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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ony_81671
    작성자 : 기뮤식의노예
    추천 : 5
    조회수 : 1424
    IP : 110.9.***.238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5/05/25 01:24:06
    http://todayhumor.com/?pony_81671 모바일
    졸렬한 포니 번역)에버프리의 마녀 - 10장 '힘'의 실패+후일담 (完)
    252269.png


    ''의 실패

     

    ====================================================

     

    나는 꼼꼼히 준비해둔 주문들을 재확인했다완벽히 셀레스티아의 시야에서 벗어나려면 여러 주문들과 주위의 지형지물을 연쇄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으로 걸어둔 주문은 '뒷배경 포니주문이었다시전자의 존재감을 다른 곳으로 분산시키는 주문으로가령 이 주문을 건 나와 다른 어떤 물체가 다른 포니의 시야에 있을 때자동적으로 다른 어떤 물체쪽으로 돌리는 주문이었다이 주문에는 약간의 부작용이 있는데내 쪽을 한 번 돌아본 포니가 무언가를 빠트렸다는 느낌이 들어 다시금 내 쪽을 돌아보는 경우가 생길 수 있었다이 경우 멀리서 관찰하는 포니가 수상한 낌새를 챌 수도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투명 주문을 걸어놓았다이 주문을 장기간 유지하려면 고도의 정신 집중이 필요하므로 움직일 수도 없었지만어차피 '뒷배경 포니'의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갑자기 움직여서는 안 됐으므로그건 별 문제는 되지 않았다.

     

    그리고 세 번째로난 숨어있었다시청 광장의 어느 간판 뒤에 숨기에 딱 좋은 곳이 있었기 때문이었다무지 사소해 보이겠지만 사실 그게 가장 중요한 거였다수많은 유니콘들이 제 환영 마법 실력만 믿고 변장 후 활보하다가마법 해제나 진실의 시야 주문에 걸려 들통 나는 경우가 많았다그리고 난 셀레스티아 상대로 내 실력을 맹신할 정도로 덜떨어지지는 않았다.

     

    이제 시청에 모인 포니들은 내 낌새를 알아채지 못 할 테고날 볼 수도 없다평범한 관찰력을 가진 포니에게는 그냥 벽 뒤에 숨는 것으로도 충분하겠지만오늘은 평범한 포니를 상대로 숨는 게 아니므로재차 조치를 취해둘 필요가 있었다.

     

    "선셋 언니펀치 한 잔 더 드릴까요?"

     

    핑키 파이는 언제나 그랬듯 날 찾아냈다.... 얜 핑키니까 뭐 놀랍지도 않다..

     

    "그래.."

     

    난 한숨을 푹 쉬며 핑키가 내민 컵 한잔을 받았다.

     

    "고마워 핑키.."

     

    "그러지 말고 내려오세요그럼 더 재밌을 텐데 히힛!"

     

    "공주가 올 때 까지만 여기 있을 작정이야그러고 난 갈 때까지 잠적해 있을 거고.."

     

    핑키 파이의 두 눈이 커지더니 곧 울먹울먹한 눈망울로 나를 쳐다보았다.

     

    "...만약 네가 내가 숨는 걸 도와준다면그 댓가로 내 진짜 생일을 말해줄게.."

     

    "진짜요우왕그럼 언니에게 정확한 날짜에 생일파티도 해 줄 수 있겠네멋지당!"

     

    지금도 한 달 아무 날마다 때려잡아 내 생일 파티를 열고나서 이 날이 맞느냐고 물어보는 주제에.. 어쩔 땐 거의 맞춘 적도 있었다그 때 핑키 파이는 자기도 매우 놀라하면서도 또 신나하는 것 같았다파티 플래너가 자기가 연 깜작 파티에서 깜짝 놀란다라.. 지극한 아이러니로군 그래.

     

    "알았어그러니까 공주가 날 못 알아채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핑키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고 재빨리 사라졌다이미 핑키가 새 파티를 계획 중인 것은 확실해보였다언젠지 아직 정확히도 모르면서 말이지별 수 없군곧 갑자기 내 앞에 케이크와 풍선들이 들이닥칠 때를 대비해 마음의 준비나 해 둬야겠다.

     

    그 때 음악 연주가 시작되어나는 시청 발표대 위를 보았다시장이 걸어 나왔고곧 스포트라이트가 시장과 앞에 높인 단상을 비추었다.

     

    "신사 숙녀 포니 여러분포니빌의 시장으로써오늘 이 포니빌에서 하계 태양절 축제가 열림을 자랑스럽게 선포하는 바입니다!"

     

    군중들이 환호했다트와일라잇은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아마도 불안한 모양이겠지.

     

    "이제 곧 우리 마을에서 일출의 마법이 시작될 텐데요그때가 되면 우리 다 같이 일 년 중 가장 낯이 긴 날을 기념하여 축제를 시작합시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순간이동 주문을 준비했다제대로 주문식을 구축하기만 한다면 순간이동 주문은 시전 시 현란한 빛을 남기지도 않아 다른 포니들의 이목을 끌 일도 없었다그리고 셀레스티아가 해를 띄울 때를 정확히 노리면 몇 분 더 귀중한 시간을 벌 수도 있을 것이다순간 이동을 몇 번 더 써서 내 흔적을 지워나갈 시간 말이다.

     

    "그럼 지금부로 여러분께 우리에게 일용할 햇빛과 달빛을 주시고언제나 선량하시고 언제나 지혜로우신 이퀘스트리아의 조화의 인도자이자 이 나라의 존경받는 지도자이신....."

     

    준비해야겠군..

     

    "셀레스티아 공주님을 소개합니다!"

     

    래리티가 무대의 막을 열었고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나는 눈을 끔뻑거렸다이 의외의 사태에 어떤 반응을 보여야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셀레스티아가 갑자기 사라진 건 큰일이었지만어차피 셀레스티아랑 대면할 생각도 아니었으므로 잘 됐다고 해야 하나...

     

    시장은 입술을 깨물고 식은땀을 닦았다애써 미소를 지은 것 같았지만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래리티는 뒷무대로 들어갔다분명 셀레스티아가 안 나오고 있나 확인해보려는 거겠지혹시 공주가 지금 나올 시간을 깜빡하고 있는 건 아닐까그렇다면 허겁지겁 서둘러 무대 위로 올라오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겠군.

     

    "침착!.. 다들 침착하세요분명 무슨 사정이 있으실 겁니다!"

     

    핑키 파이가 방방 뛰면서 끼어들었다.

     

    "우와수수께낀가나 수수께끼 진짜 좋아하는데혹시 공주님 숨바꼭질 중이신거에요?"

     

    래리티가 발코니 쪽으로 나오면서 외쳤다.

     

    "안 계세요!"

     

    핑키 파이가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숨바꼭질 진짜 잘하시네."

     

    갑자기 남색의 마력이 폭풍처럼 발코니 쪽으로 밀어닥쳤다트와일라잇은 재빨리 내가 있는 곳을 올려봤고 우리의 시선은 그렇게 마주쳤다.... 내기에서 졌군.. 이런.. 트와일라잇 말대로 조화의 원소를 연구를 좀 해 둘걸 그랬나..

     

    어두운 남색의 안개를 뚫고검은색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셀레스티아의 검은색 짝퉁이라고 봐도 될 듯한 그 검은색 말은 셀레스티아의 따스하고 밝은 마력과는 다른 흉흉하고 어두운 마력으로 나의 마력을 느끼는 감각을 마치 거친 파도처럼 거세게 압도했다.

     

    그 말은 이글거리는 증오를 두 눈에 품고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셀레스티아가 나타나는 게 오늘 일어날 최악의 일이 아니라는 건 확실해보였다.

     

    "친애하는 만백성들이여태양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너희 어리석은 자들의 얼굴을 본지도 정말 오랜만이로구나."

     

    입가는 웃고 있었지만눈은 절대 웃고 있지 않았다그 말의 눈은 포니라기 보단용족과 같은 파충류와 더 비슷해보였다.

     

    "너 공주님에게 무슨 짓 했어!"

     

    대쉬가 따지고 들었다애플잭이 꼬리를 잡아 만류하지 않았다면 곧바로 그 검은 말에게 달려들 기세였다.

     

    그 검은 말은 메아리가 지는 목소리로 웃었다.

     

    "그래너희에게 난 공주도 아니란 말이더냐내가 누군지나 알고 그 하찮은 주둥이를 나불대느냐?"

     

    "우와또 수수께끼에요저요저요!"

