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내용은 플래닛미디어의 "전투기의 이해"와 DK의 "FLIGHT"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1915년 8월 1일부터 독일의 일명 '포커의 징벌(Fokker Scourge)'을 시작으로 연합군과 동맹국 사이에 치열한 공중전이 시작되었습니다.
Fokker E.I~E.IV "Eindecker"
엔진: 80마력 Oberursel U.0 7-cylinder 공랭식 엔진
날개 길이: 8.85m
길이: 7.22m
최고 속도: 130km/h
승무원: 1명
무장: 7.92mm Spandau IMG 08 기관총 1정
'포커의 징벌'의 주인공인 포커 E 전투기는 최신 사격장치로 개발된 '동조장치(synchronising device)'를 당시 최고의 비행 성능을 자랑하던
비행기 모델에 장착한 고성능 전투기였습니다. '동조장치'란 초창기 전투기 발달사에서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장치로, 프로펠러가 기관총 총구 앞에
오면 기관총이 발사되지 않게 하는 혁신적인 기계장치였습니다. 동조장치와 기관총을 결합한 포커 E는 정면에 있는 적기를 지속적으로 사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연합군에게는 매우 위협적이었습니다. 동조장치 이외에도 포커 E는 기동성이 뛰어나 공중전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포커 E 전투기는 엔진 출력과 날개 길이에 따라 세 가지 모델(포커 E.I E.II E.III E.IV)로 나뉘는데, 그 중에 포커 E.III의 성능이 가장 뛰어났습니다.
포커 시리즈는 1915년 8월부터 마지막 모델인 E.IV형이 전선에 투입된 1916년 2월까지 독일이 제공권을 장악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이는 당시 '임멜만 선회(Immelmann turn)'를 개발한 ' 막스 임멜만(Max Immelmann)'이나 공중전술의 선구자 '오스발트 뵐케(Oswald Beolcke)'와
같은 천재적인 에이스들에 힘입은 바가 컸습니다.
*임멜만 선회란?
임멜만 선회란 그림과 같이 수평비행을 하다가 반공중제비를 돌고 다시 수평을 잡기 위해 180도 회전하는 곡예비행을 말합니다.
대부분의 공중기동술과 마찬가지로 적기의 꼬리를 잡기 위한 기동술입니다.
1차세계대전 초기 연합군 전투기는 속도가 느리고 무장이 부실하여 독일의 포커 시리즈에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특히 영국의 B.E.2, F.B.5나 브리스톨 스카웃과 같은 기체는 포커 E의 날아다니는 표적에 불과했습니다.
기동성도 떨어지고 후방으로부터의 공격에 매우 취약하여 많은 희생이 뒤따랐습니다.
그러나 1916년 초에 공중의 균형은 다시 연합군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F.E.2b와 D.H.2라는 영국의 두 전투기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Royal Aircraft Factory F.E.2b
엔진: 160마력 Beardmore 6-cylinder 피스톤 엔진
날개 길이: 14.55m
길이: 9.83m
최고 속도: 147km/h
승무원: 2명
무장: 7.7mm Lewis 기관총 2정 + 235kg 폭탄
F.E.2b는 2인승 복엽기로 비커스 F.B.5와 유사하게 후방에 프로펠러를 장착하여 기체를 미는 구조였습니다. 이 기종의 주된 장점은 기관총 2정을
장착하여 기관총 1정을 장착한 포커 E.III보다 화력 면에서 우세하다는 것이었습니다. 1916년 6월 18일 F.E.2b는 독일 최고의 에이스 '막스 임멜만'의
포커기를 격추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1915년 여름부터 전선에 투입된 F.E.2b 전투기는 1년 후에 독일의 신형 전투기 '알바트로스(Albatros)'
복엽기가 등장하면서부터 전선에서 물러났으며, 이후 야간 폭격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Airco D.H.2
엔진: 100마력 Gnome Monosoupape rotary engine
날개 길이: 8.61m
길이: 7.69m
최고 속도: 150km/h
승무원: 1명
무장: 7.7mm Lewis 기관총 (47발 드럼식 탄창)
D.H.2는 영국의 유명한 항공기 제작자 '제프리 드 하빌랜드(Geoffrey de Havilland)'의 두번째 작품으로, 1915년 7월에 첫 비행을 했습니다.
