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ame width="640" height="360" frameborder="0" src="//www.youtube.com/embed/yKW4F0Nu-UY?feature=player_detailpage"></iframe><br>(동영상에 브금 있으니 주의하세요.)<br><br>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막 대학에 입학한 14학번 새내기입니다 ㅎㅎ<br><br>원래 저는 어렸을 때 봤던 코난 극장판에서, 자동차가 일정 높이에서 떨어지는데 걸리는 시간을 구하는 하이바라를 본 뒤로<br>물리학에 완전 매료되어 중학생 때부터 쭉 물리만을 바라보며 대학까지 왔습니다.<br><br>갑자기 이런 말을 왜 꺼내냐구요?<br>물리학도면 물리학에 관한 글을 올리는 게 더 자연스럽지 않냐고요?<br><br>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그 전에 이렇게 서두를 꺼내는 게 제가 느낀 감동을 전달하는데 더 좋을 것 같아서요.ㅎ<br><br>우선 잠시 다른 이야기로 한번 빠져 볼게요.<br>제가 인생을 바쳐 연구하기로 결심한 물리학은 간단히 말해 시간과 공간, 그리고 물질의 상호작용을 다루는 학문입니다.<br>좀 더 멋있게 이야기하면 자연의 법리학자라고 할까요?<br>자연이라는 거대한 보드게임의 규칙이 무엇인지 밝혀내는 것이 물리학이죠.<br><br>그중에 제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은 이론 물리학자입니다.<br>그들은 우리가 흔히 다큐멘터리나 책을 통해 접하는 경이로운 우주·자연의 근본 원리에 인류의 지성을 무기로 삼아 도전장을 내미는 사람들이죠.<br>어때요, 뭔가 멋지지 않나요?<br><br>...변태 같다고요? 그런 소리 가끔 들어요....(시무룩)<br>근데 그게 좋은걸요.ㅎ<br><br>사실 이 분야는 그렇게 돈이 되는 분야는 아닙니다.<br>우리나라에선 밥 굶기 딱 좋은 분야기도 하구요(아, 서글퍼라ㅜㅜ).<br><br>그런데도 제가 이 길을 선택한 이유는 자연에 대한 무한한 호기심과 또 제 길에 관한 자부심 때문입니다.<br><br>그럼 이쯤에서 이런 이야기로 샜던 이유를 알려 드릴게요.<br>개인적으로는 매우 부끄러운 과거지만 당당히 까보겠습니다!<br><br>자부심은요, 자신에 대한 성찰이 없다면 자만심으로 돌변하기 쉽더군요.<br>혹은, 자만심을 자부심이라고 착각할 때가 많아요.<br><br>혹시 제가 무슨 말을 할 지 눈치채셨나요? 어, 그럼 부끄러운데...<br><br>암튼, 네. 저는 한동안 자만심을 제 길에 대한 자부심으로 착각하고 있었습니다.<br>간단히 이야기하면 이런 거죠.<br><br>'생명과학? 그거 결국 화학의 응용 아니야? 뭐 배울라고 하면 예외 투성이고 교육과정도 체계화 안 돼 있고.<br><br>화학? ㅋㅋㅋ 그거 결국 파고 들어가다 보면 물리 나오는거 아님? 양자역학 빼고 화학 설명할 수 있음? 못하지? ㅋㅋㅋㅋㅋ<br><br>지구과학? 그건 뭐임? 물리 화학 생명과학 다 짬뽕한 게 지학 아님?<br><br>물리가 과학중에 단연 원탑이지 ㅋㅋㅋㅋㅋㅋ'<br><br>(제가 봐도 기분 나쁘네요. 으으...)<br><br>한마디로 물리 외의 모든 과학 분야는 결국 물리로 소급되는 하찮은 분야라고 여겼던 거죠.<br><br>어라, 여'겼던' 거죠? 과거형?<br>네. 지금은 저 자신의 과오를 깨닫고 매일 애꿎은 이불을 하늘을 뚫을 기세로 차올리는 중입니다.<br><br>그 계기가 된 게 저 동영상이에요.<br>그리고 저 동영상이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동기기도 하구요.ㅎ<br><br><br>혹시 동영상은 그냥 스킵하시고 글만 읽고 계시는 분이 있다면 한 9분 정도, 아니 5분 정도만 투자하셔서 동영상을 봐 주시길 부탁드려요.<br><br>저 동영상은 교수님이 생물을 가르치시며 제게 틀어주셨던 동영상입니다.<br>동영상 자체가 품고 있는 내용은 엄밀히 말하면 크게 대단한 건 아니에요.<br><br>그냥 우리가 밥 먹고, 운동하고, 공부하고, 똥 싸고, 자고 하는 동안 늘상 우리 몸 속의 세포 하나에서 일어나는 일을<br>조금 자세하게 보여주는 영상이지요.<br>실제 세포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은 저 동영상보다 훨씬 훨씬 더 복잡합니다. 단적으로 번역 과정 이전에 필요한 tRNA 차징 과정이 저 동영상에는 나와있지 않죠.ㅎ<br><br>그런데 한 번 생각해봐요.<br><br>저 동영상만 봐도 이름도 모르는 이상하게 생긴 것들 수십 개가 막 지들끼리 복잡하게 왔다리 갔다리 하고 움직입니다.<br>정말 너무 복잡해요. 맘먹고 공부하려 해도 일주일은 필요할 정도로.<br><br>근데요, 이게 그냥 세포 하나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더라구요.<br>그냥 세포 하나.<br>우리몸에는 이런 세포가 10조개 가량 있다고 하죠?<br><br>혹시 중학교 과학시간에 배웠던 내용이 기억 나시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br>그 때 그냥 간단히 '세포막, 미토콘드리아, 소포체, 핵'하고 배웠던 것들은 실제로는 저만큼 복잡한 기작 위에서 작동됩니다.<br><br>동영상 중간에 motor protein(모터 단백질) 보이시나요?<br>웬 빼빼마른 졸라맨 같은 애가 길다란 막대 위에서 지 몸보다 수십 배는 큰 소낭을 옮기는게 귀엽기도 하고 대견해 보이기도 하고 그러지 않나요?<br>저는 완전 신기하게 봤는데 ㅎㅎㅎ<br><br>근데 진짜 저렇게 움직여요.