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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4년 전 쯤이겠군요.
빚 3천만원 있던 시절입니다.
식당 퇴근하면 목욕탕 청소 알바 하던 시절이네요.
그 때도 뭔가 꿈은 꿨던 것 같습니다.
어느날이였죠. 고물 스타렉스를 몰고 퇴근하던 어떤 날 밤
영동대교를 건너 강변북로로 진입하던 그 때 멀리 보이는
수많은 아파트 불빛을 바라보며 '나도 저 풍경의 일부가 되고 싶다'
는 생각을 했던 그 날이 떠오릅니다.
지갑에는 오만원이 있었고, 통장에는 3만원이 있었죠.
밀린 인터넷 요금과 집세 일부를 내고 나니 남은 돈 전부였습니다.
저는 저녁 나절 문닫기 직전 마트에 들어가 남은 돈 중 일부를 써서
할인하는 즉석밥 12개 세트와 고기 한 근, 소주 두 병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120키로였던 시절이여서 그거가지곤
택도 없었으니까, 냉장고에 있던 오래된 3분카레를 넣어서 함께
볶아 밥과 먹었죠.
눈물이 나거나 처연하지는 않았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그래보였을지는 모르겠으나 그 때는 그냥
목욕탕 알바가는 날도 아니니까 먹고 잠이나 자자 하는
생각 정도만 들었던 것 같네요.
어...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44인치 바지 사이즈는 32인치로 줄어들었고, 몸무게는 70 초중반대가
되었습니다. 특별히 무슨 병이 있어서 그런건 아니고요.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작년 초부터 부단히 식단관리를 했던 영향이 큽니다.
물론 그 4년 사이에 빚은 착실히 갚았고, 그 때 이후로 조금씩 시작한
주식은 음..
정확히 말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이번엔 좀 바뀌나? 하는 수준까지
올라섰습니다. 그래서, 이젠 차를 좀 사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던거고요.
이전에 타던 스타리아는 식당에서 일할 때 타고다니던거라 퇴사와 함께
자연스럽게 반납했기에 잊은 지 오래고요.
인생사 4년이라는 시간 안에 새옹지마라는 말을 쓰는 건 적절치 않습니다만,
딱히 노력하거나 악착같이 살았다고 하기에도 부끄럽습니다만,
그래도 이제는 집사는 꿈을 꾸거나 차를 사는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게
그나마도 진일보한 삶이라는 점에서 희망이 생기네요.
그래요.
얼마전에... 음. 저번주네요.
부모님 집 가스렌지가 9년이 넘어서 자주 말썽을 일으킨다기에
주말에 모시고 전자랜드 가서 가스렌지 새 것 사드리고 외식으로
대게 시원하게 사드렸습니다. 조카 용돈으로 20만원도 주고요.
꽤 큰 지출이였지만 마음은 편했습니다. 올 해 제가 생각한대로
주식플랜이 잘 흘러가면, 연말에는 부모님 집 리모델링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30년 넘은 벽지 같은 장판 쓰는 집이여서
시원하게 한번 해 드리려고요.
저는 당분간 이 원룸에서 지낼 생각입니다.
사실 지금도 이사 하려면 할 수는 있는데, 딱히 여기가 불편하지도
않고 굳이 큰 집에서 혼자 살 이유도 없기 때문입니다.
아. 여자친구요?
없습니다 그딴거.
헤어졌어요.
ㅋ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연이란게 한번으로 끝나겠습니까.
언제 또 오겠죠. 아마도요. 아마도...
쓰읍...
어쨌든 다음주는 제가 생각한 한 상반기 최고의 주말을 보낼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 열리는 '인상주의를 넘어' 전시회를
보러 갈 거거든요. 개인적으로 르누아르 작품을 좋아해서
실물을 볼 기회라는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네요.
어쨌거나 하고싶은걸 대충 하고 살 수 있다는건 꽤 좋은 일입니다.
많은 일이 있었네요. 네. 생각해보니 그 이전에 그 새털같이 많은
날들을 어떤 보이지 않는 동굴 속에서 헤쳐나갔던 시절들을 떠올려보면
지금의 이 황량한 벌판을 걷는 시간이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요 뭐.
제 나이 아직 40. 앞자리가 3에서 4로 바뀐건 꽤 아픈 일이지만
아직 남은 60년의 인생을 생각하면 이제 시작이죠 뭐.
이렇게 생각해보자고요.
기대여명이 60여년에 불과하던 시절이 아니잖아요 이제는.
80세 100세 시대를 바라보는 시절인데, 그 관점에서 40대는
사실상 과거의 20대 중후반이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제 인생은 이제 초입이고, 하고싶은 일이 너무 많습니다.
저는 10년 뒤의 저를 생각하며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또 어떤 멋진 일이 기다릴까. 또 어떤 멋진 인연이 기다릴까.
그런 생각을 하며 출근 전 모니터 앞에 앉아 이 많은
이야기들을 여러분 앞에 털어놓는 이 시간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 출처 | 아 참고로 잠수이별임. 저쪽에서 먼저. 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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