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0.</div> <div> <div>아래에 <span style="color:#333333;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font-size:15.4px;font-weight:bold;"><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phil_15864" target="_blank">살육의 대한 기피는 유전자 일치율인가요?</a></span><span style="font-size:9pt;">라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글에서 </span><span style="font-size:9pt;">"유전자가 생물의 역사상 지금껏 꿀만 빨고 있는 기생충"이라는 댓글을 보고 쓰는 글입니다.</span></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라는 유명한 저작이 있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자기 희생적이고 이타적인 특성은 개체의 생존에 불리한 형질입니다.</div> <div>이런 형질이 어떻게 유전되고 보존될 수 있었는가? 라는 의문에 대해서</div> <div>개체 단위의 진화가 아닌 유전자 단위의 진화라는 답을 아주 쉽게 설명한 책이</div> <div>'이기적 유전자'입니다.</div> <div><br></div> <div>그런데 이 '이기적 유전자'라는 제목 때문에 흔히 하는 오해가 있죠.</div> <div>유전자가 '이기적인 <font color="#ff0000">목적</font>'으로, 즉 '자신이 살아남기 <font color="#ff0000">위해서</font>' 개체를 희생시킨다는 오해입니다.</div> <div>이런 오해는 "이기적"이라는 표현이 엄밀한 개념이 아니라 이해를 돕기 위한 의인화라는 사실을 간과한데서 발생합니다.</div> <div>그리고 유전자와 개체의 관계를 기생충과 숙주의 관계로 이해하는 것 역시 이런 오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1.</div> <div><span style="font-size:9pt;">먼저 1차원적으로 보자면,</span></div> <div>기생충은 숙주에 의존하는 반면 숙주는 기생충에 의존하지 않는데,</div> <div>유전자와 개체의 관계는 이와 다릅니다.</div> <div>유전자가 개체에 의해서 보존될 뿐 아니라, 개체 역시 생명활동을 위해서 유전자를 반드시 필요로 합니다.</div> <div>그렇다고 유전자와 개체의 관계를 공생관계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div> <div><br></div> <div>유전자와 개체의 관계를 기생관계, 공생관계라고 부르는 것은</div> <div>마치 뇌세포와 사람의 관계를 기생관계, 공생관계라고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div> <div>뇌세포는 가만히 앉아서 명령만 내리고 고생은 손발이 다하니 뇌세포가 신체에 기생하는 걸까요?</div> <div>또는 뇌사상태일때 우리 몸은 생존할 수 없으므로 뇌와 신체는 공생하는 관계일까요?</div> <div>어느쪽도 아니죠.</div> <div>기생관계, 또는 공생관계라는 것은 개체 단위 사이에서 발생하는 관계이고,</div> <div>동일한 대상의 다른 단위를 가르킬때는 적용할 수 없는 개념입니다.</div> <div>유전자와 개체의 관계 또한, 동일한 대상의 다른 단위를 가리키는 것이므로,</div> <div>유전자가 개체에 기생한다는 개념은 엄격히 말해 틀린 것입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2.</div> <div>서론이 길었는데, 이보다 본격적인 <span style="font-size:9pt;">문제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유전자가 스스로</span><span style="font-size:9pt;"> 살아남기 위해서 개체를 희생시킨다'라는 </span><span style="font-size:9pt;">개념 자체가</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정확한 개념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것은 인과와 목적의 혼동입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비슷한 혼동으로, '기린은 더 높은 가지의 나무이파리를 따먹기 <font color="#ff0000">위해서</font> 목이 길어졌다'는 설명이 있습니다.</div></div> <div>'목이 긴 기린이 더 높은 가지의 나무이파리를 따먹고 생존하였기 <font color="#ff0000">때문에</font><span style="font-size:9pt;"> 더 많은 유전자를 남겼다'는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설명이 정확하고 올바른 설명이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얼핏보기엔 그게 그거 아닌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여기엔 용불용설과 자연선택설만큼의 차이가 있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진화에는 의지도 의도도 목적도 없습니다.</span></div> <div>오히려, 의지와 목적(ex.생존의 욕구)가 진화의 결과로 탄생한 겁니다.</div> <div>생존은 유전자의 의지도 목적도 아닙니다.</div> <div>단지 우연히 발생한 수많은 유전 형질들 중에서 생존 욕구를 가진 개체가 살아남아 존속했을 뿐입니다.