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화 내에 다 버려지긴 했지만 가만 보면 아까운 것도 있는 것 같기도 하고. <div><br></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br></div> <div>Epiosde 0. 프롤로그</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 [강화에 실패했습니다.]</span></div> <div><div><br></div> <div> 어메, 시발.</div> <div><br></div> <div> 나는 요란한 효과음과 함께 사라져버린 팔을 바라보았다. 다행이도 아픔은 없었지만, 사실 다행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div> <div><br></div> <div> 왜냐</div> <div><br></div> <div> 팔이 없기 때문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살아가는데 있어 팔은 있어야 한다. 팔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세계라면 더더욱 그렇다. 검을 들던, 방패를 들던, 지팡이를 들던, 하여간 무기를 들어야 한다.</div> <div><br></div> <div> 그런데 그 무기를 들어야 할 팔이 막 날아가 버린 참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헛것이겠지 싶어 팔을 휘둘렀지만 팔을 휘두른다는 감각 자체가 느껴지지 않았다.</div> <div><br></div> <div> 시발.</div> <div><br></div> <div> 있지도 않은 팔을 꼴사납게 휘두르는 동작을 몇 번이나 하고서야 나는 깨달았다.</div> <div><br></div> <div> 아, 좆됐다.</div> <div><br></div> <div> 시작부터 외팔이 핸디캡을 가지고 시작하다니. 나는 어딘가에 숨어서 낄낄거리고 있을 신을 향해 좆까세요, 하고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없어진 팔을 보며 눈물을 훔쳤다.</div> <div><br></div> <div><br></div> <div>Epiosde 1. 운 없는 외팔이(1)</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 [파격세일! 이세계 행복 패키지가 단돈 1억 7천만 원!]</div> <div><br></div> <div> 드디어 떴다.</div> <div><br></div> <div> 나라가 살만해지니 출산율이 폭등했다. 가뜩이나 좁은 땅덩어리에 사람들이 많아지니 당연히 인구는 포화 상태. 아니, 포화 정도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한 집의 가족 구성원이 평균 일곱 명에 달할 정도로 초 포화 상태.</div> <div><br></div> <div> 거기에서 국가가 대책으로 추진한 것이 무려,</div> <div><br></div> <div> [파격세일! 이세계 행복 패키지가 단돈 1억 7천만 원!]</div> <div><br></div> <div> 과학기술을 총동원해 국민을 다른 차원으로 추방시켜버리는 것이 되시겠다. 물리학과 양자역학에서 시작해서 심리학까지(왜 심리학이 여기에 끼는지는 의문이지만) 동원해서 내놓은 정책이다.</div> <div><br></div> <div> 첫 공개 때만 하더라도 이 정책은 온갖 비난 여론으로 들끓었다. [여윽시 헬조선! 국외추방 꿀맛이자너 ㄹㅇ루]같은 반응에서 시작해서 [대통령이 혼자 있고 싶으시답니다 다 나가주세요]같은 반응, [국가가 나서서 정체모를 세계로 보내준다니? 이게 진짜 ‘국가’다.] 같은 해학들이 주류를 이뤘다.</div> <div><br></div> <div>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옛 세대가 꿈꾸던 가상현실 게임도 아니고, 무려 이세계 여행이었다. 거기에 유능한 광고업자를 고용하면서 판도는 크게 바뀌었다.</div> <div><br></div> <div> [하렘? 가능. 씹가능!]</div> <div><br></div> <div> 노골적이지만 효과적인 문구에서부터,</div> <div><br></div> <div> [이세계. 미투 운동 없음.]</div> <div><br></div> <div> 백 년도 전에 있었던 운동을 유머 소재로 쓰기도 했고,</div> <div><br></div> <div> [게임 못하는 새기들아 진짜 게임 한 판 하쉴? 대신 뒤지면 끝임.]</div> <div><br></div> <div> 호승심을 불러일으키는 도발적인 메시지까지. 이 광고 효과로 전 국민의 20%에 육박하는 인구가 몽땅 이세계로 떠나버린 것이었다.</div> <div><br></div> <div>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세일까지 하고 있었다.</div> <div><br></div> <div> [파격세일! 이세계 행복 패키지가 단돈 1억 7천만 원!]</div> <div><br></div> <div> 이세계로 떠나는 비용은 꾸준히 2억 원이었다. 적지는 않지만 어떻게든 무리를 하면 액수를 맞출 수 있는 시대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쉽게 혹했다.