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오유 가입하고 첫글입니다.</div> <div><br></div> <div>처가가 충주이고 집사람이 산후조리를 처가에서 하던 때입니다. </div> <div>요즘처럼 2~300만원대의 산후조리원은 세상에 없던 90년대 끝무렵 초겨울입니다. </div> <div>주말을 처가에서 보내고 월요일 새벽 서울 직장으로 출근하기를 몇 주째, </div> <div>그 날은 안개가 많이 끼어서 천천히 주행했는데... 길을 잃었습니다. </div> <div>충주 길이 훤하게 눈에 들어오진 않았지만, 열손가락 발가락 수보다도 많이 오가던 충주-서울 길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div> <div>참고로 그땐 지금처럼 중부내륙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로 충주 변두리를 지나 어찌저찌 장호원, 이천으로 영동고속도로를 탔습니다.</div> <div>안개는 자욱하게 끼어 이정표도 잘 보이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서울 길을 묻고 싶었는데 정말 그 새벽에 인적이 아예 없었죠. </div> <div>지각할까봐 마음은 조급해지고 앞은 안개가 막고... </div> <div><br></div> <div>그렇게 10~20분을 이길 저길 헤매는데 길 옆 밭두렁 아래서 하얀옷의 머리 긴 처자가 길로 나오는 겁니다. </div> <div>깜짝 놀랐지만 귀신을 믿지 않기에 그 처자를 좀 지나서 차를 세웠습니다.</div> <div>내려서 보니 머리부터 피를 흘리고 살려달라고 합니다. </div> <div>어찌 된 일이냐고 물어보니 길 옆 야산 두덩을 가리킵니다. </div> <div>도로로부터 1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코란도 패밀리로 기억하는데 시선만큼 높은 둔턱에 옆으로 누워있더군요. </div> <div>급히 차로 다가가니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 운전자가 목과 허리를 많이 다쳐서 움직이지 못하지만 의식이 있었고, </div> <div>뒷자리에 아이 둘이 피를 흘리며 울고 있었습니다. </div> <div>뒤에서 여학생이 그럽니다. 동생이 차창 문밖으로 나갔다고... ㄷㄷㄷ </div> <div>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상황, 차 뒷편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심장이 터질 것같고 다리가 후들후들... </div> <div>뒷편으로 돌아가기전에 난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119에 신고했습니다. </div> <div>여기가 어딘지 모르니 아주머니께 물어 대략의 위치를 알려줬습니다. </div> <div>일단 신고를 하고나서는 후들거리며 차 뒤로 갔습니다. </div> <div>아이의 머리가 보였습니다. 정말 불행 중 다행으로 머리쪽이 아닌 다리쪽이 차에 깔렸습니다. 아이는 기절해 있었지만 숨은 쉬고 있었습니다. </div> <div>어머니에게 아이 괜찮다고 안정시키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멀리서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 </div> <div>순식간에 사고 현장에 도착하네요.</div> <div>어머니와 차밖으로 나갔던 아이만 들것으로 싣고, 나머지 아이들은 걸어나왔습니다.</div> <div>그 와중에 소방관께 </div> <div><br></div> <div>"저, 서울 가는 길인데 길을 잃었는데요. 어느쪽으로 가야하죠?"</div> <div><br></div> <div>이이야기를 주변에 들려주니 미신을 믿는 사람들은 뭔지 모를 기운이 저를 그 사고 현장으로 끌고 왔다는군요...ㅎㅎ</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