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천성이 먹고 싶은거 못먹으면 화딱지, 뿔딱지에 홧병까지 얻어걸리는 못된 심뽀라 초등학교 졸업하자마자(그러니까 이게......22년전쯤이군요)</div> <div>어머니 어깨너머로 이것저것 훔쳐보고서 안계실때 이것저것 마구마구 만들어먹었어요.</div> <div>계란후라이로 시작해서 그걸 또 밥과 간장에 해서 비벼먹는것으로 발전하였고, 햄과 야채를 넣고 볶아서 먹는 것으로 진화해서</div> <div>중학교 졸업쯤엔 스크램블하여 거기에 밥과 야채와 햄(또는 고기)을 따로 볶아서 굴소스를 약간 넣어 풍미를 돋운다음</div> <div>저만의 만찬을 즐기게끔 되었죠.</div> <div> </div> <div>재미있는 것은 의외로 라면은 잘 못끓여요.</div> <div>사실 국물요리....그러니까 탕도 그렇고 찌개도 그렇고 국도 그렇고 라면도 그렇고 잘 못합니다.</div> <div>그나마도 라면은 좀 나아요. 가끔 삼겹살 두께 5mm정도 되는거 한줄 다 넣고 맛나다고 후르르르르르르릅쩝쩝하면서 마셔대서 그렇죠.</div> <div>라면 말고는 순두부찌개를 L로 시작하는 무슨 순두부체인점꺼 먹어보고 그거 비슷하게 만든다고 며칠 괴식을 만들어대다가 비슷하게 성공은 했죠.</div> <div>끝까지 그 맛이 안나길래 왜 안나나 했더니 이유는 단 하나....합성조미료.....ㅠㅠ 그것만 알았어도 며칠동안 써댄 재료값은 아낄수있었을텐데..ㅠㅠ</div> <div> </div> <div>아무튼 제가 하려는 이야기는 이게 아닙니다.</div> <div>대학때 이야기죠.</div> <div>정확히는 군대제대후 복학해서의 일입니다.</div> <div>저는 대학때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라고 쓰고 학교를 동아리때문에 다녔다라고 읽는다.) 해서 후배들과 많이 친했습니다. 특히 과동아리여서 친밀감은 더더욱 짙었죠.</div> <div>저는 그때 자취를 하고 있었는데 한달에 5키로짜리 쌀 한포대를 저 혼자서 다 마실정도였습니다. </div> <div>....</div> <div>막걸리로 담궈마셨다는건 아니구요.</div> <div>술이 진탕이 되도록 마셔도, 필름이 끊겼다고 해도 무슨 일이 있어도 자기전에 전기밥솥으로 밥은 해놓고 잤구요, </div> <div>점심때는 시간표짤때 아예 수업을 빼서 자취방가서 밥을 해먹었습니다.</div> <div>저녁? 저녁은 후배들과 술자리를 가지게 될경우가 많았는데 너무 많은 인원수가 아니면 그냥 제 자취방에 데리고 가서 같이 술마셨습니다.</div> <div>간혹 여차저차해서 재워달라는 후배들이 있을경우 저는 방값을 받았습니다.</div> <div>방값 얘기하면 재수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 뭔 방값을 얼마나 받냐고 성질을 내곤 했는데 그때마다 제가 한 말은....</div> <div>"1박에 1인당 소주 1병....안주는 알아서 제공한다."</div> <div>그런 방침을 세운지 얼마 안되어 제 자취방에는 일주일에 두어번씩 재워달라는 핑계를 대고 밥이나 술을 먹으러 오는 친구들이 많아졌습니다.</div> <div> </div> <div>그렇게 시간이 지나 여름방학이 되었을때 이전 금요일날 대부분 집으로 다 떠나고 저는 실험때문에 방학내내 학교에 계속 남아있어야하는 신세가 되었죠. </div> <div>그런데 월요일 아침이었습니다.</div> <div>아침나절부터 전화가 울렸는데 받아보니 잔뜩 곯아있는 후배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습니다.</div> <div>잘 안들려서 다시 말해보라고 하니......</div> <div>"오빠 밥주세요...."</div> <div>알고보니 금요일날 다들 가고나서 얘는 남아있었는데 돈도 없고, 돈없다고 집에다 말하기는 창피하고(돈없어서 못올라간다는 말이 하기 싫었던 것으로 기억)그래서 과 사람들 모두 한번씩 이용했다는 저한테 전화를 한거죠. 올라갔으면 어쩌나하는 심정으로말입니다.