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요즘 이게 유행이랍니다.</p><p><br></p><p>지방 흉부외과 치프 레지던트 입니다. 전국에 흉부외과 의사가 몇 명 없어서 신상 금방 털리겠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서</p><p><br></p><p>오유님들께 소소한 병원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p><p><br></p><p><b>1. 왜 맨날 피뽑아가고, 엑스레이 찍는데 제대로 된 설명이 없나요?</b></p><p><br></p><p>죄송합니다. 바빠서...ㅜㅜ</p><p><br></p><p>...</p><p><br></p><p><br></p><p><br></p><p><br></p><p><br></p><p><br></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span></p><p>만병 통치약이 없는 한 병의 치유 과정에는 시간이 소모됩니다.</p><p><br></p><p>짧게는 수 분, 길게는 몇 년에 걸리며, 그 과정을 예의주시하는 일이 병원 업무의 태반입니다.</p><p><br></p><p>월요일에 혈액검사와 엑스레이를 촬영하였고, 수요일에 또 혈액검사를 하고, 토요일에 또다시 혈액검사와 엑스레이를 촬영한다 하면</p><p><br></p><p>당연히 그 모든 검사 결과와 소견을 보호자와 환자분들께 설명을 해드려야 하지만</p><p><br></p><p>수 십 명의 환자분들께 특별한 이상이 없다, 괜찮다 말씀드리기에는 </p><p><br></p><p>저희가 너무 바쁩니다... </p><p><br></p><p>특별히 면담요청을 하시거나 complaint 를 하는 환자분들께는 비록 큰 이상이 없다 하더라도 30분이고 1시간이고 설명드리기도 하는데</p><p><br></p><p>대부분의 경우에는 과중한 업무에 치여있다 보니 따듯하게 다가갈 수 없었네요.. 죄송합니다..</p><p><br></p><p>하지만 그런 시간을 아껴서 월요일, 수요일에 시행한 혈액검사에서 중대한 이상징조나 변화를 보인 환자분들을 치료하고 집중하고 있으니</p><p><br></p><p>얼굴 자주 못본다고 너무 언짢게만 생각하지는 말아주세요..</p><p><br></p><p>case#1</p><p>갈비뼈의 다발성 골절로 입원해 있는 74세 할아버지.</p><p><br></p><p>잦은 혈액검사와 매일 찍어대는 가슴 엑스레이에 화를 내시는데...</p><p><br></p><p>솔직히 다친 가슴부위의 가슴관에서 출혈량도 적어지고 있고, 엑스레이도 좋아지고 있는 과정.</p><p><br></p><p>하지만 콩팥에 안좋은 약도 쓰고 있고, 가슴부위의 출혈량이 갑자기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적어도 2일에 한 번 혈액검사를 고집했는데</p><p><br></p><p>월요일 혈색소 11.3, 수요일 혈색소 7.7, 할아버지 왈 '어제 밤 부터 조금 어질어질했긴 했어..'</p><p><br></p><p>이게 무슨 일이냐!!</p><p><br></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배변 안 본지 3일 되었다 해서 관장 한 번 시켜드리니</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흑색변 (소화된 혈변) 이 줄줄줄...ㅜㅠ</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위장관 출혈 진단 하에 내시경으로 막고 잘 퇴원시켜드림. </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br></p><p><b>2. 그냥 놀다가 머리 부딪혀 머리 1cm 찢어지고 옆구리 조금 아픈데 엑스레이 찍었으면 됬지 왜 CT까지 찍나요</b></p><p><br></p><p>엑스레이는 CT 의 하위개념이 아닙니다.</p><p><br></p><p>상보적인 검사입니다.</p><p><br></p><p>골절이나 이물질 등 직관적으로 파악하기에는 엑스레이가 한눈에 딱 보이니 좋고</p><p><br></p><p>내부의 문제를 볼 때는 당연히 CT 를 촬영해야 합니다.</p><p><br></p><p>case #2</p><p>그냥 술드시고 넘어져 머리에 피를 흘리며 응급실로 온 45세 남환.