</div> <div><br></div> <div> 거기에 일단 떠나기만 하면 구매 가격의 절반을 환급해준다. 뭔가 혜자라고 말하기에는 미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득인 시스템이었지만, 납득이 되기도 했다.</div> <div><br></div> <div> 목적이 돈을 버는 게 아니라 국내 거주 인구를 줄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div> <div><br></div> <div> 그리고 마침내 내 차례였다. 가족들이 모두 떠나고 나만 남아서 현생에는 미련도 없었다. 나는 아주 빠르게 수속을 끝마치고 절차를 밟았다. ‘남은 재산은 국가에 귀속됩니다.’라는 아무래도 좋을 조항까지 동그라미를 체크한 후에 방 안으로 들어섰다.</div> <div><br></div> <div> “아니, 여기는!”</div> <div><br></div> <div> 안내를 받아 들어간 내가 소리쳤다.</div> <div><br></div> <div> “아무것도 없는데요.”</div> <div><br></div> <div> 도무지 감정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여자 안내인이 건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물론 이 방 안에 있는 거라곤 작은 침대 하나가 전부지만, 기왕 마지막인데 분위기 좀 맞춰주면 안 되나.</div> <div><br></div> <div> “이제 여기에 누우세요.”</div> <div> “네.”</div> <div><br></div> <div> 대답은 했는데, 이렇게 넓은 공간(웬만한 고등학교 운동장보다도 넓다. 방 하나가.)에 있는 거라곤 달랑 침대 하나라니 뭔가 맥이 빠진다.</div> <div><br></div> <div> “여기에 눕는 게 맞나요?”</div> <div><br></div> <div> 내가 물었다. 좀 진부하긴 해도 캡슐 같은 곳에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닌가. 침대에 누워서 이세계로 전송된다고? 아무리 인구를 줄이는 게 목표라도 이 분위기는 조 그렇지 않나.</div> <div><br></div> <div> 나는 일단 안내인의 말에 따라 허허벌판 위의 침대에 누웠다.</div> <div><br></div> <div> “그냥 있으면 되나요?”</div> <div> “눈 감고 얼 타고 있으세요.”</div> <div><br></div> <div> 눈 감고.</div> <div><br></div> <div> 얼 타고.</div> <div><br></div> <div> 묘하게 라임을 맞추고 있는 안내인을 보자니 저절로 실소가 나왔다. 이세계라. 이제야 긴장감이 좀 생긴다.</div> <div><br></div> <div> 그러나 안내인은 예의 사무적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div> <div><br></div> <div> “이세계에 도착하시면 처음에는 당황스러울 겁니다. 가장 먼저 패키지에 포함된 랜덤 박스를 열어서 자기 능력부터 파악하세요. 별도의 튜토리얼이나 가이드는 없으니 센스껏 알아서 하시면 됩니다. 이해하셨으면 오른손을 번쩍 드세요.”</div> <div><br></div> <div> 나는 왼손을 번쩍 들었다.</div> <div><br></div> <div> “좋아요. 지금까지 고생하셨습니다. 당신은 현 시각부로 대한민국의 국민 자격이 박탈되며, 앞으로는 다른 세계에서 인생을 보내게 될 것입니다. 국가에 헌신하고 이바지한 당신의 앞날을 기원하겠습니다. 이만.”</div> <div><br></div> <div> 안내인의 목소리가 천천히 멀어지는 게 느껴질 무렵, 나는 정신을 차렸다. 새소리가 들려왔다.</div> <div><br></div> <div> “오….”</div> <div><br></div> <div> 저절로 감탄이 새어나왔다.</div> <div><br></div> <div> 이게 이세계지.</div> <div><br></div> <div> 한국과 별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결정적으로 공기의 질이 다르다. 이렇게 깨끗한 공기라니. 어쩌면 마나 같은 게 감돌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숨을 최대한 들이켜 공기를 음미했다.</div> <div><br></div> <div> 어딘가의 산속에 떨어진 모양인데, 첫 출발로는 나쁘지 않았다. 복장은 좀 아쉽다. 혹시나 모를 추위에 대비해 몸을 다 가릴 정도의 롱 패딩을 입었는데 이거야 말로 이세계 판타지라는 분위기를 적잖이 해치고 있다.</div> <div><br></div> <div> ‘옷은 구하면 되겠지.’</div> <div><br></div> <div> 좀 더 비싼 패키지였으면 이곳에 맞는 복장이었겠지만, 뭐 어떤가. 이세계 생활은 이제 시작이다. 나는 수줍게 “인벤토리.”하고 말해보았다.</div> <div><br></div> <div> 그러자, 정말로 인벤토리 같은 것이 눈앞에 생성되었다!</div> <div><br></div> <div> [두근두근! 능력 봉인 랜덤 박스(S)]</div> <div><br></div> <div> 캬! 이세계까지 와서 사행성이라니! 