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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86641
    작성자 : zenith
    추천 : 1
    조회수 : 562
    IP : 220.124.***.38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8/12/10 22:26:44
    http://todayhumor.com/?lovestory_86641 모바일
    백석-흰 바람벽이 있어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 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 샤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러퍼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어 대구국을 끓여 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늬 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굴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어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 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 하눌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 잼' 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출처 하눌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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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2/11 10:05:43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단,비공감수가 추천수의 1/3 초과시 해당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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