     

    핑키 파이는 발표를 못해 안달이 난 학생처럼 앞발굽을 공중에 열렬히 흔들었다.

     

    "스모키 아이라인?... 아니에요블랙퀸아니 아니허스키보이스허스키보이스! "

     

    다행히 도중에 애플잭이 핑키의 입을 사과로 막아버려서 망정이었지 안 그랬으면 큰일 날 뻔 했다조금 덜 떨어진 탓에 빡친 여신의 화를 돋워서 원자단위로 분해를 당할 뻔 한 핑키 파이를 적절하게 막아준 것에 대해서 애플잭에게 나중에 감사의 인사라도 해야겠군..

     

    "그래수천 년 넘게 유배되어 있었다고 내 왕좌의 권위마저도 사라졌던 말이더냐?"

     

    그 말은 자신의 형태를 음산한 유령처럼 바꾸면서 주변의 모든 포니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 누구도 전설을 기억하는 이 없단 말인가징조를 알아챈 이도 없단 말인가?"

     

    "난 알고 진작 있었지."

     

    트와일라잇이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전에 내가 은근슬쩍 가르쳐준 '허세'부리는 법을 지금 약간 쓰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네가 풀려날 것도 진작 알고 있었어달 위의 암말나이트메어 문!"

     

    ...만약 둘 다 살아남는다면 트와일라잇에게 사과해야겠다세상에.. 내가 왜 괜히 나쁜 습관을 들여 가지고는.. 내게는 언제나 중요한 일을 망쳐버리는 그런 징크스라도 있는 걸까..

     

    "이런이런이런..."

     

    나이트메어 문이 쉭 소리를 내며 웃었다보통 포니에겐 나지도 않을 송곳니가 입 안에 나있었다.

     

    "드디어 이 몸이 누구인지 아는 포니가 납시었군그럼 내가 왜 온 건지도 알고 있겠지!"

     

    "네가 여기 온 이유는... ..."

     

    트와일라잇은 평정심을 잃은 것 같았다몸을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작은 포니들이여오늘 이 날을 길이 기억하라오늘부로 밤은 영원히 계속?!?!"

     

    바로 그 순간트와일라잇이 나이트메어 문의 얼굴에 직방으로 마력 광선을 투사해 버렸다불시의 기습을 당한 탓에 나이트메어 문은 어울리지 않게 고성의 비명을 질렀다내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는군.. 멍청하게 악역이 독백을 하고 있을 때 대뜸 선빵부터 갈기는 걸 보아하니 말이다.

     

    나는 숨어있던 간판 뒤에서 나와 트와일라잇의 마력 광선에 이어 내 것을 나이트메어 문에게 갈겨주었다찬란하게 빛나는 열선 한 줄기가 나이트메어 문의 갈기를 통과해 '치익소리를 내며 나이트메어 문의 몸에 명중했다.

     

    "트와일라잇빨리 거기 관객 줄 넘어!"

     

    "관객 줄 넘는건 나쁜 짓이라고요!"

     

    그렇게 소리치면서 트와일라잇은 고개를 숙여 뿔을 기울이며 내 열 광산에 자기 마력 광선을 더했다두 개의 강력한 마력이 어우러져 급속도로 주문이 불안정해졌다.

     

    "나쁠수록 좋지 이 상황에선!"

     

    이렇게 두 주문이 섞여서 불안정해질 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이 불가능했지만오직 한 가지 상황만은 예측이 가능했다제법 반경이 넓은 폭발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귀를 먹먹하게 하게 만들 정도의 굉음이 났다거대한 충격파가 방을 휩쓸었고 시청 창문을 다 박살냈다그 바람에 시청 밖으로 달아날 생각을 했던 몇 안 되는 현명한 판단을 한 포니들이 문 밖으로 밀려 날아갔다.

     

    폭발의 섬광이 약간 잦아들었다나이트메어 문은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살짝 비틀거리고 있었다트와일라잇은 재차 나이트메어 문에게 달려들려고 했지만내가 그런 트와일라잇을 제지했다.

     

    "넌 여기서 나가언니가 태양궁뎅이 공주가 나타날 때를 대비해 준비해둔게 좀 있으니까."

     

    "...잠깐.. 혹시 셀레스티아 공주님을 암살하려고 하신 거였어요?!?!"

     

    "?!....아냐아냐내가 왜?"

     

    아무리 나라도 셀레스티아를 암살하는 건 불가능했다그리고 인정해야겠다난 셀레스티아를 증오하지 않았다단지 내가 전에 겪어보지 못했던 꽤 복잡한 감정이 있었던 것뿐이었고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더 이상 그런 감정으로 굳이 고통 받을 필요는 없다는 걸 깨달았을 뿐이다.

     

    "그냥 탈출 계획을 좀 짜 놨을 뿐이야!"

     

    그리고 난 건물을 잠깐 둘러보았다.

     

    "하지만 일단 폭발 반경에 다른 포니들이 없어야 하거든.."

     

    "보통 탈출 계획엔 폭발은 안 쓰죠!!"

     

    트와일라잇이 성을 내며 버럭 외쳤지만곧 걱정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언니.. 조심하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트와일라잇은 다른 포니들과 함께 정문을 통해 시청 건물을 빠져나갔다깨진 창문 사이로 탈출하는 페가수스들도 몇 필 있었다.

     

    "그래홀로 패배의 굴욕을 씹으려고 지금 여기 남았느냐?"

     

    나이트메어 문이 한 쪽 눈가를 치켜 새우며 위협조로 말했다.

     

    "재미있는 아이로구나하지만 내 상대는 되지 못할 터.."

     

    "이거야 원.. 그냥 평범하게 셀레스티아가 나타날 줄 알았더니 트와일라잇 말따마나 진짜로 이렇게 낯짝을 들이내미시는구만."

     

    난 슬며시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좋아이제 래리티랑 트와일라잇이 마을 포니들을 다 시청 밖으로 데리고 나갔겠다.. 지금부터 깜짝 놀랄 일이 좀 있을테니 기대하는 게 좋을 걸?"

     

    "그러느냐궁금하군내 머리 위로 갑자기 양동이째 물이라도 들이 부을 참이냐아니면 케이크라도 던질 참인가혹시 겁에 질려 도망가는 네 친구들을 위해 시간을 벌려는 수작이라면 그만 두는 게 좋을 것이야."

     

    "글쎄... 두고 보기나 하라고."

     

    나는 내 앞발굽을 두 번 두드렸다시청의 장식물과 현수막에 걸어둔 주문을 발동시키기 위해서였다겉보기에는 그냥 천위에 희한한 무늬와 못 알아먹을 글자들이 난잡하게 써져있는 것 같지만 사실 그건.. 조금 있으면 알게 될 것이다.

     

    나이트메어 문의 근처에 글귀가 써진 천조각 하나가 떨어졌다나이트메어 문은 그것을 집어 작은 목소리로 읽어보았다.

     

    "아침부터 건물 주위에 폭발 룬을 쫙 깔아놨-"

     

    폭발이 일어나기 전에 나는 순간이동으로 서둘러 탈출하였다.

     

    -------------------------------------------------------------------------

     

    이제 시청은 모닥불처럼 이글거리고 있었다각종 화염구들과 그동안 농축해둔 비전 마력들이 현란하게 하늘을 수놓았다나는 아침 시간때 현수막과 장식물들에 폭발 룬뱀 문양 룬불의 문양 룬또 다른 폭발 룬그리고 눈부신 빛이랑 큰 소리가 나는 룬들은 아는 대로 전부다 동원하여 시청 장식물에다가 걸어놓았던 것이다.

     

    난무하는 마법이 좀 잦아들자 난 멀찌감치서 구경 중인 레인보우 대쉬 옆으로 다가갔다여전히 마을 회관에서 섬광이 번쩍거리는 게 마치 카메라 플래쉬와 같았다.

     

    "... ..언니이거 너무 심한 거 아냐?"

     

    시청의 반쪽은 흔적도 없이 재가 되어 사라졌다나이트메어 문은 보이지 않았다.

     

    "심하다고?"

     

    나는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

     

    "이건 무슨 장난요정 사냥같은게 아니야 대쉬."

     

    나는 시청을 고갯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가서 빨리 전에 같이 이야기했던 소나기구름 가져와불 더 번지기 전에 빨리 끄자고."

     

    "불에는 불로 맞서야 한다고 전에 언니가 그런 말 하지 않으셨나요?"

     

    트와일라잇이 나를 살짝 흘겨보며 말했다.

     

    "글쎄.. 이 상황에서는 그냥 비구름을 이용하고 말지.. 어쨌든 효과가 있긴 있잖아안 그래?"

