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터 써보려 했으나

육아게시판에 쓰기엔 육아가 아니고

자게에 써야하나 하다가 써봅니다.

일단 올해 큰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고1 입니다.

중학교때 학원에 보낸적이 없구요.

집에서 제가 직접 가르쳤습니다.

제가 학생때는 그래도 공부에 좀 자신이 있었고

학원같은거 안다녀도 적당한 성적을 받을 수 있었기에 우리 아이도 그렇게 하면 될 줄 알았습니다.

아이가 중학교 1학년땐 시험이 없어서(교육부 방침) 잘 하는지 못하는지 알 길이 없었고

중2, 3학년 때는 상당히 좋은 성적을 받아왔기에 이대로만 가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하지만 그 생각은 고등학교 입학 전에 학원 상담을 받으며 처참히 깨졌습니다.

학원에 처음 입학상담을 받으러 가니 아이에게 시험을 보게 합니다.
시험 결과가 나온 뒤 본격적인 상담이 시작되는데
원장님이 정말 학원을 한번도 다니지 않았냐고 너무 잘한다고 말하면서
한 마디 하십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과정은 거의 안했네요?"

네??? 당연한거 아닌가요? 중학교 졸업도 안했는데 고등과정을 거의 안한게 당연하죠.

교과서도 안받았는데 뭘 보고 공부하죠?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면서 무슨 이상한 소릴 하시는건가 싶었죠.

그 와중에 더 강력한 한 방

"이 학원 다니는 아이들은 이미 고등학교 1학년 과정 2번 돌고 3번째 시작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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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을 안했는데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을 2번 배우고 3번째 시작하고 있다니???????

이게 무슨소린가???????

그래도 그렇지 고등학교 입학을 안했는데 강남 8학군도 아닌 이런 동네에서 이미 선행을 그만치 한다니

애들은 언제 놀고 풋풋한 학생다움과 청춘운 언제 어디서 찾아야 하는건가요?

사교육 단절 어쩌구 별 생쑈를 하시던 윗분들?? 이게 어찌된 일이죠?

정시는 고3 외 수능보는 재수, 삼수, 사수, 직장인, 대학생, 늦깎이, 등등 엄청 늘어서 경쟁이 심해지고

수시가 그나마 학생들에게 유리하니까 수시에 몰리고

고1부터 100%내신 반영이라 무조건 처음부터 잘해야 하니까 중학생에게 고교 과정을 가르치게 되었네요?

교육과정에 맞춰서 정말 스스로(조금은 멱살 잡혀서...) 잘해왔던 우리 아이가 남보다 엄청 뒤쳐진 아이가 되어버렸습니다.

상담받는 내내 얼마나 황당하던지.....

원장님이 말씀하시길 아이는 상당히 잘하지만 C반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합니다.

'잘하지만 곧 중학교를 졸업할 학생이 고등과정을 배우지 않았으므로 C반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라고 해석됐습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글을 쓰는 지금 밤 11시 59분입니다.

시키지 않았는데도 아이가 자기 방에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중간고사는 중학교때 했던 공부가 탄력을 받는 시기라 다행히 1등급 성적을 유지했는데

기말고사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등급이 떨어질까봐 걱정이 되어 저렇게 하는거겠죠.

어째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요?

고작 고 1인데...17살인데....

뭔가 너무 잘못됐다고 생각하면서도

저는 공부 그만하고 쉬어도 좋다고 차마 말하지 못합니다.

열심히 하고 있는 와중에도 더 잘하라고 해야만 하는 이 현실은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요?

적당히좀 합시다. 경쟁한다고 애들 다 죽이겠어요. 이렇게 책상앞에만 앉아서 자란 아이가 좋은 어른이 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