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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32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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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 1
    조회수 : 179
    IP : 119.201.***.182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8/12/27 08: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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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프롤로그(6)
    프롤로그는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거짓말이었다.


    -


      밤부터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 비는 끝도 모르고 떨어진다. 나는 이대로 빗물에 잠기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좀처럼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창문을 긁어대는 비를 보면서 나는 긴 숨을 내쉰다. 따뜻한 숨결이 창문에 부딪혀 그대로 바스라진다.

      나는 비가 오는 날을 좋아한다. 자살하기에는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고 있으면 어쩐지 차가운 기분이 된다. 내 시체도 어딘가로 떠내려가서 없어질 것만 같다.

      어느새 문을 열고, 젖은 발로 바닥을 딛고, 계단을 올라간다. 세상은 까맣기만 하다.

      나는 안다. 언젠가 어둠이 그치리란 것을. 언젠가 아침이 오고 만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기다릴 수 없다. 밝아질 때까지 기다리고 싶지 않다. 지금 당장, 나는 죽기를 소망한다.

      옥상에서 보는 세상은 내가 알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누군가는 어디에선가 사랑을 나눈다. 또 누군가는 비가 쏟아지는 날에 헤어진다.

      그리고 나는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다. 어디에도 속할 수 없다. 눈물이 떨어지지만 개의치는 않는다. 이게 반사적인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슬퍼서 우는 것이 아니라 울어야 해서 우는 것뿐이다.

      또 나는 알고 있다. 슬픔은 아무리 흘려내도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을. 비워내서 없앨 수는 없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왔다. 모든 것을 제쳐두고, 딱 한 가지를 그만두기 위해서. 살아있는 것을 그만두기 위해서.

      천천히 숨을 들이켠다. 몸 안으로 들어오는 공기가 신선하게 느껴진다. 빗방울이 내 몸을 두드리는 동안 나는 고개를 꺾어 마지막 하늘을 바라본다.

      비가 내리는 하늘은 어두워서 좋다. 나는 그거면 됐다고 생각한다. 난간까지 다가간다. 비를 계속 맞은 탓에 몸이 으슬으슬 떨려온다. 난간을 쥔 손이 차가워지는 게 느껴졌다.

      마침내 나는 뛴다.

      옥상에서 바닥으로.

      하늘에서 땅으로.

      삶에서 죽음으로.

      마지막으로 나는 주마등이 보이지 않기를 소원한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길 소망한다. 어떤 것도 떠올리지 않기를 염원한다. 바라고 또 바란다. 이대로 내 삶이 끝나버리기를.

      하지만 삶은 내 편이 아니었다.

      언제나.

      “야.”

      그런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아주 천천히 눈을 뜬다. 그러자 거기에는 누군가 있다. 내 바로 앞에.

      “이렇게 죽을 거야?”

      나는 알아차린다. 여기가 하늘이란 것을. 동시에 누군가 나를 안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이해한다. 상황을 받아들인 나는 무심코 목소리를 낸다.

      “천사에요?”

      내 물음에 천사는 씩 웃는다. “맞아.”하는 대답이 돌아온다. 나는 멍하니 그 웃음을 바라본다. 어느 누구에게서도 볼 수 없었던 상냥한 웃음이 나를 향해있다. 언제까지고 밝을 것 같았던 그 웃음이 사라진 건 바로 그 직후다. 천사가 말한다.

      “널 죽이러 왔어.”


    1화




      똑똑.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드린다. 나는 겨우 고개를 든다. 거기에는 아무도 없어야 한다. 이혼하신 부모님이 올 리도 없고, 가출한 동생이 올 리도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있을 수 있는 건 내가 알기로는 한 명뿐이다.

      “죽었어?”
      “……아직은 살아있어요.”

      당신이 살렸잖아요, 하고 말하려다 그만둔다. 천사는 내 대답에 만족한 듯 시원한 웃음을 짓는다. 나는 그 웃음이 어쩐지 여름을 닮아있다고 느낀다. 내가 가장 싫어했던 계절이자, 가장 좋아했던 계절.

      “언제 죽일 거예요?”

      내친김에 내가 묻는다. 천사는 생글생글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다. 등 뒤에 접힌 날개가 있기 때문에 천사라는 걸 받아들이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그걸 제외하고 본다면 평범한 남자랑 다를 게 없다.

      아니, 평범하지는 않다. 그보다는 조금 잘생긴 정도. 젖은 눈빛이 시선을 끌어당기는 정도. 창백할 정도로 하얀 피부가 돋보이는 정도. 나는 천사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이 잘생긴 천사가 나를 살린 이유는 뭘까.

      “궁금해?”
      “네.”
      “아직 멀었어.”

