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우리집 근처에는 낡은 집이 하나 있어서, 노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할머니는 작년까지 살아계셨지만, 할아버지는 15년 전,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돌아가셨습니다.</div> <div><br></div> <div>생전에는 말 그대로 호랑이 할아버지로 유명한 분이셨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필 그 집 앞에 공터가 있어서 야구나 축구를 하다가 공이 그 집에 들어가는 일이 잦았습니다.</div> <div><br></div> <div>그럴 때마다 할아버지는 [이 놈들!] 하고 크게 소리를 지르며 혼을 내곤 하셨습니다.</div> <div><br></div> <div>내가 4학년 때의 일입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상으로 받았던가 하는 이유로 할아버지가 무척 아끼던 분재를 축구공으로 세게 차서 부러트린 적이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할아버지는 너무나 큰 쇼크를 받았던 탓인지 화를 내기는 커녕 드러누워버렸습니다.</div> <div><br></div> <div>부모님도 놀라서 온 가족이 다 같이 사과를 하러 갔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때 봤던 할아버지는 평소의 호랑이 할아버지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생기가 없이 쓸쓸한 모습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나는 어린 나이였지만 죄책감에 가득 찼었습니다.</div> <div><br></div> <div>할아버지는 그 후 한동안 와병 생활에 들어가 모습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이후 우리들은 그 공터에서는 공놀이를 하지 않았습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부러진 분재가 계속 마음에 걸렸고, 할아버지에게 사과하고 싶은 마음에 무엇인가 할아버지가 만족할만한 것을 하기로 했습니다.</div> <div><br></div> <div>그래서 우리는 스스로 용돈을 모아 분재를 사서, 할아버지에게 선물하기로 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당시 초등학생의 용돈이라고 해봐야 그리 많은 것도 아니어서, 우리들은 열심히 노력했지만 5명이 2만엔 정도 밖에 모으지 못했습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분재 하나 정도라면 상으로 받은 분재만큼 좋은 것은 아니어도, 그럭저럭 괜찮은 것을 살 수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물론 초등학생인 우리는 잘 알지 못하는 일이기에 가까운 분재원에서 아저씨에게 부탁해 대신 구입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우리는 다같이 분재를 가지고 할아버지의 집을 찾았지만, 할아버지는 아직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셔서 할머니에게 분재를 맡기고 왔습니다.</div> <div><br></div> <div>우리는 할아버지가 분재를 받아줄까 걱정했지만, 며칠 뒤 밖에서 집 뜰을 보니 다른 분재와 함께 우리가 가져간 분재도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회복한 할아버지가 거기에 정성스레 물을 주는 것이 보여, 우리는 모두 안심했던 것입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이후 당분간 우리들은 그 집에 가까이 가지 않았습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초등학교 6학년 여름방학 때, 할아버지가 폐렴으로 돌아가셔서 우리는 조문을 가게 되었습니다.</div> <div><br></div> <div>간 김에 우리는 할머니에게 허락을 받고 분재가 놓여있는 뜰에 들어갔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2개월 정도 지났고, 허리가 아픈 탓에 할머니는 뜰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어서 분재는 모두 조금씩 말라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우리는 우리가 가져왔던 분재가 어디 있는지 찾고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그러던 도중 한 명이 [어!] 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달려가보니 큰 분재의 그늘에 마치 숨겨 놓은 것처럼 우리가 가져왔던 분재가 놓여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그것을 본 우리들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것처럼 멈춰서고 말았습니다.</div> <div><br></div> <div>지금도 그 때 받은 충격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분재의 나뭇가지에, 우리들의 성씨가 난잡하게 조각되어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그 위에 수십개의 못이 깊게 박혀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출처: <a target="_blank" href="https://vkepitaph.tistory.com/518?category=348476">https://vkepitaph.tistory.com/518?category=348476</a>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