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서울의 중심가에서 리어카를 끌며, 장사를 한지 어느덧 5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br></span></div> <div><font size="2">20대의 대부분을 밑바닥에서 지낸 저인지라, 노점은 저랑 아주 찰떡궁합이더군요.</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물론, 야외에서 일을 하다 보니 필연적으로 여러가지 애로사항이 따라다닐 수 밖에 없지만,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제가 그동안 살았던 재활용도 안되는 쓰레기같은 삶에 비해선, 그나마 인간답게 돈을 벌게 됐으니,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이정도면 뭐... 만족하네요...</span></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지긋지긋할 정도로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몇 년을 일하다 보니,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웃고 울었던 크고 작은 사건들이 꽤나 쌓이더라구요. </span></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그중에서도 제일 먼저 떠오르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비교적 최근의 일인데요.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시간이 지나면서 이제는 웃어 넘길 법한, 아름답게 남아야 했던 추억이,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무서운 일화로 변해버린 사건이 있기에,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span></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그럼 시작해 볼게요.</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    </font></div> <div><font size="2">                               </font></div> <div><font size="2">폭염의 사막과 혹한의 시베리아에서도 어딘가에선 한줄기 물이 흐르고,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한송이 꽃이 피어나기 마련이죠.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br></span></div> <div><font size="2">사계절을 몸으로 맞이하는, 극한의 근무환경 속에서 저를 달래주던 유일한 낙은,</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 다름아닌 커피였습니다.</span></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제가 일하는 장소 바로 뒷편 건물 2층에 카페가 하나 있거든요.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서울 중심가의 수많은 상가들과는 다르게, 그 카페는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에요.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주인은 60대부부였는데, 참 대인배스럽게도 자신들의 가게를 가리고 있는,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노점상들에게 호의적이었어요.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br></span></div> <div><font size="2">커피도 기존의 값보다 저렴하게 내주셨고, 화장실도 언제나 필요할 때 쓰라고 배려를 해주셨습니다.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좌판에서 혼자 일하는 특성상, 화장실은 나름 작지 않은 문제거든요.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지금도 그렇지만 저에겐 참 고마운 분들이에요.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카페특성상 아무래도 아르바이트생들이 주로 여자였는데, 전부 20대초반의 대학생들이었죠.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갓 서른을 넘긴 저였지만, 동료상인들 중에선 제일 막내다 보니, 자주 커피를 주문하러 갔는데요.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처음엔 좀 귀찮긴 했지만, 카페의 풋풋한 여자 알바생들과 농담을 주고 받는 것 역시,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하루 중 제일 웃음이 나는 일이었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br></span></div> <div><font size="2">그럴 때 아니면, 언제 그런 젊고 귀여운 여자애들이 저한테 말 한 번 걸어주겠어요?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카페에 올라가기전, 꼭 한 번씩 거울을 보며 머리와 옷 매무새를 정돈하기도 했죠. 하하.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음... 갑자기 씁쓸해 지는군요... 아무렴 뭐! 사족이 길었습니다.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작년 10월쯤 이었던가? 슬슬 옷차림이 두꺼워지고 있을 무렵,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장사 준비를 끝내고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따뜻한 커피를 주문하러 카페로 올라갔어요. </span></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전엔 못 보던 알바생이 있더라구요. 그날 일을 처음 시작한 사람인 것 같았는데,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아무래도 알바생들 대부분이 학생이다 보니까 친해질만 하면 바뀌더라구요.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br></span></div> <div><font size="2">뭐 덕택에 뉴페이스를 기대하는 재미도 쏠쏠했었습니다만...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각설하고, 그 당시 새로운 알바생을 편의상 A라고 칭하겠습니다.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A는 외모가 특출난 친구는 아니었지만, 이미지가 참하고 수수한 것이,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호감이 갈 수 밖에 없는 인상이더군요. </span></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뭐랄까? 세대를 아우르고, 남녀 구분없이 모두가 좋아할 만한 얼굴이라고나 할까?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또 매사에 예의바르고 반듯할 것 같은? 지금은 사진이 없으니 그정도로 대충 정의하겠습니다.