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p> <p>추웠던게 생각난다.</p> <p><br></p> <p>아직 아침이면 입김이 나오는 계절, 일이 너무 고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을 가슴속에 품고 이름도 생소한 지역까지</p> <p><br></p> <p>전철을 타고 이동했다. </p> <p><br></p> <p>노가다 첫날, 아침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얼른 105엔짜리 싸구려 비닐 우산을 편의점에서 사서 노가다 현장까지 종종걸음으로 갔다.</p> <p><br></p> <p>거의 헤매지도 않고 현장에 도착해보니 반쯤 해체된 집과 공사현장에서 쓰는 차량 몇대뿐..</p> <p><br></p> <p>하이얀 입김을 뿜어내며 차가운 비를 맞다가 전화를 걸어보니 </p> <p><br></p> <p>"트럭안에 들어가 있어~" 라고 한다.</p> <p><br></p> <p>처음으로 일본산 큰 덤프트럭에 들어가니 의외로 아늑했다.</p> <p><br></p> <p>'한번도 못본 사람의 트럭인데 괜찮으려나..'</p> <p><br></p> <p>하면서 창밖으로 비가 내리는걸 보고 있으니 방학기간임에도 부활동같은걸 하러가는 일본 학생들의 뒷모습이 보였다.</p> <p><br></p> <p>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르게 생긴 세라복이나 유치원생 애기들의 귀여운 옷 혹은 일본초등학생들의 란도셀을 진 모습을 보다보니</p> <p><br></p> <p>비가 그쳐버렸고 해가 나오더니 금새 바닥이 말랐고 </p> <p><br></p> <p>직원들과 만나 일이 시작되었다.</p> <p><br></p> <p>나와 같은 역할을 하는 젊은 알바생이 두명 있었는데 18살 19살 정도임에도 삽질이 능숙해보였다.</p> <p><br></p> <p>회사 정직원인 포크레인 운전기사 아저씨는 딱 봐도 야쿠자같은 얼굴이었는데</p> <p><br></p> <p>나중에 듣기로는 실제로 신주쿠 뒷골목에서 일한적이 있다고 하는듯 했다.</p> <p><br></p> <p>일이 너무 힘드면 어쩌나... 하고 한국에서 한달동안 했던 노가다를 떠올렸다.</p> <p><br></p> <p>한국에서 아파트 건설현장에 들어가서 2주일 정도 노가다를 한적이 있었는데 </p> <p><br></p> <p>벽돌을 메고 5층을 오르락 내리락 하거나 </p> <p><br></p> <p>모래를 등에 지고 오르거나 하는일이 대부분이었다.</p> <p><br></p> <p>다리가 후들후들, 땀이 눈앞을 가리고 숨도 제대로 쉬기 힘들었던 그때를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졌지만, </p> <p><br></p> <p>어쨌든 경험이라는 생각에 열심히 했었다.</p> <p><br></p> <p>"에~ 이름이 뭐라고 했지?"</p> <p><br></p> <p>야쿠자같이 생긴 직원이 와서 물었다. </p> <p><br></p> <p>이름을 말하니 그뒤부터는 크레용 신짱의 신짱 같다며 나를 신짱으로 불렀었다.</p> <p><br></p> <p>이리저리 따라다니며 할것을 배웠는데 의외로 별로 할게 없었다.</p> <p><br></p> <p>포크레인이 작업하면 먼지가 일어나는데, 그 먼지가 주택가로 불지 않도록 물을 뿌리고</p> <p><br></p> <p>대형 트럭이 오고갈때 차량들이 안전하게 지나가도록 유도하거나 막아주고</p> <p><br></p> <p>남은 쓰레기들을 플라스틱은 플라스틱, 나무는 나무대로 분리수거하고</p> <p><br></p> <p>뭐 그런 일이었다.</p> <p><br></p> <p>'짓는게 아니라 해체하는 일이라 수월한건가?'</p> <p><br></p> <p>하루종일 열심히 왔다갔다하며 물을 뿌리고, 대형차량이 도로로 나갈때 유도도 하고 </p> <p><br></p> <p>대형차량 바퀴에 딸려 나간 흙들을 빗자루질 하고 심부름도 하다보니 하루가 지나갔다.</p> <p><br></p> <p>'쉬운데?'</p> <p><br></p> <p>호텔일과 식당일을 비교해보면 일이라고도 하기 힘든 수준의 난이도였다.</p> <p><br></p> <p>아침까지 어려우면 어쩌나 하고 잔뜩 쫄아 붙었던게 한심할 정도의...