 남은 망아지에게 말했다. "벌써부터 두려워 마라 풀먹아, 우리는 그냥 정찰 나왔다 너희들에게 경고를 가져다 줄 뿐이다. 드디어 너희 선지자가 건 마법이 옅게 개고 감옥은 무너져 내려 머지않아 우리 모두가 이 땅에 돌아오겠지. 굳쎈 우리 왕께서 우리를 이끄시리라. 우릴 이끌며 너희를 먹어 치우리라. 씹어 삼키는 자들은 굶주린채 돌아왔다."
장로회는 수세기만에 의견을 나눴다. 옛 지도자의 열쇠가 마법을 다시 잇고 적을 가두리라는 사실을 알았으나 적의 왕, 살을 먹는 자를 넘어가 보루로 가는 문에 다다르려면 가장 용맹스럽고 강하며, 잘 아는 자만이 열쇠를 들고가야 한다는 것이 걸림돌이었다.
잘 싸워 열쇠를 지킬 이를 찾아내야 한다.
따를 선지자의 말 없이 풀먹이 나라는 열쇠를 지킬 자 하나를 고르려 협력이 어려웠지만 들판의 소, 산맥의 염소, 골짜기의 영양, 평야의 말, 모래사막의 낙타, 숲의 사슴, 그리고 세기 어려울 만큼 더 많은 종이 살을 먹는 자에게 맞서 세상을 구하기 위한 싸움꾼을 골라냈다.
이제, 오직 한 사람. 자격을 갖춘 자가 텅 빈 곳에 가는 문을 뚫고 보루에 다다르리라.
그렇기에 싸움꾼은 스스로의 힘만으로 열쇠를 찾아야 하리라. 임무를 끝마쳐야 하기에 가장 굳건한 이, 풀먹이들을 지킬 만한 자가 갈릴 때까지 혼자 남과 싸우고 자격을 갖췄다 떠드는 자에게서 갈렸든 갈리지 않았든 발굽과 뿔을 부딪쳐 열쇠를 얻어내야 한다. 누구든 남은 자가 살을 먹는 것을 물리쳐 맹수들을 다시 감옥에 돌려보낼인데,
지켜내지 못할 경우 모든 풀먹이는 잡아먹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