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카페근무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한 명,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오후 5시부터 마감까지인, 11시까지 한 명, 이렇게 2교대였습니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br></span></div> <div><font size="2">A는 오후타임 근무였고, 저 역시 오후 5시이후로 장사가 허가됐으니,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하루에 한 번씩은 꼭 A와 마주할 수밖에 없었죠. </span></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당시 외로운 솔로였는지라, 여자만 보면 외모, 성품 가리지 않고 본능적으로 매너남이 됐었어요.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지금도 마찬가지긴 하다만...) 거의 매일 A를 보다보니, 우리 둘은 어느정도 말을 트게 됐고요. </span></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당시 A는 24살이었고, 프랑스어를 전공하고 있었는데요.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지난 몇 년간, 카페를 거쳐간 수많은 아르바이트생 중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예쁘고 매력이 철철 넘치는 친구들이 한 둘이 아니었지만, </span><font size="2">제가 실없는 농담을 할 때마다, 입을 가리고 수줍게 웃는 A의 얼굴은,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그 어느 때보다 제마음을 흔들리게 하더군요.</span></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커피를 주문하기 위해 카페에 올라갔죠.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출근 전 몇 잔이나 마셨던 커피였지만, 꼭 한 잔을 더 먹어야 겠더군요. 하하.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환하게 웃으며 반겨주던 A를 보고 마냥 헤벌레하고 있는데,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옆에 처음 보는 아르바이트생이 눈에 들어왔어요. </span></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순간 든 생각은 'A와의 이별이 가까워졌다.' 였습니다.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나도 모르게 진지해지면서, 후임자에게 일을 인계중인거냐고 A에게 물었죠. 곧 일을 그만두냐구요.</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아뇨~ 얜 오전타임 일하는 앤데, 심심하다고 안가고 있는 거에요."</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A의 답변에 이내 안심하며 다시 전 커피를 맛있게 마시며, 즐겁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아마 그 날이었을 겁니다. 밤11시가 지나니 A가 퇴근을 하더군요.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전 그녀에게 다가가 뜬금없이 연락처를 물어보았습니다.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어떻게 보면 아무리 남녀라고 해도 어느정도 얼굴을 익힌 사이끼리,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연락처를 주고 받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잖아요? </span></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하지만 그 때만큼은 제 심장이 A의 얼굴이 궁금한지,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자꾸 밖으로 튀어나가려고 안간힘을 쓰더군요. </span></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A에게 제 전화기를 건냈는데, 손이 심히 떨렸어요.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좀 창피했는데, A는 당황을 하며 안절부절하다 결국 제 전화기에 그녀의 번호를 입력해 줬습니다.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그 순간 눈에 들어온 A의 놀라서 동그래진 눈동자마저 사랑스러웠죠.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이후 전 카카오톡으로 A와 메세지를 주고 받으며 친밀감을 높히려고 노력했습니다.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당시 한량이었던 저랑은 다르게 A는 정말 바쁜 삶을 살고 있었어요.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집안사정이 평탄치 않은 것도 아닌데, 평일 오전엔 학교를 가고 오후에는 카페알바,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그리고 주말에는 도서관에서 알바... 알면 알 수록 성실, 근면이 몸에 벤, </span><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대단할 정도로 자립심이 강한 여자였습니다. </span></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또 인품은 얼마나 훌륭한지, 카페의 사장님도 A를 예의바르고, 상냥하다며,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극찬을 할 정도였고, 아까 언급했던 오전타임 알바생도, </span><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퇴근시간이 되었음에도 본인이 할일이 없으면, 꼭 남아서 A의 일을 거들어 주었어요.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br></span></div> <div><font size="2">그것도 무상으로 말입니다. 가끔은 마감때까지도요.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A가 털털하고 활발한 성격은 아니었지만,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그녀의 자애롭고 배려깊은 언행은, 많은 이들로 하여금 그녀를 좋게 평가하게 했죠.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A의 호감을 사고 싶어 그녀가 전공하는 프랑스어를 공부하곤 했었어요.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프랑스어를 전공하는 A의 웃음을 끌어내는 가장 확실한 무기는, 저의 어설픈 프랑스어였으니까요.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그렇게 서로가 편해져 갈때, 저는 조심히 사석에서의 만남을 제안했고, A역시 흔쾌히 응했습니다.</font></div> <div><font size="2">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전 만나서 술이나 마시면서 이야기나 하고 싶었는데,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안타깝게도 평소 그녀의 이미지답게 술은 입에도 못 댄다고 하더군요... </span></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그래서 저녁이나 같이 먹기로 했는데, A는 퇴근후에도 자주 그녀를 도와줬던,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오전타임 알바생과 함께 온다고 했습니다. 이쯤에서 그 친구를 B라고 칭하겠습니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br></span></div> <div><font size="2">B는 갓 스물을 넘긴 여자애였는데, 키가 작고 통통한 스타일이었어요.