그래도 게임 시스템으로 되어 있어서 다행이다. 이세계라면 게임이고, 게임이라면 이세계지. 다른 걸 다 포기하고 박스에 치중했기 때문에 S급 박스를 얻었다.</div> <div><br></div> <div> 거기에 세계는 무작위로 결정되지만 평행세계를 뿌리로 두고 있어서 다른 한국인과 만날 염려도 없다. 토끼공주들이 없으니 나는 편안하게 게임을 즐기면 된다. 들뜬 기분으로 박스를 열었다.</div> <div><br></div> <div> [강화 능력을 얻었습니다.]</div> <div><br></div> <div> 나는 허공에 뜬 글자를 바라보았다. 동시에 여자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그 다음에는 손을 바라보았다. 박스는 열자마자 그대로 소멸했다. 게임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div> <div><br></div> <div> 그건 좋다.</div> <div><br></div> <div> 좋기는 한데, 고작 이 한 줄이 전부라고?</div> <div><br></div> <div> ‘이세계에 도착하시면 처음에는 당황스러울 겁니다. 가장 먼저 패키지에 포함된 랜덤 박스를 열어서 자기 능력부터 파악하세요. 별도의 튜토리얼이나 가이드는 없으니 센스껏 알아서 하시면 됩니다.’</div> <div><br></div> <div> 그래. 그렇지.</div> <div><br></div> <div> 그 여자가 그랬다. 별도의 튜토리얼이나 가이드는 없다고. 그야 이건 게임이 아니니까. 게임을 기반으로 하지만 GM이나 운영자가 별도로 존재하는 게 아니다.</div> <div><br></div> <div> 말 그대로 센스껏.</div> <div><br></div> <div> “강화.”</div> <div><br></div> <div> [강화 능력을 통해 만물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div> <div> [강화시의 모든 확률은 50%로 고정됩니다.]</div> <div> [강화 명령어를 지정해주세요.]</div> <div><br></div> <div> 그렇지. 그래야지.</div> <div><br></div> <div> 게임을 한두 번 해본 것도 아니고, 사실 이 정도 되면 가이드 같은 건 불필요하다. 한 때는 무과금으로 랭커를 찍기도 했고, 나중에는 그냥 과금으로 서버비를 납부하기도 했다.</div> <div><br></div> <div> 얼마나 좋은 능력인지는 모르겠지만 써보면 알 거다. 일단 S급 상자니까 믿을 만 하겠지. 우선 명령어부터 지정해볼까.</div> <div><br></div> <div> 별 거 없어 보이지만 이건 이거대로 고민이다. 옛날 만화처럼 기술 이름을 외쳐야 한다는 건데. 가능한 무난한 걸로 하는 게 상책이다. 거기에다 짧아야 한다. 즉발 시전이 간지니까.</div> <div><br></div> <div> 후보는 많다. ‘벌크 업’같은 단어나 ‘페이즈 체인지’같은 의미도 없는 단어, 이세계 주민들을 위해 ‘신의 가호가 함께하길’같은 문장, 더 줄여서는 ‘신의 권능’같은 허세까지!</div> <div><br></div> <div> 한참동안 고민하고 있던 중이었다.</div> <div><br></div> <div> 배에서 꼬르륵, 하는 소리가 났다. 그러고 보니 이세계 여행 조항 중 12시간 금식을 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왜인지도 모르고 일단 금식을 하기는 했는데, 왜인지 알 것도 같다.</div> <div><br></div> <div> 배가 고프다. 그것도 존나. 덕분에 지금 먹으면 뭐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혹시라도 이세계 음식이 입맛에 안 맞을까봐 배려를 해줬나.</div> <div><br></div> <div> 먹을 게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온통 울창한 나무뿐이니 최소한 마을까지는 가야할 거다. 강화 명령어를 생각하면서 몸을 돌리려던 찰나, 발목 바로 옆에 있던 돌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div> <div><br></div> <div> “아오, 씨.”</div> <div><br></div> <div> 밥을 안 먹어서 그런지 몸에 기운이 없다. 일단 강화고 나발이고 끼니라도 때워야겠다고 생각하는데, 눈앞에 있어서는 안 될 게 있었다.</div> <div><br></div> <div> [강화 명령어가 지정되었습니다.]</div> <div> [강화 명령어: 아오씨]</div> <div><br></div> <div> “아니….”</div> <div><br></div> <div> 시발.</div> <div><br></div> <div> 이게 뭐야. 한 번 물어는 봐야 할 거 아냐. ‘아오씨를 강화 명령어로 사용하시겠습니까?’하고 확인 절차라도 거쳐야지.</div> <div><br></div> <div> “강화 명령어 변경.”</div> <div><br></div> <div> 바닥에 주저앉은 내가 말했다. 눈앞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아주 좆됐는데?</div> <div><br></div> <div> “강화.”