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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15 04:2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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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맛있는 요리도, 멋진 경관도, 멋진 이야기도 나눠야 제맛이지'
익스플로러를 닫으며 익진의 얼굴에 미소가 퍼져나간다.
늘 이야기를 시작할 때면, 사람들의 반응이 기대가 된다.
그래서,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단숨에 이야기를 꺼내어 놓는다.
그렇지만, 너무 서두르다보면, 디테일을 놓치게 되고, 그렇 디테일을 급하게 채우다보면
흔적을 지우는데 실수가 따르기도 한다.
그런 이유로 늘 하나의 이야기를 정리하는데에는 수 일이 걸리게 된다.
그런데, 이번 일은 좀더 시간이 걸려버렸다..
아직도 한창 이야기는 진행중이고, 사람들은 '빨리 올려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라며 빈혈증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특별히 이야기만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나눠야 하기에 좀더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차마 말해줄 수는 없었다..
'아 벌써 30분밖에 남지 않았네?'
물을 끓이고, 면을 넣었다.. 식탁에 가지런히 몇가지 반찬을 올리고 거친 숨을 내쉬고 있는 냄비 속
아우성치는 갈색의 육수를 바라본다..
'아.. 이제 마무리를 지어야겠네..'
익진은 면이 익어가는 사이 다시 노트북을 열었다.
그리고 엑셀을 열어 2012년 1월 옆에 적힌 '마카롱사죠' 옆에 체크표시를 한다..
'어디보자... 2월은...<아이스크림만세>'
그리고 2015년2월 칸에 '육수가좋아' 를 써 넣는다... 물론 새로운 아이디를 만드는 것도 잊지 않는다.
"띵동"
아직 채 약속시간이 되지 않았는데 벨이 울린다..
'역시 시간 개념이 없는 녀석은 아니었어, 만날 만날때마다 늦던 녀석인데, 맛있는 라멘에는 미리 오는 법도 있고...'
라고 생각을 하며 현관문을 열었다.
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익진의 몸이 쿵 소리와 함께 뒤로 밀려 나갔다
누구세요 채 말을 꺼내기 전에 팔이 뒤틀리는 것을 느낀다.
영화에선가 많이 들리던 묵비권이 어쩌고 라는 이야기가 들리고
익진의 머리속이 복잡해진다....
'뭐지... 어디서부터 잘못된거지?'
지난 수년의 이야기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고
'부산 종자역' 으로 쓰려다가 급히 올리느랴 미처 바꾸지 못하고 분당 정자역을 노출시킨 것이 마음에 걸린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보니, 고기육수라멘을 해주겠다고 했을때의 친구의 표점이 약간 겁에 질린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뭐... 어차피 언젠가는 이리 될줄 알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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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던가 해서 지금 더이상 올릴 수 없는 상황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