</div> <div><br></div> <div>진화론은 '현존하는 생명체'가 어떻게 무로부터 발생하고 발전할 수 있었는지를 설명하는 것에서 출발했기에,</div> <div>생명체의 존속, 즉 생존을 진화와 생명의 목표인 것처럼 오인하기 쉽습니다.</div> <div>그러나 원시적인 생명은 단지 연쇄적으로 자기 복제를 할 뿐인 단백질 덩어리였습니다.</div> <div>초기적인 단계의 생명활동이란 단지 일정한 조건에서 물질들이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는 것일 뿐이었습니다.</div> <div>아무리 고등한, 즉 복잡한 생명체라도 기초적인 대사활동은</div> <div>여전히 일정한 조건에서 발생하는 전기적 화학적 반응입니다.</div> <div><br></div> <div>즉, 생존을 향한 목적과 의지는 일정 이상 복잡성을 띈 개체 단위에서 발생하는 현상입니다.</div> <div>이를 벗어나서 생존을 목적으로 전제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div> <div>이를테면 아미노산의 융합과정을 생존 목적의 행위라고 설명하는 것은 오류입니다.</div> <div>유전자 그 자체는 생명체를 구성하는 단백질의 일종일 뿐이며, 어떤 의도나 의지도 가지지 않습니다.</div> <div>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시계가 째깍째깍 움직이는 것처럼 기계적인 반응일 뿐입니다.</div> <div><br></div> <div>3.진화에는 의도도 목적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span style="font-size:9pt;">분명한 경향성이 존재합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자기복제와 변이라는 무작위적인 현상 뿐만 아니라, 환경적인 제약과 포식으로 생명체 간의 경합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 결과 생존이라는 결과에 더 적합한 개체만이 후손을 남기게 됩니다. 이것이 자연선택설입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욕망과 욕구도 진화에 의해서 발생 했습니다. 생존에 필요한 자원을 개체가 찾으려는, 찾게 만드는 메커니즘이 욕망입니다.</div> <div>생존에 대한 욕망 역시도 진화에 의해서 발생했습니다.</div> <div>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무작위적인 발생, 그리고 생존에 적합한 개체가 존속한다는 것이 진화의 과정입니다.</div> <div>생존하기 위해서 욕망이 생긴 것이 아니라, 욕망을 가진 개체가 살아 남았다는 것입니다.</div> <div><br></div> <div>지금까지의 설명은 진화란 결국 개체 단위의 생존을 통해서 발생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div> <div>이러한 설명만으로는 이타심, 자기희생 같은 성격 특성은 설명할 수 없죠.</div> <div>물론 변이는 무작위적으로 발생하므로 이러한 개체들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div> <div>생존에 부적합하다면 개체들 간의 경쟁 속에서 도태 되어 일반적으로 나타날 수 없어야 합니다.</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이 모순에 대한 답을 경제학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경제학에는 '구성의 오류'라는 개념이 있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개인의 합리적인 판단이 사회적으로도 합리적이진 않다는 개념입니다.</span></div> <div>가장 대표적인 구성의 오류가 '절약의 역설'입니다.</div> <div>불황이 왔을 때 개개인이 절약을 하는 것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합리적인 선택이지만,</div> <div>사회 전체적으로 모두가 절약을 하느라 소비가 위축되면 불황은 더욱 심각해 진다는 것이죠.</div> <div><br></div> <div>'구성의 오류' 개념을 진화론에 적용하면 이타적 특성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div> <div>즉 모든 개체가 이기적으로 행동하면, 각 개체의 상대적인 생존율은 높아질수 있습니다.</div> <div>그러나 개체들간의 경쟁이 더 심할수록 유전자 공유집단의 생존율은 오히려 낮아지게 됩니다.</div> <div>반대로 이타적이고 자기희생적인 형질을 지닌 집단은, 각 개체의 경쟁력과 생존성은 낮아지게 되지만,</div> <div>이러한 형질을 공유하는 유전자 공유집단의 생존성은 높아지게 되는 겁니다.</div> <div><br></div> <div> <div>이를 설명한 것이 '이기적 유전자'입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이기적 유전자'라는 제목은 그 내용을 자극적이고 압축적으로 잘 전달하고 있지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약간의 오해의 우려가 있는 것이죠.</span></div></div> <div> <div>유전자가 자신을 보존하기 위해 개체를 희생시킨 것이 아니라,</div></div> <div>그런 유전자를 가진 개체의 집단이 생존에 적합 했던 것입니다.</div> <div><br></div> <div>4.결론적으로 말해, 이 글의 발단이 된 원글의 제목,</div> <div>'살육에 대한 기피는 유전자 일치율인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div> <div>꼭 그렇진 않다는 것입니다.