     

    나는 어깨를 으쓱 하며 대답했다그 때-

     

    "일견 타당한 말이로나언제나 그리하지는 않노라."

     

    뒤에서 원래 들리지 않아야 될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봤다온 몸의 털이 다 곤두서는 기분이었다나이트메어 문이 남색 안개의 형상에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씹..."

     

    상황을 파악한 내 입에서 저절로 욕설이 터져 나왔다.

     

    "제법 훌륭한 기습이었다그건 내 인정하지설마 시청 건물을 희생하면서까지 날 막으려드는 독한 종자였을 줄이야... 선셋 쉬머... 그대로 놔두면 위험하겠어."

     

    심지어 내 이름마저도 알고 있다상황 참 좆같군.. 발정기 때의 빅맥만큼이나 참 우람하게 좆같은 상황이었다.

     

    "어떻게 알아냈는지 궁금한 모양이로군네년의 꿈을 통해 네년의 야망그리고 '공포'를 엿본 적이 있었지."

     

    나이트메어 문은 특히 '공포'쪽에 강조를 줘서 말했다.

     

    "네년은 두 가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선셋 쉬머첫째감히 오만불손하게 나와 대적한 것둘째날 쓰러트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있었는데도 날려버린 것."

     

    나이트메어 문은 날 보며 잠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네년이 날 쓰러트릴 일은 처음부터 가능성이 없었지만.. 그래도 넌 소중한 기회를 헛되이 썼다."

     

    재빨리 적당한 임기응변책을 생각해내야 한다내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상대라는 생각을 나이트메어 문에게 심어주어야 한다.

     

    "이거 미안하네널 과소평가했어."

     

    나는 별 일 없는 척 내 갈기를 뒤로 넘겼다공포심을 감추려고 애를 쓰면서 말이다.

     

    "널 때려눕히려면 아무래도 힘을 좀 더 써야 될 것 같은데."

     

    "진심으로 그리하고 싶으냐오히려 너는 셀레스티아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길 바랬었던 걸로 안다만?"

     

    "그랬었지.."

     

    나는 아직도 도망가지 않은 여러 포니들을 돌아보았다담력 하나는 대단하다고 봐야 되나.. 하긴 불난 집 구경만큼 재미있는 건 없지만 말이다.

     

    "근데네 낯짝을 보면서 지내는 것보다 차라리 셀레스티아가 돌아오기를 바라는 포니들이 더 많을 거라서 말야.. 그리고 네 음모를 저지해서 내가 전 이퀘스트리아에서 가장 강력한 유니콘이라는 사실을 꼭 증명하고 싶거든!"

     

    이번이 유일한 기회다첫 번째 공격은 실패로 돌아갔으니까분명 빛맞춘건 아니었지만 나는 나이트메어 문의 마력 량을 과소평가했다이 세계의 생명체들은 들은 살아있는 것 자체만으로 일정량의 마력을 체내에 저장하고 있었기에 어떤 존재든 약간의 마력 저항력을 가지고 있었다하물며 저런 무지 막대한 마력을 지닌 존재라면야... 그러니까 내가 아까침 나이트메어 문에게 가했던 공격은 강물에 횃불을 던지는 꼴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나이트메어 문의 마력 저항력을 뚫고 유효타를 박아 넣으려면 상식을 벗어난 정신 나간 짓을 해야 했다보통 화염구따위를 수 없이 날려봤자 이빨도 안 박힐 것이다.

     

    그래서 나는 '클로버 식 마력 응축법'을 이용하여 내 주문 중 하나를 이론상 최대한도로 증폭해 고의로 불안정화 시켜 폭발시킬 것이다만약에 내가 아직 운이 남아있다면 이 폭발로 산산조각이 나는 것은 내가 아닐 것이다.

     

    나는 몸 안의 모든 마력을 한계까지 끌어내 나이트메어 문에게 투사했다이판사판이었다내 뿔은 빨갛게 달아올랐고마력을 바닥까지 끌어 쓴 댓가로 내가 평소에 걸어놓는 보호 마법까지 거의 해제될 뻔했다.

     

    백금색의 플라즈마 구체가 나이트메어 문에게 날아갔다나이트메어 문은 경악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어지는 눈부신 빛과 굉음하지만 나이트메어 문의 비명소리는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어떠냐?... 하아.. 하아.. .. 이 정도면.. 충분히...... 충분히....."

     

     

     

     

     

    빛 때문에 잠시 멀었던 시력이 돌아왔다.

     

     

    나를 반기는 건 나이트메어 문이 분노로 콧김까지 뿜으며 씩씩대는 모습이었다.

     

    "내 갈기를 태웠겠다........ 감히 네년이!!"

     

    그 말 그대로 나이트메어 문의 갈기는 처음보다 짧아져 있었다물론 이건 당초 내가 기대했던 수준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 피해였다.

     

    가슴이 철렁 가라앉는 것 같았다어쩌면.. 아주 어쩌면.. 셀레스티아와 맞먹거나아니면 그 이상의 힘을 가진 포니와 싸우는 건 아직 나한텐 이른 일이지도...

     

    "...이렇게 된 이상 내 두 번째 비장의 수를 써야겠군."

     

    나는 주변을 돌아보며 살짝 미소를 지은 다음에 등을 돌리고 달아났다.

     

    거의 거리를 벗어났겠다 싶을 때 나이트메어 문이 나를 남아있는 갈기로 잡아 채 나를 억지로 제 앞으로 끌고 갔다.

     

    저항할 만한 마력도 남아있지 않았다.

     

    "감히 내게 대항하면 어떻게 되는지 네년을 본보기로 삼아 주마!"

     

    나이트메어 문이 낮은 소리로 으르렁거렸다차가운 얼음이 내 뿔을 뒤덮는 느낌과과 동시에 뿔 위가 무감각해졌다마력 억제 고리를 뿔 위에 올리는 것과 비슷했지만 더 더럽고 무언가 잘못된 듯한 기분이었다.

     

    나이트메어 문은 내 머리를 부여잡고 강제로 자신과 나의 시선을 맞췄다.

     

    "너 같은 버러지를 위해 내 따로 적합한 공간을 마련해두었지."

     

    내 발 밑의 땅이 꺼지는 것 같았다아무리 내 뿔의 마력 감지 능력이 무력화됐다지만난 그게 어디론가 통하는 차원문이라는 걸 뻔히 알 수 있었다.

     

    역청과도 같은 구덩이에 잠겨가면서 트와일라잇과 마지막으로 눈이 마주쳤다.

     

    세상 그 누구보다 더 겁을 먹은듯한 얼굴이었다어쩌면 지금 나보다도 더 공포에 질려있는 것일까..

     

    나는 필사적으로 트와일라잇을 향해 기어가려고 했지만발굽을 뻗기도 전에 주변의 어둠이 나를 잠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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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마생에서 겪은 것 중 가장 격렬한 두통이 느껴져 난 신음소리를 내며 제 정신을 차렸다그나마 좋은 소식이었다아직 죽지는 않았던 것이다조화에 맹세코 여기가 어디든 간에 살아서 나가기만 한다면 앞으로 숙취의 두통이 심하다고 징징거리지는 말아야겠군..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창살이 있는 걸 보니 감옥인 건 뻔했다멋지구먼.. 빛이 별로 들어오지 않는 곳이었으므로 겨우 내 얼굴 앞에 들어 보인 발굽 정도만 간신히 보였다.

     

    나는 앞발굽으로 내 뿔을 만져보았다여전히 잘 달려 있다비록 지금은 차갑고 무언가 잘못된 느낌만 가득했지만 말이다애초에 난 나이트메어 문이 내 뿔을 잘라버렸을 거라고 생각했다의외였다하지만 무슨 크리스탈같은 게 내 뿔 주변에 자라있었다좋지 않은 거란건 확실해보였다.

     

    그래얼마나 상황이 나쁜지 직접 확인해봐야겠다나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간단한 발광 주문을 시전했다시전이 성공한다면 아직 마력을 쓸 수 있다는 이야기일 테고이 어두침침한 구석을 좀 제대로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주문사용은 삼가거라오히려 상황이 악화될 터이니.."

     

     

    갑자기 내 뒤에서 누가 침착한 목소리로 경고해주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귀에 익은 목소리기 때문이었다.

     

     

    "셀레스티아?"

     

    난 겁에 질려 거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나이트메어 문이 내 공포를 알고 있다는 건 결코 허세가 아니었다아니라면 이런 곳에 굳이 날 집어넣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내가 일생을 들여 두려워해왔던 존재와 난 지금 같은 곳에 갇혀있었다!