동조장치를 확보하지 못해 기총은 1913년 비커스기의 방식을 따랐고, 기동성은 날렵하고 빠른 편이었습니다. 처음부터 1인승으로 설계된 D.H.2는
1916년 2월에 영국 육군 항공대 제24비행대에 처음으로 배치되었고, 이후 프랑스에 제공되기도 했습니다. 제24비행대 조종사들은 이 새로운 복엽기에
익숙해져 드디어 4월 2일에 첫 승리를 기록했고, 4월 25일에는 독일의 포커기를 처음으로 격추하여 연합군의 사기를 드높였습니다. 그러나 독일의
알바트로스 전투기가 등장하면서 D.H.2는 1917년에 한계가 드러나게 됩니다.
포커에 대항한 프랑스의 유명한 전투기로는 뉴포르(Nieuport) 11과 17이 있습니다.
이 두 기종은 독일의 초기 제공권을 탈환하여 독일을 점차 수세로 몰고 간 전투기였습니다.
Nieuport 11 "Bébé"
엔진: 80마력 Gnome Lambda 7-cylinder 혹은 Le Rhone 9C 9-cylinder 공랭식 엔진
날개 길이: 7.55m
길이: 5.8m
최고 속도: 156km/h
승무원: 1명
무장: Hotchkiss 혹은 Lewis 기관총 1정
뉴포르 11은 크기가 작아서 '베베(Bébé: baby)'라는 별명으로 불렸으며, 이탈리아 '마키(Macchi)' 사에서만 646대 면허생산을 하는 등 수백 대가
만들어져 연합군의 주력기로 활약했습니다. '구스타브 들라주(Gustave Delage)'가 1914년 '고든 베네트 컵(Gordon Bennett Cup)' 스피드 부문에
참가하기 위한 레이싱기로 기본설계를 시작했다가 1차세계대전으로 인해 경기가 취소되자 전투기로 탄생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1915년 여름 전선에 투입된 뉴포르 11은 레이싱기 답게 속도가 빠르고 기동성이 좋아서 포커 단엽기에 대항이 가능했습니다.
1916년 2월 베르됭(Verdun) 전투에서 '귀느메(Guynemer)', '드 로즈(De Rose)', '뇡제세르(Nungesser)'와 같은 프랑스 최고 조종사들은 뉴포르 11을
타고 적에게 큰 타격을 입혔습니다. 뉴포르 11은 1917년 여름까지 이탈리아에서 활약했지만, 서부 전선에서는 1916년부터 더 강력한 파워를 가진
뉴포르 16으로 대체되기 시작했습니다. 뉴포르 16은 2인승 복엽기인 뉴포르 10과 뉴포르 12를 크게 발전시킨 전투기였습니다.
그해 3월 이후부터 구스타브는 뉴포르 시리즈에서 가장 유명한 뉴포르 17을 설계했습니다.
Nieuport 17
엔진: 110마력 Le Rhone 9Ja 9-cylinder rotary engine
날개 길이: 8.16m
길이: 5.80m
최고 속도: 177km/h
승무원: 1명
무장: Vickers 동조장치 기관총 1정 혹은 Lewis 기관총 1정 + Le Prieur 로켓 8개
뉴포르 11을 확대, 발전시킨 뉴포르 17은 무장도 강력해지고 속도도 빨라졌습니다.
성능이 개성된 뉴포르 17은 전장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었고, 곧 연합군의 주력 전투기가 되었습니다.
뉴포르 17은 '스파드(SPAD)' VII가 등장하기 전까지 연합군에서 가장 우수한 전투기 중 하나였습니다. 뉴포르 17은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벨기에,
러시아, 이탈리아군에 소속되어 참전했고, 영국 에이스 '앨버트 볼(Alber Ball)'과 '윌리엄 에이버리 "빌리" 비숍(William Avery "Billy" Bishop)',
그리고 프랑스 에이스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기종이었습니다.
