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 </div> <div>99년식 마티즈를 </div> <div>엄마는 05년도에 중고로 <strike>비싸게 </strike>지인에게 구매하셨었다.</div> <div> </div> <div>엄마의 운전실력이 못 미더웠지만</div> <div>엄마는 나름 사고없이 2년여간을 무사히 마티즈와 함께 했었다.</div> <div>그리고 대망의 07년 </div> <div>군대에 다녀온 나에게 고스란히 마티즈는 인계되었다.</div> <div>(좋게 말해서 인계, 흔한 말로는 그냥 운전기사)</div> <div> </div> <div>스무살 운전면허를 땄던 그때 말고는 운전도 못해봤고</div> <div>갓 군대에서 전역한 내게 차라는 기계는 참 신기했다.</div> <div> </div> <div>무엇보다 주변 대부분은 뚜벅이 신세였는데 나는 운전을 하다는 사실이</div> <div>알 수 없는 우쭐함을 선사해주고 있었다.</div> <div> </div> <div>오늘처럼 눈이 펑펑오던 어느날,</div> <div> </div> <div>소개팅 약속이 잡혀있던 나는</div> <div>아침 일찍 바깥 상황을 살펴보러 나갔는데</div> <div>차는 눈에 덮여있고 집 주변도 눈에 잠겨있었다.</div> <div> </div> <div>평소라면 그러지 않았을 나지만</div> <div>집 주변을 빗자루로 싹싹 쓸고,</div> <div>차에 덮인 눈도 치우며 몇 시간 뒤 있을 소개팅을 상상하고 흐뭇해 하고 있었다.</div> <div> </div> <div>그리곤 새차를 못해 차가 살짝 더럽혀진 것을 깨달았고</div> <div>곧 그칠 눈인거 같길래 세차를 하고 소개팅에 나가기로 생각했다.</div> <div> </div> <div>그냥 흔한 골목길에 위치한 동네이기에</div> <div>새차를 하려면 다라이(?)에 물을 받아서 해야했고</div> <div>나름 뽀득 거리며 세차 기분에 들떠있고 싶어서 </div> <div>두 다라이에 뜨거운 물을 가득 받아 떼 벗기듯이 박박 문지르며 했고</div> <div> </div> <div>나의 마티즈는 수증기를 내며 그렇게 깨끗해져가는거 같았다.</div> <div> </div> <div>세차를 끝내고도 물이 어느 정도 남았고,</div> <div>나는 주변의 길을 녹일 심산으로 뜨거운 물을 흩뿌리며 흐뭇해했다.</div> <div> </div> <div>길도 녹을테고고 내 차도 깨끗해지고 난 소개팅을 가면 되겠다,</div> <div>라며 신났었다.</div> <div> </div> <div>소개팅까지는 몇시간이 남았고</div> <div>이제 눈은 그쳐 더 안올테니 잠시 집에서 소개팅 준비 및 집안 정리를 하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div> <div> </div> <div>그렇게 몇시간이 흘렀고,</div> <div> </div> <div>소개팅이 임박한 그 시간.</div> <div> </div> <div>신나게 차 옆으로 가서, 기분좋게 키를 넣고 문을 열려는데</div> <div> </div> <div>어라?</div> <div> </div> <div>키가 돌아가지 않았다.</div> <div> </div> <div>뭐지? 왜 이러지? 열쇠가 바꼈나? 를 생각하며 차를 흝어보는데</div> <div> </div> <div>................. 차가 얼어있었다.</div> <div> </div> <div>하얗게 서리가 낀 유리들과 문 틈새로 살얼음이 낀 모습</div> <div> </div> <div>차에 있는 구멍이란 구멍은 죄다 얼음 부스러기로 하얗게 얼어있었다.</div> <div> </div> <div>그 뾱뾱 하며 자동으로 차가 잠기고 열리는 열쇠가 아니였기에 차키를 꽂고 돌려야 했고</div> <div> </div> <div>아예 돌아가지 않는 차키를 보며 소개팅에 늦으면 안된다는 그 생각만이 머리에 자리잡고 있었다.</div> <div> </div> <div>그래, 과감하게 택시를 타고 가자.</div> <div> </div> <div>차는 포기하고 택시를 타려 골목길을 나서려는데</div> <div> </div> <div>갑자기 세상의 중심이 변하는듯 했다.</div> <div> </div> <div>어어어어어어??? </div> <div> </div> <div>하는 순간 이미 두 발이 공중에 떠 있었고 </div> <div> </div> <div>엉덩이가 옆으로 돌고 있었으며</div> <div> </div> <div>그걸 막아보려 두 손이 무의식적으로 땅으로 향하고 있었다.</div> <div> </div> <div>그랬다,</div> <div> </div> <div>아까 전에 내가 뜨거운 물을 뿌린 차와 주변의 도로가 죄다 얼어있었다.</div> <div> </div> <div>그걸 깨닫고 있을 때에는 이미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난 손이 부러졌고, </div> <div> </div> <div>소개팅은 개뿔 엄마랑 친구들에게 똥멍청이 소리만 수십번을 들어야 했다</div> <div> </div> <div>세상에 겨울에 그렇게 추운날 세차를 하는 사람이 어딨냐며</div> <div> </div> <div>그것도 눈이 와서 기온이 내려갔는데 뜨거운물로 세차를 하는 것도 모자라</div> <div> </div> <div>그 물을 주변에 뿌리는 놈이 어딨냐며</div> <div> </div> <div>수십 수백번의 잔소리와 놀림감이 되어야 했다.</div> <div> </div> <div>내가 뭐 세차를 해봤어야 알지....ㅋㅋㅋㅋㅋㅋㅋ</div> <div>(그냥 기본적인 상식이 부족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그렇게 내 소개팅은 날아갔고</div> <div> </div> <div>부러진 손목 덕에 소개팅으로 인한 쓸데없는 지출은 줄일 수 있었기에</div> <div> </div> <div>그 돈으로 맛있는 치킨을 사먹으며 평온한 겨울을 보낼 수 있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가끔 눈이 오는 날이면</div> <div> </div> <div>그 날의 기억이 나고는 한다.</div> <div> </div> <div>그때 그 소개팅녀는 어떤 여자였을까도 궁금하기는 하다.</div> <div>(까톡이나 이런게 유행하던 시절이 아니라 얼굴도 못봤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하.... 역시 세차는 자동세차가 최고인거 같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