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 글이 시사게에 맞는지 꽤 고민을 하다, 글의 주된 주제가 '그 당시에 일어난 여러 가지 사회적 사건'에 나름 부합하는 것 같아 그냥 올리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만약 문제가 있다면 지적해 주시기 바랍니다.<br /><br />----------------------------------------------------------------------------------------------------------------<br /><br />이번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여러모로 이 나라에 실망을 많이 했습니다.<br /><br />전 사실 사건 초기에는<br />'그래도 정부를 믿어 보자. 설마 사람을 죽게 놔두기야 하겠냐'<br />'구조는 전문가들이 열심히 하고 있을 테니 그들을 믿고 지켜 보기만 하자'<br />같은 생각을 가지고(실제로 댓글을 통해 주장도 했죠) 있었습니다.<br /><br />그런데, 사건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드러나는 추악한 사실들 앞에서 저는 이 나라의 바닥이 어디까지 낮아질 수 있나 그저 경악스럽기만 합니다.<br /><br />해경의 늦은 초기대처, 거기에 그 실수를 그저 덮으려고만 하는 해경의 모습<br />유족들과 실종자 가족들의 아픔을 보듬어 주기보다 그저 선거에 활용할 사진 찍기만 궁리하는 정치인<br />사고대응 매뉴얼은 하나도 지키지 않으면서 청와대 보호 매뉴얼은 누구보다 철저하게 지키는 정부<br />피해자와 희생자에 대한 배려라고는 눈곱도 없이 그저 자극적인 기사 뽑아내기에만 혈안이 된 기자<br />오보에 대한 정정이나 사과도 없이 그저 사실을 외면한 채 보도지침만을 따르는 꼭두각시가 된 언론<br /><br />정말이지, 내가 사는 나라의 민낯이 이런 거구나 싶었습니다.<br />게다가, 이런 사실 앞에 속이 쓰리다가 진정 될 만 하면 또 새로운 치부가 드러나더군요.<br />정말 바닥이 없었습니다.<br />이런 현실 앞에, 저는 조국 대한민국에 대한 희망을 잃어 갔습니다.<br /><br />세월호 사고를 통해 전 대한민국이 얼마나 희망 없는 나라인가를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br />얼마 전까지는요.<br /><br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br /><br />이 거지같은 상황 속에서도 우리에게 희망은 남아 있습니다.<br /><br />세월호 사고 피해자들에게 보내진 구호물품의 90%가 10대가 보낸 물건들이라고 하죠.<br />어린 학생들이 희생에 어린 학생들이 같이 슬퍼해주고, 문제가 무엇인지 직시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합니다.<br />비록 추태란 추태는 다 보여준 대한민국이지만, 그것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br /><br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4/26, 27일날 광주에서 있었던 5.18 대학생 홍보대사 오리엔테이션이었습니다.<br /><br />왜곡되는 오월, 아파하는 광주를 지키기 위해 전국에서 대학생이 모여 들었습니다.<br />광주는 물론이고 머나먼 대전, 경기, 서울, 부산, 충청, 경남, 경북, 대구, 울산 전국 각지에서요. 50여개 대학에서 몇백 명의 대학생들이<br />스스로 '5.18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나섰습니다.<br /><br />학점에 치여, 취업난에 치여, 당장 생활비에 치여 뜨거움을 잃어가는 오늘날의 20대이지만, 그렇다고 청춘이 모두 식어버린 것은 아니었습니다.<br />5.18의 정신을 잊지 않기 위해, 5.18의 정신을 이어나가기 위해 모인 대학생들의 눈빛은 80년대 민주화를 외치던 대학생의 그것과 같았습니다.<br /><br />전국 각지에서 효과적으로 5.18을 알리고 역사왜곡을 막기 위해, 5.18 역사 기행단을 모집하기 위해 몇 시간씩 열띤 토론과 토의가 이어졌습니다.<br />누구하나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습니다.<br />다음날 전남대와 망월동 등을 직접 탐사할 때도 마찬가지였구요.<br /><br />수백 명이 5.18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주말을 반납하고 제 돈을 들여 가며 이 일들을 했던 것입니다.<br />그런 이들이 수백 명이나 있었던 거지요.<br /><br />저는 여기서 대한민국의 희망을 보았습니다.<br /><br /><br /><br />우리나라의 현상황은 분명 절망적입니다.<br />어디서부터 손을 대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습니다. 그저 막막하기만 합니다.<br />하지만 이처럼, 비록 작은 일에서부터라도 암울한 현실과 맞서고자 하는 사람들이 아직 대한민국엔 많습니다.<br /><br />아무리 현실이 암울하더라도 이들이 사라지기 전엔 분명 대한민국에는 희망이 있습니다.<br /><br />홍보대사 OT당시, 5.18을 직접 겪으신 분들이 당일 원래 일정까지 모조리 취소하고 OT장소로 찾아오셨습니다.<br />전 그 때 들었던 말이 아직도 생생합니다.<br /><br />'여러분을 보니 이 나라에 아직 희망이 보입니다. 제가 헛된 삶을 산 게 아닌 것 같아 뿌듯합니다.'<br /><br />지금도 대한민국의 현실 앞에 좌절하지 않고 그것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br />아직 희망은 있습니다. 그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은요.<br /><br /><br />여러분, 불의로 가득 찬 이 현실을 외면하지 맙시다. 현실을 똑바로 직시하고, 현실의 부조리와 불의에 분노합시다.<br />그렇지만 그 분노가 절망으로 향하게 두진 맙시다. 관심을 꺼버리지 맙시다.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이 있으니까요.<br /><br />그 분노를 '바꾸고자 하는 열망'으로 돌려 봅시다.<br /><br />투표하는 날엔 성실히 투표를<br />당선된 정치가에겐 감시의 시선을<br />잊혀져선 안 되는 역사는 기억을<br /><br />우리 스스로 우리나라의 희망이 되어 봅시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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