</div> <div>막말로 한끼도 굶어본적이 거의 없는데 이틀을 그렇게 굶고나니 환장하겠더랍니다.</div> <div>그래서 당장 튀어오라고 했는데......곰곰히 생각해보니 튀어오라고 했다가 길바닥에 쓰러지면 어쩌나 싶어서 그냥 기다리라고 했습니다.</div> <div>몇가지 반찬을 챙기고 밥도 해놨던거 죄다 긁어서 담아놓고 선배음식점에서 일하고 받아온 비장의 무기(고기반찬..편육 등등)들도 바리바리 싸들고 갔죠.</div> <div>가니까 걔만 있는게 아니었습니다. 둘이 더 있었죠.</div> <div> </div> <div>도대체 셋이서 무슨 생각을 하면 아무것도 안하고 그리 굶을수가 있을까..... </div> <div>전 그당시에 제가 못하던 음식중에 가장 필요했던게 김치였는데 그 김치말고는 음식에 관해서 집에서 서포트 받는것도 없었습니다.</div> <div>아예 식비를 위해 선배음식점에서 일까지 하며 돈도 벌고 체력도 기르고, 반찬도.......헤헤......벌고......(가끔 술도 박스채 주시고..아 물론 빈병과 박스는 반납해야.....)</div> <div>하긴 생각해보면 그 이틀동안 일을 하고자했어도 돈이 들어올 방법이 없으니 못했겠다 싶더라구요.</div> <div>아무튼 바리바리 싸들고 간것들을 잔뜩 풀어 덥힐건 덥히고 지질건 지지고 해서 좀비꼴이 되어버린 후배들에게 상다리 휘어지게 차려놨습니다.</div> <div>허겁지겁 먹는 후배들을 천천히 먹으라고 독려하면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니 배고프면 아침만들어달라고 하고 와서 먹고 가라라고 했죠.</div> <div> </div> <div>뭐 그렇게 하여 그 세 후배는 아침마다 와서 밥을 먹고, 점심은 가끔 얻어먹고, 저녁은 종종 술을 들고 오니 안해줄수가 없고.....(뭔가 잘못되었다.)</div> <div>애들한테 집에다가 그냥 이실직고 하고 올라가라라고 했는데......이실직고하고 정기적으로 용돈받아 그냥 남겠다고 했었어요.</div> <div>방학내내 그 아이들에게 밥을 해다바쳐줬죠. 뭐 마냥 해다받친건 아니에요. 반찬재료정도는 사오라고 했었으니까요.(이게 은근 쏠쏠해요.)</div> <div> </div> <div>그 아이들에게 물어봤어요. 그래도 집에 가는게 잠자리도 편하고 엄마밥도 먹고 좋지 않느냐........그랬더니 하는 소리가 </div> <div>그건 그런데 밥을 편하게 먹을 수 있는곳은 제 방밖에 없다고 하더라구요.</div> <div>왠지 그때 마음이 찡해지는게......</div> <div> </div> <div>아마 그때부터였을거에요.....</div> <div>본격적으로 이것저것만들어서 남들에게 해주는걸 좋아하게 된 계기가.....</div> <div> </div> <div>아 물론 저도 이것저것 시도해본다고 재롱떨다가 괴식만들어서 목이메어가며 억지로 전부 먹어본 적도 있긴하지만</div> <div>그런 경험을 쌓고나니 점점 호평받는 음식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어요.</div> <div> </div> <div>최근에는 아프리카에서 가져온 향신료로 바베큐를 만들어봤더니 완전 맛있더라구요. 그걸로 돼지고기도 닭고기도 양념에 재우니 참 좋더군요.</div> <div>다만 한번은 돼지 뒷다리살인가...그거에 했다가 그냥 돌덩어리 연성해버리는 바람에 잠시 향신료는 멈춰뒀지만요.....</div> <div> </div> <div>오늘은 특이하네요.</div> <div>무언가 맛있게 먹고 싶은데 예전같으면 이럴때 머리속으로 그려지는 음식이 있을텐데 전혀 떠오르진 않아요.</div> <div>그냥 막연하게 맛있는것을 먹고 싶다는 생각만 드네요.</div> <div> </div> <div>지금 여러분이 맛있게 먹고 싶은 음식은 무엇입니까?</div>
보라색은 신성합니다. 
고기는 언제나 옳죠.
하지만 보라색 고기는 먹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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