      천사가 대답한다. 나는 겨우 이불에서 빠져나온다. 눈앞에는 천사가 양반다리로 앉아있다. 시선이 마주치지만 부담스럽지는 않다. 죽음을 각오한 마당이니까.

      “그냥 지금 데려가지 그래요.”
      “싫은데?”
      “네?”

      그렇게 되물은 다음에, 나는 천사가 장난을 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긴 처음부터 이상하기는 했다. 천사가 사람을 죽인다는 것도 이상하고, 죽으려고 마음먹은 사람을 살리려는 것도 이상하다. 그리고 이제 와서 날 죽일 거라는 게 가장 이상하다.

      “……천사 맞아요?”
      “못 믿는 거야?”

      천사는 그렇게 대꾸하면서 예고도 없이 날개를 펼친다. 하얗게 빛나는 날개에 잠시 정신이 팔린다. 천사가 날개를 접으면서 가볍게 웃는다.

      “봤지?”
      “네.”
      “그럼 이제 믿어.”

      나는 그 말이 무척이나 단순하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너무 순수해서 웃음이 난다. 내가 웃자 천사가 따라서 웃는다.

      “왜요?”

      내가 묻는다. 천사는 내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대답한다.

      “잘 웃는다 싶어서.”
      “네?”
      “죽으려고 했잖아.”
      “…….”

      나는 입을 다문다. 조금 전까지 떠돌던 웃음이 금세 사라진다. 입술을 꽉 깨문다. 이런 건 수도 없이 겪어봤다. 즐거웠던 교실이 내가 들어가는 순간 조용해지는 걸 많이 봐왔다.

      나는 웃음과 거리가 멀다. 나를 비웃는 사람들은 있었어도 내가 있어서 즐겁게 웃었던 사람은 없다. 엄마도 아빠도, 동생마저도 내가 있어서 웃지는 않았다. 오히려….

      “미안해. 그만 울어.”

      천사가 말한다. 나는 고개를 들어 천사를 바라본다. 어느새 웃음을 지운 천사가 내게 손을 뻗는다. 곱디고운 손가락이 내 눈가에 닿는다.

      “내가 잘못했어. 그만 울어.”

      천사는 모른다. 내가 슬프지 않다는 걸 모른다. 더는 슬플 수 없다는 것도 모른다. 그래서 내가 말한다.

      “저, 안 슬퍼요.”

      그러니까 이건 슬퍼서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고, 그냥 습관처럼 흐르는 눈물이라고 말하려고 한다. 하지만 천사는 내가 그렇게 말하기를 허락하지 않는다.

      “거짓말.”

      천사가 말한다.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나는 천사가 야속하다고 느낀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에 대해서 아는 건 아무것도 없으면서. 죽으려던 걸 보고 불쌍하다고 짐작하는 거면서.

      “난 다 알아.”

      내 속마음을 읽었다는 것처럼, 천사가 말한다. 내 눈물을 닦은 천사가 긴 숨을 내쉰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와 시선을 맞춘 천사가 말한다.

      “줄곧 너를 보고 있었어.”

      나는 그 말이 우습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천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나를 보고 있었을 리가 없다.

      “그럼 왜 이제야 나타났어요?”

      스스로가 한심하다는 걸 알고 있다. 이건 전적으로 내 탓이다. 같은 편을 만들지 못했고, 다른 사람에게 미움 받을 만한 행동을 했다. 아무 잘못도 없는 천사를 책망하는 것도 다 내가 못나서다. 하지만 그만둘 수는 없다. 나는 원래 못난 사람이니까.

      “이제 죽으려고 했는데, 끝내려고 했는데… 왜… 이제야.”

      울고 싶지 않다. 슬프고 싶지 않다. 그런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다. 외롭지 않고 싶은데, 목소리가 점점 멎어간다. 울지 않기 위해서 입술을 꽉 깨문다.

      눈가가 아리다. 나는 알고 있다. 지금 눈을 깜빡이면 눈물을 흘리란 걸. 슬퍼서 흘리는 눈물이라는 걸 나는 안다. 울면 돌이킬 수 없게 된다는 걸, 나는 잘 이해하고 있다.

      “이젠 괜찮아.”

      천사가 말한다. 나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괜찮은 건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괜찮지 않다.

      나는 천사를 바라본다. 천사는 웃고 있지 않다. 그런데도 나는 천사가 따뜻하다고 느낀다. 생전 느껴보지 못한 따뜻함이 전해져 와서, 나는 그만 눈물을 떨어뜨리고 만다.

      한 번 떨어지기 시작한 눈물은 쉽게 그치지 않는다. 나는 내가 슬프다는 걸 인정하기로 한다. 외롭다는 걸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렇게 생각하자 슬픔이 한꺼번에 들이닥친다. 눈물을 쏟아내면서 나는 생각한다.

