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한 육체를 중요시하는 활동적인 내 친구의 취미는 자전거 타는 것이다. <div>내면의 정신력을 중요시하는 나의 취미는 소파에 가만히 누워 있는 것이다. </div><div><br></div><div>녀석은 별 볼 것 없는 자취방에 비싼 소파가 있다는 것도, 그리고 소파에 누운 자국이 날 정도로 항상 누워있는 내게 불만이 많았다.</div><div><br></div><div>"야 운동 좀 해라. 너 거울 한 번 봐봐. 삐쩍 말랐는데 배만 나와서 니가 이티냐. 조만간 '엘리엇 엘리엇' 하면서 초능력 부리겠네."</div><div><br></div><div>"이 새끼.. 나를 외계인 취급하다니. 이티 아니다 둘리다. 호이 호이~"</div><div><br></div><div>"이티 건 둘리건 희동이건 운동 좀 해라. 젊은 놈이 몸이 그게 뭐냐."</div><div><br></div><div>녀석은 매주 주말이면 나를 끌고 인근 초등학교 운동장 또는 중랑천으로 끌고 갔다. 녀석에게 전설의 슬램덩크 안 감독님이 빙의되어</div><div>3점 슛을 던질 때 나는 슬램덩크의 영걸 형님이 빙의 되어 애타게 정대만을 찾았고, 녀석이 전설의 사이클 선수 랜스 암스트롱이 빙의되어</div><div>페달을 밟을 때 나는 고환암에 걸리면 어떻게 하지 하는 마음에 고환을 걱정하며 중랑천에 피어있는 코스모스를 바라보고는 했다. </div><div><br></div><div>그러던 어느 날 녀석이 무려 3백만 원에 육박하는 거금의 자전거를 샀다. 그리고 숨쉬기도 버거워 보이는 검은색 쫄쫄이 의상에 </div><div>머리에 분홍색의 자장면 그릇 같은 걸 쓰고 나타났다. </div><div><br></div><div>"너 그렇게 입고 7호선을 타고 온 거냐?"</div><div><br></div><div>"응 좀 멋지지? " 녀석은 가방에서 선글라스까지 꺼내 쓰며 내 앞에서 교태를 부렸다.</div><div><br></div><div>"아니 추해. 반바지라도 위에 입지 그랬냐. 너 때문에 우리 동네 땅값 떨어지겠다."</div><div><br></div><div>"야 이게 얼만데 그래. 자전거 바이커들의 로망이야."</div><div><br></div><div>"로망은 무슨 노망이겠지.. 그런데 그렇게 비싼 자전거 안장이 왜 그따위야..장바구니도 없고..."</div><div><br></div><div>그 비싼 자전거의 안장은 아주 작았다. 녀석이 안장에 앉았을 때 마치 구슬을 먹고 있는 팩맨의 모습처럼 안장은 보이질 않았다.</div><div><br></div><div>"맛있냐?"</div><div><br></div><div>"뭐가? 맛있어?"</div><div><br></div><div>"니 똥고가 안장 씹어먹고 있잖아.." 녀석의 엉덩이는 '마치 타이어 빼고 다 씹어먹어 줄게' 하는 아저씨의 원빈 표정 같았다.</div><div><br></div><div>"아니거든. 이게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돼 내 엉덩이에 딱 맞는..." 녀석이 알아듣기 힘든 말을 무언가 나불나불 대고 있었다.</div><div><br></div><div>뭐 내가 탈 게 아니라서 똥고로 안장을 씹어먹든 똥고가 안장을 흡수하던 별 관심이 없었다. </div><div><br></div><div>"야.. 우리 자전거 타러 중랑천이나 가자."</div><div><br></div><div>"싫어. 안가..11시에 서프라이즈 봐야 해. 난 주말에 미스테리를 밝혀야 하는 사명을 띠고 한국에 파견된 비밀요원이야."</div><div><br></div><div>"밥 사줄게." </div><div><br></div><div>"콜. 할머니 냉면에서 곱빼기로.."</div><div><br></div><div>녀석과 함께 청량리 맛집이라는 타이틀로 면목동에서 장사를 하는 매운 할머니 냉면을 먹었다. 녀석은 매운 것도 못 먹으면서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남자답게 </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다대기를 주는 그대로 다 먹었다. 그런 녀석의 모습은 냉면을 먹는 게 아닌 마치 한여름 대구광역시 중구 봉산동 가구거리 아스팔트 위에서 </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불 짬뽕을 먹는 것처럼 보였다. </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약속대로 냉면 사줬으니 자전거 타러 가자." 녀석은 연신 땀을 흘리며 내게 말했다. </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래. 가지 뭐.."</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코난의 범인 같은 검은 색 쫄쫄이를 입고, 안장을 먹었다 뱉기를 반복하며, 앞장서는 녀석이 부끄러워 녀석과 거리를 두고 따라가기 시작했다. </span></div><div>드디어 중랑천에 도착 녀석은 내게 가뿐하고 성수대교를 찍고 돌아오자고 했다. </div><div>따스한 봄날 중랑천에는 많은 사람이 있었다. 