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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여러분
더러운 찜통더위와 불경기에
살아들 계십니까
오랜만에 짬이 나서
육아일기를 찌끄려봅니다.
이렇게 작고 소중했던
나의 3.5키로 짜리 아가는
더운 날, 걷기싫다고 안아달라고
"우리 저기 신호등까지만 걸어가자" 하면
아니야! 안고!! 안고!!!
하면서 제 앞길을 막습니다.
장비냐고...
안아줄때까지 비키지않음
아들과 동네 산책을 할 때마다
동네 어르신들이 아들을 보고
너무 이쁘고 똘똘하게 생겼다면서
쌈짓돈을 아들손에 쥐어줍니다.
며칠전엔 극구 사양했지만
만원짜리 한장을 받았고
얘랑 동네한바퀴 돌면
기저귀값은 땡기겠는데..?
싶었지만 속으로만 생각해보았고
21개월이 지나고부터
말이 부쩍 늘어서
아빠,엄마,하버지,함미 정도 말하다가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니
아..사람과 사는 기분이다.
라는 느낌이 부쩍 듭니다.
다만 가끔 의미 불명으로
씻고 나와서 선풍기에 몸을 말릴때
아들이 빤히 보더니
"...아빠 찌찌 안뇨옹?"
아니 왜 거기다가 인사를 하니
며칠전에는
아빠 꼬추!! 아빠 꼬추!! 우와아!!
하면서 졸졸 따라옴
너...너 어린이집에서 그런말하면 안된다..?
아들 목욕 후에 선풍기 앞에 서서
배를 쭉 내밀어 선풍기에 고추를 말리는걸 보면
참..누가봐도 내새끼긴 한데
애 앞에서 진짜 행동 조심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고
집 앞에 주차되어있는 차
번호판을 보면 쭈그려 앉아서
예 ) [151 바 4067]
..일!오! 일! 비읍! 사! 영! ...구. 육!! 칠!
하며 읽어냅니다.
22개월짜리가
알파벳과 자음을 완벽하게 읽습니다.
누구나 내 자식은 천재가 아닐까
하는 순간이 온다는데
홀리몰리과카몰리
이녀석은 진짜 천재가 아닐까
이렇게 하루하루 소소하고 재밌게 사는데
허리디스크도 심해지고
수입이 불안정하여
운영하던 카페를 이번달까지만 운영하고
다른분께 양도하기로 했습니다.
아들과 동네를 걷다보면
출근하는길쪽을 갈때마다
아빠가게! 아빠가게! 하는데
다음달부턴 아빠가게가 아닌데
그건 좀 속이 상할것같단말이죠.
그래도 가게를 운영하며
우리아들 초기에 밥 안먹을때
직접 빵구워줄수 있는 장소가 있었고
좋은 분들과 좋은 기억을 남기고 가는것같아
시원섭섭한 마음입니다.
아들이 기억을 못한다는게
좀 많이 아쉽지만...
며칠 전 일찍 퇴근하고
와이프랑 밖에서 저녁을 먹을라는데
먹을만한곳이 없어서
그냥 치킨이나 먹을까 해서
동네치킨집을 들어갔는데
손님이 아무도 없는거에요.
그래서 생맥을 시키고
한잔했는데
스며들고있어..!!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너무나도 소소하고 당연했던것이
특별하고 귀해진걸 느끼며
애 낳기 전과 후의 인생은
2D와 3D의 차이가 아닐까
애 재우고 거실에서 와이프랑
맥주마시고 수다떨고 유툽보는 1시간이
내 인생 어떤 즐거움보다 크다고 느끼는 요즘
요 작은 꼬맹이가
앞으로 어떤 행복을 줄지
또 어떤 빡셈을 줄지
은근하게 기대해봄.
여러분 애낳으세요 꼭낳으세요
출처 | 21개월~23개월까지의 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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