      사실은 죽고 싶지 않았다고. 누구보다도 더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고.

      * * *

      “넌 학교에 안 가?”
      “네.”
      “왜?”
      “싫어서요.”

      진정이 된 나는 가만히 천사를 바라본다. 날 살린 천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내 옆에 있을 뿐이다. 마치 사람처럼 가만히 앉아서 나를 바라보고만 있다. 줄곧.

      “뭐가 그렇게 싫은데?”
      “저에 대해서 다 안다면서요?”
      “알아도 물어보는 거야.”

      그런 게 어디 있냐고 생각하지만 그것도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는다. 대신 나는 천사에게 이렇게 말한다.

      “전부 다요.”
      “왜?”
      “세상에는 싫은 것밖에 없거든요.”
      “그래?”

      그럼, 하고 천사가 선심 쓰듯 말한다.

      “다 없애줄까?”
      “네?”
      “네가 싫어하는 것들, 내가 다 없애줄게.”

      나는 천사를 바라본다. 천사의 목소리에서는 장난을 치는 기색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말한다.

      “에이, 천사라더니 사실은 악마인 거 아니에요?”
      “그럴지도 모르지.”

      그렇게 대답한 천사가 다시금 날개를 펄럭인다. 순백처럼 하얀 날개가 멋지게 펼쳐진다.

      “그거 약빨 다 됐어요.”
      “응?”
      “자기 불리할 때만 날개 펴면서 천사래.”

      내 대답에 천사가 조금 토라진 표정을 짓는다. 나는 심호흡을 한 후에 숨을 길게 내쉰다.

      “절 죽인다고 했죠?”
      “응.”
      “언제 죽일지는 안 알려줄 거예요?”
      “응.”
      “만약 그 전에 제가 죽으려고 하면요?”
      “안 돼.”

      나는 대답하지 않고 잠시 침묵한다. 묘한 정적이 나와 천사 사이에 감돌기 시작한다.

      옥상에서 뛰어내린 나를 구해준 천사는 나를 죽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언제인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언제 죽일 거냐는 말에는 멀었다고만 대답했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마음대로 죽는 것도 안 된다고 한다.

      “완전 제멋대로네요.”
      “천사니까.”

      천사가 다시 날개를 펄럭, 하고 펼친다. 결국 웃음이 터진다.

      “천사가 아니라 사기꾼 아니에요?”
      “비슷하지?”

      어떻게 그게 비슷할 수 있냐고 물으려다 입을 다문다. 잠깐이지만 내가 헛것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나는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어쩌면 이미 죽었거나 혼수상태에 있는 건 아닐까?

      “나쁜 생각.”

      천사가 말한다.

      “네?”

      내가 되묻는다.

      “지금 나쁜 생각 하고 있지?”
      “…아닌데요.”
      “거짓말쟁이 같으니.”

      천사가 나를 책망하는 투로 말한다. 양심이 조금 찔린 나는 애써 천사의 시선을 피한다.

      엄연히 말하면 나쁜 생각은 아니다. 흔히 할 수 있는 생각 중에 한 가지일 뿐이다. 나는 합리적인 사람이니까. 이건 그냥 이성적으로 생각한 것뿐이다.

      “괜찮아. 이제 내가 왔으니까.”

      그 말에 나는 다시 고개를 든다. 천사는 순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조금 울컥한 탓에 목소리가 저절로 흘러나온다.

      “하나도 안 괜찮아요. 지금까지도 안 괜찮았고, 앞으로도 안 괜찮을 거예요. 죽는 게 저한테는 가장 괜찮은 거예요.”
      “왜?”

      천사가 되물어온다. 나는 잠깐 고민한 다음 이렇게 묻는다.

      “왜 저를 살린 거예요?”
      “아직 죽어서는 안 되니까.”
      “그럼 왜 저를 죽인다고 했어요?”
      “죽을 때가 되면 죽어야지.”
      “역시 사기꾼이죠?”

      천사의 말은 순 엉터리다. 죽일 거면 살릴 필요가 없고, 살릴 거면 죽일 필요가 없다.

      “제가 죽어버리면요?”
      “어떻게?”
      “수면제를 먹거나, 몰래 손목을 긋거나….”
      “다시 살려야지.”

      그런데도 천사는 나를 살리겠단다.

      “그럴 거면 안 죽이는 게 낫지 않아요?”

      그 물음에는 천사가 빙긋 웃는다. 이렇게 보니 진짜 천사가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저렇게 웃는 사람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진짜 천사가 지을 법한 웃음이다.

      “자꾸 토 다는 거 보니 기운은 있는 모양이네.”

      그렇게 말한 천사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영차, 하는 인위적인 목소리는 덤.

      “그럼, 가볼까?”
      “네?”

