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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01096
    작성자 : 김반타 (가입일자:2011-05-21 방문횟수:182)
    추천 : 3
    조회수 : 1229
    IP : 211.210.***.34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20/01/23 00:00:39
    http://todayhumor.com/?panic_101096 모바일
    공포 아님) 세기말 고딩
    꿈을 꿨습니다. 고등학교 입학하기 며칠 전. 
    한 아기가 바닷속을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전 어릴 때부터 꿈을 드물게 꾸는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기억에 오래 남기도 했습니다. 
    그중엔 신기한 꿈도 있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학교가 끝나면 국영수 학원과 합기도 도장을 다녔을 때라 집에 오면 새벽 한 시가 되는 생활이었습니다. 가장 큰 낙은 만화책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학교는 이미 방학했고, 국영수 학원도 방학하던 날 학원 영어 선생님이 대뜸 제게 이렇게 물은 적이 있었습니다. 

    "영기야, 학교도 학원도 방학인데 내일부터 뭐 할 거야?" 
    "아이스크림, 컵라면, 과자 사다 놓고 이불 속에서 만화책 스무 권씩 쌓아놓고 읽을 거예요."
    "뭐? 이야~ 무슨 중학생이 벌써 행복을 알고 있네. 나도 그럴 거야." 

    그땐 선생님이 아주 어른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십 대 중반 여자였습니다. 
    신기한 꿈을 꾼 건 이렇게 스무 권씩 쌓아놓고 만화책을 읽던 방학 때였습니다. 
    꿈속에서 저는 책 대여점 안에서 어떤 만화책을 찾고 있었습니다. 바퀴가 달린 미닫이 책 수납장을 급하게 밀어 대며 책을 꺼내고 넣기를 반복하다 한 만화책을 골라 펼쳐 읽었습니다. 
    그 만화책 내용은 한 소년이 포탈처럼 벽을 넘나들며 한 소녀를 찾아 헤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꿈에서 깼습니다. 

    다음 날 눈 뜨자마자 책 대여점에 가 그 만화책을 찾아 뒤적였습니다. 왜냐면 꿈속에서 본 그 만화책은 한 번도 읽은 적 없는 내용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미닫이 수납장을 밀어대고 책을 꺼냈다 넣기를 반복하며 대여점 전체를 뒤지던 중, 곰팡내와 함께 바랜 책들이 모인 옛 만화책 코너에서 멈춰 섰습니다. 제목과 언뜻 보이는 표지의 색감으로 확신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잠시 펼쳐 읽었는데 꿈속에서 본 내용과 같았습니다. 열여섯 권 정도의 일본만화였는데 전부 빌려 집에서 한숨에 다 읽었습니다. 

    아마 이견이 많겠죠. 펼칠 수 있는 모든 의견을 수렴합니다. 하지만 중학생인 제가 느꼈던 그 떨림과 흥분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이 일은 제가 꿈을 통해 느꼈던 신기한 경험 중에 가장 작은 일입니다.

    다시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며칠 전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아기가 바닷속을 헤엄치는 꿈. 아무리 생각해도 별다른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CF에서 본 건가... ?' 헤엄치는 것 말고는 아무 사건도 없는 사진처럼 짧은 꿈. 어떻게 보면 흔한 장면 같기도 하고.

    찜찜하게 잊었습니다.

    이틀 뒤 친구들과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하고 집에 혼자 걸어가던 길이었습니다. PC방이 많이 없었던 때라 거리가 멀었습니다. 폐쇄된 철길 위 다리를 건너 저층 아파트만 한 대동서적을 지나 여느 때처럼 음반 가게를 지나칠 때였는데, 가게 스피커에서 시끄러운 락 음악이 터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보통 마이클 잭슨의 맑은 목소리랄지 케니지의 색소폰 소리 같은 게 들려야 하는데 이상했습니다. 

    '이상하네, 사장이 기분이 안 좋은가? 소리도 너무 크고. 헤비메탈은 아닌 거 같은데 무슨 노래가 이러냐?'

    이승환, 김건모, 패닉 그리고 위대한 서태지를 좋아했던 당시 제 귀에 가장 강한 사운드 음악은 서태지의 [필승]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음악은 필승보다 훨씬 지저분하고 화가 많이 나 있었습니다. 
    그렇게 음반 가게도 분노의 목소리도 희미해지던 중 다시 발걸음을 돌려 음반 가게로 들어갔습니다. 

    "사장님, 지금 밖에 나오는 음악 뭐예요?" 
    "왜?" 
    "좋아서요." 

    사장님은 카운터 책상에서 일어나 팝송 코너로 가더니 CD 한 장을 꺼내 제 얼굴은 보지도 않은 채 손에 건네주고 다시 카운터 책상에 앉았습니다. 

    CD 케이스 표지엔 아기가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새파란 바닷속에서, 낚싯바늘에 걸린 달러 지폐 한 장을 향해.



    #투 비 컨티뉴?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20/01/23 01:19:51  59.17.***.219  Capybara  169349
    [2] 2020/01/23 15:51:48  212.95.***.174  오지리  770642
    [3] 2020/02/07 17:57:09  121.55.***.44  좁쌀여우  454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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