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 </div> <div> 오유가 마시던 술잔을 놓고 스르륵의 얼굴을 바라보았다.</div> <div>스르륵은 놓았던 술잔을 들어 꿀꺽 하고 술을 입에 털어넣었다.</div> <div> </div> <div><strong>" 무슨 근심이 있으신지요? "</strong></div> <div> </div> <div>오유의 물음에 스르륵 (이하 스륵)은 한숨을 푹 하고 내쉬었다.</div> <div> </div> <div>" 그대도 알다시피, 요즈음 여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소.</div> <div>아직 오유국의 정도正道도 완전히 잡히지 않아 걱정이 태산 같은데,</div> <div>우리의 일 또한 이리 되어 심히 걱정이 크다오. "</div> <div> </div> <div>스륵의 얼굴이 전에 없게 많이 어두워보였다.</div> <div> </div> <div>" 오유, 그대가 더 힘들텐데 내 쓸데없는 소릴했군. "</div> <div> </div> <div>오유는 스륵 아재의 나지막한 말에 가슴이 아팠다.</div> <div> </div> <div>누구보다 순수하고 남들에게 피해없이 살던 스륵이라는걸 오유는 잘 알았다.</div> <div>스륵이 걸어 온 맑고 깨끗한 그 길을 알기에</div> <div>오유는 스륵에게 무언가 도움이 되고 싶었다.</div> <div> </div> <div><strong>" 아직 스륵께서는 따르는 이도 많고 시간도 많사옵니다</strong></div> <div><strong>마음을 굳게 다잡으시어 노력하신다면 그렇게 심려하실 일이 아닌줄 믿사옵니다. "</strong></div> <div> </div> <div>" 그릇이... 이미 깨졌소. 술을 담기에 깨진 그릇은 적합하지 않은거 같구려. "</div> <div> </div> <div>오유는 스륵의 마음이 이미 떠나있는 걸로 보였다.</div> <div>그러나 이러한 것은 달랜다고 달래지거나 본부터 뿌리뽑지 않으면 안될 것을 알기에</div> <div>섣부른 위로는 더 할 수가 없었다.</div> <div> </div> <div><strong>" 아재... 워낙 신중에 신중을 가하는 분이시니 긴말은 하지 않겠나이다. 다만... "</strong></div> <div> </div> <div>" 다만? 말해보시게. "</div> <div> </div> <div><strong>" 오유국 또한 좋은 상태는 아니라는걸 알고 계시겠지요.</strong></div> <div><strong>나랏일은 하늘에서 하는게 아닌 국민 모두가 하는걸로 배우고, 아이들 또한 그렇게 가르쳤나이다.</strong></div> <div><strong>여시와의 전쟁, 그리고 내란으로 상처입고 피를 보았으나 그로 인해 더 굳어진 오유국이었지요.</strong></div> <div><strong>아이들 또한 그렇게 보고 자랐으니 시간이 더 지나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기를 바라고 있을뿐이지요. "</strong></div> <div> </div> <div>오유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이내 말을 이었다.</div> <div> </div> <div><strong>" 아재, 여시의 일로 골머리를 썩는건 아재뿐이 아니오니</strong></div> <div><strong>함께 힘을 더해보는건 어떠신지요</strong></div> <div><strong>아재의 노련함과 저의 드립이라면 십만여시가 무에 문제가 되겠습니까. "</strong></div> <div><strong></strong> </div> <div>" 자네의 드립이라면...? "</div> <div> </div> <div>스륵이 미덥지 않은 말투로 오유에게 되물었다.</div> <div>서쪽 지방의 강자 웃대라면 모를까 오유의 드립이라니.</div> <div> </div> <div><strong>" 제가 한 글자를 빼먹었군요, 색色 드립 말이옵니다. "</strong></div> <div> </div> <div>그제야 스륵의 표정이 한결 나아졌다.</div> <div>점잖은척 고고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본질은 변태적인 신사, </div> <div>그게 스륵이 아는 오유의 실체였다. 그래, 색드립이라면 믿어볼만 하지.</div> <div> </div> <div><strong>" 함께 하시겠습니까? "</strong></div> <div><strong></strong> </div> <div>스륵은 대답 대신 조용히 사진 한장을 오유에게 건내었다.</div> <div> </div> <div>그것은 영롱하게 반짝이는 햇살 속에 뛰노는 처자의 팬티 사진이었다.</div> <div> </div> <div>오유는 스륵 아재의 대답에 만족했고, </div> <div>앞으로 스며들어올 스륵국의 고화질 사진을 기대하며 남은 술잔을 기울였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멀리서 자정을 알리는 징이 울렸다</div> <div>징 소리에 놀란듯 때를 모르는 닭도 울었다.</div> <div>"자정이 되었으니 각자가 자정하며 하루를 마무리하시오." 하는 소리꾼들의 소리도 들렸다 </div> <div> </div> <div><strong>오유국 娛遊國 </strong>(*재밌게 즐기고 노는 국가를 이름*) 은 특별한 법령이 없으나</div> <div>국민 스스로가 스스로를 벌하고 통제하는 독특한 구조를 지닌 나라였다.