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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00827
    작성자 : 불안먹는하마 (가입일자:2019-03-29 방문횟수:107)
    추천 : 3
    조회수 : 536
    IP : 211.253.***.194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9/10/05 15:42:56
    http://todayhumor.com/?panic_100827 모바일
    그녀를 찾아 절망 속으로 들어갔다(끝)
    옵션
    • 창작글
    건장한 남성들이 어둠을 뚫고 대로변 아래로 길게 뻗은 내리막길 초입에 서있다. 한쪽은 낡은 집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한쪽은 재건축이 한창인 공사현장이다. 너무 늦은 밤이라 공사 인부하나 없어 휑했고, 어두운 붉은 불빛을 퀘퀘하게 내뿜는 방석집 간판만이 보였다.
     

    궁전, 공주, 스리랑카, 제비. 단순한 단어가 나열된 오래된 간판들이 줄지어 모여 있으니 오래 된 불쾌한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저 멀리 이름 모를 청년 한명이 오르막을 힘겹게 올라 그곳들 중 하나로 들어간다. 괜히 두리번거리던 그가 문을 열자 검붉은 불빛이 일순간 뻗어 나왔다.
     

    어둠과 붉음. 퇴폐적이고 무너져가는 향락과 같은 이곳. 진수가 어머니를 묻어두었던, 그리고 지수를 만나 잠시의 희망을 안고 살아갔던 보금자리였던 곳이다.
     

    진수는 두명의 남자, 최실장과 지사장을 이끌고 그가 거주하던 목욕탕 앞에 섰다. 인기척이 들렸던지 옆에 붙어 있던 방석집 주인 중 한명이 고개를 내밀었다. 하지만 지사장과 최실장의 어둠과 어울리는 험상궂은 얼굴을 보고서는 문을 닫고 들어갔다.
     

    옆으로 문을 밀었다. 순식간에 코로 스며드는 뭔가가 썩어 들어가는 냄새. 어머니의 내음. 진수는 남탕을 향해 몸을 틀었다.
     

    이거 시체 썩는 냄새아니가.”
     

    형사였던 지사장은 진수를 노려봤다.
     

    지수가 어머니한테도 손을 댄 거 같습니다.”
     

    왜 신고 안 했는교.”
     

    처음에는 안 믿었거든요. 그래서 혹시나 내가 오해했을까봐. 신고해버리면 그녀가 나에게 변명할 기회조차 없이 경찰에 잡힐까봐 두려웠습니다.”
     

    빌어먹을 정신병같은 헌신이네.”
     

    지사장은 기분이 더러운 듯 가래침을 모아 바닥으로 뱉었다. 최실장은 비웃음 가득한 코웃음을 쳤다.
     

    하여튼, 저 여탕 안으로 들어가면 컴퓨터가 있습니다.”
     

    두명의 남자는 여탕문을 열고 들어갔다. 지사장은 바닥에 굴러다니는 세제통이 거슬렸는지, 아니면 역겨운 냄새가 불편한지 신경질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진수는 남탕으로 들어갔다. 얼마 안 되었지만 그녀의 어머니가 보고 싶었다. 습기가 가득 찬 온탕 안에 어머니는 부풀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붕어처럼 부풀어 올랐다. 민주와 같이. 살도 퉁퉁 부어 바늘로 찌르면 펑 소리 내며 터질 것 같았다. 욕조에 떠오른 푸른 곰팡이와 물떼. 그리고 습한 썩은 냄새. 진수는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리고 순간. 스치듯 지나가는 것이 하나 있었다. 서랍 속 청산가리. 여기서 끝내도 좋을 것 같았다. 그녀가 왜 이런 짓을 저질렀는지 궁금했지만 육체적으로 신체적으로 많이 지쳤다.
     

    쓰러진다. 진수는 역겨운 그녀의 어머니의 냄새에 정신을 못 차리고 뒤로 자빠지고 있었다.
     

    희미한 소리들이 들린다. 지수는 이 곳에서 가짜 명품을 파는 사기행각을 벌였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소리도 들렸다. 사기피해자들을 만나다보면 그녀의 뒷덜미를 잡을 수 있겠다고.
     

    모든 게 죽어가는 진수의 귀를 스치고 지나갔다. 잡는다면, 이유를 알 수 있을까. 지사장과 최사장은 쓰러진 그를 놔두고 그냥 나가는 듯 했다. 이렇게 죽는건가 하고 생각했을 때,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는 어떤 사람에게 구해졌다.
     

    경찰. 누군가의 신고로 인해 경찰들은 이곳으로 들어왔고, 진수는 사체유기 혐의로 체포되었다.
     

     

    -----------------------------------------------------------------------------
     

     

     

    서울의 밤은 화려하다. 네온사인은 번쩍거리고 술과 담배 냄새는 길목을 장악했다. 비틀거리며 술취한 남자들은 불빛 쫒는 나방처럼 이끌리듯 빛나는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유흥주점 사이사이 자리 잡은 24시 편의점들. 그 중 한 곳에서 덩치 커다란 남성 한 명이 소주를 들이키고 있다. 빈껍데기만 남아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그는 멍하니 화려한 간판 불빛을 바라보고 있다.
     

    출소를 하고 나서 매일 밤 진수는 이런 곳을 돌아 다닌다. 유흥가의 밤은 화려하다. 초라하고 추악한 모습을 감추려 더욱 더 인위적인 불빛을 번쩍거린다. 지수가 생각난다. 그녀도 그랬었지.
     

    명품이라는 불빛을 덮어쓰고 자신은 대단한 사람이라고 착각했겠지. 온갖 추악한 범죄를 저지르고 나서도 명품을 입거나 들고 다니면 다 숨겨질 줄 알았겠지.
     

    유흥가. 지수와 많이 닮았다. 이곳에 있다 보면 그녀를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저 멀리. 그녀가 걸어온다. 붉은 립스틱에 싸구려 명품 가방을 들고, 온몸에 착 달라붙는 원피스를 입고 싼티를 숨기려고 발악을 하는 그 여자가 남자를 한쪽에 끼고 건물 지하로 들어가려고 한다.
     

    ! 유지수!”
     

    진수는 비틀거리는 몸을 부여잡고 크게 고함을 쳤다. 그녀는 힐끔 뒤를 돌아봤다. 그녀의 입에서 쌍스러운 욕설이 살짝 흘러나왔다.
     

    ! 내 동생이랑 어머니랑 죽였는데! 이 나쁜년아!”
     

    네온사인 불빛에 번쩍거림이 지수의 얼굴을 뒤덮었다. 그러고는 비웃으며 말했다.
     

    그냥.”
     

    진수는 껄껄거리며 웃었다. 양복입은 사내들과 웃음을 파는 여성들이 우글거리는 추악한 불빛이 가득한 도심 한 가운데서 그는 한쪽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청산가리를 입에 털어 넣고 피와 흰거품을 뿜으며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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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0/07 07:23:18  31.193.***.138  오지리  77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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