</p> <p><br></p> <p>그리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건</p> <p><br></p> <p>"신짱. 고생했어."</p> <p><br></p> <p>일급제라는 부분이었다. </p> <p><br></p> <p>나는 당시 10500엔을 일급으로 받았는데 약 14만원 수준의 돈이었다.</p> <p><br></p> <p>일이 너무 쉬워 황송해 하며 돈을 받고 생각해보니 하루 일하고 바로 컴퓨터 ssd를 하나 살 수 있는 돈을 받는거라</p> <p><br></p> <p>기분이 그렇게 좋았다.</p> <p><br></p> <p>'와..하루 일하고 14만원이면.. 시급 2600원 받고 하던 편의점의 14일분 월급이네'</p> <p><br></p> <p>"신짱~ 일끝나고 한잔하러 갈건데 같이 갈래?"</p> <p><br></p> <p>야쿠자 같이 생긴 정직원의 말에 돈이 없다며 극구 사양했지만 </p> <p><br></p> <p>"괜찮아~괜찮아~ 돈내라고 안하니까"</p> <p><br></p> <p>라며 차에 태워져 신주쿠로 향했다.</p> <p><br></p> <p>차에 타서보니 정직원들은 차에 옷을 잔뜩 실어놓고 일이끝나면 더러워진 옷을 바로 갈아입는 모양이었다.</p> <p><br></p> <p>옷에서는 남자특유의 냄새와 엔진오일, 매연냄새와 독한 담배냄새가 풍겨져나왔다.</p> <p><br></p> <p>"신짱. 신주쿠 가본적 있어?"</p> <p><br></p> <p>"네. 몇번 정도.."</p> <p><br></p> <p>신주쿠는 워낙 유명한 곳이라 구경하러 몇번 가본적은 있었다. 하지만..</p> <p><br></p> <p>역시 가게 안을 들어가본적은 없었다.</p> <p><br></p> <p>자리값만 몇천엔씩 뜯기는 술집에 들어가기에 나는 너무 가난했다.</p> <p><br></p> <p>"오~ 그러면 내가 잘아는 가게로 갈테니까 기대해!"</p> <p><br></p> <p>일본 사람들은 정이 없다거나 아시아인의 탈을 쓴 유럽인이라거나 더이페이가 철저하다는 말을 듣곤 했지만 </p> <p><br></p> <p>야쿠자 얼굴의 정직원은 그렇지도 않았다.</p> <p><br></p> <p>혹시나 풍속점이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제법 훌륭한 술집으로 날 데려다 주었고</p> <p><br></p> <p>나는 노가다 하던 지저분한 복장으로 죄송해하면서 자리에 앉아 술을 마셨다.</p> <p><br></p> <p>일본 특유의 처음보는 술도 많았고 일본의 주도는 또 한국이랑 달라서 </p> <p><br></p> <p>실수를 많이 했는데 정직원들은 그게 또 외국인이란 느낌이 들어서 좋았는지</p> <p><br></p> <p>즐거워해주었다.</p> <p><br></p> <p>그 뒤부터 야쿠자 얼굴의 정직원은 나에게 잘해주었다.</p> <p><br></p> <p>원래 점심식사는 각자 돈을 내었는데 내가 괜찮다고 이야기해도 꼬박꼬박 점심을 사주었다.</p> <p><br></p> <p>사장님도 좋은분이라 일하고 있으면 빵이나 케잌을 사서 </p> <p><br></p> <p>"다들! 이거 먹고해!" 라며 부르곤 했다.</p> <p><br></p> <p>'일본은 정이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p> <p><br></p> <p>정이 넘치는 모습에 역시 인터넷으로 듣는거랑 실제는 전혀 다르구나.. 하고 생각했다.</p> <p><br></p> <p>일쪽은 점점더 힘들어졌다.</p> <p><br></p> <p>처음에는 빗자루질하고 물뿌리고 심부름하고 정도였지만 </p> <p><br></p> <p>하루하루 일의 난이도가 올라가더니 나중에는 포크레인의 삽 교체작업이나 </p> <p><br></p> <p>간단한 운전 [일본면허가 있었다] 심지어는 포크레인을 간단히 조작하여 덩어리진 콘크리트 덩어리를 깨기도 했다. [원래는 하면 안된다]</p> <p><br></p> <p>포크레인이 큰거 하나 작은거 하나가 있었는데 해체일이 많아 기사가 다른곳으로 가서</p> <p><br></p> <p>한대가 항상 놀고 있으니 나를 시킨것이다.</p> <p><br></p> <p>처음 포크레인을 운전해보는 것이었던지라 각기춤 추듯 덜걱거리는게 우스웠다.