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특징이 하나도 없는, 너무 하다 싶을 정도로 지극히 평범한 아이였는데,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확실한 건 남자들이 좋아할만한 유형은 아니었습니다. </span></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하지만 저는 오히려 A가 B와 함께 온다는 것에 긴장이 풀렸죠.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남자분들 다 아시잖아요? 여자를 상대할 때, 술이 남자의 전투력을 대폭 강화시킨다는 것을...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어떻게 보면 다행이었죠. 애초에 무기가 금지된 전쟁이다 보니,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말주변이 없는 저로선 맨몸으로 A와 맞서기가 민망하고, 부담 스러웠으니깐요.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br></span></div> <div><font size="2">둘보다는 셋이 분위기가 화기애애 할 수 밖에 없었고, 그렇게 셋이 만나서 놀았던 날은 즐거웠습니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역시나 A는 평소 이미지대로 생각이 깊은 똘똘한 여자였고,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B도 막상 이야기를 해보니 나름 재밌고 매력이 있더군요. </span></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그 날 이후로 저와 A뿐만 아니라, A와 B 그 둘도 보다 절친한 사이가 되었어요.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특히나, A가 며칠동안 독감으로 고생한 적이 있는데,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하루도 빠지지 않고 마감까지 도와준 정많은 B가 너무 고마웠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br></span></div> <div><font size="2">그렇게 우리 셋은 종종 어울렸습니다. 전 A와 전화로 밤을 새는 날도 많아졌구요.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그때부터였습니다. B는 우리 셋을 뭔가 하나의 그룹이라고 생각 했었는지,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제가 A를 만날 때마다 눈치없이 따라 나오더군요. 매번 말입니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br></span></div> <div><font size="2">저와 B도 친한 오빠, 동생사이가 되긴 했지만,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매번 만남이 그렇게 되자 저는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었어요. </span></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A를 향해, 남들이 들으면 아무리 성자라도 쌍욕을 날릴만한 오그라드는 멘트나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평생을 솔로부대에 충성을 바치고 있는 침울한 남자애들의 격노를 살만한 </span><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가벼운 스킨쉽도 하고 싶었는데, </span><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B의 존재가 이런 애정표현 자체를 전부 차단시켜 버렸으니깐요. </span></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전 소개팅을 준비해 B의 관심을 돌릴려고도 해봤지만,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낯을 가리는 그녀는 그런 자리에 전혀 관심이 없더군요. </span></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A도 뭔가 답답해하는 눈치였지만, 남에게 상처주는 말은 일체 못하는 성격답게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달리 표현을 하진 않았습니다. 단지 저를 달랠 뿐이었죠.</span></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멀리서 올라와 친구도 없고 쓸쓸한 아이에요. 오빠가 조금만 이해해줘.."</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이후 단하루도 빠짐없이 B는 카페의 마감 때까지 A를 도와주었습니다.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네. 매일매일, 그것도 무상으로요.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당시 전 A와 단순한 썸을 넘기기 바로 직전의 사이였지만, B처럼 A를 위하진 못했을 겁니다.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슬슬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의 카카오톡 프로필마저 A와 같이 찍은 사진으로 도배되고 있었거든요.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A가 참으로 다정한 성격이었기에, 친구도, 애인도 없는 외로운 B는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자신을 공감해주고 받아주는 A와 계속 같이 있고 싶어하는 것 같았죠. </span></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뭔가 A에 대한 의존증이 생긴 것 같았습니다. 전 A와 통화 중 진지하게 말했습니다.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를 위해서라도 어느정도는 선을 그어야 한다구요.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하지만 착해빠진 A는 오히려 저를 냉혈한 취급하더군요. 바보같이...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결국, A의 배려심과 동정심이 B를 더 망치고 있었던 겁니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어느 날 일이 끝나고 귀가전 A를 만났습니다. 역시나 B도 A옆에 철썩 같이 달라붙어 있더군요.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하긴 제가 A를 만나는 자리에 B가 없었다면, 그게 더 이상했을 겁니다.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간단히 밥이나 먹고 헤어지려는데, 전 점점 심기가 불편해지고 있었어요.</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식사 중에도 B가 잠시 화장실을 갈 일이 있으면 꼭 A를 같이 데려가려고 하니 말이에요.</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단 한시도 A와 떨어지기 싫은 것 같더군요. 마음약한 A는 B의 어리광을 다 받아주고요.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가 성소수자가 아닌지 의심이 들 지경이었습니다.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그렇게 제가 혼자가 되는 타이밍이 2~3번 되다 보니, 어느새 B의 모든 것이 못마땅해 보이더군요.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평소 유순하게 말로 B를 설득하리라 굳게 다짐을 했건만,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그 날 전혀 상관없는 개인적인 스트레스마저 B에게 다 풀어버리고 말았습니다. </span></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인정합니다. 