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민게에 얼마 전에 글 올렸던 사람입니다.  <div>무모한 결정이기도 했고 보시기에 따라서는 주작이라고 볼 수도 있는 내용이라 올리면서도 </div> <div>그냥 내 얘기 나눈다는 데에 의미를 두자고 생각했는데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고 </div> <div>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div> <div><br></div> <div>제가 여기 와서 친구가 없고 솔직히 만들 생각도 없는데 </div> <div>(자연스럽게 생기는 것까지 막 몸부림 쳐가며 거부할 생각은 전혀 없구요 </div> <div>그저 제가 한국 친구들 , 한국 인간관계 유지하면서 또 새 친구 사귀고 섞여나가는 것까지 감당할 에너지가 </div> <div>아직은 없어서요.. 소중한 사람들한테 집중하면서 요즘 제게 일어나는 업무, 성격, 생활상의 변화부터 </div> <div>똑바로 소화하고 싶어요. 아직은 -제가 에너지가 그렇게 많은 사람이 아니라서 더욱- 이것만으로도 그냥 빡빡하네요.) </div> <div>그렇게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셔서 아주 기운이 났어요. </div> <div><br></div> <div>저는 이제 파리에서 게임회사 출근한지 5개월이 넘었습니다. </div> <div><br></div> <div>연인과는 가끔 싸우고 그런 후에 바보같이 '나는 너를 보고 싶어서 여기까지 와서 정착했는데'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div> <div>헤어지면 헤어졌지 절대로 이 말을 입밖에 내지는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저는 행복해지고 싶어서 온 거니까요. </div> <div>파리까지 온 건 제 결정이고 결과도 책임도 저 혼자 지는 것이 더 나은 제가 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div> <div>(이렇게 글로 쓰면 좀 더 마음가짐을 단단히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ㅎㅎ) </div> <div><br></div> <div>제가 한국에서 하던 일은 방송사에서 막 곁다리 사업으로 준비하는 자체 콘텐츠 게임 시나리오 작업, </div> <div>(돈은 안 되었지만 제겐 의미있었던) 작가 생활, 그리고 광고대행사 막내 AE 일들이었습니다. </div> <div>방송사 일은 해외 출장이 잦았었는데 그 과정에서 싫은 일도 당하고 문제제기하고 .. 광고 대행사에서도 </div> <div>회의시간에 일어난 불쾌한 일에 문제제기 했다가 부서이동 당하고 .. 제가 위협적인 외형이 아니라서일까요, 얘한텐 뭔 짓을 해도 되겠다 생각했던지 </div> <div>별 말같지도 않은 말을 하던 상사들이 밟혀서 꿈틀하는 저를 보고 나면 '무서운 애'라고 혀를 내두르더군요. </div> <div>겉과 속이 다르다고요. 저는 늘 저였을 뿐인데. 늘 떠나고 싶었어요. 그래서 파리에서 직업을 구한 것은 제게 있어 정말 좋은 기회예요. </div> <div><br></div> <div>저는 부모님 집에 살고 있었어요. 월에 버는 돈은 170-180 선이었죠. </div> <div>그나마 부모님 집에 신세를 졌으니 그 정도로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었지 </div> <div>만약 혼자 살아야 했다면 매달 영화 한 편 볼 때도 정말 많은 생각을 해야 했을 거란 사실을 압니다. </div> <div>오늘만은 위로가 필요해서 맛난 음식 하나 사들고 돌아가고 싶어도 고정지출에 이번달 이벤트 (어머니 생일 등등)까지 하나하나 되짚어 봐야 했겠죠. </div> <div>하지만 이 상대적으로 배부른 생활이 제게 자부심을 심어 주지는 못했습니다. </div> <div>제 힘으로 얻은 것들이 아닌데 당연하게 받아 쓰는 생활 속에서 떳떳할 수 없었어요. 부모님은 신경 안 쓰셔도 </div> <div>저는 혼자 힘으로 살아가는 친구들 앞에서 좀 더 떳떳한 친구이고 싶었죠. </div> <div><br></div> <div>부모님은 사랑했지만 원하시는 '좋은 딸'로 살 수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div> <div>그 '좋은 딸'은 26살이라는 나이에도 잉야잉야같은 건 알지도 못하고, 부모님 말씀에 순종하며 '정숙한' 옷을 입고 </div> <div>누가 봐도 '단정한' 머리를 하며 '평판 좋게' 행동할 줄 알고 비록 남성을 사귄 경험 없는 '정숙한' 딸이지만 </div> <div>때 되면 알아서 무작위로 부유한 남성을 부모님께 인사시키러 올 줄 아는 '능력 있는' 인생을 기대받고 있었기 때문이죠. </div> <div><br></div> <div>좀 더 빨리 저만의 자신으로 살지 못했던 게 후회스러워요. </div> <div>동시에 