구스타브는 뉴포르 24와 27을 계속 제작했지만, 신형 전투기인 스파드의 등장으로 배치되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미국이 뉴포르 24와 27을 훈련기로
구입하여 약 400대를 운용한 바 있습니다. 이후에 등장한 뉴포르 28은 기존 설계에서 벗어난 전투기였지만, 이 역시 미국이 297대를 구입하여 전쟁
마지막 두 달 동안 전선에 투입했습니다. 1920년대에 제작된 뉴포르 29는 전장에 투입되지는 못했지만, 강력한 직렬형(Inline) 엔진과 유선형 동체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훗날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 일본 등에서 사용되었습니다.
동조장치를 적용한 전방발사 기관총을 전투기에 장착하게 된 연합군은 이 시기에 항공공학적으로 가장 세련된 스파드 VII의 활약으로 제공권을
장악하게 됩니다.
Société Pour L'Aviation et ses Dérivés (SPAD) S.VII
엔진: 150마력 Hispano-Suiza 8Aa 직렬형 엔진
날개 길이: 7.81m
길이: 6.08m
최고 속도: 192km/h
승무원: 1명
무장: 7.7mm Vickers 기관총 1정
연합군이 제공권을 탈환하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스파드 시리즈는 1912년에 처음 설계가 시작되었고, 1915년에 최초의 스파드 전투기인 A.II기가
제작되었습니다. 스파드는 처음부터 성공적인 기종은 아니었습니다. 복엽기 스타일에 엔진 앞쪽에 기총좌석이 있었고, 동승 조종사가 앉아 기관총을
사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방식은 그다지 실용적인 방식이 아니었기 때문에 약 100대 정도만이 프랑스 공군과 러시아에서 잠시 사용되었습니다.
동조장치를 사용한 스파드는 VII형이었습니다. 긴 직렬형 V-8 엔진은 앞쪽에 냉각장치가 있는 원통형 금속 덮개 안에 있었습니다. 스파드 VII형의
시제기는 1916년 4월에 첫 비행을 했습니다. 스파드는 15분만에 고도 3,000m에 도달하는 우수한 성능을 보였습니다. 그러자 프랑스는 즉시 268대를
주문했고, 1916년 9월 2일부터 실전배치하기 시작했습니다.
스파드 VII은 프랑스에서만 5,600대가 생산되었고 생산 라인이 체계화되면서 점차 연합군에 배치되기 시작했습니다.
SPAD S.XIII
엔진: 220마력 Hispano-Suiza 8Be 8-cylinder vee-type
날개 길이: 8.25m
길이: 6.25m
최고 속도: 218km/h
승무원: 1명
무장: 7.7mm Vickers 기관총 2정
출력이 증가된 이스파노-수이자(Hispano-Suiza) 엔진을 탑재한 스파드 XIII형은 1916년 말에 개발되었습니다. 스파드 XIII은 VII형과 유사하지만,
전방발사 기관총을 2정 장착하여 화력을 보강했습니다. 1917년 4월 4일에 첫 비행을 한 스파드 XIII은 곧 초기형 스파드와 프랑스 공군의
뉴포르 시리즈를 대체하게 되었습니다. 부대 배치는 5월 말경 시작되었고, 오래 지나지 않아 80개 비행대가 스파드 XIII을 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스파드 시리즈와 프랑스 에이스들의 공조로 제공권은 다시 연합군으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스파드 XIII은 미국, 벨기에, 영국, 이탈리아의 총 11개
비행대에 배치되었고 8,472대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남겼습니다.
그렇다면, 연합군의 막강한 신형 전투기에 대항해서 제공권을 다시 차지하기 위해 독일은 어떤 전투기를 개발했을까요?
다음 시간에는 1차세계대전 후기 전투기들을 소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