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팬다 원숭이 왕자, 내 멍키 킹
글로벌 여행사는 꿈속에서 몇 번 이용한 적이 있는 삼류 여행산데.
손으로 써서 만든 싸구려 입간판에 난 쿠르즈 구인광고를 보고 배를 탄 적도 있어. 쿠르즈에 안마소는 창녀 소굴 수준이었고 영업도 불법이었는데 어디로 계속 끌려다니다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라비안 스파에서 거의 집을 찾을 뻔하기도 했었어.
집 찾아가는 꿈은 체력과 감정을 많이 소모하는 꿈이야.
어릴 적부터 하도 연습을 해서 하늘을 나는 건 문제도 아니지만 바다 위는 너무 무서워.
꿈을 컨트롤하시는 분은 그 걸 잘 알고 계시지. 아이패드가 나온 후로 발밑에 풍경쯤이야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바다 위에 척이지. 시퍼렇게 철석 거리는 꿈 생각이 나서 구글 맵도 못 보게 됐어. 그래도 세계 여러 곳을 지나 베이징 놀이공원만 찾으면 거기서부턴 집을 찾아가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게 됐어.
글로벌 여행사가 영업은 하는지 어쩌는지 역병 후에 꼴이 말이 아니야.
문 앞에 입간판을 세워놓은 걸로 봐서 영업은 하는 모양인데 직원도 없고 불도 꺼져있어.
팬다 원숭이 왕자가 어릴 적에 헤어진 약혼녀를 찾는다는 얘기를 거기서 듣게 된 게 우연일까?
산자락의 시작에 있는 작은 마을엔 팬다 원숭이 왕자를 위로하는 연중 의식이 한창 준비 중이었어. 눈이 먼 할멈이 뭉툭한 손으로 가리킨 숲은 멀진 않았지만 깊고 퍼렇게 살아 있었어. 저 산은 처녀지라고 할멈이 말했어.
숲으로 이어지는 흙 길이 왜 그렇게 슬픈지 숲은 높고 또 깊었어.
나는. 나는 마법의 숲을 잊고 있었네.
시간이 영원처럼 흐르고 이제는 신화가 돼버린 저쪽 세상으로 돌아갈 수도 돌아갈 이유도 없게 됐어.
높은 절벽과 깊은 협곡을 향해 끝없이 날아올라, 이제 내 멍키 킹을 찾아가네.
홀로 돌이 되어 서 있는 팬다 원숭이를 만난 곳은 가장 비밀스런 골짜기였어.
비구름만 조용히 찾아와 비를 쏟아 주고 갔겠고, 슬픈 눈을 한 숲속 동물들만 가끔 다녀가 위로가 됐겠지.
내 왕자의 초록으로 이끼 앉은 발밑에서 얼마를 잤을까.
꿈을 꾸었어.
끝도 없을 것 같던 산인데 산의 다른 쪽엔 조용한 흙 길을 가진 동네가 있다.
굴뚝에선 착한 연기가 솟아나고 사람들은 말 수가 적었다.
나는 둥근 지붕 위를 조용히 날았다. 채석장의 대청마루를 휙 지나고 토기장의 대문간도 휙 지났다.
방앗간 흙마당에 풀어놨던 송아지가 놀랜다. 노을이 지는 가난한 곡간에 세워둔 짚더미도 흐트러진다. 흙먼지도 마당으로 내려앉았다.
어머니랑 마주 앉아 밥을 먹던 선한 눈을 가진 방앗간의 젊은 아들이 나를 맞는다.
<끝>
출처 |
왕자를 만났으니 이젠 집을 그만 찾아다녔으면 좋겠어... |
출처 보완 |
2023-03-29 18: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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