가족끼리 나들이를 온 사람, 캡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팔을 흔들며 걷고 있는 아줌마</div><div>그리고 격렬하게 몸싸움하며 농구하는 사람, 물론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div><div><br></div><div>"야. 너 잘 따라와 내가 앞에서 리드할테니까."</div><div><br></div><div>"리드를 하시든 리듬을 타시든 알았으니까. 먼저 가."</div><div><br></div><div>녀석은 속력을 내서 앞으로 나아갔다. 나는 냉면이라는 목적도 달성했으니 그냥 이대로 집으로 돌아갈까 생각도 들었지만, 여기까지 온 김에 </div><div>간만에 운동이라는 것을 해야겠다는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마음으로 칠순 할아버지의 전력 질주하는 속도로 녀석을 따라갔다. </span></div><div><br></div><div>앞쪽에서 달리던 녀석이 뒤를 돌아보더니 빨리 따라오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자식 급하면 먼저 가지..' 녀석이 아무리 빨리 오라고</div><div>손짓 발짓을 해도 여유 있게 '중랑천의 물이 아주 깨끗해 졌구먼. 허허허.' 이러며 주변 풍경과 중랑천의 비릿한 향을 즐기며 천천히 가고 있었다.</div><div><br></div><div>장안동을 좀 더 지났을 무렵 녀석이 자전거를 세워놓고 서 있었다. 녀석의 표정에 뭔가 심상치 않음을 프로 똥쟁이로서 느낄 수 있었다.</div><div>'다대기를 그렇게 쳐드시더니.. 니 오장육부가 금강불괴도 아니고 견뎌나겠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div><div><br></div><div>"야.. 여기 화장실 없냐?" </div><div><br></div><div>"나야 모르지..반대로 돌아가면 아까 에어로빅하는데 화장실 있는 거 같긴 하더라."</div><div><br></div><div>"언제 거기까지 다시 돌아가. 너 여기 살면서 그것도 몰라?"</div><div><br></div><div>"당연히 모르지. 넌 중랑천에 똥 싸러 오냐? 앞으로 계속 가봐. 하나 나오겠지."</div><div><br></div><div>녀석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 내가 따라오건 말건 질주를 하기 시작했다. 엉덩이가 안장을 먹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마치 내가 훈련소 시절</div><div>초코파이를 먹는 그 모습과 매우 흡사했다. 촵촵촵..</div><div>여전히 나는 녀석의 상황을 아랑곳하지 않고 인자하신 동네 이장님이 마을 한 바퀴 돌 듯 중랑천의 수질과 낚시하는 분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갔다.</div><div>이름 모를 다리 아래 녀석이 무릎을 잡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흠.. 괄약근까지 왔구만..' 하는 생각이 들었다. </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야! 화장실 없잖아!" 녀석은 대뜸 내게 화를 냈다.</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니가 똥 마려운 데 왜 나한테 화를 내!" </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니가 냉면 먹자고 해서!! 아오 씨.." </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럼 넌 물만두 먹으면 됐잖아. 왜 냉면 먹고 나한테 화풀이야.."</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아.. 성성아 제발 여기 화장실 어디야.... 나 진짜 미치겠어..."</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이제는 내 앞에서 사정까지 한다. 이 자식 좀 전에는 화내고, 이제는 내게 빌고 있다. 설마 녀석이 말로만 듣던 싸이코패스가 아닌가 의심되었다. </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녀석은 다시 자전거 위에 올라탔다. 하지만 이번에는 엉덩이가 안장을 씹어 먹는 속도가 느리다. 마치 내가 이등병 때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초코파이 3박스를 한꺼번에 먹을 때 2박스 정도 먹고 났을 때의 입놀림 같았다. 