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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눔계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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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입 : 15-09-05
    방문 : 47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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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원차단해제
    게시물ID : humordata_1826389
    작성자 : 나눔계 (가입일자:2015-09-05 방문횟수:471)
    추천 : 4
    조회수 : 2026
    IP : 121.164.***.134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9/08/01 02:13:26
    http://todayhumor.com/?humordata_1826389 모바일
    (메갤문학) 절반
    옵션
    • 창작글
    나는 썩 재미없는 인생을 살아왔다 생각한다.
    밖에서는 늘 겉돌았고, 사람이 많은 곳 보다는 사람이 없는 곳을 선호했다.
    굳이 불필요한 외출을 하는 것보다, 집 안에 틀어박혀있는 게 더 편하고 안락했다.
    어쩌면 내 인생이 재미없는 게 아니라 내가 재미없는 인간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시시한 내 인생속에선, 하나의 보람이자 삶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 하나 있었다.
    게임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게임은 내 인생의 절반이었다.
    사실 전부였을지도 모른다.
    게임을 하고 있을때야 비로소 내가 살아있는 걸 느꼈고,
    조금은 씁쓸하지만, 내 재미없는 인생 속의 유일한 낙이었다.
    지금부터, 게임에 얽힌 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나는 어릴적부터 RPG를 선호했다.
    내 머리는 '게임은 오래 할 수록 성취감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 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있었다.
    당시 인기를 끌었던 서든어택이나 스타크래프트
    이 게임들은 분명히 인기게임이었지만 내 게임관에는 맞지 않았다.
    내가 못해서인 것도 있겠지만, 위 게임들은 RPG의 요소가 없을 뿐더러, 오래 해도 성취감이 느껴지는 게임이 아니었으니까.
    어쩌면 내 이런 게임관은 열등감에서 비롯됐을지도 모른다.
    게임에서조차 열등하다는 걸 인정하기 싫었던 것일까?
    그래서인지 나는 메이플스토리라는 RPG게임을 오랜 기간 해왔다.
    지금의 내 나이를 생각해보면 위에서 언급한대로 인생의 절반을 함께했다고 할 수 있다.
    내 기억을 더듬으면 메이플은 늘 함께한 추억이 있다.
    내 주변 인간관계조차도 메이플로 인해 이루어져있을 정도니까.

    그래도, 그동안의 삶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동안 지냈던 삶이 정말 뿌듯하고 지금은 그런 삶을 살아준 내게 감사하기까지 하다.
    내 삶은 분명 타인이 판단했을때 한심하기 그지없고  시간낭비를 해왔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그동안 해왔던 게임이 정말 즐거웠고  그로인해 울고 웃었다.
    그럼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삶이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행복은 주관적이니까.
    물론 내가 후회하지 않는 더 큰 이유가 있다.