</p> <p><br></p> <p>물론 혼도 많이 났다. </p> <p><br></p> <p>콘크리트 덩어리를 부순다고 굴린게 데굴데굴 구르더니 도로까지 나가버린일이 있었다.</p> <p><br></p> <p>그때는 정말 눈물이 쏙 날정도로 혼이 났다.</p> <p><br></p> <p>"지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어떡할뻔했어!"</p> <p><br></p> <p>일본어로 그렇게 크게 혼이난건 그때가 처음이었다.</p> <p><br></p> <p>아니, 일본사람이 그렇게 큰 목소리로 소리치는걸 들은것도 처음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쳐다볼 정도였지만.</p> <p><br></p> <p>하지만 문득 고개를 들어 눈을 보니 그 야쿠자 얼굴의 정직원이 싫어서 그러는게 아니라 걱정이되서 그러는거란걸 왠지 알 수 있었고</p> <p><br></p> <p>그래서 섭섭한 마음도 들지 않았다.</p> <p><br></p> <p>그 뒤로도 계속 포크레인을 움직이다보니 점점 포크레인의 팔도 부드럽게 움직이게 되었고 나중에는</p> <p><br></p> <p>노가다 알바가 아니라 포크레인 기사라도 된것마냥 종일 포크레인에 타고 있기도 했다.</p> <p><br></p> <p>알바는 자주 바뀌었는데, 오는 사람마다 얼굴만으로는 한국인인지 중국인인지 일본인인지 전혀 구분을 못하는것 같았다.</p> <p><br></p> <p>당시 일하면 땀이 눈에 자꾸 들어가서 머리에 수건을 둘러쓰고 일을 했었는데 </p> <p><br></p> <p>그것 때문인지..</p> <p><br></p> <p>"정말 한국인?"</p> <p><br></p> <p>이라고 물어볼때마다 한국인이라고 대답하면 그때서야</p> <p><br></p> <p>"아..발음을 들어보니" 라며 고개를 끄덕였다.</p> <p><br></p> <p>한국인이라고 대답할때 캉코쿠진 이라고 하는데 이 진 발음이 일본발음이랑 많이 다른 모양이엇다.</p> <p><br></p> <p>일본어의 쯔와  한국어의 쯔도 발음이 미묘하게 다른데 어쩌다보니 이건 고쳐졌다.</p> <p><br></p> <p>그런데 자지즈제조 이 발음들은 끝내 교정되지 않았었다.</p> <p><br></p> <p>사실 뭐가 다르다는건지 조차도 이해 못햇었으니.. </p> <p><br></p> <p>점심시간에 점심을 먹고나면 30분정도 시간이 남아서 트럭이나 포크레인에 들어가 잠을 청하곤 했는데</p> <p><br></p> <p>나는 그래도 일본에 언제까지고 있을 몸이 아닌지라 </p> <p><br></p> <p>기름때 뭍은 옷을 입은채 여기저기를 구경다녔었다.</p> <p><br></p> <p>벚꽃이 가득핀 일본특유의 좁은 길이나 </p> <p><br></p> <p>초속5센티미터에 나올법한 언덕위의 학교 </p> <p><br></p> <p>회사원들이 고양이에게 참치를 주며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작은 공원</p> <p><br></p> <p>목조로된 일본 특유의 오래된 가정집 등등..</p> <p><br></p> <p>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풍경들이었다.</p> <p><br></p> <p>해체공사를 하는 바로 옆집에는 굉장히 나이드신 노부인이 한분 살았는데 </p> <p><br></p> <p>말년을 함께하는 강아지도 나이가 12살인가? 그렇게 먹어 백내장등이 와 시력을 상실한 상태였다.</p> <p><br></p> <p>이렇게 말하면 미안하지만 외견으로 보기엔 언제죽어도 이상할게 없는 강아지였다.</p> <p><br></p> <p>"이야~ 안녕! 강아지야. 오늘도 산보 나왔냐?"</p> <p><br></p> <p>야쿠자 얼굴의 정직원은 사람좋게 웃으면서 그 할머니와 강아지가 인사해오면 반겨주곤 했다.</p> <p><br></p> <p>태우던 담배도 얼른 톡 하고 버리면서 어른 특유의 서글서글한 웃음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p> <p><br></p> <p>"이 학생 언제나 열심히 하네요.."</p> <p><br></p> <p>할머니는 창문으로 내가 일하는걸 보고 있었다며 항상  나를 치켜세워주셨다.</p> <p><br></p> <p>집에 가는 시간이 되면 어떻게 알고 나왔는지 대문에 서서 손으로 오라고 부르는 것이다.