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정말로 '걸어다닙니다'.<br>그냥 일개 단백질이요.<br>제가 알고 있는 모든 물리지식을 총동원해도 대체 어떻게 분자가 스스로 걸어다닐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br>단백질이라기 보단 나노머신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네요 ㅎ<br><br>으악, 제가 글실력이 조금 모자라서 이야기가 조금씩 새네요 ㅜㅜ 필력 좋으신분들 부럽...<br><br>앞서 말씀드렸듯이 위 동영상 같은 일이 우리 몸에서는 10조개가 넘는 세포 하나하나마다 일어납니다.<br>그것도 최소 10배는 더 복잡한 과정으로요.<br><br>...정말 너무너무 신기하지 않나요?<br>제가 생물학 지식이 많이 모자라서 저걸 일일히 알아먹을 수도 설명드릴 수도 없는게 너무 아쉬을 정도네요.<br><br>그니까 한마디로!<br>저는 이 동영상에서, 제가 명탐정 코난 극장판을 봤을 때와 같은 경이를 느꼈습니다.<br>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신기해요.<br><br>생명이란것, 정말 너무 경이롭고 신비한 것이더라구요. 관점에 따라서는 우주를 구성하는 방정식이 하찮게 보일 정도로요.<br><br>그런데 여기서 또 제가 충격을 받은 게 있었습니다.<br>바로 윗윗 문장에서 쓴, '관점에 따라서는'.<br><br>네, 저 복잡한 기작들은 전부 다 공짜로 얻어진 게 아닙니다.<br>모두 생명에 경이를 품고 일생을 다 바쳐 연구하신 생물학자 분들이 밝혀낸 거에요.<br>그 분들 덕분에 제가 책상에 앉은 채 편하게 생명의 놀라움을 감상할 수 있는 거지요.<br><br>그 생각을 하니 이런 것을 연구하고 공부하는 생물학자, 그리고 생물학도 분들이 정말 멋있고 존경스러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br><br>그리고 그 생물학자 분들은 제가 물리에 경이를 느끼고, 자부심을 느끼는 것 만큼이나 생물에 경이를 느끼고, 자부심을 느끼겠지요.<br><br><br>저보고 저런 걸 공부하고, 연구하라 한다면 전 잘 해낼 자신이 없습니다.<br>너무 복잡하고 어렵게만 느껴져요.<br><br>생물이 물리학으로 소급된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원리적으로 그렇단 거지,<br>실제로는 생물학은 결코 물리학의 곁가지가 아니라 물리학과 대등한 또 다른 학문이란 것을 깨달았습니다.<br>그리고 제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 얼마나 잘못되어 있었는지도요.<br><br>마찬가지로 화학에도, 그리고 또 다른 학문에도 그 학문만의 경이가 있겠지요.<br><br>폭탄이 터졌다고 했을 때,<br>폭발 순간의 압력, 온도와 비산물의 운동 궤적에 관심을 가진 누군가는 물리학을,<br>폭발물이 어떤 반응을 거쳐 폭발에 이르게 되는가에 관심을 가진 누군가는 화학을,<br>폭탄이 터진 자리에서도 생존하는 생물들에게 관심을 가진 누군가는 생명과학을,<br>폭탄에 다친 사람을 치료하는 행위와 방법에 관심을 가진 누군가는 의학을,<br>폭탄이 개발되기까지의 과정에 관심을 가진 누군가는 과학사 또는 역사를,<br>폭탄을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만드는가에 대해 관심을 가진 누군가는 공학을,<br>폭탄이 어떻게 쓰여야 할지에 대해 관심을 가진 누군가는 윤리학을...<br><br>이런 식으로 학문은 똑같은 대상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의 차이일 뿐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br>바라보는 관점에 우열은 결코 존재하지 않습니다. 개인 취향이죠. 짜장면이 좋다, 짬뽕이 좋다 하는 그런 취향이요.<br><br>근데 마치 '짜장면만이 진리다! 짬뽕을 좋아하는 사람은 다 하찮아!'하는 태도로 물리학과 비(非)물리학을 대해왔던 제 태도는 대체...<br>음....<br>정말 정말 부끄럽더라구요...ㅋ....<br><br>게다가 결국 학문의 경지에 오르면 오를수록 학문을 구분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없는 것인지도 알게 되겠지요.<br>원자 수준까지 내려가면 화학과 물리학의 구분이 사라지는 것처럼 말이죠.<br><br><br>어... 슬슬 지루한 이야기에 결론을 내볼까요 ㅎ<br><br>첫번째로, 저 동영상을 통해 생명의 경이를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br>두번째로, 저 동영상을 통해 제 자신의 과오를 발견하게 되었어요.<br>세번째로, 그 과정에서 학문이 무엇인지와 또 학문하는 사람으로서 가져야 하는 자세에 대한 조그만 깨달음을 얻은 것 같아요.<br><br>사실 '깨달음을 얻은 것 같다'도 오만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과거의 자신보단 나아졌다고 확신할 수는 있네요.ㅎㅎ<br><br>그래서 이들을 가능하게 한 동영상을 여러분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br>10분 정도를 투자해서 생명의 경이를 함께 느껴보아요ㅎㅎ<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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