    이제부터 메이플스토리에 얽힌 내 이야기를 하고자 힌다.
    2003년에 출시된 RPG게임 메이플스토리.
    직역하면 단풍 이야기라는 뜻을 가진 이름.
    단풍의 꽃말은 '은둔' 이라고 한다.
    어쩌면 밖에서 겉돌던 내가히 하기에 가장 어울리는 게임이 아니었을까.
    난 메이플을 정말 오래 해왔다.
    딱 내 인생의 절반만큼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의 일이다.
    수능이 끝나고 PC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집에 있는 시간보다 많게 될 즈음, 난 우연히 친구의 추천으로 메이플스토리 리부트를 시작하게 된다.
    유사리니지가 된 메이플에 질려 오랫동안 발길을 끊고 있었는데, 친구는 굉장히 매혹적인 얘기를 했다.
    메이플스토리 리부트는 현질이 아예 불가능한 와우같은 게임이다.
    난 그 말에 혹했고 메이플 리부트를 시작했다.
    그 당시 메이플 리부트는 내게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충격이라고 다시금 생각한다.
    시작한지 3달째 되던 날, 무과금으로는 꿈도 못꾸던 최종 컨텐츠를 맛봤을 때의 그 충격은 글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쾌감이었다.
    흔히 표현하는 갓겜이었다.
    지금도 생각한다.
    내가 태어나서 해왔던 모든 게임을 통틀어서 가장 재밌게 했던 게임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난 메이플 리부트를 미친듯이 플레이했다.
    과금없이 오로지 플레이 한 시간만큼 스펙이 성장한다는 건 그야말로 내 게임관에 걸맞는 RPG가 아닌가?
    그렇게 반년정도 플레이를 하고, 나도 어느정도 고인물이 되어갈 즈음 나는 무언가에 홀린듯 강화를 하게 된다.
    지금 생각해도 그 때의 심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메이플이 질렸던 게 아니다.
    재미없던것도 아니다.
    아마 안일했으리라.
    난 몇 달을 반복해야 구할 수 있는 당시의 최종무기를 그냥 강화해버렸다.
    성공확률 30%
    실패확률 67.9%
    파괴확률 2.1%
    물론, 위험부담은 거의 없었다.

    어차피 실패할테니까.
    두 번 시도할 돈은 없었기에 실패하면 그대로 둘 생각이었다.
    첫 시도에 파괴될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으니까.

    내 예상과는 전혀 달리
    그 아이템은 처참히 파괴됐다.
    첫 시도만에 2.1%의 확률로 처참히 파괴됐다.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걸 얻으려고 지금까지 해왔던 노력이 전부 물거품되는 순간이었다.
    교환이 불가능한 서버의 특성상 그 아이템을 다시 구하려면 다시 오랜 기간 반복을 해야되는데.
    진저리가 났다.
    그렇게 난 리부트를 떠났다.

    그 뒤 1주일정도가 지났을까.
    난 롤이나 오버워치 따위를(내 게임관에 맞지 않는 게임) 무감정으로 해가며 다시금 재미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을 즈음.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메이플스토리 리부트2가 출시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리부트와 똑같은 방식의 신 서버가 생긴다는 소식이었다.
    리부트는 모두 똑같이 0부터 시작하니까
    나같은 게이머에게는 랭커가 될 기회가 생긴다는 소식이었다.
    어차피 리부트1은 접었었고, 당장 할 게임도 없던 내게 신 서버 출시는 나를 정말 설레이게 했다.
    그렇게 난 리부트2에서 다시 시작했다.
    랭커를 노리고 하루 20시간 가까이 해가며 미친듯이 게임에 전념했다.
    그렇게 난 어느정도 랭커의 반열에 올랐다.
    다시 과정으로 돌아가서 내겐 처음 시작했을때 만난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이제부터 친구라고 칭하겠다.
    그 친구는 우연히 처음 시작했을 때 만나, 친구추가를 맺고 같은 길드에 들어갔다.
    접속 시간대도 거의 같았고, 서로의 성장속도도 비슷했다.
    첫 카루타와 하매를 클리어하기 위해 5~6시간 가까이 빌드를 짜며 리트라이를 했을 때도 그 친구와 함께했고 같이 고인물이 되어 뉴비들 버스를 태워주고 길뚫을 도와주는것조차도 그 친구와 함께했다.
    누군지도 모르고, 이름도 몰랐지만 어쩌면 현실의 그 어떤 친구보다도 각별했다.
    난 현실 세계에 있는 시간보다 메이플 월드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기에 현실친구와의 교류보다 그 친구와의 교류가 더 많았던건 어찌보면 당연했으리라.
    사담도 많이 나눴는데, 그 친구는 나와 동갑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어느새 터놓고 이야기하는 사이가 되었다.
    메이플 자체가 고인물 컨텐츠는 사냥밖에 없었기에, 게임 속에서는 대부분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반년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무렵, 우리 둘은 서서히 게임에서 멀어져갔다.
    그야 대학생이던 둘은 개강을 했고, 게임이라는 게 오래하면 질릴 수 밖에 없었으니까.
    그렇게 현실에 충실한 삶을 지내던 둘은 서서히..., 아주 서서히... 잊혀져갔다.
    대학 가로수길의 단풍이 점점 빨갛게 무르익을 무렵이었다.
    오후 1시 30분경 강의실에 도착하기 직전 갑작스런 휴강공지가 내려왔다.
    네 시에 강의가 있으니 집에가긴 애매했고 시간을 같이 때울 친구도 없던 나는, 오랜만에 PC방을 갔다.
    그동안 과제지옥으로 거의 들어가지 않던 메이플 월드로.