말을 좀 심하게 하긴 했어요.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는 아무말 없이 눈물을 흘리며 식당밖으로 나갔고, A는 저를 심하게 나무랐죠.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오빠... 말을 좀 가려서 해야지. 남에게 상처주는 건 정말 질색이에요. 이번은 좀 심했어."</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이런 A의 성격도 너무 답답했고, 결국 전 그날 A와도 심하게 말다툼을 하게 됐어요.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잠깐사이에 두명의 여자를 울리고 만 것입니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알량한 자존심 때문인지 전 먼저 사과를 건내지 않았죠.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그 날은 A 특유의 이해심 넘치는 성격도 만만치 않게 제 속을 긁었거든요.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다음날, 전 불편을 감수하고, 먼거리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해야만 했습니다.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카페 마감 후 같이 나오는 A와 B를 마주쳤지만, 우린 서로 시선을 피했어요.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그 날 밤 A에게 사과를 하려고 메세지를 보냈지만,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제 성급한 성격이 실망스러웠는지, 답장은 받지 못했습니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br></span></div> <div><font size="2">아무래도 A는 감정을 추스리기 까지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았죠.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며칠이 지난 그날도 일을 마친 A가 카페밖으로 나오더군요.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그 지긋지긋한 B와 함께 말입니다. 역시나 A곁에서 떨어지지 않는 B를 보니,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그녀의 A를 향한 감정에 비하면, 저의 것은 보잘 것 없다고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br></span></div> <div><font size="2">하지만 개의치 않고 먼저 다가가서 그 둘에게 사과를 했죠.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마음의 상처가 깊었던 B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A도 그게 눈치가 보였는지 고개만 살짝 끄덕이더군요.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br></span></div> <div><font size="2">B야 그렇다쳐도 저보다 B를 더 위하는 것 같은 A의 반응은 실망스러웠습니다.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결국 우린 연락을 두절했고, 전 커피가 마시고 싶어도,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소변이 아무리 급해도, 절대 카페로 올라가지 않았습니다.</span></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혹여나 A와 B를 마주칠까봐, 그들의 퇴근 시간 전엔 일을 마무리하고 급히 귀가했죠.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사실상 그렇게 A와 저의 관계는 끝나버리고 말았습니다.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그렇게 한 달 정도 그들을 피해, 그들과 대면할만 한 길을 전부 차단시키다 보니,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어느새 A와 B는 카페 일을 그만둔 것 같더군요.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br></span></div> <div><font size="2">찝찝하고 아쉬웠지만, 묻어두기로 했습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으니깐요.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그렇게 2주정도 지났을까요? 우울함도 슬슬 잊혀져 갈 때쯤,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거리에서 B를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습니다.</font></div> <div><font size="2"> </font></div> <div><font size="2">어느정도 거리가 있었더라면 피해갔겠지만, 모른척 하기엔 너무 가까운 거리였죠.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젠장! 민망하고 뻘쭘하더군요. 어쩔 수 없이 전 영혼없는 인사를 할 수밖에 없었죠.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하지만 속좁은 저랑은 다르게 시간이 흐르면서 B는 어느정도 감정이 누그러졌는지,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절 반갑게 맞아주더군요. 아무래도 B가 어리다 보니, </span><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그 나잇대 특유의 쿨함이나 순수함이 있었나 봐요. </span></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전 최대한 빨리 자리를 뜨고 싶었으나, 순진한 건지 뭔지, B는 말이 많더라구요.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결국 주책맞은 B의 입은 A까지 언급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A의 근황은 저도 궁금하긴 했죠.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A이야기가 나오니 귀가 쫑긋 세워지더군요.</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언니도 잘 지내요. 우리 지금 같이 자취하는데 오늘은 간만에 같이 맛있는 거나 해먹으려구요. </font></div> <div><font size="2"> 오빠도 올래요? 간만에 언니도 보구요."</font></div> <div><br></div> <div><font size="2">당연히 전 바쁘다는 핑계로 B의 제안을 거절했죠.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문득 A가 등교거리가 멀어 자취방을 알아 보고 있는데,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서울은 세가 너무 비싸 마음이 맞는 룸메이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던 것이 떠오르더군요. </span></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와 헤어져 돌아가던 중, A의 얼굴이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하면서, 잠시 옛생각에 잠겼습니다.