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우리 형이 초등학생일 때의 이야기다.</p> <p> <br></p> <p>당시 나는 아직 태어나기 전이었다.</p> <p> <br></p> <p> <br></p> <p> <br></p> <p>형이 초등학교 5학년일 때, 봄에 할아버지와 함께 가까운 산에 산나물을 캐러 갔었다고 한다.</p> <p> <br></p> <p>찾고 있던 것은 두릅이라고 하는 나물로, 싹의 줄기에 가시가 나 있지만 봄에 나는 싹으로 튀김을 만들면 무척이나 맛있다.</p> <p> <br></p> <p> <br></p> <p> <br></p> <p>형은 그 산에서 자주 놀곤 해서 두릅이 어떤 것인지는 잘 몰라도 산길을 잘 알고 있었다고 한다.</p> <p> <br></p> <p>그랬기 때문에 할아버지에게 두릅의 특징에 관해 설명을 듣고 나서 형은 혼자서 서슴없이 산 속으로 들어갔다고 한다.</p> <p> <br></p> <p> <br></p> <p> <br></p> <p>형은 두릅을 캐는데 몰두해서 평소에는 멀리서 보기만 하고 들어가지는 않던 곳까지 갔다.</p> <p> <br></p> <p>결국 마음에 들만큼 많은 두릅을 캐내고 돌아가려는데, 가까운 곳에서 인기척이 났다고 한다.</p> <p> <br></p> <p> <br></p> <p> <br></p> <p>주변을 돌아보자 10 미터 정도 떨어진 큰 바위 위에 바짝 마르고 더러운 기모노를 입은 백발의 할아버지가 앉아 있었다고 한다.</p> <p> <br></p> <p> <br></p> <p> <br></p> <p>형은 조금 놀랐지만 그 할아버지의 발 밑에 산나물 바구니가 있는 것을 보고나서 이 할아버지도 산나물을 캐러 왔구나 싶어져서 인사를 하고 돌아가기로 했다고 한다.</p> <p> <br></p> <p>그러자 그 할아버지가 [이 녀석... 두릅 싹을 찾고 있는게구나?] 라고 말하면서 여기저기 이가 빠진 입을 벌리며 히죽 웃었다고 한다.</p> <p> <br></p> <p> <br></p> <p> <br></p> <p>형은 기분이 조금 나빴지만 [네. 할아버지도 산나물을 찾고 계셨나요?] 라고 되물었다고 한다.</p> <p> <br></p> <p>그러자 할아버지는 산나물 바구니에 손을 뻗더니 [이 몸은 두릅의 싹을 아주 좋아하지. 두릅의 싹이라면 생으로도 먹을 수 있어.] 라고 말하면서 그 자리에서 싹을 와작와작 먹어치우기 시작했다고 한다.</p> <p> <br></p> <p> <br></p> <p> <br></p> <p>형은 그 광경을 보고 깜짝 놀라서 할 말을 잊었다고 한다.</p> <p> <br></p> <p>그 할아버지가 먹고 있는 것은 두릅의 싹이 아니라 땔감으로 쓰던 옻나무의 싹이었던 것이다.</p> <p> <br></p> <p> <br></p> <p> <br></p> <p>두릅과 옻은 싹의 모습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식물이다.</p> <p> <br></p> <p>오히려 옻은 지독한 독을 가지고 있다.</p> <p> <br></p> <p> <br></p> <p> <br></p> <p>그런 것을 와작와작 씹어 먹고 있는 할아버지를 보자 형은 무서워서 말도 못하고 그저 눈물만 뚝뚝 흘리면서 거기에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p> <p> <br></p> <p>그 할아버지는 점차 몸 안에서부터 질척질척한 피가 입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고 한다.</p> <p> <br></p> <p> <br></p> <p> <br></p> <p>거기다 자세히 보니 발이 꺾여 있는 것 같이 이상한 모습으로 구부러져 있었다고 한다.</p> <p> <br></p> <p>[이건 양보하지 않을거야. 이 근처에서 먹을 수 있는 건 이미 다 먹어버렸다구. 네 녀석도 마을에 먹을 게 없어서 산까지 온 것 같지만 유감이구나.]</p> <p> <br></p> <p> <br></p> <p> <br></p> <p>그리고 할아버지는 또 히죽 웃었다고 한다.</p> <p> <br></p> <p>그리고 다음 순간 슉하고 할아버지의 모습이 사라졌다.</p> <p> <br></p> <p> <br></p> <p> <br></p> <p>형은 그 후 울면서 산을 달려 내려갔지만 어른들은 누구 하나 그 이야기를 믿어주지 않았다고 한다.</p> <p> <br></p> <p>아무도 자기 말을 믿어주지 않아 형은 혼자서 시무룩해 있었다고 한다.</p> <p> <br></p> <p> <br></p> <p> <br></p> <p>그런데 그 때 동네의 이장님이 동네에 내려오는 옛날 이야기를 알려주셨다고 한다.</p> <p> <br></p> <p>[네가 갔던 산은 옛날 노인들을 버리는 산이었단다. 게다가 기근 때마다 사람 수를 줄이기 위해 노인들을 산으로 보냈지. 수많은 사람들이 저기에서 먹을 것을 찾으며 죽어 갔단다. 버림 받은 노인들은 먹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라도 입에 넣었겠지. 네가 봤던 건 그 사람들 중 한 명일지도 모르겠구나.]</p> <p> <br></p> <p> <br></p> <p> <br></p> <p>이장님은 [이 옛날 이야기는 다들 모르니까 다른 사람한테는 이야기하지 말렴.] 하고 형에게 약속을 받았다고 한다.</p> <p> <br></p> <p>그리고 [풍요로운 시대에 태어난 걸 다행으로 여기거라.] 고 말한 뒤 형을 집까지 바래줬다고 한다.</p> <p> <br></p> <p> <br></p> <p> <br></p> <p>형은 아직도 그 산이 어디인지 가르쳐 주지 않는다.</p> <p> <br></p> <p>이야기를 들은 뒤부터 자주 물어봤지만 산의 위치만은 화를 내면서 가르쳐 주지 않았다.</p> <p> <br></p> <p> <br></p> <p> <br></p> <p>댓글</p> <p> <br></p> <p> <br></p> <p> <br></p> <p> <br></p> <p>원한의 거리 2010.12.07 15:20 신고</p> <p>노인의 발이 구부러져 있는 것은 산에서 내려오지 못하도록 일부러 분질러 버렸기 때문인가... 은근히 섬뜩한 이야기입니다.</p> <p> <br></p> <p> <br></p> <p> <br></p> <p> <br></p> <p>출처: <a target="_blank" href="https://vkepitaph.tistory.com/167?category=348476">https://vkepitaph.tistory.com/167?category=348476</a>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