    접속하자마자 1:1대화초대가 왔다.
    그 친구였다.
    그 친구는 내게 말했다.

    'ㅎㅇ.'

    '오랜만이네.'

    '요즘 뭐하고삼.'

    '그냥 대학다니고 과제하고 그러지머'

    '나도 똑같음 ㅋㅋ 잠깐 들어와봤는데 반갑다야.'

    서로의 안무를 묻는는 채팅이 오고갔는데
    친구는 뜬금없는 이야기를 했다.

    '나 사실 여자야.'
    믿을 수가 없었다.
    그야 그럴 게 맨날 애니메이션 이야기나 일삼던 점이나 그 친구가 쓰던 어휘의 선택을 보았때 여자라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나는 당연히 그 친구를 남자라고 믿고 있던 것이다.
    근데 뭔가 분했다.
    그럴 거면 조금 일찍 말해주지.
    지금까지 속은 기분이 들었다.
    한 편으로는 그 친구에게 당한 느낌이 들어 인정하기 싫었다.
    그래서 난 매우 담담하게 '알고 있었어.'라고 답했다.

    그 뒤로 오고간 이야기는 별 거 없었다.
    서로 대학생활로 인해 많이 못 들어오니까 카톡으로 말하자고.
    서로 카톡 아이디를 주고받았다.

    그렇게 둘 관계는 다시 예전과 같아졌다.
    연결고리가 메이플에서 카카오톡으로 바뀐 것일 뿐, 밤새도록 얘기를 나누었으며 꽤나 구체적인 이야기도 많이 오갔다.
    잡다한 고민거리나, 미래의 꿈. 심지어는 가정사까지.
    확실히 그 친구는 나랑 통하는 게 많았다.
    취미도 깉았고 성향도 비슷했으며 무엇보다 이야기 코드가 잘 맞았다.
    그러다 우연히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나 이야기가 잘 통하는데 카톡으로만 주고받는 건 아쉬웠다.

    난 조심스레 얘기를 꺼냈고 그 친구와 만나게 됐다.
    확실히 즐거웠다.
    같이 술을 마시면서 그동안의 수 많은 추억들을 얘기했다.

    '그때 기억 나냐'
    '아 ㅋㅋㅋㅋㅋㅋ'

    '야 사실 ㅇㅇ도 여자임'
    '????????????'
    '우리 길드에 여자 되게 많았어 ㅋㅋㅋ'

    남들이 들었다면 이상한 눈초리를 보냈을지도 모르는 대화였지만.
    아무렴 좋았다.
    달빛에 비치는 단풍이 붉게 빛나던 밤, 알코올이 들어간 우리의 목소리는 단풍잎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정말 재밌었다.
    그렇게 수차례 그녀와 만났다.
    만나면 할 일은 정해져있었다.
    술 잔을 기울이며 추억팔이를 하다가 PC방에 가는 것.
    우리는 이렇게 한 없이 무익한 시간을 함께 보냈다.

    근데, 한 가지 위화감이 들었다.
    처음 느껴보는 강한 위화감이었다.
    평생 처음 느껴본 감정이었다.