     

    은은한 금색 빛이 근처에 어른거렸고어둠이 좀 잦아든 그 곳에 바로 셀레스티아가 있었다셀레스티아의 뿔에도 나와 같은 검은색 크리스탈 비슷한 게 돋아나 있었다.

     

    "-그게..."

     

    나는 나를 내려 보는 셀레스티아 앞에서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거의 감옥 천장에 셀레스티아의 뿔이 걸릴 정도로 감옥은 살짝 비좁았다물론 셀레스티아를 피해 물러설 곳도 별로 없었다.

     

    셀레스티아는 내 앞에 바짝 다가왔다나는 겁에 질려 두 눈을 질끈 감았다더 이상 무슨 일이 벌어질지 보고 싶지 않았다.

     

    "선셋다 내 잘못이다진심으로 미안하구나.."

     

    셀레스티아가 한숨을 쉬면서 나를 껴안았다포근한 두 날개가 나를 꼭 감쌌다그리고 내 갈기 위로 자신의 얼굴을 푹 눌렀다마치 더 이상 날 놓치기 싫다는 것처럼..

     

    "심하게 다치지는 않았니그러지 말아야 할 텐데.."

     

     

     

     

     

    이게 바로 내가 그 동안 늘 피해오고 싶었던 순간이었다과거에 저질렀던 모든 잘못들이 드디어 나를 따라잡은 것이다.

     

    사실 이 순간을 위해 준비해온 말도 많고 하고 싶은 말도 많았다대부분 숨어 살게 되면서 생겨온 원망들이나혹은 내가 왜 그때 그런 일을 했는가에 대한 변명 비슷한 주장들뿐이었다.

     

    하지만 모든 말은 부질없이 산산 조각나 기억의 저편으로 흘러갔다이미 흐트러진 내 평정심과 함께...

     

    "---죄송해요오......."

     

    울음이 터져 나왔다나는 내 얼굴을 두 발굽으로 가리며 펑펑 울었다셀레스티아는 날 더 꼭 껴안고 마치 망아지 어르듯 나를 달래주었다.

     

    "사과할 필요는 없어요 선셋... 네가 정말 자랑스럽구나내가 원하던 그 모습 그대로 훌륭하게 자라주었어..:"

     

    "..그치만스승님의 말씀을 제대로 듣지도 않은걸요제가 잘못했다는 걸 받아들이는 대신 나 몰라라 도망이나 치고.... -전 진짜 최악의 제자에요."

     

    "..그동안 많이도 성장했구나.."

     

    셀레스티아가 속삭이듯 말했다.

     

    "너의 빈자리를 볼 때 마다 가슴이 쓰렸지만그 덕분에 오히려 넌 너에게 맞는 길을 찾았지.. 네가 그래주어서 내가 얼마나 기특한 마음이 드는지는 차마 말로 다 설명을 못할 거다.."

     

    나는 코를 훌쩍거리면서 콧물을 닦았다내 전 스승님의 털을 더럽히고 싶지 않아서였다.

     

    "....... 보고 싶었어요.."

     

    말하기 힘든 말이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말해야 했다.

     

    "하지만 스승님을 그렇게 크게 실망시킨 이후로 차마 스승님을 뵐 면목이..."

     

    "학생이 무언가를 배우지 못할 땐 그건 스승의 잘못도 큰 법이란다친구가 얼마나 중요한지 너한테 온전히 이해시키지 못한 내가 오히려 너보다 더 부족했었지.... 그때 네가 다른 포니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니 넌 마치 예전의-"

     

    "루나... 아니면 나이트메어 문과 닮았었다고요?"

     

    나는 성 안에서 본 책들의 내용을 종합해 나이트메어 문의 정체를 대충 추론할 수 있었다정확히 어떻게 자매끼리 싸우게 되었는지까진 알 수 없었지만.. 하긴 그 일에 관련된 책이 쓰이기도 전에 아마 그 성은 버려졌을 것이다.

     

    "아니.."

     

    셀레스티아는 좌우로 고개를 저었다.

     

    "루나는 지금의 나만큼이나 우정과 사랑의 가치를 중시했었지백성들과도 매우 긴밀하게 지냈었고 말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넌 예전의 나와 매우 닮았었다는 거란다자기중심적에 오만하고 피해 망상적이고통계와 실적에 목을 매느라 정작 주변마들에게는 무신경했었지... 소중한 포니 한 필을 잃어버리고 혼자의 몸이 되고 나서야 내 잘못을 깨달았단다그 이후로 내 잘못을 바로잡기로 노력한지 어언 천 년이 다 되어 가지.."

     

    "..그치만.."

     

    스승님이 진짜 그랬었다고설마..

     

    "네가 친구를 사귀게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구나네가 나처럼 외로운 신세가 되는 건 난 정녕 바라지 않았단다."

     

    스승님의 목이 약간 메여오는것 같았다대부분의 포니들은 알아채지 못하겠지만스승님과 오랜 시간을 지내온 나는 스승님이 일부로 숨기려고 들어도 퍼뜩 알아챌 수 있었다.

     

     

    "..... 그럼 회포 푸는 건 이쯤 하고요... 여기서 어떻게 나갈지나 함께 생각해봐요."

     

    나는 애써 밝은 척 하며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스승님이 슬퍼하는 모습을 난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었다.

     

    "탈출은 거의 불가능하단다."

     

    스승님은 한숨을 쉬었다그리고 심호흡을 하더니 원래의 잔잔한 표정을 되찾으셨다.

     

    "애초에 이 감옥은 강력한 알리콘을 가둬두는 용도로 설계되었지.."

     

    스승님의 뿔에서 나는 희미한 빛이 조금 강해졌다정체 모를 검은 암석으로 조잡한 듯하지만 견고하게 지어진 감옥 안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으으.. 여기가 어딘지 전혀 모르겠네요심지어 이 암석은 전에 본 적도 없는 암석인데.."

     

    "여기는 달의 그림자가 드는 쪽이란다."

     

    스승님의 말씀에 난 한순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멍하게 몇 초간 있었다.

     

    "-그런..."

     

    상황이 나빴다너무 나빴다도무지 나쁘다는 말 빼곤 이 상황을 수식할 말이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로 너무 나빴다심지어 마력이 온전하다손 치더라도 여기에서 빠져 나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망했다.."

     

    "속단하기는 이르단다."

     

    셀레스티아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우린 지금 달에 지어진 감옥에 마법도 못 쓰고 꼼짝없이 갇힌 신세인데다가스승님의 힘깨나 쓰는 동생이 지금 세상을 파괴하겠다고 난동을 부리고 있는데그러고도 망한 게 아니라구요?!

     

    "네 친구들을 좀 믿어보려무나널 분명히 구해줄 터이니."

     

    "도대체 뭐로요설마 조화의 원소로요그게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 포니는 지금 하나도 없잖아요스승님 빼고!."

     

    나는 말을 잠시 멈췄다.

     

    "..트와일라잇이 갑자기 여기 뿅 하고 나타나서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그러면 오히려 더 최악의 상황이겠지..

     

    "글쎄.. 쓰고 나서 잘 놔두긴 했는데.. 어흠.. 생각해보렴너도 분명 어디서 봤을 것 아니니."

     

    "뭐라고요?"

     

    머리가 온통 혼란스러웠다내가 아직 갈피를 잡고 있지 못하고 있자 스승님이 내 귓가에 대고 몰래 속삭여주었다엿듣고 있을 포니도 없을 텐데 말이다.

     

    "잠깐.. 그럼 설마 내 성 로비 쪽에 있었던 그 조각상이..."

     

    "내 성 로비였지 정확히는하긴이퀘스트리아 소유권법상으로는 오히려 너의 점유권을 인정할 테지만말하자면 그렇다고 해두자꾸나."

     

    스승님은 자상하게 웃으셨다.

     

    "그럼 그걸 그냥 거기에 대놓고 놔뒀단 거예요?! 아우... 누가 부숴버리면 어쩌려고...."

     

    나는 탄성을 흘리면서 바닥에 고개를 기댔다.

     

    "앞으로 강력한 마력이 깃든 유물을 누구나 오갈 수 있는 폐허 아무데에다가 버려두는 건 좀 삼가 주시라고요."

     

    "제 버릇 남 못주겠더구나."

     

    스승님은 농담하듯 그 사실을 인정했다.