</p> <p><br></p> <p>"타지에서 고생이 많아요.."</p> <p><br></p> <p>라며 과자나 사탕같은 군것질 거리를 한봉지씩 주곤했다.</p> <p><br></p> <p>"아이고.. 고맙습니다. 이런걸 받아도 될지..."</p> <p><br></p> <p>"어른이 주는건 받는거에요.."</p> <p><br></p> <p>할머니는 웃으며 그렇게 말해주시곤 했다.</p> <p><br></p> <p>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면 이걸 어떡게 갚아야 하나..하고 고민하곤 했다.</p> <p><br></p> <p>한번은, 해체작업도중에 상하수도권 작은걸 터뜨렸다.</p> <p><br></p> <p>일이 다 끝나가는 와중에 수도권이 터져서 야쿠자 얼굴의 정직원도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p> <p><br></p> <p>모두를 집으로 보내야 하는데 자기탓에 수도관이 터지자 분노한것이다.</p> <p><br></p> <p>주변 사람에게는 관대하게 자기에게는 엄격한 성격이었다.</p> <p><br></p> <p>암튼 급하게 차로 물건을 사와서 고치고 물에 젖은 생쥐꼴이 되어 집으로 돌아가는데</p> <p><br></p> <p>저 멀리서 경찰관 두명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보더니 다가왔다.</p> <p><br></p> <p>"실례합니다~"</p> <p><br></p> <p>한명은 앞에, 한명은 뒤에 서서 </p> <p><br></p> <p>"바쁘신 와중,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신분증좀 볼 수 있을까요?"</p> <p><br></p> <p>라고 말하는데 좀 무서웠다.</p> <p><br></p> <p>"네.."</p> <p><br></p> <p>라며 신분증을 보여주니 </p> <p><br></p> <p>"아, 한국에서 오셨군요" 라며 얼굴에 미안한 기색을 띄웠다.</p> <p><br></p> <p>옷이 지저분해서 가출한 청소년인줄 알았다는 것이다.</p> <p><br></p> <p>그 일 후로는 힘들어도 크로스백에 갈아입을 옷을 챙겨서 다니게 되었다.</p> <p><br></p> <p>아무튼.. </p> <p><br></p> <p>이 일도 결국은 해체가 끝나자 종료되었다.</p> <p><br></p> <p>"나카노에 해체현장이 하나 더있는데 계속할래?"</p> <p><br></p> <p>라고 묻는말에 나는 생각해본다며 답변을 미루었다.</p> <p><br></p> <p>일이 한달쯤 되자 익숙해지기도 했지만 </p> <p><br></p> <p>여러가지 경험을 하고 싶은 생각에 다른일로 알바를 바꾸자고 생각하고 있었던것 같다.</p> <p><br></p> <p>하루 하고 그만두는 사람도 많았기에 야쿠자 얼굴의 정직원 아저씨는 알았다고 웃으면서 대답해주었다.</p> <p><br></p> <p>"신짱 없으면 외롭겠는걸~"</p> <p><br></p> <p>그렇게 말하며 차에 오르는 아저씨에게 잠깐만 있어달라고 이야기 하고 나는 얼른</p> <p><br></p> <p>할머니 집으로 갔다.</p> <p><br></p> <p>뭘살까 고민하다가 결국 감사의 편지와 나름대로 엄선한 한국과자들을 담은 봉투를 현관에 걸어두고</p> <p><br></p> <p>돌아왔다. 일본어로 말하는건 어케든 되는데 쓰는건 한자를 몰라서 </p> <p><br></p> <p>지금 생각해보면 편지도 엉망진창일 터였지만, 그래도 성의없이 돈을 넣어두고 오는편이 실례일것 같은 생각에 그렇게 했다.</p> <p><br></p> <p>집으로 돌아와 </p> <p><br></p> <p>"아~ 내일부터 안나가도 된다~~~" 라며 침대에 누우니 마음이 가벼운게 쭉 이러고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p> <p><br></p> <p>되돌아보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한달이었다.</p> <p><br></p> <p>약 18일 정도 일했고 </p> <p><br></p> <p>하루 10200엔? 정도벌었던것 같다. </p> <p><br></p> <p><br></p> <p><br></p>