    이성과 함께 하루를 보낸다는 건,
    소심하고 내성적이던 모테솔로에겐
    아주 큰 자극이었다.

    그녀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자각한 것이다.

    그 즈음 나는 그녀의 집 근처를 찾아갔다.
    평소에 만났다면 항상 술이나 노래방, pc방이었지만
    그 날은 무언가 달랐다.
    그녀는 내게 영화를 보자고 했고 영화를 보고 밥을 먹고,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르고, 커피숍이나 베스킨라빈스에 가고...
    그냥 데이트였다.
    그 날 PC방은 가지 않았다.

    바람이 시린 늦가을의 밤이었다.
    그녀가 말했다.
    '아우 손시려... 왜케 춥냐...'
    이때다 싶었다.
    '야 손줘봐바 나 몸에 열 개많아'
    이러면서 난 무심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아마 처음 잡아본 이성의 손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넷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첫 연애나 연애 초기, 썸 탈때는 손만 잡아도 발기한다고.
    그거 진짜더라.
    다행히 코트로 인해 티는 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즈음, 난 확신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고, 이루어져서도 안된다는 걸.

    내가 입대하기까지 며칠 안남았었으니까.
    솔직히 말해서 도피였을지도 모른다.
    고백이란 건 해본적도 없었으며, 할 용기도 없었다.
    그리고 남자가 입대하기 전에 고백하고 가면 그것보다 쓰레기도 없지 않은가?
    뭐 이런저럼 이유로 난 자기최면을 해가며,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 거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마지막 입대 사흘 전
    난 그녀의 집에 갔다.
    그녀의 집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TV를 봤다.
    아직도 내용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슈퍼주니어가 게스트로 나온 편이었지 아마
    이특이 스타킹 MC를 하던 시절 강호동과 함께 했던 썰을 풀고있고, 쏟아지는 강호동의 악담으로 나머지 멤버들이 비난을 하던... 그런 아는형님 에피소드.
    난 초조함과 비참함,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설레임이 교차한 상태로 캔맥주를 홀짝이며 TV를 보고 웃는 그녀의 옆모습을 힐끗힐끗 훔쳐보았다.
    그 날은 그녀의 부모님이 집을 비웠고, 난 그녀의 집에서 하루를 지냈다.
    하지만 한 숨도 잘 수 없었다.

    밤새도록 생각했다.
    고백을 할까?
    미련 없이 포기할까?
    그야말로 미칠것 같았다.

    시간은 자비없이 흘러갔고, 어느새 다음날이 되었다.
    대충 아침을 먹고 그녀와 같이 가로수길을 걸었다.
    보도블럭 위로 느티나무가 빼곡히 나 있는, 초겨울의 가로수길이었다.
    그녀가 뭐라 말을 했지만, 내 머릿속은 너무도 복잡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우린... 무슨 관계일까...?'
    하지만 이 때, 그녀의 말은 뚜렷하게 들렸다.
    '응?'
    '아니 그냥..., 우린 무슨 관계일까 싶어서...'
    그녀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난 결심이 들었다.
    포기하면 안되겠다.

    그렇게 난 그녀에게 마음을 전했다.
    진솔하게 마음을 전했다.
    그녀는 내 마음을 받아주었다.
    그렇게 서로의 첫 사랑이 시작되었다.

    문둑 생각한다.

    만약 그 때 갑자기, 휴강공지가 없었다면?
    아니, 내가 리부트1을 하던 때에 아이템이 파괴되지 않았다면?
    상상만해도 끔찍하다.
    참으로 웃길 노릇이다.
    그당시엔 파괴된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정말 분하고 화가나 게임을 접었는데.
    만약 그때 아이템이 파괴되지 않았더라면...
    난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2.1%로 시작된 인연.
    소설에서 봤다면 개연성이 없다며 욕했을 에피소드.
    겪어본 뒤에야 이해했다.
    운명이란, 개연성이 없기에 비로소 운명이라 부를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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