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태어나 처음으로 미워했던 사람의 장례식에 갑니다. <div><br></div> <div>내 기억 속에 있는 가장 오래 미워했던 사람, 할머니 장례식에 갑니다.</div> <div><br></div> <div>남아선호사상 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도 없을 때, 먼저 몸으로 느끼게 해 주었던 사람.</div> <div><br></div> <div>둘째도 딸이라는 소식에 뒤도 안 돌아보고 바로 집으로 내려갔다는 사람.</div> <div><br></div> <div>내게는 동전을, 4살 어린 남동생에게는 지폐를 쥐어주던 사람.</div> <div><br></div> <div>내가 정말 많이 미워했다는 것도 모를 사람, 그 분이 돌아가셨답니다.....</div> <div><br></div> <div>아흔이 넘은 연세에도 꼬장꼬장하기 그지없고, 긴 머리를 늘 정갈하게 비녀로 꽂고 있던,</div> <div><br></div> <div>그 연세에도 본인 치아로 고기를 잘만 드시던 그 슈퍼 할머니가 돌아가셨답니다.</div> <div><br></div> <div>정말 많이 미워해서 돌아가셨다고 하면 아무 느낌이 없을 줄, 아니, 차라리 좋아할 줄 알았는데......</div> <div><br></div> <div>시간이 늦어 내려가지는 못하고 평소 먹지도 않는 술을 사다가 이러고 있네요...ㅎㅎ</div> <div><br></div> <div>마지막으로 뵌 게 지난 추석이었는데.....</div> <div><br></div> <div>약간 치매끼가 있으시다더니, 기억에서 저를 아예 지우셨나보더군요.</div> <div><br></div> <div>누구냐고 몇 번을 물으시더니, 제 이름을 듣고도 모른다더니...</div> <div><br></div> <div>그런 내 손을 잡고</div> <div><br></div> <div>이제 가야하는데 목숨줄이 질겨서 가지도 못한다고 연거푸 하소연을 하시던.......</div> <div><br></div> <div>거기에 차마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시냐고도 못했던 게</div> <div><br></div> <div>마지막이라니......... </div> <div><br></div> <div>그게 미안해서인지, 정말 진짜, 많이, 오래 미워했던 사람인데</div> <div><br></div> <div>돌아가셨다는 소식에 왜 울고 있는건지.......ㅎㅎ</div> <div><br></div> <div>평생 보고 싶을 일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왜 이제 와서 보고싶은 걸까요</div> <div><br></div> <div>다시 보게 된다고 해도, 손 잡을 용기도, 용서한다는 말도</div> <div><br></div> <div>그래도 고마웠다는 말도 못할텐데 말이죠..</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할머니, 내가 많이 미워했고, 싫어했고</div> <div><br></div> <div>빨리 가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div> <div><br></div> <div>사실 그게 아니었나봐요</div> <div><br></div> <div>미워해서 미안했어요. </div> <div><br></div> <div>조심해서 가세요. </div> <div><br></div> <div>가는 길에 혹시라도, 정말 혹시라도</div> <div><br></div> <div>갑자기 내가 기억나게 되면 꿈에라도 잠깐 들러줘요.</div> <div><br></div> <div>물론 우리 엄청 많이 어색하겠지만,</div> <div><br></div> <div>그냥.....마지막으로 한 번 보고싶어서요</div> <div><br></div> <div>할머니가 그렇게 좋아하시던 손자 꿈에 갔다가 </div> <div><br></div> <div>아주 잠깐 들러줘도 괜찮아요.</div> <div><br></div> <div>긴 여행이 될 텐데, 할머니는 슈퍼 할망구니까 </div> <div><br></div> <div>잘 갈 수 있을거에요.</div> <div><br></div> <div>이제 미워하지도, 원망하지도 않을게요.</div> <div><br></div> <div>그냥 할머니로 있어줘서 고마웠어요.</div> <div><br></div> <div>조심히...조심해서 가세요.</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