</div> <div>옛 오유의 시초였던 보바가 건립하며 이르기를</div> <div><strong>"이 곳에 왕은 없소 나 또한 그대들과 같은 국민이고 친구이며 백정이오." </strong>했다 전해진다.</div> <div> </div> <div>스륵이 오유로 넘어온지도 벌써 여러날이 지났다.</div> <div> </div> <div>간혹 파발로 스륵에게 안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div> <div>그와 함께 여시들의 횡포가 나날이 더해진다는 소식도 있었다.</div> <div> </div> <div>며칠간 오유의 환대에 젖어 고향 떠난 아픔도 잊던 스륵이었으나</div> <div>아직 고향을 완연히 잊은건 아니었다.</div> <div> </div> <div>스륵은 모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붓을 들었다.</div> <div>고향에 대한 그리움도 그리움이거니와</div> <div>앞으로 지낼 오유에 대한 보답이라면 보답이랄 수도 있는</div> <div>무언가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div> <div> </div> <div>그 속에는 <strong>여시女侍</strong>에 대한 깊은 미움과 미세하나마 안타까움도 존재했다.</div> <div>그래도 아직은 어린 것들이라 그 천진난만함을 나무라고 싶었다.</div> <div> </div> <div> </div> <div>『 주변의 벗들에게 알리오.</div> <div>작금의 여시의 행태가 예전과는 비할바 없이 정도가 심하여 글을 올리오</div> <div>유교의 예와 도를 외치던 선비들이 핍박받았고</div> <div>부당한 논리를 펼치며 사람들을 이간질 하였소.</div> <div>예로 부터 아이는 나라의 근본이라 하였으나</div> <div>그마저 부정하고<strong> 기생寄生 </strong>한다 칭하니 비통하기 그지 없구려.</div> <div>과거의 부정행위를 단속하고 그 벌을 엄중히 다루어</div> <div>다시는 이런 사태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오.</div> <div>바라옵건데 여시 내의 모든 처자들이 잘못한 것은 아닐 것이니</div> <div>당파와 출신에 관계없이 되바라진 사람에게는 철퇴를</div> <div>죄를 뉘우친 사람에겐 회초리 정도로 그치길 바라오.</div> <div>허나 일의 경중을 모르고 만행을 저지르는 자들에겐 자비가 없어도 괜찮다오.</div> <div>이제는 참지 말아야 할 것이오. 』</div> <div> </div> <div> </div> <div>스륵은 붓을 놓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div> <div> </div> <div>이 얼마 안 되는 시간은 </div> <div>이 서신으로 인해 다가올 여파에 대한 묵념과도 같았다.</div> <div> </div> <div>스륵은, 요 며칠 오유국에서의 즐거웠던 순간을 떠올렸다.</div> <div> </div> <div>이제는 고향을 잊고 이곳에서 적응할 생각을 하니</div> <div>암담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했으나</div> <div>얼마든지 감당해 낼 자신이 있는 스륵이었다.</div> <div> </div> <div>스륵은 비루한 몸뚱이지만 <strong>오유국의 아재</strong>가<strong> </strong>되기로 깊이 마음 먹었다.</div> <div> </div> <div>스륵이 써 내린 글귀가 전서구를 통해 각 국으로 퍼져나갔다.</div> <div> </div> <div>배북, 디시, 루리, 우대, 글리앙, 죽방, 인밴, 무갤에 그 글귀가 전해지기까지는</div> <div>그리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div> <div> </div> <div><strong>훗날 여시의난女侍之亂 이라 칭해지는 사건의 막이 오른것이다. </strong></div> <div><strong></strong> </div> <div><strong></strong> </div> <div><strong></strong> </div> <div><strong></strong> </div> <div>-</div> <div> </div> <div><strong>다음 화 예고</strong></div> <div> </div> <div>『 정녕, 피를 봐야만 끝을 내시겠다는 얘기시옵니까. 』</div> <div>『 내 너의 그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발본색원拔本塞源 이라 하였다.』</div> <div>『 아재 ‥‥ 』</div> <div> </div> <div>스륵은 오유의 등을 몇번 두드려주고는,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div> <div>여시들의 기괴한 웃음소리가 간혹 들리는 걸로 봐서는 멀지 않은 곳에 여시가 있음은 분명했다.</div> <div> </div> <div>파르스름하게 날이 잘 선 장도長刀가 달빛을 받아 반짝였다</div> <div>스륵의 큰 덩치에 잘 어울리는 칼이였다.</div> <div>그런 스륵의 뒷모습을 보던 오유는 큰 결심을 한 듯, </div> <div>머리에 곱게 올려진 갓의 끈을 풀렀다.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