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녀와 공감했던 순간들을 되새김질 하니,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미안함과 후련함, 그리고 그리운 감정들이 빠르게 교차하더군요.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br></span></div> <div><font size="2">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별일 없이 잘 지낸다는 A의 근황을 들으니 이내 가슴이 훈훈해 졌습니다.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그렇게 좋은 추억으로 남는듯 했죠.</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그 후로 3~4일 정도 지났을 겁니다. 분명 예보엔 잡히지 않았는데, 갑자기 하늘이 흐려지면서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비가 미친듯이 쏟아지더군요. 우천시마다 팔았던 우산도 다 떨어져, 리어카에 비닐을 씌워놓고 </span><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하릴없이 하늘만 보며 인상을 구기고 있었죠. </span></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비가 길어질 것 같아, 잠시 카페에 올라가 커피를 한잔 주문해 모처럼만에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혼자 여유있게 테이블에 앉아 커피향을 음미했습니다. </span></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언제나처럼 사장님내외는 절 친절하게 맞아주셨구요.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카페와 관련된 추억이 하나 생겨서인지, 내가게가 아님에도 뭔가 애착이 가더라구요.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한창 A와 교제할 때, 주변을 어슬렁거리시는 사장님이 눈치챌까봐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서로 말없이 설렌 맘으로 윙크를 하며 눈빛을 교환했던 장소였으니까요. </span></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그렇게 다시 한번 감상에 빠지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그러다 본의 아니게 사장님내외의 대화를 잠시 훔쳐 듣게 되었는데요.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익숙한 이름이 언급되는 것에 전 바로 그들쪽으로 시선을 돌렸죠. A의 이름이었어요.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사장님내외는 다소 심각한 표정이었기에, 무슨일인가 궁금했습니다.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물론,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그들은 A와 제가 교제했다는 걸 모르기 때문에 </span><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전 말을 빙빙 돌리고, 능청을 떨며 대화에 끼어들어 무슨 일인지 물어봤죠.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br></span></div> <div><font size="2">사장님의 대답은 절 혼란에 빠뜨렸습니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i><br></i></font></div> <div><font size="2">"아니 이 친구가 어느 날 연락도 안하고 일을 안 나오는 거야. </font></div> <div><font size="2"> </font></div> <div><font size="2"> 월급날도 코앞이었고, 그럴 애가 아닌데 말야. </font></div> <div><font size="2"> </font></div> <div><font size="2"> 며칠을 기다려도 전화 한통 없어서 화가 나긴 했는데, 그래도 어떡해? </font></div> <div><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 그동안 열심히 잘해줘서 어떻게든 급여라도 전달해 주려고 집으로 전화했지.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br></span></div> <div><font size="2"> 그런데 얘가<font color="#ff0000"> </font>그동안 집에도 안 들어왔다네?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도 오리무중이고...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 워낙 아꼈던 애라, 오늘도 얘 아버지한테 전화해서 물어봤는데,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고 하더군. 대체 무슨 일인지... 쯧쯧."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그 말을 듣자마자 카페에서 나와 우산을 쓸 겨를도 없이 요란하게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A의 번호를 빠르게 입력하고 통화버튼을 눌렀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전화기는 꺼져있더군요.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br></span></div> <div><font size="2">혹시나 싶어 B에게도 전화를 해봤는데, 번호가 바꼈는지 결번이었구요.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무섭게 내리는 비에 온몸이 젖고 있다는 것도 느끼지 못한 채,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자꾸만 들기 시작하는 불길한 예감을 떨쳐내기 위해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span></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도대체 B의 말은 뭐였을까요? 보통 의존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아무래도 심경이 불안정 하겠죠?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그렇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허언이 튀어나오는게 아닐까요?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아니면 불안한 제 마음이, 단순히 과대망상 일지도?</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만약 그것들이 다 아니라면...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A를 향한 B의 집착이 병수준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font><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지금도 끔찍한 상상들이 머리속에서 펼쳐지고 있지만, 아닐 겁니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small;line-height:1.5;"><br></span></div> <div><font size="2">그런데도...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도 초조하네요.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제발 A에게 아무 일이 없기를...</font></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