</p><p><br></p><p>엑스레이고 나발이고 필요없다며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피우고</p><p><br></p><p>보호자 (아들) 은 그냥 머리만 꼬매고 퇴원하겠다고 우기는 것을 어찌어찌 설득해서 머리 CT, 머리와 가슴 엑스레이를 촬영한 결과</p><p><br></p><p>경미한 뇌출혈, 외상성 공기가슴이 보여서 추가로 가슴 CT 촬영 및 응급조치 후 중환자실로 입원함.</p><p><br></p><p>머리만 꼬매고 보냈으면 의료사고라고 플랜카드 걸렸겠지요.</p><p><br></p><p><b>3. 수술 받으러 왔는데 합병증 안 생기게 수술 잘하면 되지 왜 이런 것을 다 설명합니까? 자신 없는 것은 아닙니까?</b></p><p><br></p><p>합병증, 후유증은 저희들이 가장 겪고 싶지 않는 상황입니다.</p><p><br></p><p>그런 것을 하나 하나 설명드리는 이유는</p><p><br></p><p>인간의 힘으로 100% 예방이 안되는 것 이기 때문입니다.</p><p><br></p><p>대부분의 환자들은 자신들이 처한 상황 및 수술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그러한 합병증 및 후유증에 대해서 관대하지 못하고,</p><p><br></p><p>또한 저희들도 그러한 상황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p><p><br></p><p>막상 합병증이나 후유증이 발생하게 되면 머리 쥐어뜯으며 슬퍼하는 것 또한 저희의 숙명입니다.</p><p><br></p><p>100% 예방 가능한 합병증이 발생했다면 그것은 의료 사고이지만, 아래 나열한 몇 가지 케이스는 안타까운 경우입니다.</p><p><br></p><p>case#3</p><p>폐암으로 폐 엽 절제술을 시행받은 69세 할아버지.</p><p><br></p><p>수술 후 가슴의 통증으로 제대로 기침을 못해서 가래가 끓기 시작하고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짐.</p><p><br></p><p>산소포화도가 떨어지고 열이 나서 '아 폐렴이 왔구나!'</p><p><br></p><p>강력한 항생제를 사용하고 기관지 내시경으로 가래를 쭉쭉 뽑아드림.</p><p><br></p><p>한 3일 집중적으로 치료했는데 좋아지는 듯 하더니 다시 차도가 없음.</p><p><br></p><p>왜 그럴까... 왜 그럴까... </p><p><br></p><p>혹시나 해서 가슴 CT 를 찍어봤는데 폐 색전증을 발견!</p><p><br></p><p>1주일도 안 누워 있었는데.. 다리가 붓거나 하지도 않았는데.. 이게 왠 뜬금포냐.</p><p><br></p><p>수술이 잘못되서 그러네 의료사고네 항의하는 보호자 (아들)을 뒤로하고 일단 헤파린 등의 항응고제를 투여하고</p><p><br></p><p>다행히 몇 일 후 증상이 확 좋아짐. 나중에 아들께도 폭풍설명해서 우리한테 감ㅋ사ㅋ 퇴원함.</p><p><br></p><p>case#4</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34세 임산부.</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동네 산부인과에서 아이 순산 후 갑작스럽게 찾아온 호흡곤란.</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응급실에 내원했는데 검사 결과 폐 색전증.</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배에 아기가 들어있어서 하지 대정맥이 눌려있었고, 정맥 혈액순환이 제대로 안되는 상태에서 애가 쑥 빠져나가니</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하지 정맥에 쌓여있던 혈전들이 이때다! 요러면서 가슴으로 돌ㅋ진ㅋ</p><p><br></p><p>인공호흡장치 달고 헤파린 써서 다행히 웃으며 퇴원하긴 했지만</p><p><br></p><p>웃으며 퇴원하고 화내며 동네 산부인과 탓을 함.</p><p><br></p><p>아니라고, 과실이 아니라고 보호자 납들할 때 까지 열심히 설명드림... 다행히 고소는 없었음. </p><p><br></p><p><br></p><p>더 쓰고 싶은데 수술 이 막 끝나서 너무 출출하네요.</p><p><br></p><p>친구들과 닭도리탕에 소주 한 잔 하러 나가는데</p><p><br></p><p>반응 괜찮으면 짬내서 2탄도 써볼까 합니다.</p><p><b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