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p> <p><br></p> <p>중학교 때 음악실에서 있었던 이야기다.</p> <p><br></p> <p>음악실의 뒷쪽 벽에는 찬장 같은 선반이 있었다.</p> <p><br></p> <p>평소에는 커튼이 쳐져 있었지만 안을 엿보면 굉장히 낡은 누군가 손으로 쓴 악보라던가, 완전히 색이 변색된 낡은 교과서 같은 것이 있었다.</p> <p><br></p> <p><br></p> <p><br></p> <p>날짜를 보면 쇼와 34년(1959년) 정도의 엄청 오래된 자료였다.</p> <p><br></p> <p>아무래도 수업에는 사용하지 않지만 버릴래야 버릴 수가 없는 것들이 여러가지 들어 있는 것 같았다.</p> <p><br></p> <p>그 중 오른쪽 아래에는 서랍이 있었다.</p> <p><br></p> <p><br></p> <p><br></p> <p>안에는 역시 낡은 캐스터네츠나 피리 같은 악기, 그리고 여기저기 녹이 슬어 완전히 갈색이 되어 버린 트라이앵글이 들어 있었다.</p> <p><br></p> <p>당시 그 음악실에는 괴상한 소문이 있었다.</p> <p><br></p> <p>6시가 지나고 나서 이 음악실에서 그 갈색 트라이앵글을 3번 치면 벽에 붙어 있는 작곡가들의 초상화가 일제히 그 사람을 바라본다는 것이었다.</p> <p><br></p> <p><br></p> <p><br></p> <p>어느날, 친구 A가 여자아이들과 이 이야기를 나누다 분위기가 고조되서, 이것을 시험해보고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겠다고 말해버렸다.</p> <p><br></p> <p>혼자 가면 증거가 남지 않을 뿐더러 A와 같이 농구부였던 나는 제발 같이 가달라는 부탁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따라가게 되었다.</p> <p><br></p> <p>음악실은 평범한 다른 교실처럼 문이 2개 있었다.</p> <p><br></p> <p><br></p> <p><br></p> <p>칠판 쪽의 앞문과 뒷문.</p> <p><br></p> <p>뒷쪽 문은 나무 풍금과 쇠 풍금이 있어서 발 디딜 곳이 별로 없어서, 수업 시간에 드나들 때도 학생들은 앞 문으로만 다녔다.</p> <p><br></p> <p>뒷 문은 언제나 잠겨 있었다.</p> <p><br></p> <p><br></p> <p><br></p> <p>그런 탓에 방과 후 음악 선생님은 앞문은 반드시 열쇠로 문을 잠그지만 뒷문은 하지 않는다.</p> <p><br></p> <p>그래서 우리는 합창부의 친구에게 부탁해서 뒷문을 열어 두도록 했다.</p> <p><br></p> <p>그리고 선생님 몰래 뒷 문을 열고, 풍금들도 조금 밀어서 안 쪽으로 넣어 두었다.</p> <p><br></p> <p><br></p> <p><br></p> <p>그리고 어느날, 농구 연습이 끝나고 우리는 음악실로 들어섰다.</p> <p><br></p> <p>초여름이었기에 6시라고는 해도 아직 제법 밝았다.</p> <p><br></p> <p>나는 솔직히 말해서 무서웠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도 데려오고 싶었지만, A는 그걸 반대하는 녀석도 있을 것 같아 싫다고 해서 결국 우리 둘만 가게 된 것이었다.</p> <p><br></p> <p><br></p> <p><br></p> <p>서랍에서 트라이앵글을 꺼내고, A가 트라이앵글을 친다.</p> <p><br></p> <p>[챙... 챙... 챙...]</p> <p><br></p> <p>겁내면서 초상화를 이리저리 확인한다.</p> <p><br></p> <p><br></p> <p><br></p> <p>하지만 아무래도 변화는 전혀 없는 것 같다.</p> <p><br></p> <p>3번째로 쳤을 때의 울림도 잦아들고, 칠판 위에 걸린 시계 초침 소리만 들릴 뿐이다.</p> <p><br></p> <p>나는 이 분위기만으로도 무서웠다.</p> <p><br></p> <p><br></p> <p><br></p> <p>음악실의 분위기가 단숨에 대단히 무거워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p> <p><br></p> <p>하지만 A는 전혀 무서워하고 있지 않다.</p> <p><br></p> <p>오히려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건가?] 라며 얼굴에 미소를 띄우고 계속 트라이앵글을 친다.</p> <p><br></p> <p><br></p> <p><br></p> <p>[챙...] 4번째.</p> <p><br></p> <p>[챙...] 5번째.</p> <p><br></p> <p>나는 떨면서도 A의 모습을 계속 보고 있었다.</p> <p><br></p> <p><br></p> <p><br></p> <p>[챙...] 6번째.</p> <p><br></p> <p>6번째는 갑자기 A가 트라이앵글을 손으로 쥐어 소리를 멈췄다.</p> <p><br></p> <p>[나가자.]</p> <p><br></p> <p><br></p> <p><br></p> <p>A는 트라이앵글을 내려 놓고 내 소매를 끌어당겨 문 쪽으로 끌고 갔다.</p> <p><br></p> <p>얼굴에 미소는 사라져 있다.</p> <p><br></p> <p>[왜 그래?]</p> <p><br></p> <p><br></p> <p><br></p> <p>[괜찮으니까 일단 나가자.]</p> <p><br></p> <p>나는 꽤 강하게 끌려서 음악실에서 복도로 나갔다.