     

    "허나 그 원소들은 특별한 물건이란다그렇게 쉽게 파괴되거나 아무나 함부로 오용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나는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조화의 원소와 함께 해왔단다그러기에 그렇게 놔둬도 괜찮은 물건임을 아주 잘 알고 있지."

     

    "..그러시겠죠.."

     

    여전히 살짝 심통이 나 있는 나를 스승님이 꼭 껴안아주셨다다 자란 암말을 껴안는 게 아니라 인형을 껴안듯 껴안으셔서 약간 거슬리긴 했지만..

     

    "오랫동안 네가 꼼짝없이 목숨을 잃었다고 생각했단다.. 근데 네 일지가 오랜만에 진동하는걸 보자 그만 실수로 태양을 바다 위로 떨어트릴 뻔했지 뭐니다행히 그 전에 제 정신을 차려서 망정이지 안 그랬다면 또 한 번 범국가적 망신을 당할 뻔 했었단다."

     

    "또 한 번이라구요설마.."

     

    "전에 딱 한번 그런 일이 있었단다루나의 추방 이후로 난... 요사이 포니들의 속된 말로 꽐라가 되어있었지제피란테스 황제와 함께 술자리를 가지면서 술로 시름을 달래려고 했었단다헌데 너무 거나하게 취해있었던 바람에 그만 태양을 조종하는 일을 깜빡 했지 뭐니어디 계곡 쪽으로 떨어트려버리고 말았단다태양을 다시 찾아내는 데만 이틀이 걸렸고바위를 다 녹이고 지면으로 완전히 들어가는 바람에 그걸 파내는 데만 또 이틀이 걸렸지기계식 시계가 어째서 발전했는지 아니내가 그날 태양의 공전을 완벽하게 말아먹는 바람에 더 이상 태양으로 시간을 가늠하는 건 믿을 수가 없다는 여론이 전 세계에 조성되었기 때문이란다."

     

    "... 농담이시겠죠설마 진짜 그랬으리라고..."

     

    "사실인걸그래서 그 날 이후로 난 해를 띄울 시간에 날 무슨 수를 써서든 깨워줄 전용 하녀들을 고용하게 되었단다처음 1세기 간은 아주 고역이었지아침 일찍 정해진 일정에 딱 맞게 해를 띄우는 일은.. 글쎄.. 나로써도 그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귀찮은 일이었으니까."

     

    "잠깐... 근데 왜 그 아침 5시에 저까지 깨우신 거였어요딱히 그럴 필요는 없었잖아요!"

     

    "나 혼자만 일찍 일어나기는 억울하잖니!"

     

    스승님이 장난기 어린 ''소리를 내셨다그 바람에 난 지금 사태의 심각성도 잊고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얼굴을 보며 화기애애하게 웃었다몇 년 전의 그 일이 아예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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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점 더 숨을 쉬기 어려워지고 있었다.

     

    얼마나 오래 갇혀있었는지도 가늠이 안 된다몇 시간 정도 지났나아마도 한나절도 약간 덜 지났을 것이다.

     

    머리가 울려왔고집중하기 힘들었다.

     

    스승님은 여전히 날 꼭 안고 계신다알리콘도 호흡이 필요하던가아마 아닐 것이다나이트메어 문도 천 년 전에 여기 추방당했었는데도 멀쩡히 살아 돌아오지 않았던가.

     

    그리고 나이트메어 문은 최소한 마력을 온전하게 쓸 수라도 있었지.. 만약에 내가 마법만 쓸 수 있었다면 호흡할 공기쯤은 간단히 만들어냈을 것이다화염술사는 언제 어떤 상황이든.. 심지어 진공 상황에서도 불을 지를 수 있어야 한다그건 밀폐된 공간에서 화염 마법을 써 본 후에 얻은 교훈이었다.

     

    나는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공기의 밀도가 위험할 정도로 낮아지기 시작한 것이다스승님은 내 기침이 멎을 때까지 내 등을 쓸어내려주셨다.

     

    "... 스승님.."

     

    난 거의 넘어가는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

     

    스승님은 앞발굽을 내 위에 사뿐히 올렸다.

     

    "기운을 좀 아껴두렴굳이 말 안 해도 괜찮단다."

     

    "..아뇨.. 할 말이 있어요...."

     

    숨은 막혀왔고두 눈은 어지러웠지만 아직 의식을 놓쳐서는 안 된다.

     

    "... 여기서... 살아서 못 나갈 수도 있으니..."

     

    "그럴 일은 없을 테니 안심하려무나."

     

    스승님이 날 더 힘껏 안아주셨다.

     

    "... 의식을 잃을 것 같으니.. 지금이.. 유일한 기회..."

     

    나는 힘없이 몸을 떨었다.

     

    "...사랑해요스승님이 언제나 제 친어머니였으면 했었죠..."

     

    코를 훌쩍이면서 눈물을 닦으며 말을 이었다..

     

    "그 때 그 일이랑....스승님의 말씀을 안 들은 거.... 진심으로 죄송해요.. 만약 제가... 스승님 말씀대로 친구를 사귀고... 캐이댄스와도 완만하게 지냈었다면... 이런 일은.. 안 일어났을 텐데..."

     

    "그래이런 일은 안 일어났을 수도 있겠지허나..."

     

    스승님은 내 갈기를 쓰다듬어주시면서 말했다.

     

    "마생을 살면서 성공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게 있는 법이란다우리 둘에게 일어난 일을 보면 알다시피때론 착오나 실패에서부터 배우는 교훈이나얻게 되는 귀중한 것들도 많지만약 네가 캔털롯을 떠나지 않았다고 가정해보려무나지금 사귀고 있는 친구들과 만날 수 있었겠니?"

     

    "...그치만.. 스승님에게 그런 일을 저질렀-"

     

    "돌아가서 둘이서 차근차근 고쳐보도록 해보자꾸나알았지?"

     

    "..어쩌면 다음 생에서-"

     

    "그런 소리는 말거라."

     

    스승님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셨다.

     

    "분명 넌 살 수 있을 거다 선셋조화의 힘이 우리 둘을 이 자리로 인도한 건 결코 잔혹한 운명의 장난을 부리기 위함이 아닐 테니까.."

     

    나는 더 이상 스승님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몸을 둥글게 말았다.

     

    잠에 드는 게 좋겠다수면 시에는 공기를 조금 덜 쓸 뿐더러....... 숨이 막혀 괴로워하며 죽는 것 보단 그냥 잠자듯 조용히 가는 게 우리 둘에게 서로 좋은 일일 테니까.

     

     

     

    그래... 돌이켜 보면 그렇게 나쁜 마생도 아니었다... 여러모로 기구한 팔자였지만최소한 내가 벌였던 과거의 잘못과 죄책감에서 해방된 채로 떠나게 됐으니...

     

     

    그런데 갑자기 눈이 멀 정도로 밝은 빛이 어디선가 쏟아져 나왔다뿔을 뒤덮고 있는 냉기와 무감각함도 팟 하는 소리와 순식간에 사라졌다.

     

    경고라도 미리 해 주지갑자기 이럴 게 아니라..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난 돌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있었다낯익은 바닥이었다여전히 앞은 어지러웠고갑자기 밝은 곳으로 나온지라 제대로 보이는 건 하나도 없었지만 난 알 수 있었다.

     

    다행히 높은 곳에서 떨어진 것 같지는 않았다코도 별로 안 다쳤고 말이다내 자존심은 좀 심하게 다쳤지만..

     

    "아야야..."

     

    난 내 코를 문지르며 신음소리를 냈다.

     

    "트와일라잇 스파클네가 해낼 줄 알고 있었단다."

     

    스승님은 이제야 안심이 되는지 안도의 한숨을 쉬셨다.

     

    나는 두 눈을 비비고 주변을 둘러보았다성의 대관실이었다아무리 성이 폐허가 됐다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볼품없이 폐허가 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여기였다.

     

    "그나마 집에는 빨리 와서 다행인가.."

     

    나는 힘없이 중얼거렸다.

     

    "선셋 언니셀레스티아 공주님!"

     

    뒤를 돌아보기가 무섭게 트와일라잇이 나를 거의 덮치다시피 달려들어 껴안았다.

     

    "무사하셨군요다행이다.."

     

    뒤에는 다른 다섯 필의 포니들이 스승님 앞에 일제히 무릎을 꿇고 있었다.

     

    난 경악을 감출 수가 없었다내 다섯 친구들이 모두 거기 있었기 때문이었다심지어 플러터샤이마저도 여기 있었다에버프리 숲에는 절대로 제 발로 안 들어갈 애인데도 말이다.

     

    ".....당연하지."

