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1/21</div> <div>먹을 것을 사기 위해 우리는 방 밖으로 나왔다.<br>꽤 오랜시간 방 안에 있었는지 차가운 바깥 온도에 놀라 몸을 움추렸다.<br>차갑고 시원한 바깥공기가 나의 콧속으로 들어와 몸안으로 퍼졌다.<br>차가운 공기들이 내 몸 곳곳으로 퍼지기 전에 얼른 코트를 잡아 당겨 목 끝까지 완벽하게 장전하였다.<br>이번 겨울 처음으로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br>주황색 가로등 빛을 가로질러 천천히 편의점을 향해 걸어갔다.<br>고요한 새벽시간, 거리는 한적했다. <br>아무도 걷지 않은 깨끗한 하얀 눈 카페트를 우리는 손을 잡고 걸어갔다.</div> <div> </div> <div>"금방 들어가서 사올게"</div> <div> </div> <div>"응"</div> <div> </div> <div>분위기에 흠뻑 취한 내모습을 눈치챘는지 유준희는 혼자 빠른 걸음으로 편의점을 향해 걸어갔다.</div> <div> </div> <div>"딸랑"</div> <div> </div> <div>편의점 문에 달린 종소리가 경쾌하고도 귀여운듯 울렸고, <br>그 소리에 신호 받은 듯, 난 머리를 젖혀 천천히 쏟아지는 눈의 향연을 감상하였다. <br>보드라운 하얀색 숨결들이 가로등 빛에 비쳐 천천히, 우아하게 땅위로 떨어져 내려왔다.<br>가만히 숨죽여 떨어지는 하얀 숨결들을 바라보았다.</div> <div> </div> <div>뽀드득</div> <div> </div> <div>발자국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유준희가 내 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br>나를 놀래키려 했는지 뒤돌아 본 나를 보곤 들켜버렸다는 듯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였다.<br>그리곤 유준희는 말없이 내 곁에 조용히 다가와 섰다.<br>그렇게 우린 오랜시간 말없이 가로등 빛에 비춰 우아하게 떨어지는 하얀 숨결의 향연을 감상하였다.</div> <div> </div> <div>아무말 나누지 않고 마음을 나누었고, 우리는 서로 공감했다.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