부모님이 준비할 시간을 드리지 못하고 급히 떠나온 게 죄송스럽기도 하죠. </div> <div><br></div> <div>하지만 저에게나 부모님께나, 힘겨워도 언젠가 하고야 말았을 일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어요. </div> <div>저는 좋은 딸이 될 수 없어서 죄송한 게 아니라 애초에 좋은 딸이 될 마음을 품은 적조차 없었다는 점이 죄송한 거니까요. </div> <div>파리에 온 후로 모든 게 쉽지 않지만 이제야 한 사람 몫을 하려고 분주하게 노력하는구나 싶어 </div> <div>개운한 마음이 듭니다. </div> <div><br></div> <div><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702/148691440823a1800dbdd34637b2a94124bd406796__mn652502__w400__h711__f50571__Ym201702.jpg" width="400" height="711" alt="KakaoTalk_20170128_180946601.jpg" style="border:none;" filesize="50571"></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702/1486914412c0b85c0d22994edeb470df4073418404__mn652502__w400__h711__f65141__Ym201702.jpg" width="400" height="711" alt="KakaoTalk_20170211_171505461.jpg" style="border:none;" filesize="65141"></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파리에선 모든 게 느립니다(특히 행정이 아주 ... ㅠㅠ) 자기가 맡은 일인데도 무슨 도떼기 시장마냥 어제 말 다르고 </div> <div style="text-align:left;">오늘 말 다르고,  한 번 항의할 때랑 두 번 항의할 때 절차가 달라지는 걸 보면 이딴 놈도 직업이 있는데 </div> <div style="text-align:left;">훨씬 재능있고 자기 일에 책임감 있는 사람들이 왜 직업을 얻지 못해 힘들어 하고 있을까. 세상 참 이상하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div> <div style="text-align:left;">많이 화가 납니다. 하지만 제 일에 관해서만 생각해 보면 .. 저는 요즘 부르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제 호칭이 달라지는 걸 경험하지 못했어요.</div> <div style="text-align:left;">한국에서 일할 때 저는 어느 날은 '삐아 씨'였고 어느 날은 '야' 였죠. 철저히 부르는 사람 기분 따라서요. </div> <div style="text-align:left;">저 아쉬울 때는 '우리 삐아씨' 였고 하나라도 서운한 게 있으면 '니', '야' 였습니다. </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요즘 저는 그저 '삐아'입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뭐가 부끄러운지 알고, </div> <div style="text-align:left;">다행스럽게도 상사는 자신에게 아첨하는 사람들을 키워 딸랑뽕에 취하는 것을 인생의 낙으로 삼는 사람이 아니라서. </div> <div style="text-align:left;">일만 하며 지낼 수 있는 것이 행복해요. 몸은 힘든데 스트레스가 훨씬 덜해요. </div> <div style="text-align:left;">물론 일하면서 받는 대우와 복지가 많이 향상되었다는 점이 가장 크겠지만, 아첨이나 사람들 푸념 듣는 것에 시간 할애하지 않아도 </div> <div style="text-align:left;">미움받을 걱정이 없어져서 그만큼 더 일에 집중할 수 있어요. </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불편하고 더럽고 무례하다고 느낄 때가 많지만, 일 덕분에 참고 지낼 수 있습니다. </div> <div style="text-align:left;">저는 이제 자유롭다고 느끼고, 전보다 제가 더 자랑스럽다고 느낄 수 있어서 행복해요. </div> <div style="text-align:left;">앞날은 불안하지만, 한국에서 살 때라고 해서 대단히 앞날에 자신이 있었던 것도 아니기 때문에 </div> <div style="text-align:left;">일단 그저 열심히, 다가올 기회를 위해 힘을 내보려고 해요. </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저는 노오오력이라면 자신이 있는 둠한국의 젊은이니까요. </div> <div style="text-align:left;">오늘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