     

    난 아무것도 아닌 척 했다내 목소리는 형편없이 갈라져 있었지만...

     

    "고작 타락한 여신 따위가 날 쓰러트릴 수 있을 것 같아?"

     

    .....거의 죽을 뻔 했다는 건 말 안하는 게 좋겠군.

     

    "보세요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했었죠근데 두 분 다 그냥 옛 이야기 취급하시구..."

     

    트와일라잇이 대놓고 인상을 구겼다.

     

    "그래인정할게내가 잘못 생각했었다는 거.... 그거 말고 다른 여러 가지 부분에서도.."

     

    나는 어께를 으쓱하며 스승님과 트와일라잇을 둘 다 돌아보았다.

     

    "어머내가 언제 네 말이 틀렸다고 한 적이 있었니?"

     

    스승님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난 그저 친구를 좀 사귀어보라는 말을 한 것뿐인걸나이트메어 문이 돌아올 거란 징조를 난 진작 보았단다그래서 조화의 원소를 복구시키기 위해 널 여기로 보낸 거고난 네 내면에 잠재되어있는 마력이 조화의 원소를 다시 한 번 온전하게 복구할 것임을 알고 있었지하지만 그건 너 혼자서만 해낼 수 있는 건 아니란다우정을 나눈 다른 친구들과 함께해야만 비로소 해낼 수 있는 일이었거든."

     

    트와일라잇은 친구들을 돌아보았다... 무언가 약간 이상했다분명 성 안에 저렇게 생긴 왕관이랑 목걸이들은 없었는데?

     

    "저런 걸 성 안에서 본 적은 없는데요.."

     

    난 한 쪽 눈가를 치켜세우며 스승님을 돌아보았다.

     

    "조화의 원소가 새 형태를 취한 것 같구나저들의 마력에 맞추어 새롭게 태어난 모양인걸."

     

    스승님이 설명해주셨다.

     

    "앞으로 트와일라잇은 우정의 마법과 조화의 원소를 연구하느라 앞으로 분주할 테고..."

     

    스승님은 왕좌 쪽을 돌아보셨다아까 있었던 듯한 마법의 여파로 인해 여전히 먼지들이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우정과 조화의 지식이 필요한 포니가 또 한 필 있을 것인 저."

     

    날 두고 하신 말씀이 아니었다매우 놀랍게도 말이다.

     

    "친애하는 자매여."

     

    스승님은 날개를 두어 번 퍼덕여 근처에 흩날리는 먼지를 다 날려버리곤 말씀하셨다.

     

    "우리의 오랜 다툼을 종식시킬 때가 된 것 같구나."

     

    산산 조각난 갑옷과 효력을 잃어가는 마력들 사이에서 어떤 포니가 스승님 앞에 온 몸을 한없이 움츠리고 있었다.

     

    바로 루나 공주였다하지만 책과 두루마리에서 보는 것과는 아주 딴판인아주 무력한 모습이었다아무리 잘 쳐줘도 겁먹은 망아지로밖에는 안 보이는 외모였다.

     

    물론 불멸자에다 여전히 나보다 강력하긴 할 테지만.. 그래도 지금은 그저 겁에 질린 어린 망아지였다.

     

    "다시금 서로 합심해 이 나라를 이끌어 가자꾸나."

     

    스승님이 앞으로 한 발짝 나오셨다......... ?!?

     

    "잠깐만요거긴 제가 폭발-"

     

    매우 부질없게도스승님은 결국 발을 바닥에 딛고 말았고폭발 룬은 작동되고 말았다.

     

    스승님은 완전히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아까운 광경이었다사진이라도 찍어둘 걸 그랬군하긴 사건이 다 끝났는데 함정을 밟는 건 아무리 스승님이라도 예측 못할 상황이었을 거다여담이지만 내가 스승님의 학생이었을 때도 스승님을 저 정도로 놀라게 한 적은 없었다.

     

    "모두 숙여!!!!!"

     

    나는 탁자 밑으로 뛰어 들어갔고트와일라잇은 보호막을 시전했다보호막 치는 건 나보다 트와일라잇이 더 나았기 때문이었다아 물론 폭발 마법은 여전히 내가 트와일라잇보다 더 잘 쓴다어쨌든 이 사고 때문에 우리는 누구의 실력이 더 나은지 예기치 못한 경합(?)을 벌이게 되었다이런 게 바로 모순인가..

     

    스승님의 발밑에서 폭발이 일어났다폭발은 스승님 위의 지붕을 통째로 날려버릴 정도로 거셌다내가 숨은 탁자 아래로까지 각종 파편들이 날아와서 나는 내 발 밑에 화염구를 발사하는 것으로 역 충격파를 발생시켜서 도로 날려버렸다것 봐전에 내가 불에는 불로 맞서라고 했던 말은 결코 농담으로 말한 게 아니었다니까.

     

    "폭발 룬을 설치해놨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그러니까.. 스승님이 잡으러 올 때를 대비해서요... 쿨럭!"

     

    나는 내 얼굴위로 떨어진 재와 먼지들을 털어내며 말했다망가진 지붕 사이로 햇살이 내려왔다하긴 아까 폭발도 있었으니 이곳이 온전할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만..

     

    "이런.. 내 집이.."

     

    "저 괜찮아요!"

     

    트와일라잇이 돌덩이를 마력으로 밀어내며 소리쳤다스승님도 나이트메어 문의 위를 지키고 서서 돌덩이들을 밀어내고 있었다아니.. 이제 루나 공주라고 해야돼나어찌됐든 스승님은 온 몸이 그슬리고 갈기가 헝클어져 꼴이 말도 아니었다.

     

    ".."

     

    스승님은 비뚤어진 왕관을 고쳐 쓰며 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아마도 이 이야기는 다른데 에서 해야겠구나포니빌로 가자꾸나내 기억하기론 이런 큰 일이 닥치기 전에 거기서 하계 태양절 축제 준비가 한창이었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

     

    "모 그러긴 했심더근데 선셋 언니야가 시청을 다 날려뿌러가꼬..."

     

    애플잭이 중얼거렸고대쉬는 뒤에서 낄낄대며 애플잭의 등을 두드리고 있었다.

     

    "이럴 때 정직한 건 오히려 나쁜 거야 임마."

     

    "그래도 다행인걸어떤 상황에서도 주변 포니들의 자발적인 도움을 얻어내 파티를 열 수 있는 누군가가 곁에 있으니까 말이야."

     

    래리티가 핑키를 보며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잠깐... 그거... 혹시 나?!"

     

    핑키의 질문에 래리티는 고개를 끄덕였다.

     

    핑키는 기쁜 듯 주변을 방방 뛰며 티끌 한 점도 없는 웃음을 지었다.

     

    "아싸신난다생에 최~~~~고의 파티를 열어야지~!"

     

     

     

     






     

     

    후일담 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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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이후로 몇 시간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았다하긴 달에서 겪었던 산소 결핍과 마력 결핍으로 인한 후유증스승님과 좁은 감옥에서 오랜 시간 갇혀있었던 것 때문에 제 정신을 못 차렸었기도 했지만..

     

    그래도 축제는 즐거웠다아까의 소동 때문에 내 집이 거의 망가진 건 재쳐두고서라도 말이다.

     

    나중에 성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정확히 확인해보러 가야겠다물론 스승님 몰래 말이다망가진 성의 폐허에서 내 물건들을 깨작깨작 꺼내는 모습을 스승님이 보고 있는 걸 상상만 해도 쪽이 팔렸다.

     

    "그래서 내 성질을 못 참고 스승님에게 책을 확 던졌거든그렇게 내가 성에서 쫓겨나게 된 거야."

     

    나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말을 마쳤다망아지들이 내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내 이야기를 듣고 있었고마지막 부분에서 '우와하는 소리를 냈다그 중 내가 아는 포니는 두 필 밖에 없었다래리티의 여동생 스위티 벨과 애플잭의 여동생 애플블룸이였다.... 잠깐.. 애플블룸에게는 분명 전에 이 이야기 해줬었는데 왜 다시 듣고 있는 거지?

     

    "그럼 언니도 셀레스티아 공주님처럼 공주님이었어요?"

     

    분홍색 털가죽과 흰색 갈기를 단 여망아지가 나한테 물었다.

     

    "아니저기 있는 트와일라잇처럼 그냥 학생이었어."

     

    나는 저 멀리 있는 군중들을 바라보며 말했다스승님이 제일 눈에 띄었다하긴 눈이 삐지 않고서야 스승님 크기만 한 포니를 이 정도 거리에서 못 볼 포니는 없을 것이다.