</div> <div><br></div> <div> [강화 능력을 통해 만물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div> <div> [강화시의 모든 확률은 50%로 고정됩니다.]</div> <div> [강화 명령어: 아오씨]</div> <div><br></div> <div> 확실하다. 강화 명령어가 지정되어버렸다.</div> <div><br></div> <div> 나는 한숨을 내쉰 다음 일단 강화 능력을 써보기로 했다. 왼팔을 붙잡고 강화 명령어를 말했다.</div> <div><br></div> <div> “아오, 씨.”</div> <div><br></div> <div> [팔을 강화하시겠습니까?]</div> <div> [성공률은 50%입니다.]</div> <div> [강화 성공 시 신체 능력이 대폭으로 증가합니다.]</div> <div> [강화 실패 시 신체 능력이 대폭으로 감소합니다.]</div> <div><br></div> <div> 그래도 알기 쉬워서 좋다. 이게 영구 지속인지 시간제한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강화’라는 것의 본래 의미를 생각해볼 때 시간제한이 있는 버프가 아니라 영구 지속일 거다.</div> <div><br></div> <div> 마음에 걸리는 건 성공률.</div> <div><br></div> <div> 원래 가챠와는 인연이 없다. 운이란 것과도 인연이 없다. 무과금 랭커 시절에는 시간을 때려 부었을 뿐이고, 과금을 했을 때에는 운도 극복할 수 있을 만큼 돈을 많이 썼다.</div> <div><br></div> <div>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이제 첫 시작이니 가볍게 성공하고 가면 더 좋을 것이다.</div> <div><br></div> <div> “예.”</div> <div><br></div> <div> 그렇게 대답하는 순간이었다. 왼쪽 팔이 삽시간에 빛에 휩싸였다. 조졌다. 임팩트 화끈하네. 눈이 멀 것만 같았다. 팔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 [강화에 실패했습니다.]</div> <div><br></div> <div> 엉?</div> <div><br></div> <div> “엉?”</div> <div><br></div> <div> 빛이 사그라졌다.</div> <div><br></div> <div> 나는 멍하니 팔을 바라보았다. 다행이도 아픔은 없었지만, 사실 다행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div> <div><br></div> <div> “아니, 내 팔.”</div> <div><br></div> <div> 왼쪽 팔이 없었다. 팔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팔을 휘둘러보았다. 뭔가를 휘두른다는 감각이 없었다.</div> <div><br></div> <div> 당연하지. 없으니까.</div> <div><br></div> <div> “아니, 뭐냐.”</div> <div><br></div> <div> 내가 중얼거렸다. 이제 막 이세계에 왔는데 팔이 없어졌다. 이거 어떻게 복구하지? 복구할 방법이 있나?</div> <div><br></div> <div> 아니 무슨, 1강화에 실패했는데 팔이 없어지는 거야. 그것도 아주 팔이 통째로 사라졌네.</div> <div><br></div> <div> 나는 남은 팔을 얼굴에 대고 나지막이 중얼거렸다.</div> <div><br></div> <div> “아오, 씨발.”</div> <div><br></div> <div> [머리를 강화하시겠습니까?]</div> <div><br></div> <div> 컥.</div> <div><br></div> <div> “아, 아니! 노우! 아니오!”</div> <div><br></div> <div> 내가 미친 것처럼 소리쳤다. 다행이도 글자가 바로 사라졌다. 아, 오른손에 닿은 게 강화 대상으로 지정되는 모양이었다. 좋다. 식겁했지만 덕분에 큰 깨달음을 얻었다.</div> <div><br></div> <div> 내가 인식하는 것이 강화 대상이 되는 줄 알았는데, 일단은 닿아야 하는 모양이다.</div> <div><br></div> <div> 꼬르륵.</div> <div><br></div> <div> 눈치라곤 쥐뿔도 없는 배가 울어댔다. 나는 발목을 두드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단은 마을이 있는 쪽으로 내려가 보기나 할까.</div> <div><br></div> <div> 근데 이 팔은 어쩌면 좋지. 나는 없어진 왼쪽 팔을 바라보았다. 강화를 실패하면 없어지는 건 아무래도 너무한 게 아닌가 싶다.</div> <div><br></div> <div> 그걸 원망할 대상도 없다.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고, 원래 있던 세계에 연락할 방법 같은 것도 당연히 없다. 나는 이번 인생도 조졌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터덜터덜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div></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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