</p> <p><br></p> <p>이 녀석은 도대체 무엇을 본 것일까?</p> <p><br></p> <p><br></p> <p><br></p> <p>음악실에서는 나왔으니까 이제 괜찮다고 생각해서 나는 A에게 묻기로 했다.</p> <p><br></p> <p>[저, 뭐, 뭐, 뭔가 나왔...]</p> <p><br></p> <p>[잠, 힉...]</p> <p><br></p> <p><br></p> <p><br></p> <p>A는 내가 말하려던 [나왔어?] 라는 말을 멈추고 싶었던 것 같았다.</p> <p><br></p> <p>하지만 평정을 잃고 있던 탓에 호흡이 가빠져서, 힉하고 숨소리를 냈던 것이다.</p> <p><br></p> <p>무서워하고 있다.</p> <p><br></p> <p><br></p> <p><br></p> <p>정말로 A가 겁에 질려 있다.</p> <p><br></p> <p>모습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에, 나는 [괜찮아, 괜찮아. 아무 것도 아닐거야.] 라고 격려하며 같이 학교에서 나왔다.</p> <p><br></p> <p>그 사이 A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우리는 어쨌거나 공원까지 갔다.</p> <p><br></p> <p><br></p> <p><br></p> <p>벤치에 앉아 A가 안정을 되찾길 기다렸다.</p> <p><br></p> <p>여기에서는 학교가 보이지 않는다.</p> <p><br></p> <p>생각해보니 음악실에 트라이앵글을 그냥 던져놓고 와 버렸다.</p> <p><br></p> <p><br></p> <p><br></p> <p>A는 잠시 동안 얼굴이 창백해져 있었다.</p> <p><br></p> <p>나도 어쩌면 좋을지 몰라 가만히 있었지만, 개를 끌고 산책하는 아저씨가 1명 지나간 것을 언뜻 A가 보았기에 그것을 계기로 물어 보았다.</p> <p><br></p> <p>[나,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어. 어떤 그림이 움직였던거야? 베토벤?]</p> <p><br></p> <p><br></p> <p><br></p> <p>[...비타원.]</p> <p><br></p> <p>[뭐?]</p> <p><br></p> <p>[그러니까, 비타원이었다구.]</p> <p><br></p> <p><br></p> <p><br></p> <p>찰판 쪽의 창문 쪽에는 무엇인지 모를 서류가 들어 있는 자루가 몇개인가 있었다.</p> <p><br></p> <p>그리고 그 중 하나가 어째서인지 애완동물 사료인 비타원의 가장 큰 사이즈 봉지였다고 한다.</p> <p><br></p> <p>거기에 프린트 된 개의 그림이, 눈을 새빨갛게 치켜뜨고 A를 째려보고 있었다는 것이다.</p> <p><br></p> <p><br></p> <p><br></p> <p><br></p> <p><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2009/160127281438dc16a1099a4bb8821929800fd63fd6__mn48266__w500__h500__f32639__Ym202009.jpg" alt="174447364E12DED91E.jpg" style="width:500px;height:500px;" filesize="32639"></p> <p><br></p> <p><br></p> <p>솔직히 나는 이 이야기가 너무나 의심스러웠다.</p> <p><br></p> <p>A는 나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 그렇게 연기한 것인가 싶었던 것이다.</p> <p><br></p> <p>내일 학교에 가면 내가 벌벌 떨던 모습을 소문내서 놀리려는 거라고 생각했었다.</p> <p><br></p> <p><br></p> <p><br></p> <p>그렇지만 다음날 학교에서 A는 아무와도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p> <p><br></p> <p>오히려 함께 갔던 내가 여자 아이들에게 어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질문을 잔뜩 받았다.</p> <p><br></p> <p>결국 바닥에 버려진 트라이앵글 때문에 침입이 발각되었다.</p> <p><br></p> <p><br></p> <p><br></p> <p>하지만 내가 함께였던 것은 들키지 않았기 때문에, 교무실에 A만 불려가서 꾸중을 들었다.</p> <p><br></p> <p>그 때 A가 음악실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하고 끈질기게 부탁한 덕에 선생님은 비타원 자루를 치워버리고 그냥 평범한 자루를 그 자리에 가져다 놓았다.</p> <p><br></p> <p>어쩌면 A가 말했던 것은 모두 사실이었을지도 모른다.</p> <p><br></p> <p><br></p> <p><br></p> <p>나는 아직도 비타원 상표의 개가 무섭다.</p> <p><br></p> <p><br></p> <p><br></p> <p>출처: <a target="_blank" href="https://vkepitaph.tistory.com/347?category=348476" target="_blank">https://vkepitaph.tistory.com/347?category=348476</a>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