     

    "언니야근데 와 언니는 여깄는겁니꺼애플잭 언니 친구네랑 같이 어울리셔도 될텐데예."

     

    애플블룸이 질문이었다나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애플블룸을 돌아봤다.

     

    "쟤네들은 오늘의 주인공이지만난 그냥 지나가는 엑스트라 1일 뿐이거든... 내가 낄 자리가 아니란 말이지 저긴.... 쟤네들이 없었으면 나도 꼼짝없이 죽었을 테니..."

     

    나는 헛기침을 하며 목소리를 낮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살짝 미안하거든내가 괜히 나이트메어 문의 성질을 돋구는 바람에 죽을 뻔 한건 아닌가 싶어서..."

     

    "선셋 쉬머여.. 그대가 그리 겸손해할 필요는 없노라."

     

    어디서 갈라지고 여린귀에 익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망아지들이 놀란 표정으로 내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나는 뒤를 돌아보았다루나 공주님이었다군중들 사이를 몰래 빠져나온 모양이었다.

     

    하긴그럴 만도 하다여기의 포니들은 나이트메어 문을 물리친 걸 축하하고 있었으니 말이지솔직히 꽤 불편한 자리였음직도 하다.

     

    "루나 공주님안녕하신지요."

     

    나는 살짝 예를 갖추어 인사를 올렸다.

     

    "내게 그리 예를 갖출 필요는 없노라난 그저... 언니의 수양딸이자 내 새로 생긴 조카딸을 보러 온 것뿐이니.."

     

    루나 공주님은.. 긴장한 것 같았다나랑 눈을 제대로 맞추지도 않고 있었다.

     

    "그런 게 아니고요.. 하아.. 무언가 오해를 하시는 것 같은데전 그냥 스승님의 전 제자일 뿐이에요그렇게 모범학생도 아니었구요."

     

    ".. 언니께서는 다르게 말씀하셨거늘어찌 다른 이야기가 나온단 말인가알 수 없는 노릇이구나.."

     

    루나 공주님은 내 옆에 앉았다고개는 여전히 다른 데로 돌린 채였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그 정도 나이에 참 마법에 대한 학식과 재능이 깊더구나유니콘의 몸에서 알리콘과 맞먹는 마력이 나올 지 그 누가 알았단 말인가.. 나이트메어 문의 패배에는 그대도 크게 일조를 한 바가 있노라."

     

    "고작 갈기 좀 불에 그슬리게 한 거가요?"

     

    나는 농담하듯 말했다.

     

    "그러하다."

     

    루나 공주님은 여전히 탄 자국이 남아있는 하늘색의 갈기의 끝부분을 만지작거렸다.

     

    "원래대로 자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겠군.. 기실언니께서 별 저항을 안 하고 순순히 달로 가셨던 탓에 기고만장해 있었었다허나 그대의 마력에 당한 뒤로는 내가 이런 굴욕을 당했다는 사실을 다른 이들에게 보이기 싫어 마을에서 물러났노라.. "

     

    루나 공주님은 점잖게 헛기침을 몇 번 했다입을 앞발굽으로 가린다라.. 무언가를 말하길 두려워하고 있는 걸까?

     

    "그리고... 사과하겠다... 그대를 달에 무단 감금한 것에 대하여..."

     

    "아뇨.. 흥미로운 경험이었는데요 뭘.."

     

    나는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그거 말인데요스승님께 당한 걸 되갚아주겠다는 의미도 있었던 거 아닌가요?

     

    "그랬었지.."

     

    루나 공주님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루나야사랑스런 내 딸과 이야기는 잘 하고 있었니?"

     

    정신을 다른 데 팔고 있을 때 갑자기 스승님의 목소리가 들려 나는 놀라서 거의 자빠질 뻔 했다나는 여전히 스승님이 무서웠다고치기 힘든 오랜 습관이다뭐 그래도.. 안 무서운 척 할 수는 있었으니까 그나마 다행인가.

     

    "저는 스승님 딸이 아니..."

     

    나는 어께를 으쓱거렸다하긴 진짜 헷갈려서 그런 이야기를 하신 건 아니겠지..

     

    "...좀 많이 늦은 거 아시죠?"

     

    "그럼 내가 그때 서로 고쳐 나가보잔 말을 허투로 한 줄 알았니?"

     

    스승님은 장난스러운 어조로 내 살짝 가시 돋친 질문을 무마시켰다.

     

    "이 하계 태양절 축제가 끝나고 나면루나와 함께 캔털롯으로 돌아가자꾸나막 내 자매의 빈자리를 채웠으니이제 네 빈자리를 채우면 난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 같단다그리고 내 집이 박살난 건 일견 내 책임도 있으니그에 대한 보상으로 너에게 해 줄 것은 집으로 돌아오는 너를 환영해 주는 것 밖에는 별달리 없을 것 같구나."

     

    머뭇거리며 나는 우물우물 입을 열었다.

     

    "...캔털롯에서는 저한테 감정 있는 포니들이 좀 많을 텐데... 물론 그때는 신경도 안 썼지만.. 궁중의 하인들을 마격 없는 물체마냥 막 대하고학교의 다른 학생들에게도.... 그랬고..."

     

    내가 이렇게 말꼬리를 흐리자스승님이 걱정 말라는 듯 대답해주셨다.

     

    "여전히 재학 중인 학생들도 많고그 가족들 중에 이 학교를 다니게 된 포니들도 많단다분명 그 수많은 포니들에게 사과하러 다니는 건 힘든 일이겠지허나 네가 잠시 거기에 없었다고 해서 그 포니들에게 사과를 할 책임도 없어지는 건 아니란다지금의 너라면 이해하겠지?"

     

    "선셋 언니!'

     

    우리가 한참 이야기중일 때 트와일라잇이 헐레벌떡 달려 들어왔다.

     

    "셀레스티아 공주님이 갑자기 절더러 앞으로 이 포니빌에서 살라고 하시는 거 있죠-물론.. 여기는 캔털롯에서 별로 안 떨어진 곳이란 건 알고 있고언니는 마을 안에서 안 사시긴 하지만그래도.. ..."

     

    트와일라잇은 잠시 앞발로 안절부절 땅만 파고 있었다.

     

    "... 전에 내기했던 거 기억하시죠?"

     

    "그래.. 그 고대의 예언 이야기는 네 말이 맞았더라.."

     

    "그럼 소원 하나 들어줘야하는 거 기억나시죠?... 언니.. 제발 셀레스티아 공주님과 함께 캔털롯으로 돌아가 주세요."

     

    트와일라잇이 침울한 투로 말했다.

     

    "물론 제 욕심 같아선 언니랑 저랑 여기서 단 둘이 같이 살자고 하고 싶지만... 중요한 거 한 가지를 깨달았거든요..."

     

    "뭔데또 내가 모르는 고대의 예언 같은 거?"

     

    "그런 게 아니라요!"

     

    트와일라잇은 갈고리눈을 뜨며 말했다.

     

    "언니가 학교도 안마치고 쫓겨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구요제 소중한.... -그러니까... .. 맞다.. -친구인 언니가 제대로 된 교육 과정도 밟지 않고 마생을 망치는 꼴을 전 차마 두고 볼 수 없다니까요!.......하아........... 그러니 셀레스티아 공주님과 캔털롯에 돌아가서 교육 과정을 다시 수료하셨으면 좋겠다는 게 제 소원이에요.."

     

    트와일라잇은 새빨간 얼굴로 스승님을 올려보며 말했다.

     

    "저기 공주님.. 괜찮으시죠?"

     

    "그럼괜찮구 말구."

     

    스승님은 환하게 웃으셨다.

     

    "그래알았어약속 해 놓고 안 지켰다간 애플잭이 날 잡아먹으러 들지도 모르니까.. 그럼 이제 내가 널 보러 와야겠네입장이 반대가 된 건가? ."

     

    나는 훌훌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니 없는 동안 마을 잘 지켜라알았지이 마을에서 벌어지는 온갖 소동들을 다 감당하려면 강력한 유니콘이 한 필 필요하니까.."

     

    나는 마을을 다시 한 번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까 이 마을은 진짜 한 주마다 사건이 하나씩 터지는 것 같네.. 미친.."

     

    "그건 걱정 마세요 히힛가서 셀레스티아 공주님 잘 돌봐 드리시고요."

     

    "누가 누구를 돌본다는 건지 원.. 선셋 쉬머저 아이를 내 필히 가까운 곳에 두고 감시해야겠군.. 실수로 캔털롯을 아까 우리의 옛 성처럼 잿더미로 만들지는 않을 정도의 경지에 이를 때 까지는..."