</div> <div><br></div> <div>지금까지의 맥락에 이어서 두가지를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한가지는, 진화는 의도와 목적이 아닌 무작위적 변이와 자연선택에 의한 것이므로</span></div> <div>살아남기 충분한 정도로 발전할 뿐, 반드시 <span style="font-size:9pt;">최고의 효율을 발휘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span></div> <div>흔히 드는 예시로서 '인간의 눈'은 진화 과정상의 발생적인 이유로 인해 구조적인 결함을 지니고 있습니다.</div> <div>그것은 시신경이 지나는 지점에 맹점이 존재하며, <span style="font-size:9pt;">인간의 두뇌는 이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에너지를 허비합니다.</span></div> <div>반면에 전혀 별개의 진화과정을 통해 눈을 발전시킨 문어 등 두족류의 눈은, 척추동물의 눈과는 달리 매우 효율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div> <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709/15066965950173bd1a4cc841538eba4d5c101d358e__mn218203__w680__h386__f34445__Ym201709.jpg" alt="1441004866432[1].jpg" style="border:none;width:480px;height:272px;" filesize="34445"></div><a target="_blank" href="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7967" target="_blank">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7967</a></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좀 삼천포로 빠졌습니다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이타적 특성 또한 마찬가지로 유전자 공유집단의 생존에 최적이 되는 방식으로 존재하지는 않습니다.</span></div> <div>인간이 이타심을 발휘하는 것이</div> <div>'내 부모와 내 아이는 나와 유전자 일치율이 50%, 형제는 25%, 사촌은 5.125%'라거나</div> <div>'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 일치율은 98%, 인간과 개는 80% 일치'라는 식으로 측정하지 않죠.</div> <div>애초에 유전자라는 것은 현대과학이 등장한 이후에나 발견된 것이고,</div> <div>과거는 물론 지금까지도 인간이 유전자를 지각하는 방법은 거의 없습니다.</div> <div><br></div> <div>물론 혈연관계나 종적인 차이로 아주 추상적인 수준의 유전자 공유집단을 구분할 수는 있고</div> <div>실제로 그런 기준으로 이타심과 이기심의 대상을 가르는 경우가 많기는 합니다.</div> <div>그러나 경험칙으로, 타인보다도 자신이 기르는 개를 더 우선시 하는 경우도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고,</div> <div>개보다 원숭이가 인간과 더 가까운 동물임에도 개가 더 많은 사랑을 받는다는 점에서도</div> <div>유전자 일치율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라는 반례를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겁니다.</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내가 아닌 타자, 우리와는 다른 존재와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는 것은</span></div> <div>우연적 운명에 의해 우리가 그런 존재로 세상에 태어났기 때문일 뿐,</div> <div>유전자의 농간도, 진화의 목적도, 신의 의도도 아닙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5.<span style="font-size:9pt;">'살육에 대한 기피는 유전자 일치율인가요?'에 대해서 두번째로 이야기 하려는 점은,</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다소 사족에 가까운 이야기입니다만, 구체적으로 '살육'이라는 부분에 초점을 둔 것입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폭력성'이라는 특성 역시도 다른 형질과 마찬가지로 무작위적으로 발전한 것이고,</div> <div>그것이 생존에 적합했기 때문에 남아있는 것입니다.</div> <div>개체는 자신의 생존에 방해가 되는 경쟁자들과 맞서 싸워야하고,</div> <div>또한 자신의 먹잇감을 사냥하기 위해 싸워야 합니다.</div> <div>폭력성은 직접적인 생존 경쟁에 직면한 개체들에게 유리한 형질입니다.</div> <div><br></div> <div>그러나 집단적인 협력을 통해 생존성을 대폭 향상시킨 인간에게는</div> <div>폭력성이 생존과 직결되는 특성이 아닐 뿐 아니라, 오히려 불리한 특성입니다.</div> <div>물론 어느정도 폭력성을 지니고 있어도 충분히 생존할 수 있기에 폭력적 형질은 끊임 없이 대물림 될 것이지만,</div> <div>극단적인 폭력성, 특히 타자를 살육하는 행위는 단기적으로는 자신을 대상의 생존의 위협으로 인식되게 만들어</div> <div>스스로를 위험에 몰아넣고, 장기적으로는 생존을 위한 협력의 대상을 잃게 만드는 형질입니다.</div> <div><br></div> <div>유전자 일치율이라는 개념을 떠나서,</div> <div>'사회성'이라는 특성이 발달한 인간에게는 생존에 부적합한 특성이라는 거죠.</div> <div><br></div> <div><font color="#ff0000"></font></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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