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서 경험하게 됐는지는 밝히지 않을게. <div>썩 좋지 않은 일 때문에, 혼미한 상태로 가만히 누워 있다가 겪게 됐거든.</div> <div><br></div> <div>몸이 움직이지 않았어.</div> <div>아니, 사실 움직일 수 있었지만</div> <div>몸이 둔해져서 굳이 움직이고 싶지도 않았고</div> <div>가만히 누워있는 상태가 너무나 편안해서 깨고 싶지 않았어.</div> <div><br></div> <div>눈을 감고 가만히 머릿속에 집중하고 있으니</div> <div>어느 순간 이마 중앙이 찌릿찌릿 하다가 <span style="font-size:9pt;">제 3의 눈이 떠지는 기분이 들었어.</span></div> <div>(찾아보니까 그거 '송과체'라고 부르는 부분인가봐)</div> <div><br></div> <div>그때부터 내가 쓰지 않고 있던 뇌의 모든 부분들이</div> <div>쫙 열리는 느낌이었어.</div> <div>평생 동안 뇌의 20%만 쓰고 살아간다고 하잖아?</div> <div>나머지 80%는 기억을 저장해 두는 창고 같은 거였나봐.</div> <div><br></div> <div>그 창고에서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겪었던 모든 일들,</div> <div>TV나 책에서 봤던 이미지들이 하나씩 영화처럼 보였어.</div> <div>아, 여기서 '보인다'라는 표현을 썼는데</div> <div>이 장면들은 실제 눈이 아니라 아까 그 제 3의 눈을 통해 보이는 듯 했어.</div> <div><br></div> <div>실제로 눈을 떠 봤는데도 현실세계가 더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고</div> <div>무의식 속 장면만 계속 보였거든.</div> <div><br></div> <div>수많은 이미지들이 서로 중첩되고 녹아들면서</div> <div>어떨 땐 직접 겪은 일이기도 하고,</div> <div>어떨 땐 상상이 뒤섞여서 기괴한 이미지가 만들어지기도 했어.</div> <div><br></div> <div>예를 들면, 초원에서 어느 순간 빌딩 숲이 막 솟아오르더니</div> <div>달까지 닿다가 우주정거장이 되기도 하고 <span style="font-size:9pt;">공룡이 나타나기도 하고...</span></div> <div>내가 정말 싫어하는 것들이 보여서 무섭기도 하고,</div> <div>또 어떤 장면은 정말 아름다워서 막 감탄사를 내뱉기도 했어.</div> <div><br></div> <div>참 재밌는 게, 술에 취한 거랑은 달랐어.</div> <div>술은 필름이 끊긴다고 하잖아?</div> <div>술에 취하면 자기 의지로 정신 상태를 조절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건데,</div> <div>이건 내가 의식과 무의식을 마음대로 넘나들 수 있는 상황이었어.</div> <div><br></div> <div>무의식 속의 세계를 막 맘대로 여행하면서</div> <div>내가 마음만 먹으면 슈퍼맨이 되어보기도 하고, 세계 곳곳을 날아가다가도,</div> <div>밖의 상황을 정리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div> <div>또 말짱하게 의식 세계로 돌아와서 제대로 일을 처리할 수 있었어.</div> <div><br></div> <div><br></div> <div>여기까지만 해도 사실 너무나 좋은 경험이었는데,</div> <div>클라이막스는 '사람들'이 떠오르는 장면이었어.</div> <div><br></div> <div>내가 잊고 살았던 소중한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씩 떠오르더라고.</div> <div>그리고 꼭 만나고 싶었던 얼굴을 보게 돼서 기쁨에 복받쳐 울었어.</div> <div>그냥 눈물이 막 흐르더라.</div> <div><br></div> <div>소리내서 엉엉 울었어.</div> <div>내가 잘못했던 일, 싸웠던 일 이런 것들이 막 떠오르고</div> <div>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마음이 가슴 깊은 곳에서 솟구치더라고.</div> <div><br></div> <div><br></div> <div>이 장면까지 딱 보고 무의식 여행을 멈췄어.</div> <div>더 이상 이보다 더 큰 감동은 느낄 수도 없고,</div> <div>느낄 필요도 없을 것 같아서.</div> <div><br></div> <div><br></div> <div>아마 이런 경험은 </div> <div>이제 죽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한번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div> <div><br></div> <div>그땐 모든 삶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고 하니까.</div> <div><br></div> <div>죽기 직전의 그 순간이 기쁘고 만족스러우려면</div> <div>지금 현실 생활에서 좋은 기억을 많이 쌓아둬야 할 것 같아.</div> <div><br></div> <div>그래서 난 이제 좋은 일을 하면서 열심히 살아가기로 다짐했어.</div> <div>내 인생을 보는 관점이 달라진 계기가 된 것 같아.</div> <div><br></div> <div>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div> <div>이만 마무리할게. 뿅!</div> <div><br></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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