      어디를요? 하고 물으려다 입을 다물기로 한다. 어디를 말하는 건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불안해진 내가 덧붙인다.

      “어딜요?”
      “어디든.”

      그렇게만 말한 천사가 내게 손을 내민다. 나는 붙잡지 않는다. 그러자 천사는 가까이 다가오더니 내 팔을 잡고 일으켜 세운다.

      “기왕 죽을 결심을 했다면.”

      천사가 말한다.

      “작은 복수정도는 해도 괜찮지 않겠어?”

      몹시 매력적인 목소리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못내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천사가 빙긋 웃는다.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
      “네?”

      내가 천사의 말을 이해할 틈도 없이, 내 몸이 천천히 떠오른다. 비명을 지르려다 억지로 삼킨다.

      여기에서는 소리를 지르면 안 된다. 잠귀가 밝은 주인아주머니가 올라올 테니까.

      “자, 헤엄치는 것처럼 앞으로 팔을 뻗어봐.”

      어느새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간 천사가 말한다.

      “저, 헤엄 못 쳐요.”
      “그럼 아무렇게나 손 뻗어봐.”
      “…거짓말쟁이.”

      날 다 보고 있다고 했으면서. 나는 천사가 말한 대로 손을 뻗는다. 그러자 놀랍게도 내 몸이 앞으로 나아간다. 허공에 뜬 채로. 창문을 통해 빠져나간 나는 하늘에 둥둥 떠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말했잖아. 난 천사라고. 너한테도 날개를 달아줄까?”

      천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등 뒤가 간지럽게 느껴졌다. 고개를 돌린 나는 무심코 탄식을 터뜨린다.

      “와…….”
      “예쁘지?”

      천사가 묻는다. 끄덕.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내 등 뒤에는 천사의 것과 같은 날개가 나타나 있다. 어깨를 살짝 움직이자 날개가 펄럭인다. 아무래도 진짜 혼수상태에 있는 모양이다. 그게 아니라면 꿈을 꾸고 있거나.

      “꿈 아니야.”

      앞에서 천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고개를 돌려 천사를 바라본다.

      “혼수상태도 아니고.”
      “……생각도 읽을 수 있어요?”
      “천사니까.”

      천사라는 한 마디로 대답을 일축한 천사는 앞장서서 나아간다. 빠르지는 않다. 내가 쫓아올 수 있도록 기다리는 것처럼 천천히 나아간 천사가 나를 향해 말한다.

      “따라올 수 있지?”

      나는 대답 대신 앞쪽으로 손을 뻗는다. 그러자 몸이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무척 이상한 기분이 든다. 밤에 천사를 따라 하늘을 날고 있다니.

      “내 손 잡아.”

      천사가 말한다. 나는 장난기가 생겨 천사에게 다가간 다음 날개를 대뜸 붙잡는다. 천사가 당황한 목소리로 말한다.

      “거긴 손이 아닌데.”
      “여긴 잡으면 안 되나요?”
      “어… 음. 편할 대로 해.”

      그렇게 말한 천사는 앞으로 천천히 나아가기 시작한다. 찾았다. 천사가 못 하는 거.

      “표정 숨기는 거 잘 못 하죠?”
      “…….”

      천사는 대답하지 않지만 나는 알고 있다. 저건 정곡을 찔렸다는 표정이다.

      “천사니까 그런 일을 할 필요가 없어서 그런 거겠죠?”

      이번에도 천사는 대답하지 않는다. 옛날 일이 잠깐 떠오른다. 팔이 담배로 지져질 때, 울상을 지었다가 맞았던 기억이다. 표정을 잘 숨겼다면 맞지는 않았을까.

      “나….”
      “알아요. 나쁜 생각 안 할게요.”

      내 대답에 천사가 쓸쓸한 표정을 짓는다. 나는 천사의 날개에서 손을 뗀다. 천사가 돌아보는 순간에 내가 손을 덥석 붙잡는다. 내가 말한다.

      “어딘진 모르겠지만, 가요.”

      잡고 나서야 천사의 손이 무척이나 크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무척이나 따뜻하다는 것도.

      “놓지 마.”

      천사가 말한다. 나는 조금이지만 천사의 상냥함에 기대고 싶다고 생각한다. 알았어요, 하고 작게 속삭이자 천사가 알 듯 말 듯한 웃음을 짓는다. 천사의 손을 잡고 따라가던 도중 내가 물었다.

      “어디로 가는 거예요?”
      “널 죽이려고 했던 사람들한테 가는 거야.”
      “네?”

      이번에는 내가 당혹스러울 차례다. 천사는 마치 이미 결정을 내렸다는 듯 단호한 어조로 말한다.

      “이제부터 그 사람들을 죽일 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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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2/27 10:13:40  121.147.***.206  방랑돌  72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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