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문어 선생


“왜 이제야 나타나? 네 시험 자격은 취소됐어! 3일 동안 캠프에 참여하지 않았잖아. 유별나게 머리가 특수한 애들은 자기 실력만 믿고 캠프에 참여하지 않은 결과 자격 미달이 된 거거든. 가창 테스트가 오늘 아침에 있다고 미스터 굿맨이 아침 일찍 널 데리러 왔다가 잔뜩 실망해서 돌아갔어. 안 됐지만 혹시 너한테 기대라도 하고 있었는지 모를 일이지.”

시간이 엉켜버렸고, 이제 난 돌아갈 곳이 없어.
미스터 굿맨을 만나야겠어.
정말 미안해.

웅성웅성.

매점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사람들, 영재캠프를 참관 중인 영재들과 가족들, 사이사이에 지도교사와 운영자들도 섞여있어 붐볐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많아서 놀랐어. 캠프는 이쪽에서 저쪽 끝까지 일직선상에 배치되어 있어서, 숙소에서 시험장까지 한 걸음에 달려왔거든.
행사장 끝에 있는 본부엔 사람이 드물었어.
조용한 학교 건물 안이 시원해. 
내가 열어젖힌 문소리가 과장스럽게 들릴 정도로 시원했어. 

콰당… 

일순간 고개를 쳐든 건, 머리를 맞대고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던 남자들이었어.
“이런 이런 이제야 왔구먼…, 음악영재에 대한 얘긴 많이 들어 알구 있었는데.”
하얀 와이셔츠를 입은 남자는 머리에 털이 한 가닥도 없어서 문어 같았는데, 남자의 자상하지도 화가 나지도 않은 얼굴 위로 땀이 흘러내렸어.

“미스터 굿맨은 어디 있냐고요. 빨리 말해요.”

“어! 방금 전에 마지막 참가자의 채점지를 내고 나갔지. 나간 지 얼마 안 되었으니까, 잘하면 만날 수도 있겠네. 그건 그렇구 올해가 미스터 굿맨의 마지막 해였던가…, 이번 캠프의 규정이……”

선생은 머리가 풍선처럼 둥글게 솟아올랐어.
‘퉁’ 
문어가 됐어.

뭐야. 시간을 끌고 있잖아.

만날 수만 있다면…
이렇게 날 듯이 달려보긴 참 오랜만야.
매점 앞도, 등나무 밑도 어쩜 이렇게 평화로울 수가 있을까?

젊은 점원 하나가 매점 진열대에 모여 선 사람들이 등진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어.
“미스터 굿맨은 저쪽으로 가셨는데. 방금 여기서 식사 거릴 사 가지고 나가셨어.”
내가 미스터 굿맨을 찾고 있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