그리고 녀석은 엉덩이가 안장에 닿을 때 한 번씩 몸을 부르르 떨다가 </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결국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안장에 엉덩이를 대지 못하고 몸을 일자로 세우며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질주하고 있었다. </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div>결국, 응봉교로 파악되는 성수대교에 진입하는 고가까지 왔을 때 녀석은 나를 기다리며 화를 냈다.</div><div><br></div><div>"화으장시일.. 없잖아..." 딱 봐도 저건 한계다. 이미 녀석의 엉덩이는 안장을 씹어 먹을 아니 안장에 엉덩이를 대는 자체가 고통일 것이다.</div><div><br></div><div>"어.. 저기 화장실 있다." </div><div><br></div><div>녀석이 '정말!" 이라고 외치며 나를 바라봤다. 내 손가락은 강 건너편을 가리키고 있었다.</div><div><br></div><div>"저기 축구장 옆에 건물 있는데, 화장실 있겠지. 내가 자전거 지키고 있을 테니까 헤엄쳐서 갔다 와."</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에이 시X놈아.." 녀석은 울부짖으며 풀숲으로 달려 들어갔다.</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성수대교에 진입하는 고가는 항상 차들로 막힌다. 그리고 봄볕에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 선캡을 두른 아주머니 무리가 '헛둘 헛둘' 하며</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우리 쪽으로 오고 있다. 봄바람이 분다.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라는 노래가 절로 입에서 흥얼 거려졌다.</span></div><div>선선한 봄바람이 불 때 풀숲은 흔들리고 비싼 안장을 맛있게 먹은 녀석의 토실한 엉덩이 살이 한 번씩 보인다. </div><div>'역시 운동을 열심히 해서 그런지 엉덩이가 탐스러운 근육질이군..'</div><div>그리고 바람 소리에 한 번씩 녀석의 거친 소리가 섞여 들렸다. "휘이이이익.. 풉푸푸푸북..휘이이이이.. 풒푸부부북.. 퐈봐봐봐봐.."</div><div>'흠..역시 건강해! 과테말라 세묵참페이 계단식 폭포 같아.. 녀석의 성격처럼 거침없이 단계별로 쏟아내는구만...'</div><div><br></div><div>"야.. 저기 아주머니들 못 오게 해!!" 녀석이 내게 절규했다. 그래.. 난 녀석의 친구지. 도와야겠다. </div><div><br></div><div>"아주머니들 이쪽으로 오지 마세요. 저기 분홍색 모자 쓴 애가 지금 좀 사정이 있어요."</div><div><br></div><div>아주머니들은 오히려 더 관심을 보였다. "왜요? 왜요?"</div><div><br></div><div>"아.. 말씀드리기 곤란한데... 쟤 지금 똥 싸요.. 그냥 돌아가 주세요. 아니면 잠시 후에 지나가 주세요."</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다행히도 아주머니들은 웃으면서 돌아가셨다. </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잠시 후 녀석에게 폭풍이 지나간 뒤 내게 소리쳤다. </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야! 휴지 있냐? 아니면 좀 해결할만한 거 뭐 없어?"</span></div><div><br></div><div>햇볕보는 것을 싫어하는 그리고 준비성 없는 내가 무슨 휴지 같은 걸 챙겨서 외출할 리가 없었다. </div><div>주머니를 뒤져도, 그리고 양말도 신지 않고 있어 녀석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순간 녀석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을 발견했다.</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나는 신발을 벗어 깔창을 꺼내 녀석에게 던졌다. </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받아! 그걸로도 안되면 내가 운동화 끈도 줄게. 양 끝을 잡고 비벼!!"</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응봉교 다리 아래 "야 이! 개새끼야!!!" 라는 외침이 쩌렁쩌렁 울렸다. </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개새끼면 어때.. 똥쟁이보다 낫지.. </span></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