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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1794334
    작성자 : 화물노동자
    추천 : 41
    조회수 : 3200
    IP : 14.53.***.97
    댓글 : 8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26/05/18 12:46:04
    원글작성시간 : 2026/05/18 02:55:22
    https://todayhumor.com/?humorbest_1794334 모바일
    3년 전 쯤이였나. 주식을 시작하겠다고 글 썼던 때가 떠오르네요.

    정확히는 4년 전 쯤이겠군요.

    빚 3천만원 있던 시절입니다.

    식당 퇴근하면 목욕탕 청소 알바 하던 시절이네요.

    그 때도 뭔가 꿈은 꿨던 것 같습니다.

    어느날이였죠. 고물 스타렉스를 몰고 퇴근하던 어떤 날 밤

    영동대교를 건너 강변북로로 진입하던 그 때 멀리 보이는

    수많은 아파트 불빛을 바라보며 '나도 저 풍경의 일부가 되고 싶다'

    는 생각을 했던 그 날이 떠오릅니다.

     

    지갑에는 오만원이 있었고, 통장에는 3만원이 있었죠.

    밀린 인터넷 요금과 집세 일부를 내고 나니 남은 돈 전부였습니다.

    저는 저녁 나절 문닫기 직전 마트에 들어가 남은 돈 중 일부를 써서

    할인하는 즉석밥 12개 세트와 고기 한 근, 소주 두 병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120키로였던 시절이여서 그거가지곤

    택도 없었으니까, 냉장고에 있던 오래된 3분카레를 넣어서 함께

    볶아 밥과 먹었죠.

     

    눈물이 나거나 처연하지는 않았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그래보였을지는 모르겠으나 그 때는 그냥

    목욕탕 알바가는 날도 아니니까 먹고 잠이나 자자 하는

    생각 정도만 들었던 것 같네요.

     

    어...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44인치 바지 사이즈는 32인치로 줄어들었고, 몸무게는 70 초중반대가

    되었습니다. 특별히 무슨 병이 있어서 그런건 아니고요.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작년 초부터 부단히 식단관리를 했던 영향이 큽니다.

    물론 그 4년 사이에 빚은 착실히 갚았고, 그 때 이후로 조금씩 시작한

    주식은 음..

     

    정확히 말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이번엔 좀 바뀌나? 하는 수준까지

    올라섰습니다. 그래서, 이젠 차를 좀 사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던거고요.

    이전에 타던 스타리아는 식당에서 일할 때 타고다니던거라 퇴사와 함께

    자연스럽게 반납했기에 잊은 지 오래고요.

     

    인생사 4년이라는 시간 안에 새옹지마라는 말을 쓰는 건 적절치 않습니다만,

    딱히 노력하거나 악착같이 살았다고 하기에도 부끄럽습니다만,

    그래도 이제는 집사는 꿈을 꾸거나 차를 사는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게

    그나마도 진일보한 삶이라는 점에서 희망이 생기네요.

     

    그래요.

    얼마전에... 음. 저번주네요.

    부모님 집 가스렌지가 9년이 넘어서 자주 말썽을 일으킨다기에

    주말에 모시고 전자랜드 가서 가스렌지 새 것 사드리고 외식으로

    대게 시원하게 사드렸습니다. 조카 용돈으로 20만원도 주고요.

    꽤 큰 지출이였지만 마음은 편했습니다. 올 해 제가 생각한대로

    주식플랜이 잘 흘러가면, 연말에는 부모님 집 리모델링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30년 넘은 벽지 같은 장판 쓰는 집이여서

    시원하게 한번 해 드리려고요.

     

    저는 당분간 이 원룸에서 지낼 생각입니다.

    사실 지금도 이사 하려면 할 수는 있는데, 딱히 여기가 불편하지도

    않고 굳이 큰 집에서 혼자 살 이유도 없기 때문입니다.

     

    아. 여자친구요?

    없습니다 그딴거.

    헤어졌어요.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연이란게 한번으로 끝나겠습니까.

    언제 또 오겠죠. 아마도요. 아마도...

     

    쓰읍...

     

    어쨌든 다음주는 제가 생각한 한 상반기 최고의 주말을 보낼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 열리는 '인상주의를 넘어' 전시회를

    보러 갈 거거든요. 개인적으로 르누아르 작품을 좋아해서

    실물을 볼 기회라는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네요.

     

    어쨌거나 하고싶은걸 대충 하고 살 수 있다는건 꽤 좋은 일입니다.

    많은 일이 있었네요. 네. 생각해보니 그 이전에 그 새털같이 많은

    날들을 어떤 보이지 않는 동굴 속에서 헤쳐나갔던 시절들을 떠올려보면

    지금의 이 황량한 벌판을 걷는 시간이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요 뭐.

    제 나이 아직 40. 앞자리가 3에서 4로 바뀐건 꽤 아픈 일이지만

    아직 남은 60년의 인생을 생각하면 이제 시작이죠 뭐.

    이렇게 생각해보자고요.

    기대여명이 60여년에 불과하던 시절이 아니잖아요 이제는.

    80세 100세 시대를 바라보는 시절인데, 그 관점에서 40대는

    사실상 과거의 20대 중후반이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제 인생은 이제 초입이고, 하고싶은 일이 너무 많습니다.

    저는 10년 뒤의 저를 생각하며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또 어떤 멋진 일이 기다릴까. 또 어떤 멋진 인연이 기다릴까.

    그런 생각을 하며 출근 전 모니터 앞에 앉아 이 많은

    이야기들을 여러분 앞에 털어놓는 이 시간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출처 아 참고로 잠수이별임. 저쪽에서 먼저.
    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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