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도 두번인가 만났다. <div>역전 근처를 다니다 보면 남녀 한쌍이 가까이 다가와 '조상 덕이 있어 보인다.' '얼굴에서 광채가 난다' 등 감언이설을 내뱉으며 나를 유혹하고는 한다.</div> <div>인터넷 등의 글을 읽어보면 이런 분들에게 가끔은 당한다고 하기도 하는데, 어떤 때는 커피를 얻어먹기도 한다.</div> <div>내가 이렇게 강해진 것은 어려서 특별한 기억 때문이었다.</div> <div><br></div> <div>고등학교 2학년 때 나는 농구를 좋아했다. 1학년 말 부터 시작한 농구가 너무나 흥미로워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는 농구를 한 기억밖에 없을 지경이니 말이다.</div> <div>아마도 일요일 오전이었을 것이다. 새벽에 산 중턱에 있는 농구장에서 혼자 농구를 연습하고 돌아오는 길에 저 멀리서 남자 20여명이 합숙훈련을 하듯이 내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div> <div>평상시와 다름없이 그리 신경쓰지 않고 내 갈길을 가고 있었다. 그들을 지나쳐 갈 때쯤 그들 무리중 한명이 내 쪽으로 걸어왔다.</div> <div>'얼굴에서 광채가 나는데, 오늘이 길일이라 같이 제사를 지냈으면 하네요.'</div> <div>평상시와 다름이 없다고 한 것은 거짓말이었다. 아마도 나의 위장은 배고프다고 소리를 치고 있었던 것 같았다. 다시 생각해보면 제사라는 말이 나의 위장을 자극하고 우뇌를 자극해서 그들을 따라가지 않았나 싶다.</div> <div>또 지금 생각해보면 특이한 것은 남자 20여명이 이른 오전 부터 왜 뛰어 다니고 있었을까? 아직도 궁금한 부분인데... 혹 이글을 읽는 분 중에 참여하고 있으신 분들은 덧글로...</div> <div><br></div> <div>다른 일행은 먼저 뛰어가고 그는 나를 데리고 어디론가 이끌었다.으슥한 골목으로 인도하더니 어떤 집으로 안내했다.</div> <div>1층부터 풍기는 냄새가 달랐다. 이상한 화환과 도구들이 즐비해 있었다. 언뜻보면 교회와도 닮아 있었다.</div> <div>그렇게 3층쯤 되는 집으로 들어갔다. (지금 생각해도 무슨 배짱인지 모를 일이다.)</div> <div>꽤 넒은 집처럼 생긴 공간에는 조그마한 사무실로 쓰는 방이 하나 있었고, 3~4개 정도의 방이 위치해 있었다.</div> <div>그는 어떤 방으로 나를 들여보낸 후 잠시 후에 들어왔다. 한복 비슷한 옷을 챙겨입고 어떤 책을 가지고 왔는데..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지만 점쾌를 보는 책 같았다. 그는 그 속에서도 꽤 위치가 있었던 듯 싶다.</div> <div>그는 나에게 조상의 은덕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조상의 은덕을 가로막는 무엇인가가 있다고 했었다. 그런 말을 하는 중에 꽤 신기하게도 나의 신변에 대한 여러가지를 맞추었는데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면 어렸던 내가 다양한 힌트를 제공하지 않았을까 싶다.</div> <div>암튼 그는 조상의 은덕을 가로막는 무엇인가를 없애기 위해서는 제를 지내야 하다고 했었다. 그 때까지도 돈이야기는 한마디도 없었다.</div> <div>제를 지내려면 우선 몸은 정갈히 해야한다고 하겠냐고 물었고, 나는 한다고 응했다.</div> <div>그는 자신이 입은 옷과 비슷한 옷을 나에게 주었다. 그리고 욕실에서 샤워를 하라고 말하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div> <div>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그가 준 옷을 입고 나오자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여러명 있었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라는 것은 당시에는 몰랐다. 처음에는 그냥 거기서 종교활동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div> <div>돌이켜보면 오전부터 영업이 잘 되었거나 실력있는 사람들인것 같다.</div> <div>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이제 제를 시작해야 한다고, 어떤 방으로 인도했다. 그곳에서 나외에도 약 10명 이상이 함께 제를 지냈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하는 제사나 차례와 비슷한 모습이었다.</div> <div>그 중에서 내가 가장 어렸었다. 농구하고 집에가다 끌려 온 사람은 아마도 나뿐이겠지...</div> <div>제사를 치르는 시간은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지만 꽤 길었다. 그리고 어떤 병을 꺼내서 그것에 기도를 하기도 했다.</div> <div>그렇게 제를 마치고 그들은 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먹기에 풍족할 정도를 차렸고 음식들은 굉장히 맛있었다. (무엇을 먹인들 맛이 없었으랴.)</div> <div><br></div> <div>조찬을 먹이자 본론으로 바로 들어갔다. 그 때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구나를 느꼈다. 그들 중 수장격인 사람은 오늘 제를 치르는 것은 우리들의 조상을 위해서고 그것이 결국 개인들에게 이로울 것이라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위엄스럽게 말했다.</div> <div>그리고는 제사비용으로 10만원씩을 요구했다. 나는 굉장히 당황했다. 고등학교 2학년이 그것도 일요일 새벽에 농구하러 나가는데 10만원을 들고 다닐리가 없잖아.</div> <div><br></div> <div>어떤 사람들은 만원짜리 지폐를 꺼내기 시작했고, 돈이 없다는 사람도 간간히 있었다. 그리고는 내 차례가 되었다.</div> <div>나는 거의 울상이 된 얼굴로 지금은 돈이 없고, 조금만 가면 집이니 집에가서 10만원을 가지고 오겠다고 말했다. 수장격인 사람은 꽤나 험악한 인상을 쓰고 있었는데, 나를 데리고 온 사람이 그 사람에게 뭐라고 말을 하더니 나에게 인자한 얼굴로 다가와서 그럼 집이 어디냐고 물었다.</div> <div>당연히 우리집이 근처라고 둘러댔다. 진짜 우리집에서 그곳은 상당한 거리에 있었다. 농구하려고 많이 걸어왔단 말야.</div> <div>그럼 얼른 다녀오라고 말했다.</div> <div><br></div> <div>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니 아침부터 어디를 다녀오냐고 핀잔이다.</div> <div>배부르고 피곤해서 그렇게 잠이 들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