     

    옆에서 루나 공주님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냥 못들은 척 하기로 했다.

     

    "돌이켜보면그동안 쓸데없는 망상을 하며 몇 년을 허비한 것 같아.."

     

    난 트와일라잇을 보며 독백하듯 말을 시작했다.

     

    "넌 친구들과 함께 우정에 관해서 새 공부를 시작하는 새 출발을 시작했으니까이제부터 나도..."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나는 말을 이었다

     

    "...숲 속에 사는 무서운 괴물 시늉 따윈 관두고이제 내 진정한 삶으로 돌아갈 생각이야그동안 내가 저질렀던 잘못을 마주하기 두려워서 오랜 시간을 피해 다니기만 했었어더 이상 안 그럴 거야직면하고 바로잡겠어."

     

    나는 절뚝거리며 트와일라잇에게 다가와 트와일라잇을 꼭 안아주었다.

     

    "내가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덴 여러 포니들의 도움이 있었지특히 네 덕분이야고마워 트와일라잇."

     

    "...언니가 없는 건.. 상상만 해도 싫은데.."

     

    트와일라잇은 살짝 울먹이고 있었다.

     

    "지금 장난하는 거지?"

     

    나는 코웃음을 살짝 쳤다.

     

    "고작 기차로 몇 시간 거리인 걸 뻔히 아는 얘가.. 그리고 이젠 스승님 몰래 빠져나가느라 귀찮은 일 생길 일도 없잖아오히려 전보다 더 자주 만날 수 있게 됐구만 얘가 왜 이래?"

     

    "트와일라잇."

     

    스승님이 자상한 어조로 말을 시작했다.

     

    "진정한 우정은 서로 떨어진 거리 따위에 구애받지 않는단다그리고 서로 간에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해도 진정한 우정은 서로 흔들리지 않는 법이지."

     

    라고 말하면서 스승님은 그분의 얼굴을 루나의 뺨에 부비고 있었다.

     

    "공주님 말이 맞아요히히.. 그동안 선셋 언니랑 사귀어온 걸 공주님께 알릴 수 있게 되서 이제 좀 후련하네요... 그동안 감춰온 거 정말 죄송해요.."

     

    "사과할 필요는 없단다 트와일라잇그리고 기차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네 우정의 마법 연구비 목적으로 왕실에서 교통비 정도는 지원해 줄 수 있을 것 같구나열차 무료 이용권 하나를 곧 마련해 줄 터이니 유용하게 쓰도록 하려무나."

     

    트와일라잇의 표정이 한 층 더 밝아졌다.

     

    "감사합니다셀레스티아 공주님!"

     

    "물론 귀여운 우리 딸을 친구도 못 만나게 하면서까지 혼자서 독차지할 생각은 없단다.~"

     

    스승님이 날 마력으로 집어 올려 내 볼을 살짝 꼬집으며 어린 망아지 놀리듯 말했다애 취급에 순간 짜증이 확 솟구쳐서 내 두 귀가 축 내려갔다.

     

    "스승.. 아니 어머니전 숲 속에 사는 무서운 마녀라구요모양 빠지게 왜이러세요 진짜!!"

     

    나는 거의 징징대다시피 따졌다그야 마을 포니 전체가 나를 재밌는 구경거리 보듯 보고 있었으니까.... 내 두 볼은 발정기 때의 빅맥만큼이나 새빨개졌다.

     

    "그럼 돌아가야 될 것 같구나."

     

    어머니의 말씀이셨다.

     

    "너와 루나가 돌아왔다는 걸 이퀘스트리아의 시민들에게 알리려면 준비해야 될 게 많을 테니."

     

    아마도 내가 또 도망갈까 봐 걱정이 되셨는지어머니는 나를 마력으로 그대로 들고 미리 준비된 마차 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셨다내 친구들이 나를 향해 앞발굽을 흔들어주고 있었다.

     

    "잠깐잠깐만요... 작별 인사정도는 하게요.."

     

    어머니는 군 말 없이 나를 내려주었고내 친구들은 곧 나를 둘러쌌다.

     

    "일 있으믄 퍼뜩 오소 언니."

     

    애플잭은 나를 거의 행주 쥐어짜듯 껴안았다그동안 많이 강해졌구나애플잭..

     

    "나중에 우리 성으로 초대해주는거 잊지 마요 언니."

     

    래리티가 끼어들었다.

     

    "언니가 전에 쓰던 성 말구요... 그것도 나쁘다는 건 아닌데보수가 좀 덜 됐잖아요... '부디 우리 가기 전에 캔털롯 성을 날려먹지만 말아주세요제발요.'"

     

    "... 다 좋게 해결되어 다행이네요.."

     

    플러터샤이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동안 언니가 간간히 슬퍼하던 게 맘에 걸렸었는데... 이제는 기뻐하시니까.. 전 그걸로 좋아요."

     

    수줍게 미소를 지으며 샤이는 말을 마쳤다.

     

    "끄르르르 못 참겠다당장 파티 하나 열자!!"

     

    아니나 다를까 핑키였다.

     

    "하아...지금 하고 있는 건 파티가 아니고 뭔데 그럼,.."

     

    트와일라잇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자나중에 내가 포니빌로 돌아올 때 파티 하나 새로 열기로그때는 이것보다 좀 더... ..."

     

    난 대쉬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멋있게 해 줘야 한다알았지?"

     

    대쉬가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히익피냐타 하나 준비해야겠다아니아니그 정도론 안 되지작은 피냐타들로 가득 찬 세상에서 가장 큰 피냐타그래마트료시카 피냐타그거다!"

     

    "....그런 게 진짜 있나?"

     

    핑키 파이의 영 모를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말했다.

     

    "걱정 마세요파티 과학으로 꼭 만들어 내볼 테니까... .. 일단 226.796185kg의 페이퍼 마쉐와 반짝이 두 자루늙은 성직자 모형이랑젊은 성직자 모형까지 합해서..."

     

    핑키 파이는 사뭇 진지하고 또 엄격한 태도로 중얼거리고 있었다저럴 땐 함부로 끼어드는 게 아니지나는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마지막으로 트와일라잇이 앞으로 나와 나를 포옹해주었다.

     

    "곧 돌아오실 거죠그쵸?.... 우정에 관한 공부를 막 시작하려는데 최고의 친구 한 필을 떠나보내야 한다니... 무슨 상황이 이래요?"

     

    "물론 언닌 곧 돌아올 거야날 막으려면 무슨 탈출한 혼돈의 신 정도라도 있어야 할 걸?"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 난 진짜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하지만 그건 다음 기회에 이야기하도록 하자.


    =================================================================================================




    이제 평행 세계의 선셋의 여정은 여기에서 잠시 끝을 맺게 되었습니다. 재미있게 보셨나요? 제가 이 팬픽을 재미있게 봤던 그 때의 그 감정이 이 번역으로 여러분에게 그  10분의 1이라도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아. 끝났다고 너무 섭섭해하지는 마세요. 작가분이 후속작을 쓰신댔거든요. 


    심리 묘사가 매우 마음에 들었고, 또 그런 점에 있어서 제 글쓰기에 공부가 많이 돼었던 작품입니다. 그리고 평행 세계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흥미롭게 쓸 수 있는가를 교과서적으로 잘 풀어쓴 소설이라고 전 개인적으로 이렇게 평가합니다. 이런 걸작을 번역하게 된 건 행운이지요.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를 혼자서 번역한 번역가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 전 훌륭한 작품을 그에 걸맞는 퀄리티로 번역한다는것에 대해 나름대로의 로망을 가지고 있거든요. 아직은 미천한 실력이지만 말이죠.


    여기까지 재미있게 보셨다면, 그리고 Fimfiction 아이디가 있으시다면 작가분의 작품에 추천 버튼을 눌러주시는 걸 잊지 마세요. (http://www.fimfiction.net/story/252269/the-witch-of-the-everfree) 이런 건 알개 모르게 창작자들의 힘이 됩니다. 그리고 솔까 전 이 작품의 후속작을 보고 싶어서 죽겠습니다.



    제 인생에 사소한 업적 하나가 생겼군요. 그래도 장편 소설 전편 번역은 어지간한 사람은 취미로는 안 하는 거일테니까욬ㅋㅋㅋ


    그간 번역에 대한 성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는 더 나은 번역 퀄리티와, 더 나은 작품을 소개하면서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즐거운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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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5/25 02:34:22  122.32.***.146  queot  567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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